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들의 가장 큰 고민은 반려동물의 분리불안증이다. 2018년 서울시가 서울시민과 반려동물의 생활환경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분석한 결과 반려동물을 기를 때 어려운 점으로 ‘혼자 두고 외출이 어렵다’가 1위(55.1%)로 꼽혔다. 반려동물이 보호자와 떨어지며 생기는 분리 불안 때문이다. 분리 불안은 반려견이 애착 대상인 보호자와 떨어짐으로 인해 생기는 불안한 신체적 심리상태를 말한다. 이를 겪는 반려동물들은 죽을 만큼 심각한 공포를 느끼거나 건강에 무리가 갈 정도로 이상행동을 보인다. 하지만 보호자는 현실적으로 반려동물을 24시간 돌보기 어렵다. 이 공백에 대한 해결책으로 펫테크(Pet Tech) 산업이 주목을 받는다. 이용자와 반려동물 간의 틈을 온전하게 메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과 인간 사이에는 공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같은 언어를 공유하지 않으니 온전한 소통은 불가능하다. 가령 반려동물은 아파도 즉각적으로 어느 부위가 아픈지 호소할 수 없다. 인간은 장기간 집을 비울 때도 반려동물에게 설명할 수 없다. 설명받지 못한 기다림 속에서 반려동물은 보호자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집을 비운 이 또한 마음 한구석은 늘 찜찜하다. 홀로 남겨진 반려동물이 외로움에 떨지 않을까, 혹시라도 사고라도 났으면 어떡하나 걱정이다. 펫테크는 이러한 돌봄 공백을 메꾸기 위해 탄생했다.
펫테크는 첨단 스마트기기 및 IoT 기술을 활용해 반려동물을 돌보는 기술이다. 과거 반려동물을 예쁘게 꾸미기 위한 기성 제품과는 달리 반려동물의 행복과 건강에 중점을 두고 있다. 즉 반려동물의 시각에서 이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지 모색하는 고민에서 출발한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빅데이터로 분석하는 기술부터 피부질환 예방을 위한 드라이 룸까지 펫테크의 상상력은 주로 반려동물의 건강에 향해 있다. 그래서일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 관련 사업 규모는 매해 15~20%씩 성장 중이며 2027년에는 6조 원대로 도달한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해외에서 펫테크 산업은 ICT 시장을 이끌 차세대 블루오션으로 꼽히며 매년 4%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펫테크에 대한 뜨거운 반응은 경제적 가치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기술 발전의 본질은 인간 편의의 증진이었다. 하지만 펫테크는 단순 인류의 편의를 위해서만 기능하지 않는다. 인류의 편의 안에 동물의 편의가 있어야 함을, 그리고 있음을 확인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인간 중심, 동물 중심이 아닌 새로운 공생의 상상력을 꿈꿀 수 있다.
반려동물과 동물권
“그동안 해왔던 대로 하면 안 돼?”
펫테크가 우리에게 왜 필요할까. 8,000년 전부터 인류는 동물과 함께했다. 야생 고양이를 길들여 신으로 숭배한 이집트인에게 과연 펫테크가 필요했을까? 반려동물 역사를 보면 펫테크는 불필요하게만 느껴진다. 인간과 동물은 그동안 한집에서 잘 살아왔는데 기술이 굳이 그 사이를 끼어들어야 할까. 그 답으로 비교적 최근에 제시된 반려동물이라는 용어가 지닌 함의를 살펴봄이 필요하다.
애완동물과 반려동물의 차이는 무엇일까. 애완(愛玩), 사랑하고 희롱한다의 의미가 담겨 있다. 수의사 이학범은 SBS에 기고한 칼럼에서 희롱의 의미가 담긴 완(玩)에 집중한다. 완구할 때 완과 같은 한자어로 놀이하다, 깔보다, 업신여기다의 의미이다. 직역하면 애완동물은 사랑스러운 장난감 동물이 된다. 이처럼 동물을 장난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 대한 성찰로서 반려동물이 제시됐다.
그 배경에는 오스트리아 동물행동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 콘라드 로렌츠 박사가 있다. 1986년 10월 오스트리아 빈,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를 주제로 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로렌츠 박사는 처음으로 Pet 대신 Companion Animal이란 단어를 사용하자 제안했다. 우리나라에서 이를 반려동물로 번역함으로써 해당 용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반려동물이 시사하는 바는 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함께 교감하며 동고동락하는 존재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소유의 개념이 아닌 공생의 개념인 반려는 동등한 생명체로서 동물과 바라보는 동물권(Animal Rights)과 맞닿아 있다.
동물권은 다음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우월한 인간과 열등한 동물이라는 위계적 차이는 필연적으로 동물을 공동체에서 배제한다. 이러한 종 차별주의(Speciesism)는 인간의 편리를 위해 동물의 희생 및 고통을 정당화한다. 피터 싱어는 1975년 저서 『동물 해방(Animal Liberation)』을 통해 동물권을 본격적으로 주장했다. “동물도 지각, 감각 능력을 지니고 있어 보호받기 위한 도덕적 권리를 가진다”고 주장한다. 지성의 여부가 아닌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 때문에 동물은 존중받아야 하며 모든 존재의 이익 관심은 동등한 고려 가치가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일면 인권과 구분되는 개념인 듯하나, 피터 싱어는 공리주의의 범위를 넓혔다. 인간만이 아닌 동물까지 포함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실현하고자 했다. 인간의 행복을 위해 무분별하게 시행된 축산업과 환경오염의 역사는 오늘날 기후위기와 인수공동전염병으로 이어졌다. 인간의 행복이 종래 불행으로 돌아온 현실 앞에서 인권적 행복은 점차 설득력을 잃어간다. 코로나 시대 속에서 우리는 동물만이 아니 인류의 멸종도 걱정하고 있다. 이제 인권에서 더 나아가 동물권을 함께 고민할 시대가 왔다.
우리나라는 서구보다 그 역사는 짧지만 2000년 전후 개고기 문제를 중심으로 동물 운동이 전개됐다. 1991년 동물보호법을 제정했고 여러 차례 개정됐으며 20대 국회에서 반려동물 3법(보험입법, 수의사법, 동물보호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단체로는 동물권 행동 카라, 동물해방물결, 동물을위한행동 등이 활발히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이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개인의 건강 및 종교 때문이 아니라 동물권 및 기후변화가 채식 시작의 주된 이유로 꼽는다. 이를 통해 인간의 편의가 아닌 동물의 편의를 적극적으로 고민한다. 작년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전기로 도살한 행위가 인도적 도살 방식이 아니란 이유로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된 판례에서 볼 수 있듯 동물권은 점차 시대적 공감을 얻고 있다.
펫테크는 이런 시대적 감수성을 배경으로 한다. KB 경영연구소 <2018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은 가족이라는 말에 동의한 반려인 비율은 무려 85%에 달했다. 애완이 아닌 반려동물 및 동물권에 많은 반려인들이 공감한다. 그동안 해왔던 대로가 아닌 다른 시각에서 동물의 행복과 복지를 고민할 감수성의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펫테크의 현황과 전망
통계청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2조 8,900억 원이다. 국내 전체 가구 중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 비율은 25.1%, 약 1,500만 명에 달한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도 펫테크 스타트업은 인기가 많다. 와디즈에 따르면 반려동물용 AI 장난감 고미볼은 펀딩 시작 한 달여 만에 목표 금액 300만 원을 5,252% 초과 달성했으며, 바램시스템의 펫 피트니스 로봇은 2018년 펀딩에서 목표 금액 500만 원을 1만 2,771% 초과 달성했다. 해외 시장에서도 러브콜을 받는다. 최근 바램시스템은 미국 유통업체 인피니티 디지털, 월마트와 각각 900만, 300만 달러 수출 계약을 체결해 펫테크 산업의 인기를 증명한다.
전 세계적으로 펫테크 산업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019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45억 달러(약 5조 4,000억 원)에 달하는 펫테크 시장은 2025년 200억 달러(약 24조 700억 원)로 커질 전망이다. 반려동물 산업계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기업 츄이(Chewey)는 상장 직후 시가총액 130억 달러(약 15조 6,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 뉴욕 증시에 새롭게 상장한 기업 중 여섯 번째로 크다.
펫테크 산업이 주력하는 분야는 건강이다. 주로 휴대용 목걸이 등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활동량 모니터링 서비스를 탑재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뉴질랜드 마이펫키트, MyPetKit). 질병 관리에 집중한 제품도 있다. 질병을 앓고 있는 반려동물의 생체 신호를 모니터링하다 이상 신호가 감지되면 알려준다(스페인 딘비트, Dinbeat). 그 외에도 펫시터, 즉 반려동물을 돌보는 보모 서비스 (미국 로버, Rover), 반려묘가 용변을 보는 사이 몸무게, 용변량, 방문 횟수 및 행동을 분석해 수의사에게 알리는 스마트 체중계도 있다(타일리오, Tailio).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는 이처럼 반려동물의 건강에 집중한 펫테크 산업은 더욱 성장하리라 전망한다. 건강에 집중한 서비스가 두드러진다는 점은 시사적이다. 한발 늦은 후가 아닌 한발 앞서 나가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지식이 있지 않은 한 반려인은 언제나 반려동물 고통에 한발 늦을 수밖에 없다. 소중한 가족의 고통을 알 수 없거나 방치하고 있다는 두려움은 모든 반려인이라면 지니고 있는 불안감이다. 펫테크는 그 두려움을 예방의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물과 인간 사이의 돌봄 공백을 메운다. 이는 동물의 건강과 행복을 기치로 하는 동물권의 실현으로도 볼 수 있다.
혹자는 이렇게 반문할 수 있다. 펫테크 또한 결국 인간의 편의를 위한 인간 중심적 기술이 아니냐는 의문이다. 과연 동물의 입장에서 그들의 행복을 고민하는 기술인가라는 근본적 의문이다. 이 질문은 펫테크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동시에 인간이라는 한 종이 자신과 다른 종을 이해하기에 얼마나 근본적으로 빈곤한 언어를 지니고 있는지 역으로 보여준다. 펫테크는 그 빈곤함을 인지하고 인간이 결코 이해할 수 없었던 동물의 언어를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언어학자 퍼스는 모든 언어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환상이며 결국 이를 해석하고자 하는 해석체만이 존재한다 했다. 즉 무언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완벽함이 아닌 자신의 언어에서 벗어나 타자의 언어를 살피고자 하는 이화의 감각으로 정의할 수 있다. 펫테크는 인간과 동물 사이의 언어적 간극을 가시화하고 동물의 행동 및 언어를 인간이 읽어내고자 한다. 퍼스의 말을 빌려 두 종을 이을 하나의 해석체로 기능하며 인간이 다른 종을 이해할 수 있는 교량으로서 기능한다. 펫테크의 의의를 이렇게 정의한다면 용어에 대한 성찰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인간과 동물의 공생을 모색하는 반려테크로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