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3 Dots

▪ 힙합, 발라드, 댄스 등 대중음악만이 음악의 전부가 아니며, 형식과 노래하는 주체에 따라 다양하게 존재한다.

▪ 음악은 각 상황에 맞는 감정을 입체적으로 제시해 콘텐츠의 몰입감을 향상하는 데 영향을 끼친다.

▪ 영화, 드라마, 웹툰의 OST 또는 공연, 전시, 제품의 배경음악 등 형태는 달라도 대중문화 속 음악이 전달하고자 하는 지향점은 동일하다.

 


 

당신은 어떤 음악을 주로 듣는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흔히 발라드, 댄스, 인디 뮤직 또는 힙합처럼 음악의 특정 장르를 꼽을 것이다. 그러나 음악을 특정 몇몇 장르에 국한해 접근한다면 생각보다 아주 작은 음악의 세계에 갇혀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대중들이 음원사이트에서 찾아 듣는 대중음악 외에도 민요, 클래식, 뉴에이지, 국악, 종교 음악 등 음악은 형식/전통/관습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된다. 어떤 학자들은 음악의 범위가 방대하고 개념이 모호하기에 몇 마디 말과 개념으로는 정의하기 어렵다고도 주장한다. 심지어 피아니스트의 클래식, 소리꾼의 민요, 가수들의 종교음악 등 노래하는 주체에 따라 음악의 형태가 달라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클래식은 부르는 주체보단 악기 연주의 비중이 더 높다. 그렇기에 연주자들은 각자 선택한 곡을 해석하고 연구해 연주한다. 때론 빠르고 강렬한 감정을 담아내기도 하고, 맑고 잔잔한 소리에 집중해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기도 한다. 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피아니스트의 표현력에 따라 각 음은 새롭게 각색되어 연주자에 따라 때론 다른 곡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소리꾼의 음악은 피아니스트와 유사하다. 소리꾼은 이미 만들어진 민요를 자기 몸을 악기 삼아 전달하는 전달자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지역마다 다른 음색과 창법으로 판소리를 부르는데, 유명한 명창은 극의 흐름에 맞게 소리를 내 이야기를 명확하게 전달하며 청자와의 소통을 돕는다. 거기에 곡에 대한 해석을 더해 목소리의 크기를 조절하고 발성, 떨림을 통해 감정을 입혀 나간다.

 

이처럼 모든 음악이 나름의 가치와 의미를 담고 있지만 아무래도 작금의 대중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장르는 가수를 중심으로 한 보컬 곡이 아닐까 싶다. 가수들은 피아니스트, 소리꾼과 달리 스스로 음악의 주체가 되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노래한다. 뮤지션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자신만의 색채를 만들어가며 각각의 특색을 강화한다. 어느덧 K-Pop 업계의 중심이 된 아이돌들은 지향하는 메시지에 맞춰 앨범을 제작하고 앨범에는 각 그룹 또는 개인의 감정과 색깔이 녹아들어 있다. 특별히 뮤지션의 마음을 담아낸 자작곡들은 대중들의 가슴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를 돕기 위해 가수들은 앨범 소개 글 또는 인터뷰 등을 통해 노래가 탄생하게 된 배경과 전하려는 메시지를 남겨둔다.

환승연애 앨범 표지 이미지 ⓒ 환승연애

음악과 감정의 상관관계: Original Sound Track

그런데 뮤지션들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며 최근에는 주요 예능 프로그램들이 유명 가수들과 협업해 이슈가 되기도 했다. Tving 환승연애의 OST인 <WOODZ의 해가 될까>는 주요 장면마다 흘러나와 극적 긴장감과 몰입감을 높여 크게 화제가 되었으며 수많은 패러디를 만들었다. 과거 예능 프로그램들은 영화/드라마와 달리 콘텐츠를 위한 음악을 직접 제작하기보다 주로 기성음악을 편집해 사용해 왔다. 그러나 OTT와 유튜브 등 플랫폼을 통해 해외소비가 증가하며 프로그램 상황에 적합한 음악을 제작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출연진들의 감정선이 핵심인 관찰 예능이나 연애 예능 등에서 음악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과연 기성 음악이 흘러나왔다면 사람들이 그 장면에서 그만큼 몰입할 수 있었을까? 음악이 만들어 낸 변화는 작지만 사람들 마음속에 큰 울림이 되어 상황 속 몰입도를 높인다.

 

이처럼 음악은 단순히 듣기 위한 매체가 아니라 영화/드라마/예능 등 콘텐츠 속 상황과 감정 몰입을 돕는 장치로서 기능한다. 그뿐만 아니라 드라마 속 주인공의 설레는 만남을 상기시키기도 하며 당장이라도 어딘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심리적 자극을 주기도 한다. 청각적 요소가 주가 된 대중 노래에 비해 스토리에 녹아든 OST의 힘은 더 즉각적이고 직접적이다.

 

그렇기에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음악감독의 역할은 어마어마하게 중요하다. 작품의 제작 과정에서 메인이 될 음악의 콘셉트를 기획하고, 각 상황에 맞는 음악을 선정해 시청자가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도록 돕는다. 작품의 무드에 어울리는 감성을 가진 가수를 선정하고 OST를 맡긴다. OST는 곡의 길이나 형태에 정해진 틀은 없으며 악기연주(instrument)로만 이루어진 곡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웹툰과 게임 행사 등에도 별도의 OST가 제작되고 있단 사실이다. 실제로 2023 LoL 월드 챔피언십 (롤드컵) OST인 <뉴진스의 GODS>는 종합예술로서 게임의 서사를 담아냄과 동시에 LoL만의 색을 보여줬다.

 

이처럼 음악은 노래만으로도 개별의 예술 작품이 되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우리 삶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는다. 상황을 좀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는 촉매제로서 일종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미지나 텍스트에 다 담기지 않는 작가의 생각이 음악을 통해 디테일한 장면으로 연출된다. 우리가 문자나 전화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직접 만났을 때 다양한 채널을 통해 서로의 감정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으로서의 음악의 기능이 강화되다 보니 점차 음악으로 감정을 표현해 내는 가수, 프로듀서들이 음악감독으로서 활동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가수 그레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발레리나>의 음악감독으로서 클래식에 특유의 힙합을 더해 15개의 트랙으로 구성된 OST를 발매했다. 그레이는 해당 OST를 제작하기 위해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작품과 캐릭터를 분석하고 전체적인 작품 무드에 맞춰 테마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캐릭터 및 상황에 맞게 핵심 악기를 선정했는데 극 중 악역 최프로가 걸어가는 장면에서는 강렬한 드럼 베이스로 쿨함을 강조하고, 혼자 음악을 감상하는 장면에서는 고상한 클래식풍의 음악을 틀어 캐릭터와 반전되는 취미의 기괴함을 표현했다. 또한 <발레리나>라는 작품명에 걸맞게 <Grand pas de deux(그랑 파드되, 발레리노와 발레리나가 추는 2인무)>, <코다(Coda, 마지막으로 마무리하는 춤이며, 대다수 빠른 템포)> 등 음악에 발레 용어와 특징을 접목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레이는 힙합 음악 프로듀서일 때와는 다른 모드로 한 작품을 위해 다양한 분위기의 곡을 연출해 냈다. 우스꽝스러운 분위기의 서부 컨트리 음악부터 현악기 편곡 및 클럽 음악, 게임기 효과음, 벨소리 등 영화에 나오는 모든 사운드에 관여했다. <발레리나> 이충현 감독은 “음악이 우리 작품이 가야 할 방향성과 기준점을 잡아주었다. 색다른 시도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음악감독으로서 그레이의 연출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가수 그레이가 참여한 발레리나 앨범 표지 ⓒ 발레리나
작업에 참여한 아티스트들 ⓒ 다다 인스타그램

뮤지션에서 음악감독으로, 오혁의 앨범 밖 음악 세계

그레이처럼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 음악감독으로서의 영역을 넓혀 가는 또 다른 뮤지션이 있다. 한때 인디 뮤직 계에 돌풍처럼 나타난 밴드 혁오다. 1993년생의 동갑내기로 구성된 이 4인조 밴드에는 오혁, 임동건, 임현제, 이인우가 속해 있다. 2014년 발매한 EP 앨범 <20>의 입소문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해, 이듬해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MBC <무한도전-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본격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TOMBOY>와 <와리가리> 등 매번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폭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선보였다. 그리고 중심에는 싱어송라이터이자 혁오 밴드의 리더, 오혁이 있었다. 2021년 예지와의 협업곡 <Year to Year>을 마지막으로 별다른 앨범 활동을 하고 있지 않아 많은 팬이 혁오 밴드와 오혁의 근황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미 아는 팬들도 있겠지만 사실 오혁은 최근 3년간 음원 플랫폼 밖에서 활발한 음악 작업을 계속해 오고 있었다.

 

오혁의 음악 스펙트럼은 주류 음악에서도 두 가지 분야로 나뉜다. 밴드 혁오와 가수 오혁의 음악이다. 솔로로 활동할 때 오혁은 밴드 혁오 때와는 결이 다른 음악 세계를 표출한다. 그래서 오혁의 노래는 혁오와 비슷한 듯 다르다. 타 가수의 음악에 피처링으로 참여하는 등 여러 장르의 곡 작업을 통해 무한한 가능성을 드러낸다. 힙합 가수 다이나믹 듀오와의 협업곡 <북향>에서는 곡의 감성적 분위기에 큰 울림을 더했으며, 아이유와의 R&B 협업곡으로 알려진 <사랑이 잘>에서는 특유의 유니크한 감성으로 이별의 갈등을 겪고 있는 권태기 남녀의 사랑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오혁은 거기에 또 음악감독이라는 또 하나의 레이블을 더했다. 음악이 주가 되는 앨범 작업을 넘어 배경음악까지도 영향력을 넓힌 셈이다. 가수에서 감독으로, 브랜드나 작품에 들어가는 사운드의 모든 것을 총괄하고 연출한다.

 

패션브랜드의 뮤직디렉터로서 컬렉션에 대한 기대감 증폭

 

오혁은 패션브랜드 다다(多多)의 뮤직디렉터를 맡고 있기도 하다. 브랜드용 배경음악이기에 주로 가사가 포함되지 않은 악기 중심의 브랜드 테마곡을 작업했다. 각 영상 속 음악은 오혁이 맡아 제작했으며, 컬렉션 콘셉트에 어울리는 음악으로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일조했다. <DADA X Better ™ Gift shop Offrine pop-up> 테마곡은 자연, 스포츠, 여행,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으로, 베터 기프트숍의 기념품 가게 테마에 착안해 어딘가로 떠나는 듯한 몽환적이고, 희망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DADAX오동식 말복 Pop-up>의 테마곡은 긴장감 넘치는 멜로디에 허밍을 더했으며, 다다 닭곰탕과 옥동식의 로고 그래픽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 밖에도 장난스러운 분위기의 <DADA WORST SKATESHOP Pop-up> 테마곡과 테크닉한 무드의 <DADA BE@ARBRICK Pop-up> 테마곡 등을 만들었다. 오혁처럼 브랜드의 매 컬렉션 테마곡을 작업한 음악가는 모르긴 몰라도 매우 드물지 않을까 싶다.

영화 음악감독으로서 작품의 공감각적 이미지 구현

 

이외에도 오혁은 조현철 감독의 장편영화 <너와 나>를 통해 영화 음악감독으로도 데뷔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촬영감독 DQM의 소개로 함께하게 되었는데, 영화 음악 작업은 처음이었음에도 2022년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받을 만큼 음악감독으로서의 확실한 입지를 보여줬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좋아한 오혁은 영화의 장면에 적합한 음악을 떠올린 적이 많았다고 한다. 관심은 있었지만 경험해 보지 못한 분야이었기에 이번 작업은 오혁에게 신선할 수밖에 없었다.

 

<너와 나>는 섬세하고 꿈결 같은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두 소녀의 사랑과 성장, 그리고 세월호 참사 같은 사회적 문제를 이야기한다. 조현철 감독은 풍부한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음악과 공간, 미술에 집중해 공감각적인 연출을 끌어냈다. 음악 감독 오혁에게는 “한국적인 사이키델릭이 있고, 슬픈데 이상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에 호응하듯 오혁은 서정적이고 낯선 분위기의 음악을 만들어 작품의 유니크한 무드를 고조시켰다.

 

오혁의 의견에 따라 <너와 나>의 음악은 기존 영화에 비해 음악이 앞장서는 듯한 느낌이 있다. 영화를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닌 현장의 사운드와 대사, 음악 사이의 밸런스를 잡아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를 음악을 통해 효과적으로 구현해 냈다. 구체적인 시공간적 지표가 느껴지지 않도록 현장 엠비언스를 지우는 등 섬세함도 더했다.

영화 <너와 나> 포스터 ⓒ 필름영
영화 <너와 나> 스틸컷 ⓒ 필름영

전시 음악감독으로서 내재된 의미 전달

 

뿐만 아니라 오혁은 위지윅스튜디오의 과학 예술 융복합 전시 프로젝트 <The Origin>의 총괄 음악 감독직도 맡은 바 있다. <The Origin>은 과학과 예술의 인문학적 융합을 꾀하는 3부작 미디어아트 전시로 <ISSAC>, <ALBERT>, <STEPHEN> 3명의 과학자를 테마로 삼았다. “각자의 질문에 답을 찾으려 했던 세 아이의 놀이터”라는 컨셉으로 직관적인 영상 연출에 일상적인 놀이 도구를 접목한 방식으로 관람객에게 이색적 경험을 선보였다. 2023년 7월 서울대학교 문화예술원에서 진행된 <ISSAC> 전시에서 오혁의 음악이 첫선을 보였다. 중력, 속도, 시간 등의 보편적 과학 법칙 속에 있는 인문 철학적 메시지를 예술적 체험을 통해 전달했는데, 기억의 찰나성과 불특정성을 포착했다. 아이작 뉴턴의 역학 법칙을 그네를 활용한 전시 공간을 통해 보이지 않는 힘에 의문을 가졌던 아이의 놀이터로 표현했다. 몽환적인 사운드와 물에 반사된 이미지들이 어우러져 독특한 명상적 체험을 전달했다는 평을 얻었다.

 

지난 9월 선보인 <ALBERT> 전은 과천과학관 천체투영관에서 진행되었는데, 전시에 전자음이 더해져 더욱 동화적인 느낌을 자아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등 연구 철학과 업적을 기반으로 빛에 대해 다룬 이 전시는 빛의 분광 효과를 이용해 서정적이고 유희적인 과학 현상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했다. 시공간과 생명의 탄생과 소멸을 담은 빨강, 초록, 파랑의 3원색 빛의 이야기가 거대한 돔 극장 속에서 화려한 RGB 미디어아트를 통해 전개되었다. 관람객에게 색 필터 도구 람다를 제공해 색 각각의 이야기를 선택해 관람할 수 있게 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지난 11월 <STEPHEN> 전이 개최되었다. 스티븐 호킹 박사의 연구를 모티브로 서로 다른 세계 간의 관계, 즉 다중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높이 4m가 넘는 거대한 사각뿔 구조물로 된 4개의 세계 속에 스티븐의 상상을 각각 벡터, AI, 이미지, 3D, 오브젝트로 구현해 냈다. 관람객은 구조물 안으로 들어가 다중우주 세계와 조우하며 거울 속 이미지의 일부가 된다. 오혁은 <The Origin> 전시프로젝트의 총괄 음악으로서 관람객이 체험형 미디어아트 속에 온전히 빠져들어, 과학의 보편적 법칙에 담긴 의미를 예술적 체험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왔다.

ISAAC 전시 포스터 ⓒ 위지윅스튜디오

연극 음악감독으로서 관객과 함께 호흡

 

오혁의 음악 세계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갔다. 지난 9월 개막한 국립극단의 청소년극 <Tank ; 0-24>의 전반적인 음악과 음향 연출을 맡았는데 연출가 여신동에 의하면, 이 작품은 0~24세를 무엇이든 채워 넣고 무엇이든 비울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시기로 보았다고 한다. 그 시기를 탱크에 담아 또 하나의 공감각적 세계로 표현한 이 작품은 탐사라는 키워드를 가져와 청소년 관객에게 질문하는 무대를 만들었다. <자기 인생의 탐사>라는 주제로 에피소드가 펼쳐지며 고민하는 청소년기 시간이 전 생애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주 모티프로 “나의 시간은 어떻게 교차하고 있는가”에 집중했다.

 

오혁은 공연에 앞서 인터뷰에서,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청소년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대화를 거는 작품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넌 지금 어디로 가고 있니”, “너의 행복은 뭐야” 등의 질문과 함께 연극의 후반부에 나오는 오혁의 노래는 그가 10대에 제작한 곡으로, 특유의 중2 감성이 투영되어 있다. 관객에게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자신을 들여다보는 질문들을 쏟아내며, 끊임없이 묻는 동안 숨 막힐 듯한 고요함과 어둠이 자리한다. 그 중심에서 거대한 우주 한가운데 있는듯한 사운드와 경적을 깨는 사이렌 소리가 반복되며, 관객이 주인공이 되어 생각하게 만든다. 배우 간의 대화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일반적인 연극과 달리, 이 공연에서는 최소화된 배우의 대사로, 관객에게 질문하는 내레이션과 음향 사운드와 빛이 주는 공간적 연출이 소통의 핵심이 된다.

우리 삶에 내밀하게 자리 잡은 음악

과거에는 발라드, 힙합, 댄스곡 등 장르의 다양성을 확보하거나 협업을 통해 새롭게 시도하는 뮤지션들이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다고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영화, 드라마, 게임, 브랜드 등 갈수록 영역을 확장하는 뮤지션들을 보며 이 같은 인식은 음반에 해당하는 스펙트럼일 뿐 앨범에만 국한해 음악에 대한 포괄적인 스펙트럼을 논하는 것은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작품 속에서 OST는 시청자를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장치이다. 기성음악이 아닌 해당 작품을 위해 제작된 사운드트랙이 주는 전달력은 작품 전반의 분위기를 이끈다.

 

이 외에도 우리 주위엔 늘 음악이 있다. 오혁의 사례를 통해 보았듯 제품 컬렉션, 영화, 전시회, 공연 등 대중문화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소비자 혹은 관객의 ‘청각’을 자극하며, 해당 작품에 힘을 실어주는 음악이 있다. 그렇기에 이제는 분야나 영역의 구분 없이, 작품에 대한 이해도와 표현력이 높은 뮤지션이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은 것이 아닐지 감히 생각해 본다. 가사가 중심이 되는 앨범과 즉각적 상황의 이해도를 높이는 실감 나는 사운드. 이 둘은 전달 대상과 형식은 다를지 몰라도 사실 지향하는 바는 결국 같다. 음악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전달과 적절한 사운드 연출을 통한 공감대 형성이다.

 

이 글을 계기로 당신의 음악 세계가 좀 더 확장되기를 바란다. 드라마의 Original sound track이 음악차트에 오른 것처럼, 가까운 미래에는 공연, 전시를 비롯해 제품과 행사 주제곡까지도 앨범 차트에 오르기를 소망한다. 더 나아가 음원 플랫폼에서 음반에 해당하는 음악적 스펙트럼만을 다룰 것이 아니라면 다양한 영역에 존재하는 음악을 위한 앞날을 고려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거기 더해 조력자로서의 음악이 활용된 경우에는 해당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적인 요소도 함께 추가된다면 좋을 것 같다. 음원 시대에서 뮤직비디오까지 발전해 왔듯이, 이제 우리에게는 NEXT 음악 세계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