도시에서 콘텐츠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은 어디일까? 선뜻 예상하지 못했을 수 있지만, 답은 아무래도 도서관일 것이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은 단행본, 잡지와 같은 서적뿐만이 아닌 문서, 기록, 디지털 자료 등 가능한 모든 형태의 지식 정보를 저장하고 시민이 이를 편히 이용하도록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 상당수는 중·고등학교 시절 열람실 이용해본 일이 도서관 경험의 대부분이다. 이런 관계로 도서관의 본래 목적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도서관 또한 마찬가지다. 사서 인원 부족 문제 등으로 수서 및 반납/대출 업무, 주민 대상 프로그램 운영이라는 임무를 다하기에도 벅찬 듯하다. 해외의 도서관은 미술품 전시도 열고, 공연도 하고, 동네 카페 역할도 하는 것 같던데, 왜 우리 동네 도서관은 공시생들로만 가득 찬 것 같은가? 무료 도서 대여의 장만이 아닌 시민들이 필요한 정보를 수집 및 공유하고, 그에 나아가 정보와 의견을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국내의 느티나무 도서관을 소개하고자 한다.
용인시 수지구의 한 중학교 앞에 위치한 느티나무 도서관은 공립도서관이 아닌 주민들의 후원금으로 세워진 사립도서관이다. 사립도서관이라 하면 으레 작은도서관을 떠올리기 쉬운데, 느티나무 도서관의 규모는 지하 1층부터 3층까지로 이뤄진 웬만한 공립도서관 못지않다. 느티나무 도서관은 공간의 주요 역할을 컬렉션에 두고 있다. 한정된 자원과 공간에서 운영되는 사립도서관인 만큼, 신간도서나 주민들의 희망도서를 중심으로 소극적으로 수서하지 않는다. 매주 이뤄지는 사서들의 장서선정회의를 통해 꼼꼼히 검토 한 후 책을 들인다. 무엇보다도 이 도서관의 콘텐츠는 주제별 컬렉션에 방점이 있다. 혼자를 기르는 법, 방탄현상의 사회학, 죽음의 자기 결정권, 도시에서 농사짓기, 로봇과 사랑할 수 있을까? 등 컬렉션의 주제도 사회적 이슈부터 이용자들의 단순한 관심사까지 다양하다.
느티나무 도서관 컬렉션만의 특징
이 컬렉션의 구성은 일반 단행본 서적에 그치지 않고 논문, 신문 기사, 홈페이지, 입법안 및 조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참고문헌들로 이루어진다. 또한, 담당 사서만이 아닌 도서관 이용객들에게 참여형으로 구성한다. 구성하고 있는 컬렉션의 주제를 열어 둔 테이블을 도서관 내에 비치한다. 이용객들이 컬렉션의 주제 및 전시된 도서를 살펴보고, 이와 관계된 타 도서를 자연스럽게 추가하여 테이블에 놓을 수 있으며,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노트 등도 준비되어 있다. 도서관 내 서가 전시에 그치지 않고, 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한 개시, 인쇄물 배포 등을 통해 도서관을 찾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적극적인 온·오프라인 정보 공유를 이룬다.
참고서비스와 마을 포럼
위의 컬렉션 프로그램이 도서관이 이용자에게 정보와 제안을 건네는 방향이라면, 이용자와 1:1 맞춤형 서비스로 다가가는 것은 바로 참고(정보)서비스다. 사실 모든 도서관은 참고서비스를 시행한다. 도서관 열람실에 근무 중인 사서의 주된 업무는 대출/반납 담당이 아닌,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에 가급적 부합하는 소장자료를 함께 찾고 고민하는 사람이다. 느티나무 도서관에서는 이용자가 온·오프라인으로 남긴 질문 또는 고민에 대한 대답을 참고서비스를 통해 대답한다. 이를 홈페이지에 공유하면서 비슷한 궁금증이 있는 사람들도 볼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컬렉션과 마찬가지로, 질문에 도움이 될 도서, 기사, 게시물, 책 속 한 구절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질문자에게 제시한다. 아울러 기존 아카이브를 이용하여 해당질문과 연결되는 함께 보면 좋을 기존 참고서비스를 추천한다. 또한, 소셜레퍼런스 기능을 통해 도서관 이용자가 직접 참고가 될 만한 자료를 댓글로 소개할 수 있도록 한다.
때로는 마을 포럼을 개최하여 자연스럽게 자료의 공유처 뿐만이 아닌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 그중에서도 적극적으로 개개인의 의견을 공유하는 민주주의의 장으로서 기능한다. 마을 포럼은 한 달 전부터 주제를 공지하고 도서관 이용자들로부터 질문과 의견을 모으는 과정부터 시작한다. 대부분의 포럼이 패널의 일방적인 자기주장만으로 끝나는 경향이 있다면, 느티나무도서관의 마을 포럼은 주제와, 패널, 참가자의 질문 그리고 질문에서 출발한 컬렉션으로 시작과 끝이 서로 맞닿는다. 특정 주제에 대해 패널과 참가자들이 끊임없이 질문과 답을 만들어가며 그 결과물로이 다음 컬렉션으로 계속 발전되어 가는 것이다. 이것이 느티나무 도서관만의 마을 포럼 특징이다.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인만큼, 주로 마을 주민들인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양손에 함께 나눌 음식들을 들고와서 다과를 채우기도 한다.
콘텐츠의 장, 도서관
킬러 콘텐츠, 콘텐츠 마케팅 등 콘텐츠라는 단어가 어느새 마케팅 용어로 자리 잡으면서, 콘텐츠는 특정 전문가들만이 만들어가는 상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접하고, 소비하고, 적극적으로 생산해내는 모든 것들 안에 콘텐츠가 존재한다. 수많은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는 와중에 정말 깊이 있는 정보는 스마트폰의 클릭 몇 번으로는 얻기 힘들다. 양질의 콘텐츠가 모여 있는 곳, 콘텐츠를 발행하고 소비하고 의견을 나누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이번 주말, 도서관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