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문화예술, 문화예술, 문화문화, 예술예술, 그리고 문화도시

최근 들어 문화예술이 화두로 등장하는 것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 우리를 둘러싼 일상에 늘 존재하고 있기에 그 분위기가 낯설지는 않다. 다만 이전보다 자주 언급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 번쯤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2018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전국 10개 도시를 문화도시로 지정했다. 최대 200억 상당의 사업비를 지원함으로써 공식적으로 문화도시로서의 방향성을 제안한 것이다.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바탕으로 도시를 계획하고 평가받는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적 가치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 기준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질문은 문화도시로 시작했지만 좀 더 넓은 범위에서 문화예술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지역마다 문화예술은 각기 다른 요소와 원리로 작동한다. 개개인이 인식하는 문화예술의 범위나 형태 또한 다르다. 우리의 일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여러모로 다양한 관점과 시각으로 바라보고 좀 더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한 분야이기에 이것을 사업화했을 때의 영향력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사업으로서의 문화예술과 개개인에게 맞닿아 있는 문화예술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의 출발점과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외부에서 접하는 문화예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어느 범위까지 문화예술로 인지하고 있는 것일까? 개개인이 생각하는 문화예술은 어떤 것일까? 또 문화예술이 도시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을까? 아주 세세하고 작은 것부터 굵직한 타이틀로 등장하는 문화도시 혹은 문화예술에 대해 질문을 던져 본다.

 


“지금의 문화도시 담론은 고급문화의 대중적 확산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점에서 문화 개념의 범위와 수준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창조적이고 현실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국가발전에서 문화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주장은 제3세계의 성공과 실패를 비교하면서 정치학자 헌팅턴이 내린 결론이다. 여기서 문화란 사회에서 우세한 가치, 태도, 신념, 지향점을 의미한다. 문화 개념을 일상으로 확장한 사회학자 부르디외는 개인이 가정과 사회로부터 체득한 사고방식, 감정표현 방식, 언어표현, 취미 등의 차이가 계급구조와 문화 자본을 형성하는 과정을 설명한 바 있다. 이후 이러한 문화 이해는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내용 출처: 경남일보, 문화도시의 의미와 방향> 


평범했던 골목길이 예술가의 유입으로 변화한 모습들, 변화는 여전히 진행 중. © 직접 촬영
문래동 어느 골목 벽면에 부착되어 있던 아트프로젝트 포스터 © 직접 촬영

#문화예술이 도시와 만났을 때

문화예술은 문화도시 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일상에서 다양한 형태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고 그 행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전보다 문화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과 장소도 많아졌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접하고 있는 문화예술의 역할이 과연 무엇인지 그 본질에 대해 자연스럽게 묻게 만든다. 특히나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도시에서 문화예술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할 수 있는 것일까?

 

정해진 답은 없지만 도시에 살며 우리가 문화예술이라 부르는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들을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은 자신만의 메시지를 가지고 작품 활동을 한다. 지역과 무관하게 활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지역과 연관된 사람, 장소와 관계를 맺고 그것을 작품으로 풀어내는 사람도 있다. 그 덕분에 종종 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이유에 대해서 궁금해하곤 한다. 작품의 방향성과 표현 방식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이 하는 예술 활동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그 역할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과연, 도시와 예술(혹은 문화예술)이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마이크로한 장소, 미시적인 영역일수록 이에 작용하는 사회구조를 감지하고 드러내기는 쉽지 않다. 위약한 장소라 힘의 논리로부터 쉽게 훼손되고, 소외, 방치되기 때문이다. 장소와 장소 사이에 존재하는 틈은 사회 구조 속에서 보이지 않는 갈등, 틈, 간극, 무관심이 담긴다. 도시 공간의 형식과 규정, 권력으로부터 어떻게 예술이 주체적으로 장소들을 발언해나갈 수 있을까? (중략) 보이지 않는 장소뿐만 아니라 자본으로부터 파열된 영역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지속되어야 하는 작은 삶들에 대한 발언이다” p.165 

<The Seoul, 도서 예술이 말하는 도시미시사>


 

도시와 예술의 관계에 대한 물음은 예술이 존재하는 장소를 방문할 때마다 솟아오르곤 했다. 특히나 문래동이라는 지역은 철공소라는 특유의 정체성과 만나면서 묘한 매력을 발산했다. 예술가들은 돌아가는 기계음과 금속 특유의 냄새가 배어 있는 이곳을 왜 선택했을까? 과연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활동을 하고 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예술가들의 활동 영역은 넓어졌고, 그 수도 점점 늘어났다. 이들이 펼치는 예술 활동이 이 지역을 인식하게 하는 지점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궁금했다. 물론 이 지점을 문래동이라는 동네에서 서울이라는 도시로 바로 적용하여 해석할 순 없지만 예술이 작동하는 장소임은 분명하므로 비슷한 관점으로 접근해 보고자 한다. 과연, 문화예술이라는 키워드가 없었다면, 현재의 문래동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셔터에 그려진 어느 예술 작가의 그림 © 직접 촬영
철강소 건물 위에 예술가들의 작품이 있다. © 직접 촬영

#문래동에서 만난 작가들, 작가들이 풀어내는 문래동 이야기

예술가들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진 어느 날,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찾아왔다. 문래동이라는 공통된 지역에서 아카이빙 작업을 하고 있지만 그들이 전하는 예술 활동을 하는 의미, 이유, 방향, 성격은 모두 달랐다. 문화예술을 하나의 포괄된, 대표적 개념으로써 이해, 해석하고 가치 여부를 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평소의 생각이었는데 들으면서 이 지점에 대해서 좀 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활동이나 나오는 결과가 유형의 어떤 물질적인 것이 아니고, 영상도 사실 영상물이 아니고는 그때 있어 밀어 넣은 듯한 기록물일 뿐이잖아요. 그런 활동들 자체가 예술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시작점일 수도 있고 아니면 끝점일 수도 있는 거죠. 우리가 지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해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고 그런 활동들이 다행히도 많은 공감들을 불러일으키는 상황들을 봤을 때 이렇게 하는 게 어쩌면 정말 현실에 묻어 있는 예술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확신까지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박현주 작가, 우리가 하는 이런 작업들의 예술적 가치, 의의, 의미에 대해>


“거창하기보다는 제가 느끼는 어떤 재미, 그 시간의 어떤 풍경들 이런 것들을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되게 있어요. 단순하게 보면 그게 되게 좋고, 또 조금 의미를 붙여 보자면, 결국은 사람들의 이야기나 이런 것들은 다 흘러가서 지나가거나 혹은 잊히거나 그렇게 가버리거든요. 누구나 다 많고 큰 변화에 주목하지만 그중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것들에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이 있고 그것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사라지게 되는 것들을 많이 느끼거든요. 그랬을 때 작은 역할이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해도 되지 않나? 그렇게 의미를 한번 붙여 보자면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동혁 작가, 자신의 예술활동/작업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갔으면 하는지에 대해>


“저 같은 경우는 여기가 번화가나 그랬으면 오지 않았을 것 같아요. 왜냐면 밝음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은 어둠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예를 들어서 우리도 그렇고, 저 공장도 그렇고 사실 전국적으로는 마이너에요. 여기가 개발되는 것은 밝음이겠죠? 어둠끼리 같이 놀려고 그러는 거잖아요. 저는 문래동 왔을 때 그런 게 좋았어요. (중략) 저 책을 보면 사람들의 사진을 하나도 넣지 않았어요. 왜냐면 저한테는 이분들이 굉장히 소중하거든요.” 

<강수경 작가, 문래동에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 >


 

이들을 통해 만난 문화예술은 지역이나 도시 같은 물리적 공간으로써의 영향력보다는 각자가 정의하고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실험하고 표현해 나가는 과정으로써의 영향력이 더 힘이 크다는 것이었다. 어떤 명확한 답이나 형태가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증명함으로써 타인에게 영향을 받거나 주는 것인데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문화예술인 것이다.

각자의 방식대로 표현한 문래동 아카이빙 작업 © 직접 촬영
문래동의 변화가 서로에게 긍정적이길 바라며 조성한 골목 숲길, 작가+철공소 장인들+갤러리가 협업하였다. © 직접 촬영

또 예술이 지역과 만났을 때 어떤 연계성과 방향을 가지고 활동해 나갈 것인지, 현실에 직면한 상황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드러낼 것인지, 지역을 바라볼 때 어떤 관점과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지 등 각자의 영역 안에서 다양한 사례들을 만들어 내고 제안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거대한 목표나 목적에서의 공통 문화예술이 아닌 각자의 목표와 의미에서 세분화되어 개개인에게 닿는 문화예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즉, 앞에서 언급했던 문화적 가치로서의 평가는 사업으로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만들어 내는 과정으로서 출발하는 것이다. 문화도시를 지정하는 것에 있어서도 이런 부분들이 적극 반영되어 지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작용하여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확장해 나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