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뉴스에서 국제 정세란 표현이 등장하지 않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국제 정세란 정치, 경제, 문화, 군사 상황 등이 움직이는 종합적인 형편을 뜻한다. 글로벌 마을에 사는 우리에게 국제 정세는 꼭 알아야 할 필수 교양이 되었다. 국제 정세는 어떤 형태로든 우리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국제 정세라는 표현은 여러 나라가 한 문제를 가지고 정치적,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도 그럴 것이 검색 포털에 국제 정세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전쟁, 쿠데타, 외교적 긴장과 같은 부정적 단어가 연이어 등장한다. 그러나 최근 많은 나라가 지혜를 모아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려 애쓰는 국제 정세가 있다. 바로 환경 문제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서로의 입장 차를 헤아리며 환경을 보존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 힘을 모은다. 지금과 같은 개발 방식으로는 지구와 사람 모두가 건강하게 살 수 없음에 공감하고 무엇을 노력해야 할지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그 에너지가 한데 모이는 곳 중 하나가 바로 국제 환경 포럼이다. 때로는 한 국가의 원수나 석학과 연구자들이, 또 때로는 환경 관련 기구의 수장들이 포럼에 모여 환경을 지키기 위해 골몰한다. 이곳에서 각 국가와 국제기구는 공동의 유익을 위해 무엇을 바꿀지 고민하며 특정 정책과 활동을 통해 구체적인 합의안을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국제 포럼은 환경 보존 문제를 몇몇 국가의 자선 활동이 아닌 온 지구촌이 함께 고민해야 할 하나의 거대하고도 중요한 담론으로 만든다. 그렇다면 과연 국제 포럼에서는 어떻게 환경이라는 담론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자.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국제연합의 노력: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Conference of Parties, UNFCCC COP)

국제연합(United Nations, 이하 유엔)은 1992년 6월 리우 선언(Rio Earth Charter)이 발표된 유엔환경개발 회의에서 각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해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 협약을 채택했고, 각국의 서명을 받아 1994년 3월 21일 유엔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이란 이름으로 공식 발효시켰다.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비준한 국가들은 매년 한 장소에 모여 협약 이행 내용을 검토하고, 또한 협약의 효과적인 이행에 필요한 국제적 제도와 행정 절차들을 논의하는 회의를 연다. 이 회의를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라고 하며, 흔히 COP(Conference of Parties)라 부른다.

 

1차 총회(COP 1)는 1995년 베를린에서 열렸으며 126개국이 참여했다. 가장 최근에 열린 2021년 글래스고 26차 총회(COP 26)에는 197개국이 협약에 함께했다. 중요 의제가 있는 경우 국가의 정상들이 직접 참여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각국의 환경부, 외교부, 산업부 등 관계 부처의 대표와 시민단체, 산업계 등 협약 당사국의 환경 문제 관련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다. 총회에서는 각국 대표단의 회의뿐 아니라 이와 연계된 고위급 포럼 및 회의가 같은 일정 안에서 함께 열린다. 또한 부대행사로서 당사국들의 환경 관련 정책 및 관련 산업 홍보 전시 등이 진행된다.

 

환경과 관련된 국제 협약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교토의정서 또한 COP가 탄생시킨 결과물이다.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는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실질적 이행을 위해 97년 COP 3에서 채택된 것으로, 국가들의 온실가스 감축을 핵심 과제로 다루었다. 그 결과 이산화탄소와 프레온가스 등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으며, 지구온난화에 대한 이슈를 각국 정부만이 아닌 대중들의 관심으로까지 이어지게 만든 마중물이 되었다.

 

2015년 파리에서 열린 COP21에서는 교토의정서가 만료되는 2020년 이후의 신기후체제 수립을 위해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이 채택되었다. 파리협정은 선진국을 대상으로만 온실가스 감축의 의무를 부여한 교토의정서에서 발전하여, 모든 당사국이 온실가스 감축 대상이 된다는 내용의 구속력을 가진 국제적 합의이다.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에서는 몇 년에 걸친 당사국들의 힘겨루기 끝에 파리협정의 세부이행규칙(Paris Rulebook)을 완성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파리협정의 이행에 필요한 9개 분야 17개 지침 가운데, COP24에서 8개 분야 16개의 세부이행지침이 모두 채택 및 동의 되었으나 국제탄소시장과 관련한 지침에서는 당사국 간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다. 그 후 2년이 지난 COP26에서는 해당 지침까지 모두 합의가 완료되어 파리협정이 비로소 완전한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COP26에서는 글래스고 기후 합의(Glasgow Climate Pact) 또한 선언되었다. 글래스고 기후 합의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재원 마련, 지구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한 탄소 감축, 국제 협력 등의 분야에서 각국의 행동을 촉구하였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연대: OECD 세계 환경 및 기후변화 포럼(OECD Global Forum on the Environment and Climate Change)

우리가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경제협력개발기구)는 단순히 선진국의 모임이 아닌 각국 정부 간 정책 연구 협력 기구이다. OECD의 기능은 지금도 회원국 간의 정책 협조 개발 및 경제적 협력을 촉진하는 것에 비중이 있으며, 시간이 지나며 국가 간 협의의 범위가 경제뿐 아니라 사회복지, 환경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었다. 그 때문에 OECD는 각 분야의 정책 연구와 개발을 위해 회원국의 다양한 통계를 수집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OECD 세계 환경 및 기후변화 포럼(이하 세계 환경 포럼) 또한 이러한 OECD의 국가 간 협의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 포럼은 OECD에 존재하는 26개 위원회 가운데 하나인 환경 정책 위원회가 주관하며 회원국 및 비회원국의 환경 전문가들이 모여 환경적 차원에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고민하고 나아가 경제 및 사회 정책과의 연계를 모색한다.

 

앞서 설명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는 일반 참가자를 위한 콘퍼런스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그러나 이 포럼에는 기후변화 전문가 그룹(Climate Change Expert Group, CCXG)에 포함된 전문가에 한해서만 참여가 허락된다. OECD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이 그룹은 OECD 회원국과 비회원국 가릴 것 없이 환경 분야와 관련된 전 세계의 정부 실무자, 연구기관, 국제기구 등의 대표자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간단히 말해 이 시대 환경 분야의 최고 실무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이는 환경 문제가 단지 지구 어느 한 편만의 문제가 아님을 상기시킨다.

 

이 포럼은 국제 협약이나 정책을 새로 만들기보다 이미 맺어진 약속들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각국의 경험을 공유하는 데 더 큰 비중이 있다. 필요에 따라 해마다 2-5회 정도 열리는데, OECD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선순위 이슈 몇 가지에 초점을 두고 서로의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또한 현황 분석 논문이나 연구 보고서를 공동 발간하여 포럼에서 발표하기도 한다.

 

세계 환경 포럼은 파리협정이 발표된 이후, 각 나라의 기후 대응 이행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특히 파리협정 6조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국제 탄소시장이 본격적으로 운영될 것을 대비해 그 이행과 관련된 기술적 문제들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코로나19와 관련해 기후변화협약에 참가한 국가들이 각국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이행을 위한 효과적인 대응 방법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환경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 스타트업 축제: 에코서밋(ECOSUMMIT)

에코서밋은 환경과 밀접하게 관련된 스타트업이 모이는 포럼이다. 최근 수년간 지구 온난화 및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수많은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각 국가마다 환경 관련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에코서밋은 정부의 이러한 노력과는 별개로 전 세계의 에너지, 모빌리티, 스마트 그린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연계해 각자의 비즈니스 가속화는 물론 기후변화를 막고 지구를 살리려는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2010년 베를린에서 1차 대회가 열릴 당시에는 연 1회 개최되었으나 그 이후부터 연 2-3회 정도로 행사의 빈도가 늘어났으며, 참가 대상 또한 확대되었다. 지금까지 유럽 주요 도시들을 중심으로 21번의 오프라인 대회가 개최되었고, 코로나로 인해 16번의 온라인 대회가 별도로 진행되었다.

 

에코서밋 포럼은 기본적으로 각 스타트업의 대표자들이 나와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고, 추구하는 사업 방향이 환경과 기후변화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공유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회사를 홍보할 뿐만 아니라 환경 관련 최신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진다.

 

흥미로운 점은 에코서밋의 모든 발표가 한 순서당 5분~10분 정도만 주어진다는 사실이다. 흔히 포럼이라 하면 수 시간 동안 하나의 발표를 듣는 형식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에코서밋에서는 제한된 시간 안에 최대한 간결한 형태로 필요한 정보들만 유통한다. 이러한 정책은 각 대회마다 무수한 다수의 참가자들이 참여할 수 있게 만든다는 특장점을 지닌다.

 

포럼에서는 각 기업의 발표뿐 아니라 스타트업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들도 제공이 된다. 예를 들면 행사가 열리는 국가의 기업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관계자가 나와 왜 자신의 도시가 스타트업을 시작하기 좋은지 설명하거나 투자 관계자가 나와 어떻게 하면 환경 관련 스타트업이 투자를 쉽게 유치할 수 있는지 팁을 알려주는 식이다.

 

에코서밋은 발표와 토의가 진행되는 포럼인 동시에 스타트업들의 축제이기도 하다. 코로나 이전에 오프라인 행사가 열리던 때에는 전 세계 스타트업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투자자들을 만나 투자 유치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타 업체와의 계약, 비즈니스 공동 개발 등이 논의되며 심지어는 그 자리에서 스타트업 간의 인수합병 계약이 진행되기도 했다.

 

그렇기에 에코서밋은 포럼의 성격을 스타트업이 투자자와 미래의 고객들과 만날 수 있도록 돕는 자리라고 설명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고생하고 분투하던 스타트업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문제점을 타개할 활로를 찾고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에코서밋은 장자(莊子)가 말한 단생산사(團生散死, 단합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의 좋은 예가 된다.

사실 포럼이 열린다고 해서 지구 환경이 드라마틱하게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포인트는 공감대 형성에 있다. 환경 관련 모든 지표가 적색경보를 울리는 세상 속에서 국가의 원수들과 기업 CEO들이 모여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한 그 모습을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이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질 때 비로소 회복의 동력이 만들어질 수 있다. 환경을 보존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결단만큼 매일을 살아가는 개개인 모두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대의 인류는 보존과 개발이라는 이율배반적인 관계 속에서 어떠한 필연적인 해답을 찾아야만 한다. 물론 이 문제에 정답은 없다. 누군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을 오래 지키는 일(보존)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고, 또 다른 이는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해 환경을 지키는 동시에 경제 성장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떠한 견해이든 앞으로의 인류를 위해서라도 살만하고 건강한 세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문제다. 모든 환경 포럼의 배경에는 그 문제의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노력과 분투가 있으며, 이 시대를 향한 책임감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