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우리 같이 살까요?_유럽 편

“How co-housing can make us happier (and live longer) by Grace Kim”

공동 주거는 어떻게 우리를 행복하고 더 오래 살도록 하는가-건축가 그레이스 킴

 

공유 주택은 정말 행복한 삶을 가져다줄까? ‘테드(TED)’ 강단에 선 건축가 그레이스 킴(Grace Kim)은 공동 주거라는 대안적 삶에서 오는 행복을 이야기한다. 그녀가 직접 설계해 거주 중이라고 말한 공유 주택은 거주자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외로움을 탈피할 수 있는 일종의 치료제이다. 동시에 서로를 공고히 이어주는 사회적 연결 수단이다.

 

그녀의 말대로 공유 주택은 이제 단순히 건물과 시설의 공유를 넘어 함께 사는 사람들간 특정한 가치와 관계를 만드는 사회적 공간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50여년 전 공유 주택의 개념을 받아들인 유럽에서는 어떻게 공유 주택을 활용해 왔는지 국가별로 살펴보자.

 

<목록>

A. 네스트(The NEST) – 혁신적인 사회적 기업가들을 위한 공유 주택

B. 뉴 그라운드 코하우징(New Ground Co-Housing) – 자립을 배우는 현명한 여성들의 시니어 공유 주택

C. 모크린 하우스(Mokrin House of Ideas) – 생산성의 극대화를 꿈꾸는 이들의 공유 주택

A. 네스트(The NEST)

혁신적인 사회적 기업가들을 위한 공유 주택

@덴마크 코펜하겐 Copenhagen, Denmark

@덴마크 코펜하겐 Copenhagen, Denmark ©the NEST

홈페이지 : http://nestcopenhagen.dk

 

“네스트에는 당신에게 무엇이 필요로 하고 그걸 왜 하는지 아는, 당신의 삶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 다니엘 젠슨(Daniel Jensen), 네스트의 홍보 책임자(Press Officer for Nest)

 

2014년의 어느 날, 스무 명 남짓한 젊은 사회적 기업가들이 덴마크 코펜하겐 중심부 아파트에 각자 가져온 이삿짐을 풀었다. 당시 기업가들이 모여 사는 비영리 공유 주택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였던 이곳의 이름은 바로 ‘네스트(The NEST)’. 저녁이면 피자와 맥주 앞에 모여 앉아 영화를 보는 평범한 집 같다가도, 사회를 바꾸는 혁신적인 사업 이야기가 시작되면 거침없이 토론을 나누는 특별한 장소가 바로 이 곳이었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네스트 입주민들 ©the NEST

4개의 아파트로 구성된 네스트는 건물마다 침실 6개, 욕실 2개, 그리고 모든 도구가 갖춰진 주방이 마련돼 있다. 언뜻 보면 젊은 싱글들이 모여 사는 여느 공유 주택과 비슷하지만, 네스트는 마스터 키(Master Key)라는 특별한 아이템으로 무형의 개방성을 더해 다른 곳과 차별점을 두었다. 자신이 배정받은 건물 외에도 모든 동의 문을 열 수 있는 마스터 키는 네스트에 거주하는 주민을 뜻하는 네스터(Nester) 간의 자연스러운 접촉을 만들고 결속력 있는 공동체가 되도록 유도한다.

 

처음 네스트에 입주민들이 모여 살 당시, 네스터들은 모든 가구를 중고로 사거나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 다소 수더분하지만 편안한 대학 기숙사가 연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후, 세계 최대 규모의 사회적 기업과 공유 주택이 기능적 공간으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궁금했던 이케아(IKEA) 본사가 네스트를 찾아왔다. 이케아의 스타일리스트와 40여 명의 직원은 네스트의 공동시설과 방들을 이케아 제품으로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로운 형태로 등장한 주거 공동체의 삶을 자사 카탈로그에 담았다.

네스트에 입주하고 싶다면 우선 자신의 경력, 성격, 가치관 등을 적어 제출해야 한다. 개성과 야망, 기업가적 역량을 지원서에 제대로 작성한 사람만이 ‘입주 대기 명단(Prospect List)’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네스트에 공석이 생기면 받는 저녁 식사 초대장은 일종의 시험 관문이다. 입주 지원자는 파티가 끝난 뒤 기존 네스터들의 동의 여부에 따라 네스트의 새 가족으로 환영받거나, 혹은 쓸쓸히 다른 공유 주택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타인이 있는 곳, 네스트

 

네스트는 입주 연령을 제한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네스터 입주민의 평균 나이는 27세로 꽤 젊은 축에 속한다. 대개 6.5년 정도의 사회적 기업에서 업무 경력을 쌓고 입주하며, 현재는 22세의 사회 초년생부터 38세의 안정적인 기업가까지 총 21명의 네스터가 한 지붕 아래서 허물없이 지내고 있다. 네스터들은 함께 성장한다는 목적 의식 아래, 대화하고, 협업하며 뚜렷한 기업가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다진다.

네스트의 입주민들은 함께 즐기고 먹고 마시며 유대관계를 끈끈하게 다진다. ©the NEST

눈여겨볼 입주 조건이 있다면 ‘나의 능력이나 지식, 삶의 경험, 인프라 등을 나누고 이것이 다른 네스터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항목이다. 모든 네스터는 서로 아이디어를 겨루는 상대지만, 동시에 서로의 멘토가 되는 인적 자원이다. 따라서 네스터들은 사업에 문제가 생겼다면 이를 당연히 공유하고 같이 고민한다. 만일 내가 가진 강점이 문제 해결에 도움 된다면 기꺼이 다른 사람에게 제공한다. 그래서 이곳에 입주하는 순간 네스터들은 창의력, 판단력, 협상력, 사업 수완, 돈독한 커뮤니티 등 기업가적 생활방식을 한 단계 높힐 수 있다. 나와 공동체가 모두 성장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네스트다.

 

“네스트는 내가 처한 문제를 안심하고 말할 수 있는 아주 안전한 환경이에요. 

더 개방적인 사람이 되고, 다양한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역량을 키우면서 종종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하죠.”

– 안나 챈(Anna Chan), 이지사이즈 법인 개발자(EasySize Business Developer)

 

네스트는 사업을 매개로 사람을 모았지만, 딱딱하고 계산적인 사업 관계 대신 긴밀한 가족 관계를 지향한다. 월 2회 단체 식사와 주 1회 이상 룸메이트와의 식사는 아무리 바쁜 네스터라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또한, 월간/연간 회의, 연 2회 이상 단체 여행, 크리스마스 파티 등은 가족 같은 관계가 느슨해지는 것을 막는 규칙이다. 생일을 맞은 네스터를 위해 다 같이 특별한 아침상을 차리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것 역시 관계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편하게 쉬어야 할 집에서 이런 단체 행동 의무가 기다리고 있다면 행여 부담되진 않을까. 이러한 염려가 무색할 정도로 그들은 즐겁게 이 규칙을 지킨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기업가의 삶을 함께하고, 그 누구보다 서로의 생각과 행동을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칙들이 사실 네스트라는 공동체의 유대감을 강화시켜주는 접착제가 된다. 네스터들은 영화나 익스트림 스포츠도 함께 즐긴다. 때로는 이벤트를 기획해 외부 초빙강사와 함께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며 자발적으로 상호작용을 만들어낸다.

 

현재까지 네스트에서 탄생한 스타트업은 72개에 달하며, 그중 67%가 수익을 올렸다. 사회적 기업가를 위한 최고의 집이자, 사업 연구소인 네스트에는 누구나 방문할 수 있다. 이미 ‘이케아’, ‘소니’, ‘스타트업 가이드 코펜하겐(Startup Guide Copenhagen)’ 등의 사업체와 덴마크의 남성 듀오 뮤지션 ‘시티보이스(Citybois)’가 발 빠르게 다녀갔다. 네스트를 거점 삼아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싶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네스터가 된다는 것은 기나긴 여행을 함께 떠날 가족이 됨을 의미하는 만큼, 화려한 페라리보다는 견고한 BMW 같은 사람을 환영한다는 한 네스터의 말이 떠오른다.

B. 뉴 그라운드 코하우징(New Ground Co-Housing) by OWCH(Older Women’s Co-Housing)

자립을 배우는 현명한 여성들의 시니어 공유 주택

@영국, 런던(London, England)

@영국, 런던(London, England) ©Tim Crocker

홈페이지 : http://www.owch.org.uk

 

영국은 수준 높은 보건복지와 의료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어 시민들의 평균 수명이 높은 선진국형 고령화 사회로 유명하다. 하지만 자녀를 출가시키고 일터에서 은퇴한 노년층은 심각한 고독감을 느끼고 이러한 현상은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었다. 고령화 사회가 가진 문제를 어떤 형태의 주택과 생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1998년, 공유 주택 운동가인 마리아 브렌튼(Maria Brenton)은 런던의 여성 노년층 앞에서 네덜란드 노인 공동 주거와 관련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6명의 노인은 런던에도 노인 주거공동체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고, 곧 ‘OWCH(Older Women’s Co-housing)’ 그룹을 결성했다. 창립 멤버 셜리 메리디언(Shirley Meredeen, 88세)은 지금도 OWCH가 영국 최초의 시니어 공유 주택으로 기획한 ‘뉴 그라운드 코하우징(New Ground Co-housing, 이하 NGC)’에서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북런던(North London)의 ‘하이 바넷(High Barnet)’에 지어진 NGC는 OWCH에 가입한 50대 이상의 여성 노인만이 거주할 수 있는 공유 주택이다. 이곳은 OWCH 회원들이 부지 선정, 주택 설계 등 전 과정을 주도해 유명해지면서 ‘하우징 디자인 어워즈 2017(Housing Design Overall Winner 2017)’ 등 총 9개 시상식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폴라드 토마스 에드워즈(Pollard Thomas Edwards)’는 설계 당시, OWCH에게 의뢰받은 간결하고 명확한 메시지에 따라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공동체 정신을 형성하는 공유 시설과 지속가능한 집”이었다.

 

건축가는 이 집에서 생활하게 될 OWCH 회원들의 취향과 생활 패턴을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 수차례의 브리핑과 워크숍을 열었다. 특히, 회원을 세 그룹으로 나누고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주택 형태, 방의 위치, 채광 및 경관에 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덕분에 널찍한 공동 정원을 가진 T자 형태의 아름다운 복합 단지가 세워졌다. 공동시설은 주방, 식사 공간, 응접실, 세탁실, 창고, 공예 공방, 손님용 시설로 구성했고, 모든 개인 방에는 정원을 볼 수 있는 발코니를 추가했다. 현재 NGC의 2/3는 자가 소유로, 나머지 1/3은 임대로 관리되고 있다.

 

“내가 혁명적인 무언가를 실제로 이뤄낸 건 내 인생에서 처음이었어요. 믿을 수 없게 감동적이었죠.”

– 안나 왓킨스(Anna Watkins), 의상 디자이너, OWCH 회원

 

사실 NGC를 짓는 과정은 부지 선정부터 완공까지 순탄치 않았다. 시니어 공유 주택에 대한 사회의 인식 부족도 문제였지만, 지방 당국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며 허가와 공사 지연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OWCH는 사회 문화적인 편견과 제도적 장애물을 넘어 노년층의 입지와 자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비영리 퇴직주택협회인 ‘하노버 하우징(Hanover Housing)’과 자선신탁인 ‘튜더 트러스트(Tudor Trust)’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 OWCH가 회원 간의 결속력을 다지며 주체성, 결정력, 행동력을 가진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던 데에는 이런 배경이 존재했다.

OWCH는 NGC 수용 인원인 25명을 포함하여 공석이 생길 경우 그 자리에 입주할 최소한의 비거주 회원으로 구성된 상호회사다. OWCH가 추구하는 주체성, 자립심, 이타심, 무계급 공동체 등을 뚜렷한 목적의식으로 함께 이뤄낼 사람만을 회원으로 맞이한다. 공식적인 가입 조건은 자녀를 출가시키고 홀로 지내는 1인 가구 여성이다. 현재 활동하는 회원의 연령대는 50대 초반부터 80대 후반으로, 의사, 간호사, 배우, 교사, 공무원, 사회복지사, 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업군을 갖고 있다.

흔히 나이가 들면 자아와 삶의 방식이 굳어진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 다른 인생을 살아온 노인들이 뒤늦게 공동체를 이뤄 죽을 때까지 함께 모여 사는 삶은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는 OWCH가 고집을 버리고 결단력과 변화에 열린 개방적 태도를 중시하는 이유다. 청소, 행정, 통신, 회원 관리 등의 주택 관리나 회사 차원의 중요 사항은 정기 그룹 회의를 통해 합의로 정하고, 관리위원회는 해마다 바꿔 선출한다. 계급이나 신분 질서 없이 모두가 공평하게 책임을 나누며 역할을 부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삶의 마지막을 함께 바라보는 만큼 OWCH 회원들에게 이웃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정부의 지원이나 가족의 부양에 의지하는 대신, 옆집의 이웃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았을지 끊임없이 관찰하며 서로의 일거수 일투족을 공유하는 것이 그들의 일상이다. 그래서 공동생활만큼 사생활을 중시하는 일반적인 공유 주택 입주민보다 NGC에 사는 사람들이 더 끈끈한 상호 부양의 관계를 갖는다. 이들에게 이웃의 도움은 우연한 행운이 아니라 언제나 나를 지원해줄 상시 대기조와 같다. 언젠가 한 회원이 급격히 몸이 좋지 않았던 때에 모든 회원이 돌아가며 그녀를 돌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OWCH의 목표는 회원들끼리 잘 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이 네덜란드의 노인 공동 거주에서 용기를 얻어 공동체를 만들고 NGC 입주를 이뤄낸 것처럼, 다른 노인들도 공유 주택으로 새로운 노년의 행복과 소속감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공동 주거 프로젝트에 자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시니어 공유 주택이야말로 타인에게 짐이 되길 원치 않지만, 동시에 사회로부터 고립되기 쉬운 노년 세대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다.

C. 모크린 하우스(Mokrin House of Ideas)

생산성의 극대화를 꿈꾸는 이들의 공유 주택

@세르비아, 모크린(Mokrin, Serbia)

홈페이지 : http://www.mokrinhouse.com

@세르비아, 모크린(Mokrin, Serbia) ©Mokrin House

발칸 반도의 중앙에 위치한 세르비아 국경을 따라 북동쪽을 훑다 보면 마을 하나가 눈에 띈다. 한때 무역과 운송의 중심부로 성장해 유고슬라비아에서 가장 큰 마을을 이룬 곳, 호화 여행의 상징인 오리엔트 특급 열차(Orient Express)가 멈추는 역이 있던 ‘모크린(Mokrin)’이다. 이곳에 생긴 ‘모크린 하우스(Mokrin House)’는 사무실과 주거 공간을 함께 공유하는 세르비아 최초의 공유 주택이다. ‘포브스(Forbes)’가 꼽은 최고의 공유 공간 5위 안에 오를 정도로 훌륭한 사무실이 있다 보니, 휴식과 일의 능률 향상이 균형있게 어우러진 ‘코워케이션(Coworkation)’이 가능한 공간이다.

 

모크린 하우스는 원래 관광객을 위한 문화 센터였다. 하지만 설립자의 아들인 ‘브를작(Brkljač)’의 혜안으로 공유 주택으로 재탄생했다. 이곳은 사무실과 주거 공간, 식당 외에도 체육관, 수영장, 야외극장 등 충분한 여가 시설을 갖췄다. 특히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에서 수차례 수상한 컴포트 룸은 5성급 호텔에 버금가는 디자인과 시설로 유명하다. 수용 인원은 스탠다드 룸과 6인실을 포함해 총 32명이다. 월세는 최저 993유로(€993)에서 최고 1,835유로(€1,835)로, 이는 매 끼니와 인터넷 및 자전거 이용, 각종 행사 참가 비용이 포함된 값이다.

모크린 하우스의 가장 큰 특징은 ‘긍정적 고립’이다. 가장 가까운 도시인 ‘키킨다(Kikinda)’로 가려면 차로 20분이 걸리고, 그 이상의 도시나 국가는 최소 2~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번잡하고 숨 막히는 도시에서 벗어나 자기 일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로 입주자들의 생산성 향상 및 자기계발을 유도한다. 발리 같은 휴양지에도 비슷한 콘셉트의 매력적인 공유 주택은 많지만, 유럽권의 디지털 유목민들이 지구 건너편까지 가기란 쉽지 않다. 그 대안이 바로 모크린 하우스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작가, 개발자, 사업가, 예술가, 프리랜서 등 네트워크 확장이 중요한 직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여기에서 모크린 하우스의 긍정적 고립성의 장점이 발휘된다.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되기 때문이다. 이들을 묶어줄 가장 중요한 주거 요소는 각종 행사다. 행사로는 외부 강사를 초빙해 전문적인 기술을 배우는 워크숍이나, 혹은 자신의 기술이나 경험을 나누고 싶은 입주민이 일일 강사로 나서는 강좌 등이 있다. 무엇보다도 모크린 하우스의 백미는 마스터 클래스를 표방하는 캠프 시리즈다. 대표적인 캠프 세 가지를 살펴보자.

1) 입주민을 위한 글쓰기 캠프(Writing Resident Camp)

 

모크린은 세르비아의 유명한 시인인 ‘미카 앤틱(Mika Antić)’과 저술가 ‘라사 포퍼브(Raša Popov)’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글쓰기 캠프>는 작가들이 사랑하는 도시 모크린과 작품 활동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모크린 하우스의 성격을 잘 살린 캠프다. 12명의 참가자는 유명 작가인 ‘티아나(Tijana Grumić)’의 가이드로 모크린과 그 일대 지역인 ‘바나트(Banat)’, ‘보이보디나(Vojvodina)’ 등을 둘러본 후, 이곳에서 받은 영감을 멘토와 함께 일주일 동안 작품으로 풀어낸다. 캠프의 마지막 날에는 자신이 쓴 글을 모두 앞에서 낭독하고 의견을 주고받으며 일정을 마친다.

2)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를 위한 캠프(UX Designers Camp)

 

유럽에서 열린 최초의 ‘복합 캠프(Multifunctional Camp)’로, UX 전문가들을 위한 교육 콘텐츠 및 비공식 이벤트를 일주일동안 진행한다. 글로벌 미디어 회사인 ‘스매싱 매거진(Smashing Magazine)’ 설립자의 대담을 듣고 ‘어도비(Adobe)’와 실리콘 밸리의 숱한 회사를 거쳐오며 잔뼈가 굵은 강사들에게 UX 기술을 배우며 밀착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스피커만 말하는 일방적인 콘퍼런스가 아니라, 100명 이상의 UX 종사자들이 함께 토론하는 언콘퍼런스를 열고 자유롭게 교류한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3) 렌즈를 통해 보는 사진 캠프(Through The Lens Photo Camp) 

 

뉴욕의 ‘비주얼 아트스쿨(School of Visual Arts)’에서 미술학을 전공한 포토그래퍼, 아웃도어 전문 비디오그래퍼 등 수준 높은 4명의 멘토와 함께 일주일 동안 사진 촬영에 관한 지식을 배우는 사진 캠프이다. 음식, 제품, 풍경, 인물, 패션을 다루는 사진 촬영 기법과 편집 기술까지 전부 배우는 생산적인 캠프로, 지금까지 모크린 하우스에서 열린 캠프 중 가장 오래되었다. 캠프의 마지막 시간에는 참가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며 창작물을 공유한다.

모크린 하우스의 캠프 시리즈는 입주민뿐 아니라 인근 지역인 키킨다나 모크린에 거주하는 지역 주민도 참여할 수 있다. 사무실 공간도 학생, 작가, 프리랜서처럼 작업 공간이 필요한 지역 주민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모크린 하우스에 이메일로 이용 의사를 보내면 확인 후 공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모크린 하우스는 “네가 가진 시간을 현명하게 사용하라”는 공간의 좌우명대로, 자기계발과 성장을 꿈꾸는 모두가 모크린 하우스라는 접점을 통해 만나고 함께 성장하도록 돕는다. 물론, 외부 입주민이 지역 커뮤니티와 자연스럽게 교류하면서 모크린에 불어넣는 새로운 에너지 또한 모크린 하우스가 의도한 부분일 것이다.

“사회적 유대를 가진 사람이 더 오래 살고, 신체적으로 더 건강하고 행복하며, 

정신적인 스트레스 또한 덜 받는다.”

엘리자베스 롬바르도(Elizabeth Lombardo), 임상심리학자

 

OWCH 창립 멤버인 메리디언은 한 인터뷰에서 “NGC가 나를 계속 살아있고 싶게 만들어요.”라고 말했다. 공유 주택이 삶에 동기를 부여한다는 대목이다. 내 집이 너의 집이기도 하다는 것은, 타인이 살아가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며 나 역시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는 원동력을 공유하는 것과 같다. 나아가 내 생각을 들어줄 사람, 나와 함께 행동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사람에게 정서적인 안정과 사회적 유대감을 깊이 안겨준다.

 

물론, 공동 주거라는 대안적 삶의 방식은 1인 가구로서 누릴 수 있는 개인적인 기대와 공동체적 소속감과 안정감과 같은 사회적 욕구가 균형을 이룰 때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다. 기본적인 주거 시설을 공유하는 것만 가능한 곳도 있겠지만 사람들은 점점 그 이상의 가치를 공유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요구하고 있다.

 

공유 주택은 이미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물리적인 시설의 다양화보다는 삶의 방식과 목적의식,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공유 주택을 고르는 옵션이 다양해져야 한다. 미래에는 주택을 꾸리고 관리하는 공동체가 어떤 가치를 좇아 협력하는 관계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집을 선택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어떤 모습으로 공동 주거의 시대가 펼쳐질 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