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고대 로마에는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광장 문화가 있었다. 사람들은 광장에 나와 대화하고, 토론하며, 다양한 사교 행위를 즐겼다. 때로는 그곳에서 격렬한 정치 토론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러한 역할 때문인지 로마 시민들에게 광장은 중요하고도 의미 있는 공간이 되었다.

 

로마 시대의 광장을 고대 라틴어로 포룸(Forum)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현재 사용하는 영어 단어 포럼(Forum)의 어원이기도 하다. 특정 주제 안에서 발표와 질의응답 등 공식적인 형식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고대의 광장 문화와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현시대의 포럼 또한 사람들이 모여 토론을 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골자를 같이 한다.

 

요즘의 포럼은 사회 각계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열리고 있다. 그중 가장 최근에 많이 다루어지고 있는 포럼 주제 중 하나가 바로 환경 문제다. 지금까지 인류는 지구가 제공하는 다양한 자원과 환경을 유용하게 쓰는 데만 집중해 왔다. 그러나 고도의 산업화가 가져온 기후변화, 자원고갈 등의 문제로 인해 많은 분야에서 환경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범사회적으로 당면한 해결 과제가 되었다.

 

정부, 기업, 시민사회 할 것 없이 모두가 어떻게 하면 환경을 보존하면서 지속 가능한 개발을 이어 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포럼은 모종의 파괴를 수반할 수밖에 없는 개발 방식을 지양하고 지구에 피해를 덜 끼침과 동시에 인간이 건강해질 수 있는 방식들을 찾으려 분투하는 여러 분야의 노력을 한곳으로 모은다.

 

환경 관련 포럼은 형태 또한 무척 다양하다. 학계를 중심으로 학자들의 연구물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포럼, 정부 기관과 지자체를 중심으로 환경 정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포럼, 시민 사회 혹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열리는 포럼 등 구체적인 주제와 주최 기관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이 글에서는 최근 국내에서 열린 다양한 환경 포럼 사례를 통해 다음 세대에게 더 건강한 세상을 물려주려 노력하는 이들의 분투를 소개하려고 한다.

플라스틱 제로 사회를 꿈꾸며: 제주플러스 국제환경포럼 2021

제주플러스 국제환경포럼 2021(이하 ‘제주플러스 포럼’)은 제주특별자치도, 한국환경공단, 그리고 언론사 뉴스원의 주최로 2021년 7월, 오프라인 및 온라인 웨비나(Webinar) 형식으로 개최되었다. 특별히 이 포럼은 플라스틱 문제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플라스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환경 문제에 대해 알리고, 플라스틱으로 인한 악영향을 줄일 수 있는 해법을 고민하는 것이 이 포럼의 취지였다. 또한 기업과 민간단체가 어떻게 하면 플라스틱 발생량을 줄이고 적절하게 재활용할 수 있을지를 논의함으로써 탈 플라스틱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포럼의 핵심 목표이기도 했다.

 

제주플러스 포럼에서는 플라스틱이라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고 깊이 있는 발표들이 이루어졌다. 예를 들면 플라스틱이 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 방법, 기업들의 플라스틱 저감 노력,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오염 실태 고발, 그리고 생활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 정책 제안 등이다. 플라스틱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만으로도 이렇게 다양한 발제 주제들이 도출되었다는 것은 플라스틱이 그만큼 이 시대와 미래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특히 제주플러스 포럼에서는 기후 위기 시대 속에서 전 세계 최대 화두가 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UN-SDGs)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인류가 플라스틱 제로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포럼의 메인 세션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및 기후 위기 시대의 순환 경제 주요 전략에 대한 오피니언 리더들의 대담이 이루어져 플라스틱 제로 사회에 대한 시대적 당위성을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이 포럼에서는 EU의 플라스틱 제로 사회 선언에 대한 소개, 그리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의 플라스틱 재활용 정책 현황 등이 소개되어 각 국가가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으며, 또한 대한민국은 향후 어떤 부분에서 더 노력해야 하는지를 점검하고자 했다.

기후변화 시대의 새로운 여행을 논의하다: With Forum 2021

위드 포럼 2021(With Forum 2021, 이하 ‘위드 포럼’)은 전북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의 주최로, 지난해 유튜브 스트리밍에서 진행된 온라인 포럼이다. 전북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는 환경부 지정한 국가 생태관광지 운곡습지, 솔티숲을 포함한 전북 도내 12개의 생태 관광지의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구축하는 기관이다. 위드 포럼은 Wonders in Tourism & Heritage라는 슬로건 아래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여행 방식으로서 생태관광(ecotourism)과 그 중요성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위드 포럼에서는 현대의 발전된 생태관광 개념을 사람들에게 소개하려고 했다.

 

대중들은 흔히 자연을 관찰하거나 이를 활용하는 관광 전반을 생태관광이라고 인식해 왔다. 그러나 정작 그러한 관광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수반되어야 할 생태계 조성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았다. 자연을 누리고자 자연을 파괴하는 아이러니에 대해서 그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생태관광의 형태는 관광 환경을 조성하는 과정에서부터 자연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 동시에 지역 사회의 개발 참여를 통한 주민 복지 향상 및 공동체 발전을 도모한다. 환경과 지역 사회의 필요를 다각적으로 고려하는 고도화된 관광 개발 방법이다. 특히 생태관광지 개발은 생태계의 보전을 꾀하면서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기에 일거양득이며 해당 지역의 마을 공동체 또한 해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위드 포럼에서는 이러한 생태관광의 현주소에 대해 논의하고 지속가능 개발 관점에서 그 중요성과 발전 가능성을 알리는 프로그램들이 주를 이루었다. 기조 강연에서는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생태 관광이 지닌 잠재력과 세계적으로 발전을 거듭하는 생태환경 트렌드가 공유되었다. 또한 전문가 토론 세션에서는 현재의 생태관광 정책을 살펴보고 실제 생태관광 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점과 과제들에 대해 톺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뿐 아니라 토크 프로그램에서는 이전 세대보다 여행에 더 관심이 많은 청년 세대에게 주목받고 있는 생태관광 프로그램들을 소개하고, 생태자원을 지키며 여행하는 방식을 추구하는 또래 청년들의 이야기들을 전했다.

철강도시의 미래를 고민하다: 철강산업도시 상생환경 포럼

철강산업도시 상생환경 포럼(이하 ‘철강산업 포럼’)은 국내 3개 대표 철강도시(당진, 광양, 포항)의 대기 환경 개선 및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고자 환경부와 3개 도시가 공동으로 주최한 민관 협력 포럼이다. 정부 관계자 및 당진, 광양, 포항의 지자체 수장들과 각 도시의 대표 제철소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 도시를 친환경 철강도시로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2019년 1회가 시작되었으며 격년 주기로 2021년에는 2회를 맞이했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철강산업의 경우 제철소의 제련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가 국내에서만 연간 300만 톤으로 추정되며, 1t의 철강 제품을 만들 때마다 약 2t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에 제철산업은 대표적인 탄소 배출 산업으로 손꼽혀왔다. 그러나 철강산업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사회 곳곳에서 탄소중립을 목표로 삼고 탄소 저감을 실천하는 가운데 국내 철강산업 또한 새로운 기술개발 등을 통해 탄소를 억제하거나 재처리할 방법들을 고안해내고 있다.

 

철강산업 포럼은 이러한 탄소 저감 노력을 실천하고 실현하는 일에 정부와 산업이 협력하고자 만들어진 자리다. 1회 포럼에서 세 도시는 지속 가능한 녹색 철강 도시 조성, 상생협력 협약서에 동의하며 대표 철강산업 도시끼리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 노선을 구축했다. 2회차 이번 포럼에서는 각 도시의 대표 제철소들이 새로 참여하여 이러한 움직임에 힘을 보탰다. 포럼을 통해 각 철강 도시와 산업 관계자들이 탄소중립 관련 환경 정책을 공유하고 도시 간 환경 상생 공유체계를 구축할 뿐 아니라, 탄소중립 실천 주체인 철강 산업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실질적 역할을 고민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특히 이번 포럼에서는 친환경 산업화 실현 과정에서 지자체와 정부가 각각 맡아야 할 부분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졌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어떤 한편의 입장이 아닌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주체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측면에서 산업의 친환경화를 고민할 수 있었다. 전반적인 환경 정책을 담당하는 환경부에서는 이번 포럼 가운데 탄소중립 기본법 제정 이후 실행기반 구축에 대한 현황 등을 소개했고, 각 지자체에서는 환경오염시설 관리 방안과 환경오염사고 발생에 있어 환경부의 도움을 촉구했다.

국내에서 진행된 포럼들은 대부분 거대한 담론보다는 환경과 관련된 세부적이고 미시적인 주제들을 가지고 깊고, 폭넓은 논의를 공유했다. 특별히 특정 산업이나 일상에서 접하는 실생활 문제 속에서 어떻게 하면 환경을 보존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이어 나갈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이 모든 이야기를 둘러보다 보면 내 삶과 연결되어 스스로 고민하고 실천해 볼 수 있는 내용이 많다. 실제로 국내의 환경 포럼들에서는 환경 보존이라는 주제가 내가 생활 속에서 매일 만나는 일상의 문제임을 강조한다.

 

당신은 지금 어떤 광장 위에 서 있는가? 분명 우리가 사는 집, 직장, 그리고 생활 반경 안에는 다방면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어떻게 하면 환경을 지킬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는 광장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각각 보이는 모습이 조금씩 다르다 해도 말이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환경에 관심이 있다면 일상 가까이에 존재하는 광장으로 달려가보자. 그리고 그곳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모두가 꿈꾸는 지속 가능한 미래가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