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에는 독립서점 많아지고 있다. 얼어붙은 출판시장에도 불구하고 왜 독립서점은 꾸준히 새로 생겨나는 걸까? 지금 이 시대는 책 읽기를 원한다. 문해력을 기르기 위해, 더 풍부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그러나 내 삶의 질을 높여주는 그런 책들은 대형서점에서 찾기는 힘들다. 베스트셀러가 곧 양서는 아니기 때문이다. 책의 본질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독립서점이 필요했다. 판매량에 따라 책을 순서대로 배치하는 대형서점에 싫증 난 사람들이 독립서점을 원했던 것이다.
지금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하는 시대에 있다
독립서점이 존재하는 이유는 베스트셀러가 아닌 책을 재평가하고 재발견하기 위해서다. 책은 종합예술이다. 그런 종합예술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자본으로의 독립이 필요했다. 독립서점은 다른 문화 자본과 연결되어 있지 않고, 그래서 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들이 독자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창업한 것이 대부분이다.
자신의 삶을 충만하게 살기 위해해서 그리고 책방을 찾는 손님들이 그 충만함을 느낄 수 있도록. 수익 창출의 목적보다는 책을 읽는 공간을 만들고 대화를 하기 위해서가 주요 목적이다. 독자 개개인의 취향을 충족시키고 지적 사유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독립서점이다.
지금부터는 책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해 만들어진 뉴욕의 독립서점들을 몇 군데 소개할까 한다. 뉴욕에는 여러 독립서점들이 있지만, 그 중 의미와 취지가 확실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컨셉의 서점을 소개해볼까 한다.
1. Housing Works Bookstore Café
홈페이지 : https://www.housingworks.org/locations/bookstore-cafe
패션의 거리로 잘 알려진 뉴욕 소호 한복판에 에이즈 퇴치에 힘을 쏟는 서점이 있다. 비영리 단체 하우징웍스(housing works)가 운영하는 북카페인 Housing Works Bookstore Cafe가 바로 그것이다.
“An AIDS-Free world is closer than you think”
에이즈가 없는 세상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가깝습니다.
비영리 단체 하우징 웍스의 슬로건이다. 이 북카페의 수익 100퍼센트는 에이즈 환자 치료비와 신약 개발을 위해 쓰인다. 이곳은 책 판매와 장소대여는 물론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One-of-a-kind space’라고 불리는 이 공간에서 결혼식이 열리기도 하며 공연, 모임 등 의미 있는 행사가 자주 개최된다. 에이즈 퇴치뿐만 아니라 수익의 일부는 노숙인들을 돕는데 쓰이기도 한다.
2. The Lit. Bar
홈페이지: http://www.thelitbar.com
많은 사람들이 뉴욕 하면 맨해튼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뉴욕에는 번쩍번쩍한 맨해튼만 있는 것이 아니다. Halem(할렘), Bronx(브롱스) 등 빈민가도 뉴욕의 일부이다. 여기 그 빈민촌에서 지적 움직임을 보여주는 독립서점이 있다. 릿바 (The Lit. Bar) 가 그것이다.
릿바는 브롱스 지역의 첫 번째 서점이다. 브롱스 토박이인 서점주 Noëlle Santos가 창업했다. 서점주 Santos는 “사람들간 진정한 커넥션을 만들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라며 당찬 창업의 포부를 밝혔다. 릿바에는 브롱스의 색이 묻어나는 소품들이 곳곳에 보인다. 브롱스 로컬 아티스트의 벽화와 그래피티가 그것이다.
서점주 Santos는 이 공간을 ‘소셜 드링킹 (Social Drinking)’의 장으로 만들고 싶었다. 동네 주민이 자연스럽게 모여 시간을 때우고, 지적인 대화가 피어나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이 아기자기하고 작은 독립서점이 이 빈민가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The Bronx is Burning… with Desire to Read
3. Bonnie Slotnick Cookbooks
한국에는 없는 미국의 독특한 문화가 있다. 바로 ‘쿡북’문화이다. 쿡북은 레시피를 담은 책인데, 집안 대대로 물려내려오는 쿡북 문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혼수로 TV나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을 준비할 때, 미국에서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레시피를 담은 쿡북을 선물한다.
‘Bonnie Slotnick Cookbooks’는 그런 미국의 독특한 쿡북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재밌는 공간이다.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희귀한 쿡북들이 즐비해있다. 오래된 매거진과 앤틱한 쿡북들이 있다.
이 서점은 21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다양한 쿡북들을 따라가다 보면, 뉴욕의 음식 전통과 역사를 구경할 수 있다. 이 많은 쿡북들에 저마다의 손길이 닿아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려는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만약 운이 좋다면, 쿡북의 레시피를 따라 만든 뉴욕 전통 음식을 이 서점에서 맛볼 수도 있다.
4. Word Up Books
Word Up Books는 뉴욕의 커뮤니티 북샵이다. Word Up이라는 비영리 단체가 만든 이 공간은 책방뿐만 아니라 아트 스페이스로도 쓰인다. 멀티 링구얼 (다양한 언어로 기록된) 문학에 포커스를 맞추어 사람들에게 ‘다양성’의 가치를 전달한다.
뉴욕 워싱턴 하이츠에 위치한 이 공간에서는 그 가치를 더 의미 있게 전달하기 위해 퍼포먼스, 워크숍 등이 정기적으로 개최된다. 모든 행사는 자원봉사자에 의해 이뤄지며, 동네 주민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Word Up Books 워싱턴 하이츠 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퍼포먼스 행사도 펼쳐진다. 힙합의 본고장 뉴욕답게 Cypher가 펼쳐지기도 한다.
“Washington Heights/Inwood Artist Showcase – Music Cypher”
5. The Mysterious Bookshop
미스테리우스 북샵은 1979년에 문을 연 역사가 오래된 책방이다. 장르문학 전문인 이 책방은 새 책, 헌책, 컬렉터들이 탐낼만한 희귀 서스펜스 물 등이 모두 판매되고 있다. 이 책방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미스터리물 전문 책방이다. 그 역사에 걸맞게 책방에서는 자체 미스터리물 전문 월간지를 발행한다.
월간지에서는 미스터리 픽션 신간에 관한 정보 등을 소개한다. 크라임 클럽이라는 독서모임도 운영하는데, 독자들의 수준이 상당해서, 그들이 고른 책이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Edgar, Pulitzer 상등을 휩쓰는 일이 많다.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는 독서가 라면 한 번쯤은 들러보면 좋은 책방이다.
책의 경험과 영감을 파는 공간, 독립서점
뉴욕의 독립서점은 책을 판다기 보다 책을 만나는 경험을 파는 공간이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창조적인 대화,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등의 재미가 우리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다. 독립서점은 서점 주의 취향이 확실하게 묻어나는 공간이다. 때문에 독립서점에 갈 때는 개인과 서적의 관계뿐 아니라 소비자와 판매자의 관계라는 새로운 연결고리가 생긴다. 서점 주의 추천에 따라 책을 사면서 전혀 생각치 못한 세계에 발을 담그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책을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만든 공간
뉴욕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진작부터 있었다. 자본이 잠식한 출판시장에 대항하기 위해 뉴욕의 힙스터들이 독립서점을 만든 것이다. 그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연대해 책을 더 효과적으로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애썼다. 우리나라에도 독립서점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다양한 소셜라이징을 하기 위해서이다. 단순히 책을 읽고 대화를 공간을 넘어 지역으로서의 개성도 묻어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지적인 에너지와 활력의 공간으로
뉴욕 브롱스의 독립서점처럼, 동네에 지적인 에너지를 불어 넣어줄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대형서점도 점점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는 이 시점에, 독립서점의 등장은 새로운 지성의 활력이 될 것이다. 서점은 많아야 한다. 서점은 우리에게 책을 보고, 느끼고, 만질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는 것보다, 서점에서 책이라는 물질을 직접 느껴보는 것이 좋다. 우리는 책을 습관적으로 더 가까이해야 한다. 책을 가까이할수록 우리의 인생은 더욱 충만해지고, 풍요로워지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가 더 살기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데 일조 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