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가던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뜨겁다. 수많은 TV방송, 책, 잡지, 리포트에서 밀레니얼 세대에 관한 분석과 더불어 그들이 누구고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 지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비즈니스 트렌드의 방향성을 만들고 바꾸는 세대로서도 각인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기준 1981년부터 1996년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 규모는 세계 인구의 4분의 1 수준인 18억명에 이른다고 한다. 세대별 인구 비중에서도 밀레니얼 세대는 큰 영역을 차지한다. 현 세대별 인구를 보았을 때 베이비붐 세대가 15%인 반면 밀레니얼 세대는 25%로 10%가 더 높고, 이들은 2년 뒤인 2020년에 세계 노동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장 중국의 밀레니얼 세대 인구는 미국의 총 인구보다도 많다. 따라서 마케팅, 영업, 홍보, HR, 등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서는 밀레니얼 세대들을 잡기 위한 전략을 쉴 틈없이 기획하고 실행 중이다.
그렇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누구일까?
일단 이들은 어린시절부터 늘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것에 능숙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이며,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각종 소셜 미디어 채널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가감없이 표현하는 데에 익숙한 것은 알 것 같다. 때때로 부모세대보다 좋은 환경에서 자라 끈기가 부족하며, 이상한 것에 열광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가성비에 상관없이 아무리 비싸도, 혹은 외관이 멋지지 않아도 내 마음에 들고 나에게 의미 있으면 거리낌 없이 소비를 하는 이들도 많다.
뿐만이 아니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누군가와 집을 공유하거나 누군가의 물건을 빌리는 것에 거리낌이 없고, 남들이 이해못하는 일임에도 스스로가 만족하면 굉장히 뿌듯함을 느낀다. 그들은 왜 그러는 것일까?? 밀레니얼 세대인 필자 조차도 그 트렌드를 따라가고 사고방식을 설명하기 버거울 때가 종종 있다. 따라서 이를 계기삼아 자기계발서, 직무 교육 학원, 공유 오피스, 퇴직 등 직접 피부에 와 닿도록 경험한 것을 토대로 밀레니얼 세대를 들여다보았고, 이 세대에 관한 세 가지 특징들에 대해 고찰하는 기회를 가졌다.
밀레니얼 세대의 자기계발은 다르다
대형 서점에 가 보았다. 서점에 들어섰을 때 필자의 시선을 강탈하는 것은 다름아닌 귀여운 곰돌이 푸였다. 종합 베스트셀러 칸에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제목의 책이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개인주의자 선언>이 눈에 띄기도 하였고,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가 종합 순위 11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느껴 지기도 하였다. 대체적으로 이 서점에서는 방금 언급한 책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시, 에세이’ 부류로 분류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분류 방식을 보면서, 필자와 같은 밀레니얼 세대들은 저러한 책들을 더 이상 단순히 시 혹은 에세이의 영역으로 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개인 소셜 미디어 플랫폼 ‘인스타그램’에 자기계발(서)를 검색해보았다.
인스타그램에 #자기계발 혹은 #자기계발서 해시태그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책들이다.
독서를 하는 법이라거나, 어떤 기술이나 지식을 쌓는 자기 계발서가 간혹 있었지만, 대형서점에서 ‘시, 에세이’로 분류되는 책들이 해시태그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사진 원본 출처 –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자기계발, #자기계발서)
1. 제 인생 제가 알아서 할게요
예상대로, 인스타그램의 #자기계발(서)에는 서점에서 보았던 시-에세이 베스트셀러들을 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바로 밀레니얼 세대가 생각하는 ‘자기 계발’의 개념과 범위가 기존 사회에서 지칭하는 자기 계발과 조금 달라져 있다는 것이었다. 이제 밀레니얼 세대들은 누군가의 삶을 그대로 따라하거나, 어떻게 행동하면 성공한다는 말에 더 이상 동조하지 않는다. 그들은 지친 삶을 위로 받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하고자 하며, 이를 자기 계발이라 여긴다.
실제로 전국의 20대-39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에서 진행한 ‘밀레니얼 세대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들이 현재 추구하고 있는 가치와 앞으로 인생에 바라는 가치 Top 5에 모두 정서적 안정이 들어있다. 뿐만 아니라, 밀레니얼 세대는 기성 사회에서 요구했던 삶의 보편적인 공식에 따르는 삶이 아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기준에 따라 살아가고자 노력한다고 보고서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가족•주변인의 의견보다 자신의 만족을 우선으로 고려한다’에 대해 과반수인 56.6%가 ‘그렇다’고 답했고, ‘사회나 타인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삶의 방식보다 나에게 맞는 방식을 선택한다’에 대해서도 55.4%가 ‘그렇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가 일어난 만큼, 자기계발이라는 단어의 의미와 방향성이 함께 변화되고 있는 것은 전혀 놀라울 일이 아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왜 이런 가치관의 변화를 겪게 되었을까?
사실 이는 그들이 자라 온 물리적인 환경이 그들 부모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것부터 짐작할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들이 태어났을 때 이미 사회는 절대적 빈곤의 문제의 문제로부터 벗어나 있었고, 여러 편리한 기술이 갖춰진 상태였으며 대부분의 지역이 도시화된 상황이었다. 물론 국가마다 다른 상황이겠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밀레니얼 세대는 그 어떤 세대들보다 도시에 거주하는 비율이 많다고 한다. 이러한 환경의 밀레니얼 세대들은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등의 단편적인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인프라가 태어날 때부터(혹은 어릴 때부터) 마련되어 있었기에 의식주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할 염려가 사라진 것이다.
2. 우리는 게으르지 않아요
그렇다고, 그들이 그 전 세대보다 삶에 있어 덜 노력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에 비해 ‘어떻게 살고’, ‘어디서 살 것인가’ 등 인생에 있어 더 광범위하게, 깊게, 세부적으로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일부 기성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흔히 “절박함(혹은 헝그리 정신)이 없다”고 말한다. 기성세대가 갖추어 놓은 좋은 환경에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랐기에, 공부를 하거나 취직을 할 때에도, 그리고 일을 할 때에도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게으르지 않다. 앞서 말했듯이, 기성세대와 살아온 환경이 달라진 만큼 그들이 해야 할 고민의 종류와 범위 역시 달라지고 오히려 더 세분화된 것뿐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더 많은 먹이를 먹을 수 있다는 말은 옛말이다. 먹이를 잡아줄 수 있는 기계는 이미 발달해 있고, 대신 그 기계를 발전시켜 어디에 또 써먹을 지 연구해야 할 부분이 바로 밀레니얼 세대가 고려하는 부분이 되었다.
밀레니얼 세대의 고민이 달라지고 다양 해졌다는 것은 최근 성황을 이루고 있는 직무교육 시장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성인 대상 교육시장 규모는 약 3조원대(IBK투자증권 ‘교육산업’ 보고서, 2013)로 추정되고 있고,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성인을 대상으로 직업기술 강의를 하는 학원이 약 33% 늘어났다고 한다. 수강 강좌도 정말 다양하다. 디지털 마케팅, 퍼포먼스 마케팅, 데이터분석, UI 디자인, 창업, PR, 디자인, 파이썬 등(정말 많다) 실질적이고 전문적인 업무를 회사가 아닌 학원에서 배운다.
이것뿐일까? 실패 잘하는 법, 사랑을 오래 유지하는 법 등과 같은 인생 및 인간관계와 관련된 것들 역시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인기 있는 강좌들이다. 가격은 만만치 않다. 가장 인기있고 SNS 상에서 많은 광고로 눈에 띄는 한 학원의 경우, 3개월 과정의 강좌가 평균 4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밀레니얼 세대의 직장인들은 수업이 가치 있다고 생각되면 과감하게 투자를 한다. 노동시장•산업구조•기술의 변화 속도가 쉽게 따라잡을 수 없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따라가 변화에 안착하려면 배움이 필수라는 것이다.
인생학교 서울의 강좌들
또한 이는 단순히 직장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취업 준비생들 역시 과감하게 직무 교육 학원을 등록하는 경우가 있다. 가격이 직장인들(에게도 버겁다 사실)에게 맞춰져 있지만, 최고치를 갱신중인 실업률을 뚫고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장에 투입되어 이질감 없이 업무를 해낼 수 있다는 증명과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과감히 투자를 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도 취직에 앞서 직무를 탐색하고 경험을 쌓기 위해 직무 교육 학원에 등록했던 적이 있었는데, 해당 직무 학원 수강생의 40%가 대학생들이라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라기도 했다.
이렇게 밀레니얼 세대의 고민은 환경의 변화로 인해 기존 시대의 사람들보다 훨씬 더 다양화되었고 이는 본인 스스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어느 부분에 투자하여 성장할 것인지를 깊게 생각하는 것으로 연결되고 있다. 빠른 트렌드에 맞춰 따라가기 위해 밀레니얼 세대들은 지금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공유 경제의 창시자다
최근 구직자 사이에서 면접을 보기 위해 ‘힙’하다는 공유 오피스에 다녀오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 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대다수의 스타트업 기업들은 공유 오피스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공유오피스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과 더불어 다양한 분야의 사업군과 기업들이 서로 교류하고 협업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준다는 데서 기업에게 유리한 부분이 있고, 세련되고 편안한 사무실 공간과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구직자들에게 일하기 편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데 큰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따라 최근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그 스타트업이 어느 공유 오피스에 들어가있느냐”가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척도가 되고 있기도 하다.
공유오피스 ‘위워크(Wework)’ 사무실
필자가 경험했던 공유 오피스에는 없는 게 없었다. 자몽이 담긴 차갑고 상큼한(두 잔이나 마셨다!)물, 카페와 같은 공간과 남산타워가 보이는 탁 트인 전망까지.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하고 싶은 공간이 바로 공유 오피스의 공간이었다. 또한 공유 오피스에서는 무제한 맥주와 커피, 간단한 간식이 제공되어 있어 직원들이 일을 하다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출출함을 해결하는 데 별도의 시간이나 비용이 들어가지 않았다. 여러모로 공유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것은 비단 공유 오피스 뿐만이 아니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적극적으로 공유 경제에 뛰어든다. 밀레니얼 세대는 타인과 공간, 물질, 시간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서 거리낌이 없다. 이러한 밀레니얼 세대 특성의 트렌드에 따라 비즈니스 트렌드 역시 공유 경제이다. 기성세대가 말하는 ‘요즘 것들’은 에어 비엔비(Air Bnb), 공유 자전거 OFO, 쏘카(sOCAR), 우버(UBER) 등 다양한 서비스를 즐기고 세련되었다고 생각한다. 왜 이런 공유 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일까?
1. 돈이 없어요
첫 번째는 그들이 말 그대로 돈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명한 투자자 스티븐 래서 (Steven Ratter)는 New York Times에 ‘We’re Making Life Too Hard for Millennials (우리가 밀레니얼 세대의 삶을 너무 힘들게 만들었다)’라는 글을 기고하였는데, 밀레니얼 세대가 그들의 부모인 베이비붐 세대보다 객관적인 수치로 봐도 더 힘든 삶을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칼럼에 따르면, 역사상 가장 교육 수준이 높은 밀레니얼 세대는 적어도 이전세대에 비해 재정적으로 매우 가난한 세대라고 한다. 객관적으로 수치화 하였을 때 그들은 학자금 대출 등을 통해 그들의 미래를 위해 고액의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부모세대가 35세일 때 벌어들인 소득보다 43% 하락한 소득을 얻고 있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현저히 낮은 임금과 소득으로 인해 대부분의 밀레니얼 세대들이 내집 마련과 결혼을 포기하는 게 다반사라고 그는 주장했다. 스티븐 레서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미래를 위해 저축하고 합리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하는 느린 경제 성장, 높은 실업률, 임금 정체 그리고 학자금 대출 문제에 직면하였다.
장기적으로 연방 정부의 부채 상환 및 사회 보장 및 의료 보험 등의 지출 증가는 그들에게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가져다줄 것이며, 또 약속한 은퇴 수당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줄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시간이 갈수록 밀레니얼 세대들의 결혼과 취직 시기가 늦춰지고 있으며, 집을 마련하는 것이 이번 생에는 불가능할 것이라 체념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대되고 있다. 2017년에는 소득이 부족하고 구직을 하기 어려운 현실로 인해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하는 것을 넘어 내 집과 인간관계, 꿈 등 N가지를 포기하는 N포세대라는 신조어가 화제였다. 이러한 저소득과 높은 실업률의 상황에서 공유경제가 활성화된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2. 소유하지 않아도 돼요, 경험이 중요할 뿐
두 번째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살고 있는 환경과 관련이 있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태어날 때부터(혹은 어렸을 때부터)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로써 이들을 디지널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일상 생활을 넘어 학습과 자기관리, 인간관계, 건강관리까지 디지털을 활용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있어 SNS는 자신들의 준 아바타와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들은 SNS 게시물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이 이러한 사람이라는 것을 세상에 표현하고, 다른 이들과 공유하며 소통하고 싶어한다.
더불어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는 수억 수천만개의 SNS 게시물은 그들로 하여금 “나도 해보고 싶다”라는 소비, 경험 심리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러한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그를 둘러싼 여러 환경이 바로 ‘소유’보다는 ‘경험’을 선호하도록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한정적인 자원 속에서 모든 것을 향유하려면 영구적으로 그것을 갖는 것 보다는 경험이라는 형태로 만족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맛집을 경험하고, 멋진 공간 혹은 경치를 경험하고, 예쁘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있는 집을 경험하며 이를 디지털 세상에 인증함으로써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밀레니얼 세대들이 살아가는 주된 가치가 되었다.
이러한 밀레니얼 세대들의 특성을 가장 잘 파악한 공유 경제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가 바로 에어비엔비라고 할 수 있다. 에어비엔비의 슬로건은 “여행은 살아 보는 거야”로, 공간이 아닌 경험을 판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또한 최근에는 숙박 서비스 뿐만 아니라 ‘트립’ 서비스를 새로 론칭 하였는데, 여행자들이 현지 호스트들과 직접 만나 현지를 한껏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로써 경험을 판매한다는 그들의 브랜드 슬로건에 더 한 발자국 다가서게 되었다. 비단 에어비엔비 뿐 아니라, 여행과 콘서트, 전시회, VR이나 방 탈출 등과 같은 체험형 레저 문화가 활성화되고 있는 현상들은 소유보다는 경험을 저 중시하는 밀레니얼의 가치관 변화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해볼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워라벨 모두에 자존감을 더하고 싶다
“친구들아, 나 다시 스튜어디스 하려고.”
올 해 6월, 나의 12년 지기 친구가 말을 꺼냈다. 그녀의 오랜 꿈은 스튜어디스였지만, 대학 졸업 후 여러가지 이유로 다른 곳에 취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약 1년여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스튜어디스에 도전 중이다. 이력서, 자기소개서 그리고 수도 없는 면접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그녀를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그녀를 응원하고 있다.
수 많은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들은 그녀와 별반 다르지 않다. 2018년 한 구인구직 플랫폼에서 최근 1년간 신입사원을 채용한 기업들을 조사한 결과 약 70%의 기업에서 조기 퇴사한 신입이 있다고 응답했다. 사실 이러한 퇴사 문제는 기업에게도, 그리고 사원에게도 큰 문제이다. 두 측면 다 인력을 배치하고 얻는 데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 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평균적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하여 1년간 교육을 시켜 업무를 파악하고 적응하게 하는 데 2억원을 소비한다고 한다. 반대로 취업 준비생이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투자하는 시험, 자격증, 기술 공부 등에도 만만치 않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이러한 상당한 낭비를 예상하면서도 신입 사원들이 과감하게 퇴사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은 조기 퇴사하는 이유로 ‘직무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가장 많이 꼽았다.
사람들은 흔히 일과 개인의 삶을 분리시켜서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단순히 야근 없는 업무와 사생활에 집중할 시간을 제공하는 직장이 ‘워라벨’을 실현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온전히 개인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직장도 역시 사람들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직장인들은 24시간 중9시간 이상을 직장과 함께 보낸다. 뿐만 아니라 출퇴근을 하기 위해 하루에 꾸준히 최소 2시간 이상을 또 직장에 할애한다. 이렇게 되면 하루의 절반 이상을 직장과 관련지어 보내는 것이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직장에 머무는 동안 자신의 존재감과 가치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은 또 다른 괴로움과 피로감을 안겨준다. 무엇이든 그 일의 “의미”와 나의 “경험”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에게는 이러한 괴로움이 더 크게 다가온다.
실제로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안정적인 월급도 중요하지만 자아를 찾 아가는 과정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켈리 글로벌 산업인력 지표(KGWI)에 의하면, 젊은 직장인 51%가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면 연봉이 줄거나 직위가 낮아져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또한 연구 조사 기관 Viacom에서는 4400명가량의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직업에 있어서 그들이 어떤 것을 가치 있게 여기는 지 설문 조사를 하였는데, 거의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내가 즐기는 일을 하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 답했다. 이와 같은 조사들은 밀레니얼 세대들이 단순히 직업을 갖는 것을 넘어서서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삶에 취미, 봉사, 가족, 연애 등 개인적인 삶에 자존감을 불어넣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구글 코리아 사옥을 방문한 적이 있다. 구글러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카페와, 아침과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는 구내 뷔페 식당, 탁구대 및 VR 게임장까지 구글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직원들이 이용하는 작은 주방의 서랍장 칸칸이 간식들과 간단한 레토르트 식품으로 꽉 채워져 있었으며, 강남 한복판의 22층의 위치에서 내려다보이는 멋진 전경은 덤이었다. 밀레니얼 세대들의 대표 워너비 회사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몇몇 기업들 역시 밀레니얼 세대를 업무에 몰입시키고 만족시킬 만한 여러 장치를 마련하며 변하고 있는 중이다. 이미 여러 기업에서는 오전 8시부터 10시 사이에 출근을 할 수 있는 유연한 출퇴근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사내 멘토-멘티 등과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그들이 직장에 잘 적응하고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돕고 있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Wework, Fastfive등의 공유오피스와 같이 놀이터 같은 일터를 표방하여 자유로운 분위기의 사무실을 꾸미는 기업도 최근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직무에 몰입하고 더 배울 수 있도록 도서 지원비, 대외 교육비 등에 대해 전보다 더 큰 예산을 측정하여 지원하는 기업 역시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는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변화를 토대로, 한국의 모든 밀레니얼 세대들이 Work-Life 그 어느 부분에서도 본인의 자존감과 가치, 존재감을 잃지 않고 살아갔음 하는 바람이다.
밀레니얼 모먼트를 환영하며
Micah Tyler – You’ve Gotta Love Millennials. 기성세대의 눈으로 본 밀레니얼 세대들의 한심한 행태를 즐겁게(?) 아카펠라로 표현한 곡. 이 곡에 대한 밀레니얼들의 반응은 의외로 뜨거웠다.
1981년부터 1996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이 세계 사회 경제 속의 지배적인 세대로 올라서는 순간, 바로 밀레니얼 모먼트가 도래하고 있다. 이제 2년 후이면 밀레니얼 세대는 전 세계 노동인구의 35%를 차지하게 된다. 이전 부모세대보다는 적은 경제력임에도 공유 경제를 활성화시켜 경험을 먹고 살만큼 소비에 굉장히 긍정적이고,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결정을 가장 먼저 존중한다.
기존 사회에서 말하는 자기 계발은 계발이 아닌 간섭에 가깝다고 불만을 토하면서도, 온갖 돈을 벌기 위해 적용할 수 있는 여러 교육에는 과감히 투자를 하기도 한다. 또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시간을 유연하게 이용하며 일을 하고 싶어하지만 이와 동시에 정서 및 직업적 안정을 추구하는 이중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누구 한 사람을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분류할 수 없을 정도로, 이제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SNS를 수시로 체크하는 것은 그들에게 굉장히 자연스러운 부분이자 삶의 필수가 되었다.
짧지 않은 글로 밀레니얼에 대한 생각을 풀어 왔음에도 사실 그들이 어떤 세대인지 정확히 정의 내리긴 힘든 건 여전하다. 모든 면모에서 이중성을 가지고 있고, 또 밀레니얼 세대 중에는 이 이후 세대인 Z세대와도 겹치는 성향의 세대들이 많으며, 국가별 소득별로 다 다양한 특성과 행태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밀레니얼 세대가 지닌 다양성과 복합성을 이제는 사회가 차츰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마 앞서서 더 일찍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들의 고군분투 노력의 흔적이 아닌가 싶다. 놀랄 만큼 “요즘 것들”, “요즘 애들”이라는 편견 어린 언어가 사라지기 시작했고, 돈이 없다고 하면서도 아이폰X를 구입하여 디지털 생활을 즐기는 세대를, 그 위의 세대들은 점차 이해하고 수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점진적인 변화를 토대로, 비즈니스 뿐 아니라 정치와 사회, 문화의 부분까지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관이 반영된 다채롭고 다이나믹한 사회가 빠르게 도래하길 기대해본다. You’ve gotta love millennia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