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Dots
▪ 1968년에 설립한 독일의 출판사 슈타이들(Steidl)은 샤넬, 티파니, 돔 페리뇽 등 럭셔리 브랜드부터 앤디 워홀, 칼 라거펠트, 데미안 허스트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는 세계적인 아트북 전문 출판사다.
▪ 서촌 그라운드 시소에서 진행 중인 <슈타이들 북컬쳐 매직 온 페이퍼展>(2024.9.14~2025.2.23)에서는 슈타이들만의 제작 공정과 쉽게 접하기 힘든 슈타이들 아트북 1,000여 권, 책을 테마로 한 전시 등 오감을 깨우는 여러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된 포스코미술관의 <Popping, 살아있는 책들>에서는 13세기 최초의 팝업북 <볼벨>부터 팝업북 계의 클래식이 된 로타 메켄도르프, 에른스트 니스터, 루이스 기로드, 헤럴드 렌츠 등 거장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2024년을 살아가는 현대인은 오늘도 여전히 바쁘다. 해가 갈수록 세상은 더 복잡해지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시간을 앗아가고자 관심 경제는 바쁘게 돌아간다. 쉬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지만 이상하게도 호주머니 사정은 점점 빈곤해진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의식주를 비롯한 많은 것에 가성비, 시성비를 따지며 살아간다. 따라서 가까운 곳에 있는 값싼 편의점 도시락과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일정한 맛을 보장하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시시때때로 이용하면서도,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하나를 계기로 갑작스레 파인다이닝을 비롯한 요리에 진심인 이들이 이끄는 요식업의 세계가 다시금 대중의 한복판에 서기도 한다.
그렇다면 책은 어떨까? 시간적 경험만을 제공하는 영화와 달리, 실제적이고 지속적인 존재의 무게를 제공하는 책을 읽고 싶은 대로 다 사려면 이를 위한 부동산이 먼저 필요하다는 말은 마냥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다. 그래서 왕년에 책 좀 읽었다 하는 사람들도 앞으로 새로운 책은 종이책보다는 전자책으로 구매하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표지로 책을 판단하지 말라(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는 외국의 속담처럼 책은 결국 그 안에 담긴 텍스트, 내용이 중요하지 이를 둘러싼 모양과 양태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그 속의 내용이 달라지지는 않는단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인기 베스트셀러의 리커버 열풍에 대해서도 그저 일시적으로 판매율을 높이기 위한 출판사의 얕은 전략이라는 비난을 듣기도 한다. 기왕이면 새롭고 아름다운 표지를 갖고 싶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도 하지만 말이다. 책이란 물성이 있는 매개체는 요리를 담는 그릇과 같은데, 그렇다면 요리가 아닌 그릇을 어디까지 변화시킬 수 있을까?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클릭이나 스크롤만으로 넘길 수 있는 전자책이 아닌 책장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읽는 감각과 촉감의 매력만으로 종이책의 수명을 이어갈 수 있을까?
여기 무섭게 성장하는 가성비 갑의 전자책이 쉽게 넘볼 수 없는 출판계의 분야가 있다. 바로 아트북이다. 아트북은 사진, 일러스트, 회화, 조각 등 아티스트의 작품을 책을 통해 모아 보여주는 형태다. 작가의 그림이나 사진을 모아둔 화집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쉽다. 이 아트북이라는 장르의 책과 관련한 모든 감각을 최고점으로 밀어붙이는 출판사가 있다. 이 출판사와 작업했다는 것만으로도 해당 아티스트의 역량이 정점에 올랐다는 것을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정도다. 바로 독일의 슈타이들(Steidl) 출판사이다.
잠든 감각을 깨우는 아트북 출판사 <슈타이들>
서촌에 위치한 그라운드 시소에서는 2024년 9월 14일부터 2025년 2월 23일까지 <슈타이들 북컬쳐 매직 온 페이퍼展>이 열리고 있다. 지난 2013년 대림미술관에서 열린 <How to Make a Book with 슈타이들展> 이후 11년 만에 슈타이들의 책들이 다시 한국을 찾은 것이다. 슈타이들(Steidl)은 독일의 시골 마을 괴팅겐(Göttingen)에 위치한 출판사의 이름이자 이 출판사의 창립자인 게르하르트 슈타이들(Gerhard Steidl)의 성이기도 하다. 1950년생인 게르하르트 슈타이들은 1968년에 슈타이들 프린팅 컴퍼니를 설립, 1972년 출판사의 첫 책인 『Befragung zur documenta(도큐멘타에 관한 설문조사)』를 출간한 이후로 현재는 샤넬, 티파니, 펜디, 돔 페리뇽 등 럭셔리 브랜드에서부터 앤디 워홀(Andy Warhol),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 귄터 그라스(Günter Grass)의 전집을 내기도 한 세계적인 아트북 전문 출판사다.
원래 슈타이들은 독일의 인쇄공이었다. 책이라는 물성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전 세계의 평을 받는 그는 책을 구성하는 주요 소재인 종이의 촉감, 광택, 두께, 판형의 크기, 잉크의 향기까지 모든 단계와 요소가 작업하는 책에 가장 적합한 형태를 갖추기 위해 아티스트와 매 단계마다 치열한 토론을 거듭한다. 슈타이들에서 출간하는 모든 책은 단계마다 슈타이들 본인의 컨펌을 거쳐야 하는, 꽤 번거로운 운영 방식을 취하고 있다. 아무리 유명한 아티스트라도 책 출간의 과정에 있어서는 전 세계를 넘나드는 슈타이들 씨의 바쁜 일정에 맞춰 작업을 진행해야만 한다.
아트북의 A to Z
이러한 슈타이들 출판사의 제작 공정과 그 대표 결과물인 1,000여 권의 슈타이들의 아트북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총 3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의 시작인 2층 입구에서는 슈타이들빌이라고 불리는 독일의 슈타이들 출판사의 관련 건물 외부 및 내부의 모습을 담은 흑백 사진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슈타이들이 함께 작업한 아티스트 및 다양한 현대 미술가들의 전시를 진행하는 뮤지엄인 “쿤스트 하우스 괴팅겐”, 귄터 그라스를 기리는 목조 건물인 “귄터 그라스 아카이브”, 세계에서 슈타이들과의 작업을 위해 찾아온 방문객들을 위한 “하프톤 호텔”, 그리고 기획에서 인쇄, 출간까지의 출판의 모든 과정이 이루어지는 “슈타이들 출판사”, 마지막으로 세계적인 영국 건축가인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와 함께 설계 중인 “슈타이들 뮤지엄”이 하나의 선 위에 놓여 말 그대로 Ville, 작은 마을을 이룬다. 관람객들은 이렇듯 슈타이들빌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사진을 통해 접하고, 곡선의 유리 통창 아래에 무심히 놓인 두툼한 아트북을 징검다리 삼아 따라 걷다 커다란 아크릴 케이스 속에 담긴 슈타이들의 다양한 대표작을 전시한 방으로 이동하게 된다.
슈타이들은 세계적인 다양한 사진가, 브랜드, 작가 등과 함께 협업해 왔다. 2층과 3층은 대표적인 협업 작품(책)과 슈타이들과 함께 책을 만들어 온 이들의 인터뷰 영상 및 책의 제작 과정을 짐작하게 만드는 다양한 전시품을 만날 수 있다. 페이지 한 장 한 장마다 이뤄지는 디테일한 토론과 교정 및 편집 과정을 보여주는 사진작가 로니 혼(Roni Horn)과의 12번째 책의 교정 과정을 담은 영상자료 및 실제 교정본 이미지도 살펴볼 수 있다. 모노크롬의 페이지 한 장 한 장이 액자에 담겨 전시되는 아트북 『On the Road(길 위에서)』는 350권의 리미티드 에디션만 제작되어 12,000유로(한화 약 1,750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 책으로, 잭 케루악(Jack Kerouac)의 소설 『길 위에서』의 텍스트와 함께 팝아트 아티스트 에드 루샤(Edward Ruscha)의 작품을 삽화로 함께 배치한 레터프레스 공법의 책이다. (슈타이들이 예술가와 함께 아트북의 한계를 어디까지 밀어붙이는지를 보여주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세계적 조각가인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드로잉 북 『노트 북』, 야콥 투게너(Jakob Tuggener)의 12권의 포토북과 영화 DVD를 모은 『책과 필름』, 고가의 작품들로 유명한 현대미술가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의 약국 사진 시리즈인 『런던 약국』 등,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슈타이들의 아트북을 마음껏 관람할 수 있다. 또한 전시장의 한 벽면에는 제본의 각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는 아트웍 포스터와 슈타이들 출판사가 실제 즐겨 사용하는 다양한 종이 중 8종의 샘플을 상세한 설명과 함께 관람객이 직접 손으로 만져보며 촉감과 두께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코너가 있다.
책을 둘러싼 모든 감각
3층 전시장에서는 미국 현대미술가 짐 다인(Jim Dine)과 슈타이들의 협업으로 탄생한 창의성 넘치는 다양한 책자와 시각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수십 개의 책자(zine)가 천장에서 내려온 줄에 매달려 새 무리처럼 공중에 떠 있는데, 이는 짐 다인과 슈타이들이 일 년 동안 일주일에 한 권씩 책을 만들기로 한 <Hot Dream 프로젝트> 결과물의 일부이다.
내게 성공이란 아티스트들과 더불어 성장하는 것이고, 그들의 비전을 책이라는 형태를 통해 세상에 퍼트리는 것이다.
– 게르하르트 슈타이들(Gerhard Steidl)
책이라는 물성의 작품은 비단 작가만이 아닌 편집자, 출판 제작자 등 여러 사람의 협업을 거친 결과물임을 실감하게 만드는 전시 섹션이다. 책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으나 물성이 있는 매개체로 만들어지기까지 편집자와 제작자 모두 일정 부분을 각자의 몫을 담당했음을 느끼게 만든다. 이를 뒷받침하듯 3층에서는 슈타이들과 함께 작업한 여러 예술가의 인터뷰가 흐르는 영상 설치물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전시장 한편에서는 익숙한 듯 낯선 소리가 들리는데 바로 인쇄기가 돌아가는 소리,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 등 책이 탄생하고 책을 즐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소리를 녹음한 사운드 아트이다. 책의 물성을 느끼는 촉감만이 아닌, 다른 감각을 이용해 책의 세계를 다각도로 느끼게 만드는 전시 기획 의도인 것이다.
슈타이들은 책에서 미각 외에도 시각, 촉각, 청각에 이어 후각까지 충만히 느낀다. 그가 인쇄소에서 맡는 종이, 잉크, 오일, 화학 물질 등이 섞여 풍기는 오묘한 향을 <Paper Passion>이라는 향수로 선보인 것만 해도 알 수 있다. 전시장에서는 그가 가장 사랑하는 알파벳 Q를 표현하는 다양한 타이포그래피도 보여준다. 책을 구성하는 디자인과 종이뿐만 아니라 잉크, 향, 서체까지 책과 관련된 것이라면 그 무엇도 놓치지 않고 자신이 추구하는 궁극의 아름다움을 포기하지 않은 채 계속 그 범위를 넓혀 가는 슈타이들만의 고집스러움과 책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아울러 2층에 이어 슈타이들이 작업한 다양한 아트북을 볼 수 있는데, 오랫동안 슈타이들과 작업을 이어온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와 만든 다양한 브랜드의 책(펜디, 샤넬, 돔 페리뇽 등)과 신발 브랜드 버켄스탁의 250년을 기념한 팩토리북 『Old Mills Never Die』 등 개별 아티스트의 작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의 역사와 이야기를 깊이 있고 매력적인 맥락으로 담아낸 아트북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아트북의 주요 특징은 단 권도 있지만 여러 권으로 묶인 작품들이 많아 이를 담는 특별 박스 세트의 독특하고 개성적인 디자인이 전체 북 디자인 작업의 화룡점정과 같다는 점이다. 책을 펼치기 전부터 그 책을 담는 박스에서조차 책이 표현하려는 정수를 느끼게 만든다.
고요한 산속 별장의 서재 같은 라이브러리
마지막 4층 전시장은 인도 사진가 다야니타 싱(Dayanita Singh)이 책을 이용하고 즐기고 전시하고 공유하는 다양한 방법(책장, 아코디언 북, 이동식 책 전시회 등)을 보여주는 <옵셋 아티스트>, 이번 전시 포스터 이미지의 일러스트를 그리기도 한 시각예술가 테세우스 찬(Theseus Chan)의 <매니페스토> 미니 전시를 즐길 수 있다. 미니 전시의 맞은편 공간에는 로니 혼과 짐 다인의 작품집과 함께 통 창 앞 작은 테이블 위에 놓인 책들을 들춰 볼 수 있는데 이는 슈타이들 출판사가 매해 묶어낸 책의 리스트를 모아둔 카탈로그이다. 한 출판사의 연간 출간물 카탈로그가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아트북 아카이빙 자료가 된다는 사실에 새삼 이 세계적인 출판사의 위상에 감명받는 동시에 출판 시장에서 이들의 중요한 존재 가치를 느끼게 된다.
같은 공간의 측면에 위치한 슈타이들 라이브러리는 40칸의 책장에 빽빽이 꽂힌 슈타이들 출간 책 1,000여 권을 한꺼번에 모아놓은 공간이다. 책장에 꽂힌 모든 책은 관람객 누구나 자유롭게 뽑아 그 앞에 마련된 나무 테이블에서 편히 살펴볼 수 있다. 전시 공간을 돌며 아크릴 케이스 너머로 책을 바라보는 것에 답답함을 느꼈다면 이 공간에서는 지나온 전시를 돌아보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아트북을 즐길 수 있다. 전시장이나 2층의 스크리닝 룸에서 감상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 <How to Make a Book with Steidl> 및 각종 영상 클립을 통해 만난,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작가들의 실제 아트북도 찾아볼 수 있다. 영상을 통해 슈타이들과 작가들이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얼마만큼 여러 번 비행기를 타고 토론하고 고민하는지를 살펴본 후 이 책들을 돌아본다면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전에 비해 눈에 띄게 느려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자체로 예술이 된 책, 팝업북
예술을 담은 슈타이들의 아트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자체로 예술이 되어버린 책이 있다. 우리가 평소 접하는 형태의 책 속에 예술이란 콘텐츠를 집어넣어, 물성 자체가 예술이 된 팝업북이다. 서울시 강남구 선릉역 근처에 위치한 포스코미술관에서는 8월 26일부터 10월 13일까지 세계의 팝업북 250여 권을 소개하는 <Popping, 살아있는 책들>전시를 진행했다. 13세기 최초의 팝업북 <볼벨(Volvelle)>부터 19세기 로타 메켄도르프(Lothar Meggendorfer), 에른스트 니스터(Ernst Nister), 20세기 루이스 기로드(Louis Giraud), 헤럴드 렌츠(Harold Lentz) 등 역사 속의 팝업북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을 필수적으로 필요로 하는 팝업북은 간단한 카드 형태에서부터 터널 북, 아코디언 북, 종이집의 형태까지 그 크기의 다양성과 구성의 복잡함, 예술적 이미지의 영역을 각양각색의 형태로 넓혀가며 800년의 역사 동안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텍스트와 함께하는 이미지의 화려함, 2차원이었던 종이 위의 이미지를 3차원으로 불러온 발상의 전환과 예술적 시도들로 독자의 눈을 사로잡고 책을 예술의 경지로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지 기대하게 만든다. 현대의 팝업북 아티스트들은 종이를 자르고 붙이는 작업뿐이 아닌, 책 속의 요소가 펼치거나 넘어갈 때 내는 소리, 빛과 그림자의 작용 등 책이라는 틀 안에서 시도할 수 있는 다양한 것을 가지고 모험해 오고 있다. 최근 몇 년간 0세에서 100세까지를 외치며 그림책 시장이 넓어지고 있는데, 팝업북 또한 미술적 영감과 경탄을 불러일으키는 작은 전시회와 같은 책으로서 고른 연령의 사랑을 받게 되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
디지털 세상이 피워내는 아날로그의 예술
삶 속에서 누리는 거의 모든 경험과 서비스가 디지털 내의 세상과 플랫폼으로 대체되어 가는 지금, 종이책이라는 가장 아날로그적인 소재가 그 저변을 넓혀가는 모습은 참으로 고무적이다. 독립 출판물, 아트북, POD 자가 출판물의 제작 및 이를 전시하고 판매하는 각종 아트북 페어가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모습을 통해 그 생산과 유통과정에 참여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 그로 인해 출판의 장 또한 넓어져 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안에서의 건강한 담론과 용기 있는 시도들이 지속된다면 적어도 아트북에 있어서만큼은 종이책의 미래가 그다지 어둡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해 볼 수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해외에서 역시 아트북 페어 시장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 국내 아트북 페어에 해외 아티스트들이 셀러로서 부스를 열기도 하며 그 반대로 국내 작가들이 해외 페어에 참여하거나 국경을 넘어 북 페어끼리의 국제 교류가 활발히 진행되기도 한다. 그 어느 시절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상에서 고퀄리티의 시각 이미지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기에 누구나 시각 이미지에 대한 자연스러운 호감과 취향을 가질 수 있다. 아울러 결국 오감의 즐거움을 고루 즐기고 찾고자 하는 인간적인 욕구는 단순한 스크린 속 RGB뿐만이 아닌 3차원의 공간 속에서 양감, 질감, 촉감, 때로는 후각과 청각까지 느낄 수 있는 종이책이라는 물성에 끌리게 만든다. 이 종이책이 주는 매력을 최대한도로 끌어내고자 하는 팝업북, 아트북 등의 장르는 귀한 아날로그의 유산이자 예술의 장르로서 앞으로도 독자들에게 풍부한 예술적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