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미니멀리즘 커피 브랜드, 블루 보틀

 

<블루보틀(BLUE BOTTLE COFFEE)>은 커피 마니아에게는 익숙하지만, 대중에게는 아직 낯선 브랜드다. 그러나 블루보틀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입지를 조용히 넓히고 있다. 작년에는 스위스의 식음료 회사 네슬레가 미국의 고급 커피 브랜드가 ‘블루 보틀의 지분을 인수했다. 매출 105조에 달하는 대기업 네슬레가 작은 커피 브랜드인 블루보틀을 인수한 이유는 무엇일까?

 

“로스팅한 지 2주 이내의 원두를 한 번에 적은 양으로 나눠 볶아, 소비자에게 항상 신선하고 맛있는 커피를 대접한다”

© ContentWriters

엄격한 커피 철학으로 운영하는 블루보틀은 브랜드 네이밍을 어떻게 했을까? 

 

블부보틀 홈페이지: https://bluebottlecoffee.com

 

블루보틀은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시작되었다. 블루보틀의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 (James Freeman)은 클라리넷 연주자로 뮤지션이자 커피 애호가였다. 그는 자신만의 특별한 커피 철학을 갖고 블루보틀을 운영한다.

블루보틀의 시작은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언뜻 보기에 커피와 블루보틀은 형태나 이미지 모두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우리는 역사에서 블루보틀의 유래를 찾을 수 있다. 17세기 후반, 터키 군대는 유럽을 거쳐 비엔나에 도착했다. 비엔나 군대는 터키군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아랍어와 터키어를 구사하는 특사가 필요했다. 프란츠 조지 콜시츠키(Franz George Kolshitsky)가 그 적임자였다.

 

콜시츠키는 임무를 무사히 마쳤고, 터키군은 수상한 파란 가방 하나만을 남긴 채 도시에서 철수한다. 사람들은 그 가방의 정체를 단지 낙타 먹이 정도로만 짐작했다. 그러나 콜시츠키는 달랐다. 수년간 아랍에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파란 가방 안에 든 것이 커피라는 것을 눈치챘다. 유럽 사람들이 커피를 낯설어하는 것을 본 콜시츠키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고, 유럽에 첫 번째 커피 하우스를 열게 되는데, 이 커피하우스의 이름이 바로 ‘블루보틀’이다.

 

브랜드 이름의 유래만 봐도 블루보틀의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의 커피에 대한 태도를 알 수 있다. 그는 단순히 커피를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역사에 관해서도 관심을 쏟을 정도로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 그가 이렇게 커피를 광적으로 좋아한 만큼, 브랜드명의 유래에 걸맞게 질 좋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 많은 정성을 기울였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커피도 장인정신이 필요하다

 

창업주의 경영 철학으로 블루보틀은 소규모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라는 본연의 취지에 걸맞게 매장 수 늘리기에 연연하지 않고, 각 매장의 퀄리티를 높이고 최고의 커피 맛을 제공하는데 집중한다. 현재 블루보틀은 브랜드 인지도보다 전 세계에 매장은 몇 개 되지 않는다. 미국에는 Bay Area, 뉴욕, LA, 워싱턴DC, 마이애미, 보스턴에 매장이 있고, 아시아에는 일본 도쿄와 교토에만 지점을 갖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오직 일본 도쿄에만 매장이 있는 이유는 소규모, 장인정신으로 명성을 얻은 블루보틀 창업자가 일본의 장인정신을 높이 사며 일본에 매장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이런 희소성과 특이성 때문에 한국의 커피 마니아들은 블루보틀의 원두와 커피 맛을 경험하고 싶어 한다.

© 블부보틀 홈페이지

블루보틀 워싱턴DC 매장을 다녀오다

 

최근 미국의 블루보틀 매장 중 하나인 워싱턴DC 매장을 다녀왔다. 매장은 조지타운 도심내 구석진 골목에 있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볼 수 있는 흔한 카페의 위치는 아니었고, 지도를 보고 찾아가야 하는 정도이다. 건물 외관은 블루보틀 브랜드의 직관적인 디자인처럼 단순하고 깔끔했다.

 

적색 벽돌로 쌓은 단순하지만 깔끔한 외관과 군더더기 없이 한눈에 들어오는 블루보틀 로고가 조화를 이루었고, 이런 심플한 디자인 철학이 블루보틀이 커피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이유임을 느낄 수 있었다. 매장 내부 또한 외관처럼 소박하지만, 안정감을 주는 인테리어를 구성해놓았다. 심플한 파란색 브랜드 로고와 베이지 톤의 매장 분위기가 안정감을 가져오고. 몇 개 안되는 테이블과 단순한 매장 동선이 커피 맛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블루보틀의 시그니쳐 메뉴 ‘뉴올리언스’

 

바리스타들은 다들 친절하고 표정이 밝았다. 그들의 눈에는 커피에 대한 자신감이 비쳤다. 매장 직원은 매장에 진열된 로스팅 기계, 핸드드립 기구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이를 통해 블루보틀 브랜드가 얼마나 커피에 대한 정성을 쏟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일요일 오전에 방문했는데요 벌써 많은 사람들이 매장 안에 있었다. 빈 테이블이 없었다. 메뉴는 간결했고, 각 메뉴당 오직 한 가지 사이즈뿐이었다. 가격은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매장에서 주문한 뉴올리언스 커피는 4불, 한화 4천4백 원 정도였다. 뉴올리언스 커피는 아이스커피에 우유와 설탕 그리고 치커리를 구워 넣은 커피이다. 미국 뉴올리언스 지역에서, 특히 원주민들이 구운 치커리와 커피를 섞어 먹는 풍습에서 착안한 메뉴이다.

블루보틀이 브랜딩에 성공한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블루보틀의 디자인 철학은 ‘단순함’ (simplicity)이다”

 

Simple is the best

 

블루보틀의 가장 큰 장점은 ‘커피’이지만,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쌓은 두 가지는 이유는 디자인과 마케팅이다. 블루보틀 디자인은 ‘미니멀리즘’ 개념을 브랜드에 투영시켜서 구매자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콘텐츠로 블루보틀의 라이프스타일을 소비자에게 어필했다. 블루보틀은 ‘미니멀리즘’에서 오는 심플함의 미적 가치를 추구하는 전략으로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성공했다. 카페 데코레이션과 매장 인테리어,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이 브랜드의 미니멀리즘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볼 수 있다. 블루보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만 살펴봐도 깔끔하고 일관성 있는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다.

커피는 물론 브랜드를 소유한다. 브랜드의 정체성이 담긴 MD 제품

 

소비자들은 단순히 그들의 커피를 마시고 싶은 것을 넘어서 MD 제품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들은 흰색 배경에 파란색 커피병인 로고디자인을 다양한 MD 제품에 잘 담아냈다. 워싱턴DC 매장에도 블루보틀 머그잔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블루보틀의 로고가 눈에 띄는 이 머그잔은 $25로 한화 3만 원에 가까운 높은 가격이 책정돼있는데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실험적인 디자인제품 

 

블루보틀은 미니멀리즘의 디자인은 물론 실험적인 디자인으로도 유명하다. 블루보틀의 시그니쳐 메뉴인 뉴올리언스를 더 효과적으로 알리고자 Pearlfisher 디자인 스튜디오와 협업하여 우유팩에 커피를 담아 판매했다. 이 방식은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에서 처음 있는 시도였다. 디자인 스튜디오 Pearlfisher는 커피를 종이팩에 담음으로써 우유팩이 상징하는 목장의 신선함을 표현했다. 또한, 종이팩은 과거에 많이 쓰던 용기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재미를 주기도 했다.

© Pearlfisher

“블루보틀, ‘교육(Learn)’콘텐츠로 대중과 소통하다”

 

블루보틀은 디자인 못지않게 완성도 높은 마케팅 전략으로 성공을 거뒀다. 단순히 블루보틀 커피의 우수성을 일방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아닌, 여러 채널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제공했다. 이것이 바로 블루보틀의 라이프 스타일을 브랜드에 결합한 콘텐츠 마케팅 전략이다.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뿐만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고객에게 가치가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유통했다. 그로 인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긴밀하게 이어갈 수 있었다.

 

“Educating Coffee Lovers Everywhere”

 

블루보틀은 ‘Coffee Brewing Guides’를 발간할 뿐만 아니라, 커피 관련 교육 영상을 꾸준히 ‘Skillshare’에 업로드한다. 또한, 커피 이벤트를 꾸준히 개최한다. 그 예로, 블루보틀은 뉴욕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서 커피 브루잉 교육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블루보틀은 많은 소비자가 커피산업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들이 블루보틀의 구매를 증대 시켜준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 1 대 1 교육과 온라인 커피 교육 콘텐츠는 구매자의 충성심을 높여주고,. 블루보틀이 커피를 맛있게 만드는데 노력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Skillshare 페이지

‘Brewing Guide’ 블루보틀 홈페이지

 

 

“Coffee Subscriptions for the Masses”

 

블루보틀은 그들의 팬이 한 지역에 집중된 것이 아닌, 전 세계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커피 정기구독 시스템을 통해 그들의 커피를 전 세계에 배달하고 그들의 브랜드를 확장해 나간다. 이처럼 블루보틀은 그들의 커피 이미지를 일방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커피에 대한 사랑을 다양한 콘텐츠로 소비자에게 전달했다. 이러한 콘텐츠 마케팅 전략이 블루보틀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블루보틀은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 한 번도 실패를 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블루보틀은 힙한 커피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커피 마니아들은 블루보틀에 가서 커피를 마신다는 자체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미국에 있는 블루보틀 매장에 가면 패션 감각이 상당한 힙스터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블루보틀의 일본 진출 또한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바리스타들에게 장인정신을 강조하여 완성도 높은 커피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제공했고, 미니멀리즘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한 브랜드 이미지도 일본 소비자들의 호감을 이끌어냈다.

블루보틀 일본 매장에는 항상 긴 줄이 있다

블루보틀은 커피를 ‘완벽한’ 음료를 만들려고 노력했고, 그 노력이 커피 마니아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전해졌다. 네슬레는 블루보틀 브랜드의 한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적인 요소로 가득 찬 삼청동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소비자를 만날지 궁금하다. 그동안 해외의 유명 프랜차이즈는 그들의 가치가 변질된 채로 한국 시장에 상륙해서 소비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사례가 많았다. 높은 가격 책정과 일방적인 브랜드 이미지 마케팅을 내세워 한국 소비자들에게 다가간 것이다.

 

하지만 블루보틀이 진정으로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소비자와의 소통이 중요하다. 블루보틀이 한국에서 충성도 높은 팬을 만들려면 지금까지 그들이 해온 콘텐츠 마케팅을 한국에서도 이어가야 한다. 감각적인 매장 인테리어와 완성도 높은 커피 맛뿐만이 아닌, 한국의 커피 팬들을 위한 정기적 커피 교육 행사와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와 양방향 소통을 해야 한다. 단순히 그들의 브랜드 가치만을 내세우는 것으로는 한국의 커피 팬들을 사로잡지 못할 것이다. 그들의 멋진 디자인 철학과 마케팅 전략이 한국에서는 변질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