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3 Dots

▪ 챗 GPT 등장 2년 만에 더욱더 고도화된 AI 기술은 빠른 속도로 일상에 침투하여 모든 산업의 중심이 되었다.
▪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어 대화만으로도 누구나 AI를 활용해 창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 이제는 보편화된 생성형 AI 기술과 변화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슬기롭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과 제도적 장치 모색이 필요하다.

 


 

전화기, 자동차, 텔레비전, 컴퓨터, 스마트폰 등 기술의 새로운 등장은 그것을 기점으로 시대를 가를 수 있을 만큼 사회적으로 큰 화제였다. 그 이상 무엇이 있을까 싶던 우리의 내일을 또 한번 바꿀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다. 어느덧 일상 곳곳에 깊이 침투한 인공지능이다. 이제 세상은 인공지능 등장 전과 후로 나뉜다. 부정확한 답변으로 AI의 신뢰성을 의심받았던 초기의 챗GPT는 방대한 양의 텍스트 샘플 훈련과 학습을 거듭하며 어느덧 고도화된 GPT 3-5  버전으로 진화했다. 지금도 자가 발전 중인 대화형 텍스트 생성 모델인 챗GPT는 AI 시장의 기폭제가 되었고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이미지, 영상, 사운드까지 생성이 가능한 시대를 열었다. 출시한 지 불과 2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챗GPT 같은 생성형 AI 플랫폼이 본격 등판하면서 이미 모든 산업은 AI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기업에서도 제품에 AI 서비스를 접목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올해 초 삼성전자에서는 갤럭시S24를 통해 온디바이스AI를 선보였다. 기존에는 네트워크를 연결한 상태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었지만, 갤럭시S24는 스마트폰 기기 자체에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기술을 탑재해 인터넷 연결이나 별도의 앱을 작동할 필요가 없이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통화 중 실시간으로 양방향 통역을 제공하고,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번역하여 오타 수정 및 말투를 제안해 준다. 노트 어시스트를 통해 텍스트의 요약 정리 또한 가능하다.

 

가전 시장의 최대 관심사 역시 AI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4에서 국내 기업 삼성과 LG는 AI 기술을 접목한 가전을 선보였다. 삼성은 냉장고 내부를 카메라로 감지해 조리 가능한 요리를 알려주는 등 냉장고, 인덕션, 삼성푸드 서비스의 유기적 연결을 통한 AI 기반의 “푸드 에코시스템”을 예고했다. LG는 만능 가사도우미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를 공개했다. 집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카메라·센서 등으로 집 안 환경 데이터를 수집해 가사 일을 돕는 AI 로봇이다. 사용자의 니즈와 건강을 파악해 온습도를 자동 조절하는 등 필요한 것을 알아서 공급하는 미래형 스마트홈을 목표로 한다. 음성인식 기반으로 일상 속 비서 역할을 해주었던 AI 스피커도 한층 진화되고 있다. 음성인식 AI 플랫폼에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의 생성형 AI를 도입하여 “안방이 습해”라고만 말해도 이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동작을 실행하는, 대화하듯 자연스러운 음성제어가 가능하게 될 예정이다.

 

AI 기술은 제품 개발 단계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24년 3월 SPC그룹 배스킨라빈스는 AI 기술 기반으로 신제품을 출시하였다. “AI NPD(New Product Development) 시스템”은 배스킨라빈스가 지금까지 1,500가지가 넘는 맛을 개발하며 축적한 상품개발 노하우와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핵심 키워드를 도출해 AI에 질문하며 신제품을 출시하는 상품개발 과정이다. AI 기술 기반 제품인 딥플레이버 시리즈의 첫 주자인 오렌지 얼그레이는 3월 한 달 반응이 좋았던 과일 오렌지와 최근 떠오르는 키워드인 티(tea)로 도출된 결과값이라고 한다.

스마트홈 AI 에이전트 홍보 이미지 ⓒ LG전자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딥 플레이버 시리즈의 ‘오렌지 얼그레이’ ⓒ 배스킨라빈스

세상의 중심에서 AI를 외치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최근 미국 경영대학원에서는 AI 활용 교육을 강화하는 중이다. 기업이 AI 활용 능력을 갖춘 인재를 고용하는 추세가 강화되며, 미국의 주요 경영대학원에서는 MBA 학부생이 AI를 적극 활용하도록 법의학 회계에서부터 마케팅까지 20개의 AI 관련 교육을 실시한다. 개편을 주도한 미국 코고드 경영대학원(Kogod School of Business) 데이비드 마칙(David Marchick) 학장은 “무슨 일을 하든 AI를 사용하는 법을 반드시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I에게 일자리를 뺏기는 것이 아닌 인간이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의 시나 아이엔가 교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빠르고 종합적으로 만들기 위해 AI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BA 지망생 중 40%는 AI를 배우는 것이 경영대학원 학위 취득에 필수적이라고 답하며 학생들 또한 AI 활용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AI 인재는 국내에서도 매우 주목받고 있다. 기업은 AI 기술을 활용한 본부를 신설하고, 내부 임직원의 AI 활용 역량 강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챗 GPT 도입 초반에는 사람들이 이를 업무에 활용하면서 기업의 기밀정보 유출 등 문제가 대두되었다. 당시 일부 기업들은 사내 챗GPT 사용 금지를 방침으로 내세우며 활용을 통제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네이버와 KT를 비롯한 기업들이 업무 효율화를 목적으로 점차 자체 AI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내부 데이터 및 참고 자료를 통해 전문 분야의 이해도를 높이고, 기업을 위한 맞춤형 답변을 생성할 수 있는 기업만의 챗GPT를 만드는 셈이다.

 

교육/출판 산업에서도 AI 관련 교육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중이다. 자료 조사, 문서 작업은 기본이고,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AI 이메일·기획서 등 비즈니스 글쓰기와 PPT·엑셀 등 업무 자동화 방법, 학생들을 위한 챗 GPT를 활용한 영어학습법, 생성형 AI로 만드는 웹사이트 제작법, 미드저니를 활용한 쇼츠 제작법 등 다양하다. 과거 업계의 우려가 무심하게, 지금 AI는 모든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사회 전반적으로 AI 기술 활용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튜브나 블로그 검색만으로도 AI 활용법에 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을 정도이다.

‘인공지능 활용’ 도서들 ⓒ AI 아트 매거진
‘인공지능 활용’ 도서들 ⓒ 박경수, 한빛비즈

가까운 듯 먼 AI? 직접 만드는 AI 플랫폼

사용자들 사이에선 최근 챗GPT를 커스터마이징하는 맞춤형 챗GPT, GPTs가 화제다. GPTs는 GPT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챗봇이 수행해야 할 일을 명령 창에 설정하면 즉시 만들어진다. 개발자가 아니어도, 코딩 없이도 누구나 자신만의 목적에 따라 특화된 챗봇을 만들 수 있다. 지난 1월 오픈 AI는 챗봇 서비스를 거래할 수 있는 마켓 GPT store를 출시했으며,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2달 만에 약 300만 개의 맞춤형 챗봇이 스토어에 업로드되었고 달리(Dall-e), 글쓰기(Writing), 생산성(Productivity), 연구(Research), 프로그래밍(Programming), 교육(Education), 생활(Lifestyle) 등 카테고리에 따라 세분되어 있다.

 

개인 이용자에 의해 만들어진 AI 챗봇은 개발자를 통해 배포된 링크로 접근할 수도 있다. 면접관 챗봇은 회사와 직종에 맞춘 모의 면접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질문과 답변 예시를 제공하며 사용자의 면접 연습을 돕는다. 개발자를 제외한 일반 유저들의 시스템 개발이 가능해지기에 향후 GPTs는 AI 서비스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챗봇 개발자의 수익화 방안도 공개될 예정인데, 현재는 월 20달러를 지불하는 Chat GPT Plus를 구독한 이용자에 한해 이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 업계 관계자는 유료 구독의 폐쇄성 때문에 대중화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업에서는 GPTs를 활용해 만든 챗봇을 GPT스토어에 서비스를 공유했다. 그래픽 디자인 편집 플랫폼 캔바와 여행 일정 관리 플랫폼 카약이 대표적이다. 국내 폰트 플랫폼 산돌은 AI 기반 폰트 검색 기술을 활용해 이미지 속 한글 폰트 검색을 돕는 서비스 “Korean Font Finder”를 개발했다. K-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한글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며 글로벌 콘텐츠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GPT 스토어는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시장 진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GPTs 스토어의 Korean font finder 설명 화면 ⓒ Korean Font Finder
다양한 GPTs를 확인할 수 있는 GPTStore ⓒ GPTStore.ai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세상

예전부터 기술의 발전 뒤에는 항상 부정적인 목소리가 뒤따랐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며 일자리에 종말이 올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창의성 기반의 예술 영역의 위협, 거짓 정보 유포 및 악용 등에 대한 우려였다. 그러나 이제 AI는 기업을 넘어, 소비자들에게도 일상화되었다. 사용자가 따로 AI 플랫폼을 접속하지 않아도 될 만큼 보편화되는 등 더욱 이용이 편리해졌다.

 

사진, 동영상, 그래픽 등 디자인 관련 소프트웨어 시장을 주도하는 어도비(Adobe)가 자사 생성형 AI 모델 파이어플라이(firefly)를 도입하며 크리에이터들에게 AI를 활용한 도움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어도비에서는 자사 어도비 스톡 라이브러리와 개방형 라이선스, 저작권 제약이 없는 콘텐츠의 데이터로 AI 모델을 훈련시켜 저작권 문제를 해결했다. 어도비는 생성형 AI를 받아들이고, 시장에서 민감한 저작권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더 많은 크리에이터가 편리하게 AI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현재까지 파이어플라이를 활용해 생성된 이미지는 65억 개 이상이다. 기존의 창작자뿐 아니라 누구나 어도비를 통해 일상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포토샵에서는 이미지 업로드 후, 생성하기 버튼을 누르면 텍스트 프롬프트를 통해 클릭 한 번으로 이미지를 새롭게 디자인할 수 있다. 생성형 AI를 도입하기 전까지는 사진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디자이너만이 사용했던 효과들을 프롬프트를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지를 업로드하지 않아도 달리(Dall-e)와 미드저니(Midjourney)에서 텍스트 기반으로 제작하려는 이미지의 정보 값을 입력해 창작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장소, 인물, 조명, 색감 등 섬세하게 상황 연출이 가능하다. Text to image(텍스트 투 이미지)를 지나 이제는 Text to video(텍스트 투 비디오)도 가능해졌다. 영상을 제작하는 생성형 AI 모델 소라(SORA)는 텍스트 기반의 명령어를 간단히 입력하면 최대 1분 길이의 고화질 영상을 만들어 낸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제작자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촬영감독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복잡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고, 고품질의 비디오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콘텐츠 제작의 진입 장벽이 낮춰짐으로써 1인 미디어 시대에 더욱 다양한 콘텐츠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한다.

 

한편 최근 유튜브에서는 가수, 유명인의 목소리를 AI에 학습시켜 모창하는 AI 커버 곡이 화제다. 보이스 엔진은 15초 분량의 음성 샘플만 있으면 사실적인 유사 목소리 구현이 가능하다. 가수 아이유가 부르는 비비의 밤양갱, 가수 임재범이 부르는 뉴진스의 Hype boy 등 실제 가수들의 저작권은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제작 및 확산되어 부정적인 여론이 이어지고 있다. 목소리는 수익을 배분받을 수 있는 저작인접권이 인정되지 않아, AI 커버 곡이 저작권법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빌리 아일리시와 케이티 페리 등 200여 명의 팝가수가 AI 회사와 개발자를 대상으로 저작권을 침해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예술가 권리연합(Artists’ Rights Alliance)을 작성하고 공개서한에 서명했다. 생성형 AI로 만들어진 커버 곡은 가수의 창의성을 침해함과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정보의 오인지를 전달할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전문가의 영역이었던 작곡 또한 생성형 AI 플랫폼을 활용하여 지식이 없는 비전문가도 누구나 몇 분 만에 음악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콘텐츠에 “AI 생성물입니다” 등 문구 표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AI 생성 콘텐츠에 워터마크를 표시하는 등 별도로 표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AI 생성 콘텐츠 문구 표시가 된 뉴스 화면 ⓒ CBS NEWS
음성변조 플랫폼 HItPaw ⓒ HItPaw

챗GPT가 등장한 지 약 2년 만에 AI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했고,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 영상, 목소리 기반의 생성형 AI가 줄줄이 생겨났다. 앞으로 우리는 이보다 이른 시일 내에 더욱 다양하고 획기적인 AI 플랫폼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일상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AI 기술을 비판하고 우려만 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변화를 수용하고 잘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할 때다. 이미 AI 기술을 인정하고 산업 곳곳에서 AI를 활용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AI가 야기하는 윤리적 문제는 계속해서 머리를 맞대고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다. 이제는 어도비의 파이어 플라이 사례처럼 기업에 해결책이 되어줄 생성형 AI 플랫폼 제작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연구할 필요 역시 있어 보인다. 개인은 타인의 저작권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고 AI를 활용해 만들어진 창작물은 크리에이터로서의 존중과 더불어 그들만의 저작권을 부여해야 하지 않을까? 어느덧 우리의 일상이 된 AI 기술을 긍정적이고 유연하게 활용함으로써 우리의 삶이 더욱 윤택해지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