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문화는 생성(generation) 되지 않는다. 그보단 자생한다는 표현이 좀 더 적확할 것이다. 흔히 얘기하는 기업 문화는 기업에서 통용되는 사고 방식, 혹은 업무 처리 우선순위에 가깝다. 진정한 문화와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 현실적으로 그게 효율적이고 편리한 덕분이다. 그래서 기업 문화는 필연적으로 단 기간 내에 생성될 수밖에 없다. 시간 위에 쌓이지 못하는 이유가 태생의 배경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그것에 시간을 들인다면, 그 시간을 인내하려 한다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물론 사람 사는 곳, 그리고 일하는 곳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특출과 비범, 열악한 환경 사이의 간극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미세한 차이를 쌓기 위해, 일말의 변화를 위해 시간과 공을 들이는 이도 있다.

 

프럼에이는 문화 예술 전문 에이전시로, 문화와 예술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중과의 접점을 설계하고 그것을 구현한다.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전략적 솔루션을 제공하는 조직으로 고객의 니즈와 사업의 배경을 면밀히 관찰하고, 다양한 사례와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서 구성원들 간 높은 밀도의 협업이 수반된다. 그 협업에서 중요한 건, 따뜻함과 다정함이기도 하다. 성과 지향적 조직에서 쉽게 내재화 할 수 없는, 불필요하다고 치부될 수 있는 문화이기도 하다.

 

문화와 예술을 하는 조직에 정작 문화와 예술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프럼에이 사옥 내부 곳곳엔 도서와 잡지들이 곳곳에 서가에 비치되어 있다. 도서가 곧 문화를 의미하진 않지만 최소한의 장치로는 기능할 때가 많다. 드러냄을 목적으로 눈에 보이는 곳에 몇 권을 전시하는 것을 넘어 프럼에이 곳곳에선 다양한 종류의 책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내부에 독특한 문화가 맞물려 ‘일 하는 공간’ 이상의 편안한 무드를 자아낸다. 매 월 간식을 큐레이션하는 간식 담당을 비롯해서 음악과 향을 책임지는 역할을 구성원들이 각자 담당하고 있는 것도 그 중 하나다. 프럼에이에서 근무하는 구성원들 중 두 분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프럼에이만의 문화를 가늠해보고자 했다.

Q. 안녕하세요. 두 분 각각 간략한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다인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프럼에이에서 간식 담당을 맡고있는 오다인 매니저입니다. 회사 생활에 맛있는 즐거움을 더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성진 안녕하세요. 프럼에이 기획팀의 오성진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주로 공간의 음악과 향에 관련한 일들을 맡고 있습니다.

 

 

Q. 입사하신지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셨나요?

 

다인 작년에 입사해서 이제 1년 반 정도 되어가네요.

 

성진 저는 정규 입사 전에도 계약직으로 2-3년 정도 프럼에이와 인연이 있었어요. 정규직으로는 올해 1월부터 함께했으니, 이제 1년이 다 되어가네요.

 

 

Q. 처음 프럼에이에 입사하기 전, 이곳에서 일하고 싶었던 당시를 기억하시나요? 다인 님께서는 어떤 마음으로 지원하셨을지 궁금합니다.

 

다인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마음먹은 뒤, 우연히 프럼에이를 알게 됐어요. 홈페이지를 보면서 ‘이렇게 다양하고 멋진 프로젝트를 하는 회사라면, 나도 꼭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는 막연한 꿈이었는데, 감사하게도 좋은 기회가 닿아서 지금 이렇게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Q. 그 마음을 안고 입사하신 이후, 회사의 분위기를 살피면서 드셨던 첫인상이나 개인적인 소회가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어떤 느낌이었나요?

 

다인 자소서 첫 내용에 ‘맛집과 여행지를 큐레이션하며 소통하는 즐거움’이란 말을 썼던 게 기억나요. 지금은 그 연장선으로 회사 간식 큐레이션을 하고 있다는 게 참 신기하고 재밌어요. “믿고 먹는다”는 동료분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뿌듯해요. 처음엔 작은 이벤트로 시작했던 간식 큐레이션이 이제는 프럼에이의 즐거운 문화로 자리 잡은 것 같아 기쁩니다.

Q. 성진 님은 어떤 느낌이었나요?

 

성진 첫인상은 ‘정말 다정한 분들이 모여있는 곳이구나’ 였어요. 그건 지금도 변함이 없고요. 이렇게 따뜻한 분들 사이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이죠. 덕분에 새로운 업무에도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성진 님께서 맡고 계신 역할에 대해서도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성진 정확히는 큐레이션이라기보다, 출퇴근할 때 지하 공간의 전등이나 인센스 캔들 같은 장비들을 관리하는 역할이에요. 지하에 워낙 좋은 스피커가 있고 저도 평소에 음악을 좋아해서, 분위기 있게 음악을 켜두고 싶었죠. 그런데 잠깐 자리를 비웠다 내려와 보면 음악이 꺼져 있거나, “파리지앵들이 가는 가을 카페 Playlist”처럼 재밌는 제목의 플레이리스트로 바뀌어 있을 때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엔 음악은 자연스럽게 맡겨두고 있습니다. (웃음) 이 업무 덕분에 5-10분 일찍 출근해서 차분하게 하루를 준비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요즘 그 마음가짐이 조금 해이해진 것 같네요. 인터뷰하는 김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조금 더 일찍 출근해봐야겠습니다.

Q. 다인 님은 방금 말씀하신대로,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간식 담당’이라는 직책을 지금 맡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간식을 어떻게 큐레이션하고 선정하는지, 지금의 역할과 함께 막중한 책무에 임하고 있는 마음가짐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다인 매주 새로운 간식을 맛보여 드리고 싶어서 노력해요. 비슷한 종류가 겹치지 않게 신경 쓰고, 바쁠 땐 마트 간식을 준비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도 꼭 새로운 맛 한두 개는 챙겨 넣으려고 해요. “이번 주엔 어떤 간식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고 다들 기대해 주셨으면 하거든요.

 

 

Q. 간식 관련해서 기억에 남는 특별한 에피소드나 예기치 못했던 일은 혹시 없었나요?

 

다인 회사 생활에 소소한 재미를 드리고 싶어서 ‘전국 방방떡떡’, ‘전국 빵빵곳곳’처럼 재미있는 주제를 정해요. 다들 이번엔 뭘지 유추해보시는 거죠. 매달 테마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저도 모르게 생긴 버릇이 있다면, 출장 갈 때마다 그 지역 특산 간식을 검색하고 있고… 제 인스타 알고리즘은 이미 온통 간식으로 도배가 되었답니다.

 

 

Q. 직원 분들의 만족감이 가장 폭발적이었던 품목이 혹시 있었나요?

 

다인 두 가지가 특히 기억에 남아요. 하나는 ‘PX에서 5만원이란?’이라는 테마였고, 다른 하나는 ‘전국 방방떡떡_부산편’이었어요. ‘PX에서 5만원이란?’은 친구 도움으로 준비했는데, 실제로 어마어마한 양의 간식을 살 수 있어서 영수증까지 일부러 뽑아 냉장고에 붙여뒀어요. 직원분들이 “이 가격에 이만큼이나 살 수 있어요?”라며 다들 놀라실 정도로 푸짐해서 2주 정도 넉넉하게 먹었던 것 같아요. 두 번째는 ‘부산편’의 호박인절미인데요. 이 떡은 정말… 제가 먹어본 떡 중에 단연 최고예요. 다들 너무 좋아해 주시고 대표님도 맛있다고 따로 말씀해주셔서 벌써 세 번째 챙겨드리고 있습니다.

 

 

Q. 성진 님은 어떠세요. 음악을 평소에도 좋아하시나요? 어떤 음악적 취향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성진 저는 Weezer, Jay-Z, Blur, White Stripes를 좋아라 합니다.

 

 

Q. 간식과 음악, 향기. 어떻게 보면 회사 생활의 ‘소소한 행복’을 책임지고 계신 셈인데요. 이런 역할을 맡으면서 생긴 재미있는 습관이나 일종의 ‘직업병’ 같은 게 있으신가요?

 

다인 아, 정말 있어요. 어딜 가든, 예를 들어 새로운 카페나 맛집에 가면 ‘이거다!’ 싶은 게 눈에 띄어요. ‘이건 동료들이랑 같이 먹으면 정말 좋아하겠다’ 이런 생각이요. 저도 모르게 ‘이거 혹시 대량 주문도 될까요?’ 하고 사장님께 여쭤보고 있더라고요. 친구들이랑 놀러 가서도 저 혼자 사전답사하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아요.

 

성진 저는 다른 공간에 갈 때 스피커 위치나 향을 먼저 살피게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음악이 공간이랑 잘 안 어울리거나 스피커 음질이 답답하게 들리면 ‘아, 저건 아닌데…’ 하고 저도 모르게 신경이 쓰여요. 얼마 전엔 단골 식당에서 인센스를 피우셨는데, 그게 음식 냄새랑 섞여서 조금 힘들었던 기억도 나고요. 자꾸 프럼에이 공간과 비교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지금까지 프럼에이에서 일하시면서 느꼈던 ‘남다른 프럼에이’만의 면모나 문화에 대해서 말씀해주실 게 있으실까요?

 

다인 각자의 역할이 분명하면서도, 서로의 일을 ‘내 일처럼’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따뜻한 분위기가 있어요. 자기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동료의 아이디어에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어, 그거 정말 재밌겠다!”라며 함께 설렐 줄 아는 거. 그게 프럼에이의 가장 큰 매력 같아요.

 

성진 프럼에이의 남다른 점이라면 역시 ‘자유로운 분위기 속 다정한 사람들’인 것 같아요. 가끔 갈등이나 문제가 생길 때도 있는데, 그걸 풀어가는 과정을 보면 특유의 긍정적인 분위기 때문에… 뭐랄까, 꼭 따뜻한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다들 각자만의 “OO핑”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죠. 그래서 참 좋습니다.

 

 

Q. 앞으로의 각오와 포부에 대해서 다인 님께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다인 프럼에이 간식 담당으로서, ‘이 세상의 맛있는 건 다 먹어본다!’는 마음가짐으로 앞으로도 열심히 맛있는 간식을 탐험할 거예요. 언제나 기대되고, 즐거운 간식 시간을 만들어가겠습니다!

 

 

Q. 성진 님께는 추천곡으로 마무리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성진 제가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곡을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 White Stripes의 ‘Ball and Biscuit’를 들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성과와 무관한, 서로를 향해 건네는 ‘다정함’이라는 역량

회사 동료들을 위해 세심하게 간식을 선별하는 시간, 향과 음악을 고르는 과정은 성과와 무관하다. KPI가 있을리 만무하고,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질책하는 이도 없다. 그러나 이들은 누구보다 자신이 맡은 작은 책무에 진심을 다한다. 그 안에 담긴 다정함을 구성원들은 모두 알고, 또 느낀다. 그럼에도 직장 동료일 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정한 대화를 나눠야 하는 이유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는 까닭이다. 

 

좋은 성과는 격의없이 축하하고 함께 나누는 분위기는 자연스레 형성된다. 그러나 일을 하다보면 생기는 날선 주장들, 그로 인해 생기는 비일비재한 마찰과 협의의 과정에서, 기업의 문화는 빛을 발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다정함을 건네고, 세심함으로 등을 토닥이는 힘은 삽시간에 쌓을 수 없다. 그것이 진정한 조직 문화다. 숫자보다 약하다고, 무용하다고 말하는 그것이 실은 우리가 바라고 기대고 싶은 언덕이 되곤한다. 프럼에이의 사람들은 그 언덕을 각자, 그리고 함께 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