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우리는 <음악이 추구하는 가치, 결국 사람 (상)> 기사에서 음악을 주제로 한 사회공헌 활동을 살펴봤다. 전 세계 어린이를 대상으로 차세대 음악인을 양성하는 ‘리바이스 뮤직 프로젝트(Levi’s Music Project, 이하 LMP)’와 신예 음악인에게 최고의 작업 환경과 네트워킹의 기회를 제공하는 ‘레드불 뮤직 아카데미(Red Bull Music Academy, 이하 RBMA)’였다.

 

두 브랜드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음악인의 주 연령층은 다르지만, 주류 음악씬의 사람과 연계한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비주류 음악씬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모이고, 어떤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있을까? 이번 기사에서는 인디 음악을 발굴하고, 쇼케이스와 페스티벌로 국경을 넘나들며 서로의 음악을 공유하는 움직임을 소개하려고 한다.

 

<목록> 

C. 인디 뮤지션을 발굴하는 음악씬의 새로운 엔진 ‘Musician Wanted’

D. 새로운 음악을 찾아 헤매는 리스너에게 뮤지션을 연결하다 ‘ZANDARI FESTA’

E. 음악과 함께 북쪽을 향해 오르는 철마 ‘DMZ Peace Train Music Festival’

C. 인디 뮤지션을 발굴하는 음악씬의 새로운 엔진

 Musicians Wanted

 

반스(VANS)는 액션 스포츠 브랜드를 표방한다. 하지만 운동에만 초점을 맞춘 진부한 스포츠 이벤트를 만들진 않는다. 반스는 비주류 문화예술인 ‘스트릿씬’에서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다. 그 영향력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뮤지션 원티드(Musicians Wanted)’는 그 일환으로, 인디 음악씬에 힘을 불어넣고 인디 음악이라는 광산에서 새로운 음악인과 음악을 발굴하는 캠페인이다.

뮤지션 원티드는 힙합, 펑크, 하드코어 록은 물론이고 팝, 재즈, R&B, 소울, 일렉트로닉 등 모든 장르의 음악인에게 열려있다. 다만 레이블에 속해 있지 않은 독립 음악인과 밴드의 음악을 발굴하는 것이 철칙이다. 굳이 레이블 미소속이라는 조건을 단 이유가 무엇인지,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시한 인디 음악씬의 생태계 모형을 통해 살펴보자.

위 자료에서 볼 수 있듯 인디 레이블은 인디 음악을 공연, 음원, 미디어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한다. 또한, 각종 기획사와 언론 매체, 배급사, 인터넷 에이전시, 모바일 플랫폼을 아우르는 폭넓은 유통 단계를 다루고 있다. 여기에 다수의 인디 음악인을 배출한 경험으로 인디 음악 팬을 노련하게 겨냥하는 숙달된 홍보 솜씨까지 갖추고 있다. 인디 음악인이 레이블의 도움 없이 창작부터 기획, 제작, 유통까지 홀로 전담하기는 벅차다. 반스가 뮤지션 원티드를 개최하게 된 배경은 레이블에 소속되지 않은 음악인을 위해 그 역할을 대신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우스 오브 반스 © Vans
하우스 오브 반스 © Vans

뮤지션 원티드의 참가 방법은 간단하다. 지원 기간 동안 창작한 자작곡의 링크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뮤지션원티드’, ‘@vans_korea’와 함께 올리면 끝이다. 접수된 음악은 국내외 정상급 뮤지션이 창의성, 독창성, 완성도를 기준으로 심사한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파이널 경연에 올라갈 최종 3팀은 온라인 투표로 선발된다. 마지막으로 최종 콘테스트에서 곡의 구성과 완성도, 관객 호응도를 합산하여 우승자를 가린다.

 

House of Vans Seoul: Musicians Wanted 2016 contest recap

뮤지션 원티드는 해마다 펑크, 힙합, EDM 등 여러 장르의 음악 레이블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인디 음악씬의 개성, 정통성, 다양성을 두루 추구하며 반스가 발굴하는 음악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서다. 이렇게 발굴된 최종 우승자에게는 여러 가지 부상이 주어진다. 우선, 반스에서 개최하는 가장 큰 이벤트인 ‘하우스 오브 반스(House of Vans, 전 세계 각지에서 스케이트 파크, 설치 미술, 각종 워크숍, 콘서트를 아우르는 팝업형 페스티벌)’의 오프닝 무대를 장식할 기회를 준다. 또한, 해당연도에 반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레이블에서 싱글, 음반, 한정판 바이닐 등을 발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애플 뮤직(Aapple Music)’ 내 ‘하우스 오브 반스’ 카테고리에 음원을 올려준다. 더불어, 1년 동안 음악 활동에 필요한 반스 제품 지원 혜택도 매력적인 보상이다.

 

현재, 뮤지션 원티드는 한국, 중국, 홍콩, 필리핀, 싱가폴, 말레이시아가 포함된 아시아권으로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각 국가별 우승자는 ‘아시아 뮤지션 원티드 쇼케이스’에 국가대표로 참여하여 아시아 최고의 음악인을 가리는 경연을 펼친다. 2018년도에 최종 우승을 차지한 홍콩 국적의 ‘시즌스 포 체인지(Seasons For Change)’ 밴드는 <하우스 오브 반스 광저우>에서 ‘래퍼 스쿨보이 큐(ScHoolboy Q)’의 오프닝 스테이지에 오르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록밴드 ‘더 바스타즈(The Vastards)’, 네오 사이키델릭 밴드 ‘DTSQ’, 펑크 밴드 ‘배티애스(Bettyass)’ 등 숨겨져 있던 실력파 음악인들이 뭍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

 

하우스 오브 반스 서울

 

뮤지션 원티드가 처음 개최될 당시, 참가팀은 약 50팀에 그쳤다. 하지만 2회차 만에 8배나 많아진 약 400팀이 신청했다고 한다. 공연 기회와 지원이 간절한 인디 음악인에게 반스의 행보가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 짐작할 수 있다. 대중 음악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자본과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그들에게 이 대회는 단순한 경연대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반스의 유니크한 브랜드 문화와 감수성 위에 자신의 상상력과 개성으로 흩뿌린 새로운 음악적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올해 열릴 뮤지션 원티드에 어떤 음악인이 참가할지 기대된다.

D. 새로운 음악을 찾아 헤매는 리스너에게 뮤지션을 연결하다 

ZANDARI FESTA

 

홍대는 2000년대 이후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지이자, 망원, 연남, 연희를 아우르는 거대한 상업지구가 되었다. 인디 음악인들에게 홍대 앞은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어주는 고향과 같은 곳이다. 특히, 예전부터 서교동은 앨범 발매와 라이브 공연의 기회를 찾아온 사람들로 시끌벅적했다. 그곳에 작은 개천이 있던 시절, ‘잔다리’라는 이름의 작은 다리를 건너다닌 뮤지션이 숱할 것이다. ‘잔다리 페스타(Zandari Festa)’는 이곳을 기반으로 탄생한 ‘인디 음악 쇼케이스 페스티벌’이다.

 

잔다리 페스타는 음악을 사랑하는 전 세계 50여 명의 기획자와 음악인들이 인디 음악의 창구 역할을 하는 페스티벌을 만들어 보자는 데에 합의하여 만들어졌다. 홍대 KT&G 상상마당, 롤링홀, 무브홀, 벨로주, 에반스 라운지 등 다분히 ‘홍대적인’ 공연 장소에서 해당 페스타를 개최한 지 벌써 8년째다. 미국, 영국, 태국, 일본, 프랑스, 헝가리, 리투아니아 등 해외 인디 음악인의 음악도 두루 소개하고 있다. 잔다리 페스타에 가면 전 세계 인디 음악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잔다리 페스타의 핵심 콘텐츠는 홍대 곳곳에서 나흘간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는 ‘공식 쇼케이스’다. 여기에 요일마다 다른 국가의 음악인과 음악을 만날 수 있는 ‘스페셜 프로그램’ 또한 축제의 백미다. 2018년에는 3일 동안 ‘헝가리안 나이트(Hungarian Night)’, ‘프렌치 나이트(French Night)’, ‘브리티시 나이트(British Night)’를 열고 다양한 문화권의 음악을 들어보는 묘미를 선물했다. 헝가리안 나이트는 헝가리 ‘음악 수출 담당국’의 주도로 헝가리 음악인이 함께했고, 프렌치 나이트는 ‘주한 프랑스 대사관’, ‘뷰로 엑스포트(The Bureau Export)’, ‘프랑스 문화원(The Insitut Français)’, ‘프랑스저작권협회(The SACEM)’가 협력해 프랑스 최고의 인디 음악인을 초청했다. 브리티시 나이트에는 잔다리 페스타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영국의 인디음악 페스티벌, ‘리버풀 사운드 시티(Liverpool Sound City)’의 음악인들이 참여했다.

2018 Zandari Festa Highlights 

“라인업 중심이 아닌, 새로운 뮤지션과 음악을 발견하는 즐거움,

뮤지션, 음악산업 관계자, 관객이 하나되는 즐거움을 느끼길 바란다.” 

– 잔다리페스타 

세계 각국에서 인디 음악씬의 활성화를 위해 모인 만큼, 실질적인 정보 공유와 네트워킹을 위한 콘퍼런스도 열린다. 국내외 음악 산업 관계자들이 스피커와 패널로 모여 인디 음악의 지원 체계를 함께 진단한다. 해외 진출 지원 정책의 방향 및 개선사항, 한국의 음악 생태계 복원, 대륙 간의 음악 교류 등도 논의한다. 현재 음악산업의 트렌드와 라이브 공연 관련 이슈 등 쇼케이스 플랫폼의 성장을 도모하고, 인디 음악인들이 살아남을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다.

 

잔다리 페스타는 각박한 인디씬에서 자신의 음악을 지키려는 음악인들이 관객과 닿을 수 있는 소중한 페스티벌이다. 이 무대에 선 국내 밴드 ‘잠비나이’, ‘이디오테잎’, ‘세이수미’는 해외 시장으로 진출해, 현재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인디 음악인들에게는 관객과 소통하는 무대를 즐기면서, 동시에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출을 꿈꿀 수도 있는 축제인 것이다.

 

뜻밖에도 잔다리 페스타는 남북한이 얽혀있는 큰 페스티벌의 실마리를 제공하게 된다. 음악과 사람을 잇는 잔다리 페스타의 음악적 연대성을 생각해보면, 남과 북을 잇는 평화로운 가교가 필요한 이 시점에 자연스러운 결과일지도 모른다.

E. 음악과 함께 북쪽으로 향하는 철마 

DMZ Peace Train Music Festival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은 남북의 작은 소통 하나에도 전 세계의 이목을 받는다. 남과 북의 전쟁은 쉽게 메울 수 없는 역사의 골을 남겼다. 정부는 그동안 비극으로 얽힌 역사의 타래를 풀기 위해 남북정상회담 개최, 대북확성기 철거, 표준시간 통일 등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심화되고 있는 내부의 갈등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루기 까지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념과 담론의 대립은 뒤로하고, 음악으로 평화의 연대를 꾀하는 움직임이 있다. 바로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DMZ Peace Train Music Festival, 이하 피스트레인)’이다. 한국의 수도인 서울과 강원도 철원의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 DMZ)일대가 그 무대로 적절하다는 데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었다.

“음악을 통해 국가, 정치, 경제, 이념, 인종을 초월하고 자유와 평화를 경험하자”

 

피스트레인은 DMZ에서 음악으로 분쟁을 치유하고 평화를 외치는 축제다. 남북의 평화와 관련된 축제니 국내 단체가 기획했다고 예상할 수도 있겠지만, 놀랍게도 발단은 잔다리 페스타에 초청되어 한국을 찾았던 한 외국인의 희망이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음악 축제인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Glastonbury Festival)의 기획자, ‘마틴 엘본(Martin Elbourne)’은 잔다리 페스타가 끝난 뒤 향했던 DMZ 투어에서,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열차의 꿈을 음악으로 이루리라 결심했다.

 

엘본의 아이디어에 잔다리 페스타팀이 합류했고, 서울시와 강원도 철원군의 긴밀한 협력이 더해지면서 구체적인 축제 기획에 가속이 붙었다. 영국으로 돌아간 엘본은 영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교육・인권 자선운동가인 ‘캣 스티븐스(Cat Stevens)’를 찾아갔다. 그리고 평화를 노래하는 그의 전설적인 음악 <Peace Train>을 페스티벌의 이름으로 사용해도 된다는 승낙을 받아냈다.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이어 6월에 서울과 철원에서 피스트레인의 막이 올랐다.

작년에 최초로 열린 피스트레인은 나흘 동안 모든 공연이 무료로 열렸다. 개최 당일과 둘째날은 서울의 ‘플랫폼창동61’에서 국제 콘퍼런스와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나머지 이틀은 철원의 고석정, 노동당사, 월정리역에서 국내·외 음악인들의 공연과 장소에 어울리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상징적으로 6월 24일에 마지막 무대를 선보여 6.25 전쟁이 발발했던 바로 그 날짜를 앞두고 ‘평화’를 떠올리게끔 했다.

 

“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남북의 중요한 과도기 음악인으로서 서방의 연대를 보여 주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 글렌 매트록(Glen Matlock)

 

콘퍼런스에는 음악인, 음악산업 관계자, 평화운동가, 저널리스트 등 16인이 참여했다. 시대를 이끌었던 음악 운동의 역사를 기억하고,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가져올 미래 음악과 피스트레인의 비전 및 전략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마틴 엘본과 마주 앉아 ‘음악’과 ‘평화’에 대한 대담을 나누기도 했다. 또, 전설의 록 밴드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의 원년 멤버인 ‘글렌 매트록(Glen Matlock)’이 ‘저항 음악’과 ‘도시’를 논한 의미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서울을 떠나 철원으로 향하는 3시간 동안, 달리는 철마 안에서는 페스티벌 중 단 한 번 열리는 ‘피스트레인 라이브(Peace Train Live)’가 펼쳐졌다. 사전 신청에 성공한 130여 명의 승객이 열차에 오른 출연진의 강연, 콘서트, 즉흥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었다. 승객들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청년 예술가의 냉전 체제의 종식을 논하는 강연에 집중했다. 또, 아프리카 소울 퍼포먼스 팀 ‘쿨레 칸(Koule Kan)’과 록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Galaxy Express)’,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뉴턴 포크너(Newton Faulkner)’의 흥겨운 공연을 즐겼다. 철원행 기차는 이미 하나 되는 기쁨으로 들썩였다.

잔뜩 깎인 벼랑과 하얀 모래밭 계곡이 절경인 ‘고석정’에는 아름다운 메인 스테이지(Main stage)와 플레이 스테이지(Play stage)가 세워졌다. 건물 측면에 거대한 구멍이 뚫린 채, 전쟁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존해 온 ‘노동당사’도 이 행사의 또 다른 공연 장소로 채택됐다. 민간인 통제구역인 이곳이 평화의 음악을 위해 특별히 개방됐다는 점에서 피스트레인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유명한 문구의 팻말이 세워진 ‘월정리역’ 역시 통제 구역 안에 위치한 무대가 되었다. 남방한계선에 가장 근접한 기차역 철도 위에서 최초로 열린 이 페스티벌은 모두가 한 마음으로 평화를 염원하는 감동적인 순간을 만들었다.

 

공연에는 ‘신대철’, ‘강산에’, ‘김수철’ 등 시니어 음악인 뿐 아니라 ‘이디오테잎’, ‘장기하와 얼굴들’, ‘방백’, ‘이상순’, ‘세이수미’, ‘새소년’ 등 인디씬에서 맹활약 중인 음악인도 대거 참여했다. 이 외에도 세계 주요 분쟁지인 팔레스타인을 포함하여 프랑스, 일본, 영국, 스코틀랜드 등 총 7개국 34팀의 국내·외 인디 음악인이 함께 무대를 꽉 채우며 국가와 민족을 초월한 평화의 연대를 보여주었다. ‘노동당사’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의 개・폐막식 안무를 맡았던 차진엽의 ‘컬렉티브 에이(Collective A)’가 남북의 상처를 딛고 화해하는 과정을 퍼포먼스로 풀어내 의미를 더했다.

사람과 사람을 융화시키는 음악, 국가의 장벽을 허물고 모두를 연결시키다   

 

본 기사 (상)편에서도 강조한 이야기다. 음악은 타인과 함께일 때 더욱 빛난다. 음악은 노래하고 연주하는 이들을 하나로 만들고, 동시에 듣는 이들과도 소통하게 해준다. 사람과 사람을 융화시키는 음악은 평화로움을 만든다. 벽을 허물고 갈등을 완화하는 힘이 있다.

 

반스의 ‘뮤지션 원티드’는 숨어있던 인디 음악인과 관객이 만날 수 있는 연결점을 제공한다. 인디 음악의 최종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두고 격돌하는 경쟁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음악인들은 척박한 인디 음악씬을 함께 헤쳐나간다는 점에서 동지애를 느끼고 자연스럽게 공감의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물론 이 공감대는 아시아권에서도 동일한 맥락으로 나타나고, 국경을 넘나드는 인디 음악인들의 끈끈한 네트워킹으로 확장한다.

 

‘잔다리 페스타’와 ‘피스트레인’ 역시 음악적 연대의 힘으로 국경과 정치적 이념을 초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출신, 이념, 인지도, 상업성에 상관없이 그저 음악으로 하나 되는 ‘잔다리 페스타’는 좁았던 문을 넓히고 더욱 많은 이들을 그들의 세계로 초대한다. 그 초월과 연결의 힘을 이어받은 ‘피스트레인’은 음악이라는 열쇠로 굳게 닫힌 남북 통제 구역의 문을 여는데 성공했다. 인디 음악인들의 진정성과 간절함이 만든 결과물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음악의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올해 열리는 피스트레인은 북측의 음악인이 합류해 새롭게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