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페는 16세기 이스탄불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그때는 카페를 ‘카흐베 하네(Kahve hane)’라고 불렀는데, 이를 영어로 번역하면 커피전문점(Coffeehouse)이라는 뜻이다. 오스만 제국의 전성기였던 그 시절, 번화한 거리에 자리 잡은 커피전문점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놀이를 즐기는 교류의 장이었다.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카페’라는 명칭은 프랑스에서 유래했다. 카페(Café)는 본래 프랑스어로 커피를 의미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커피를 파는 공간’의 의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17세기 이후에는 예술가와 지식인이 모여 토론하거나 서로의 영감을 주고받아 ‘사교 공간’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 후 카페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문화가 발달했고, 이 때문에 카페에서 음식과 술을 팔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카페가 선술집(Pub)과 같은 형식으로 변형되어 발전하기도 했다.

이제는 카페가 단순히 여러 사람이 모이거나 다양한 음식을 파는 공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이미 꽤 오래전부터 유명 커피 브랜드의 커피만을 고집하는 충성 고객, 그리고 특정 카페를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어떤 사람은 친구와 유행을 앞선 멋진 카페에 가는 것을 오늘 하루의 중요 스케줄로 여긴다. 또 어떤 사람은 해외여행을 가면 꼭 그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를 방문해본다. 그뿐인가? SNS에는 멋진 카페에서 마신 커피와 디저트를 찍은 사진이 가득하다. 사진 아래에는 이를 본 친구들의 부러움 가득한 댓글이 달린다.

 

이처럼 카페는 어느새 우리 생활과 생각 곳곳에 깊숙하게 자리 잡았다. 그래서인지 요즘 카페가 너무 많다. 인테리어가 예쁜 카페, 원두를 직접 볶는 카페, 영화를 볼 수 있는 카페, 산이 보이는 전망 좋은 카페, 그리고 특징 없는 일반 카페 등 사람이 지나는 거리에는 어김없이 카페가 존재한다.

 

수많은 카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근에는 자신만의 비장의 무기를 선보이는 카페들도 생기고 있다. 이들은 저마다 고유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강조한 색다른 차별성으로 승부를 건다. 소규모 카페도 공간에 자신의 이야기를 입히기 위해 애를 쓴다. 그리고 저마다의 브랜딩에 성공한 카페들은 대형 커피 브랜드 못지않게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며 마니아층을 형성해가고 있다. 오늘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공간에 담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카페들의 사례를 대표 키워드와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목록>

A. 프릳츠컴퍼니 – 특별하면서도(Specialty) 고풍스러운(Vintage), 복고풍의(Retro) 매력

B. 테라로사 – 독창적인(Originality) 커피 맛과 내부 인테리어(Interior)로 사랑받는 카페

C. 알디프 – 생활양식(Lifestyle) 전반에서 차를 경험(Experience)할 수 있도록

특별하면서도(Specialty) 고풍스러운(Vintage), 복고풍의(Retro) 매력

A. 프릳츠커피컴퍼니(Fritz Coffee Company)

 

프릳츠는 커피와 베이커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사례로 손꼽힌다. 사실 이곳이 아닌 다른 카페에서도 커피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빵 혹은 간단한 샌드위치 등을 판매하고 있다. 상호에서부터 커피와 베이커리 두 개의 품목 모두를 전면에 내세운 카페도 많다. 하지만 커피와 베이커리 모두 맛있는 카페를 찾기는 쉽지 않다. 프릳츠는 커피와 베이커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호평을 받는 카페 중 하나다.

 

프릳츠가 성공한 원인은 먼저 카페 운영진과 커피 원두가 특별하기(Specialty) 때문이다. 프릳츠를 창업한 운영진 대부분은 국가대표급 바리스타 그리고 마니아층을 이미 확보한 경험이 있는 제빵사 출신이다. 그야말로 프릳츠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드림팀이 만든 카페다. 또한 프릳츠는 스페셜티 커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란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에서 선정하는 고품질의 커피, 단어 그대로 특별한 커피를 의미한다. 스페셜티 커피는 특별한 기후와 지리 조건 아래에서 자란 특유의 향을 가진 원두로 만든 커피를 말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스페셜티 커피가 유행처럼 번져 서울에도 스페셜티 커피만을 취급하는 카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프릳츠는 그들 중 대표주자로 꼽힌다. 스페셜티 원두를 취급하는 카페들은 커피 원두의 품질을 직접 검수하기 위해 전 세계 커피 농장과 직접 거래한다. 프릳츠도 중남미의 커피농장에서 원두를 직접 공급받아 직접 로스팅하고 스페셜티 커피를 선보인다. 사람들은 대중화된 커피 가운데서도 대중화되지 않은 특별함을 맛보기 위해 프릳츠를 찾는다. 또, 이곳에서는 솜씨 좋은 제빵사가 만든 맛있는 빵을 함께 맛볼 수 있어 커피 마시는 즐거움이 두 배가 된다.

 

프릳츠의 매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들만의 고풍스러움과 복고풍의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프릳츠 1호점인 마포구 도화점은 오래된 양옥집의 틀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한옥의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을 잘 녹여낸 외관으로 유명하다. 인테리어는 멋진 복고풍으로 꾸몄다. 공간뿐만 아니라 커피와 관련 상품에도 전담 디자인 감독의 복고 감성이 담겨있다. 한 디자인 전문 잡지에서는 프릳츠의 디자인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휘한 ‘조인혁 감독’을 두고 ‘복고풍 그래픽 도사’라고 표현했다. 이 때문에 프릳츠를 찾는 많은 젊은이는 프릳츠를 커피 그리고 복고풍 디자인으로 기억한다. 카페의 기본인 커피와 베이커리에 충실하면서도 공간과 소품까지 멋진 복고풍 카페라니,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발걸음이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독창적인(Originality) 커피 맛과 내부 인테리어(Interior)가 특별한 카페

B. 테라로사(Terarosa)

 

예전에는 강릉에 커피 마시러 간다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며 의아해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커피 마시러 강릉 간다고 하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그중 한 가지 이유가 바로 ‘강릉 커피 축제’다. 매년 10월이면 강릉에서는 5일간 강릉 커피 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벌써 11회를 맞는 강릉 커피 축제에는 2016년 기준, 42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방문객 중 50%가 넘는 사람들이 강릉이 아닌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는 통계도 있다. 이렇듯 강릉은 이제 커피를 마시기 위해 사람들이 일부러 찾는, ‘커피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테라로사’가 있다.

 

사실 테라로사는 강릉의 유명 카페들이 모여 있는 안목 해변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칠성산 자락의 구정면 숲속에 위치한다. 2002년 처음 문을 열 당시만 해도 테라로사는 카페가 아니었다. 커피 원두를 로스팅해서 카페, 레스토랑 등에 납품하는 커피 원두 공장이었다. 하지만 테라로사 커피 맛에 반한 커피 애호가들이 테라로사 공장에 직접 찾아오자 직접 내린 커피를 맛볼 수 있도록 바(Bar)를 설치했고, 지금의 카페 형태로 발전했다. 지금은 직접 로스팅 기계를 사서 원두를 가공하고 같은 자리에서 커피까지 판매하는 카페가 많아졌지만, 테라로사가 처음 문을 열었던 2002년 당시만 해도 그런 개념의 카페는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 때문에 테라로사를 찾는 방문객은 마치 젖소 목장에서 바로 짜낸 우유를 먹는 것처럼 바로 로스팅한 원두로 내린 신선한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또한 테라로사도 프릳츠와 마찬가지로 설립 초기부터 직접 해외에서 커피콩을 공수해서 질 좋은 커피를 생산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기 때문에 당시 커피 애호가들의 목마름을 충족시키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공간이었다.

 

테라로사에는 이러한 독창적인(original) 역사 이외에도 또 다른 비장의 무기가 있다. 바로 인테리어다. 테라로사는 전국에 총 14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데, 각 매장의 건물 구조와 인테리어가 모두 다르다. 테라로사 ‘김용덕 대표’는 커피공장에서 벗어나 독자 매장을 내기로 계획할 때부터 모든 매장이 서로 다른 느낌이겠지만 테라로사다운 분위기를 가질 수 있길 바랐다. 예를 들어, 서울 포스코센터점의 경우 매장이 포스코 건물 입구에 위치했다는 상징성을 살려서 ‘철’을 소재로 공간을 꾸몄다. 매장 곳곳에 철계단, 철가구, 현장 작업모 등 철과 관련된 다양한 물건을 비치하고 중심에는 포스코가 보유한 1만여 권의 책을 함께 배치했다. 덕분에 포스코 센터 1층은 압도적 황홀감을 주는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북한강 변에 자리 잡은 서종점은 마을(Village)을 주제로 공간을 꾸몄다. 창밖으로 북한 강변이 내려다보이는 공간 안에 테라로사 매장을 중심으로 와인 가게, 레스토랑, 아이스크림 가게, 화장품 가게 등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덕분에 서종점에 방문한 사람들은 하루 동안 커피마을로 여행을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공간 디자인이 브랜딩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너무나 많은 사례를 통해 알려져 왔다. 매장 안에서 그 브랜드만의 탁월한 감성과 문화를 느낄 수 있다면 이 브랜드는 사람들의 뇌리에 남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테라로사 각 지역의 매장에서는 이러한 통일성을 쉽게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신 각 매장은 위치한 지역과 환경을 잘 활용해 변화무쌍한 공간으로 탄생했다. 특이하게도 테라로사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은 각기 다른 매장 안에서 테라로사만의 아우라를 즐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커피가 있다. 커피가 각 공간의 이야기와 어우러지는 것이다. 바쁜 도시인들의 공간에서도 그리고 한적한 강변에서도, 결국은 커피가 그 흐름의 마침표를 찍어낸다.

생활(Lifestyle) 전반에서 차를 경험(Experience)할 수 있도록

C. 알디프(Altdif)

 

국립국어원에서 편찬한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카페를 찻집으로 순화하여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커피 또한 커피나무의 열매를 볶아서 뜨거운 물과 함께 마시는 차의 일종이니 카페를 찻집이라 말하는 것이 완벽하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커피가 서양의 문화라면 동양에서는 차(茶) 문화가 오랜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차 문화가 시작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신라 흥덕왕의 명을 받은 ‘사신 김대렴’이 당나라에서 처음으로 차 씨를 들여왔다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차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오래된 만큼 우리만의 고유한 차 문화가 분명 존재한다. 특히 고려 시대에는 불교를 중심으로 다도 문화가 발달했다. 다만 현재의 찻집 대부분은 이러한 전통의 맛과 멋만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느껴진다. 물론 전통을 추구하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차 문화가 전통이라는 단어 안에서 변화나 융합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얼마 전 이러한 아쉬움을 종식해주는 멋진 차 브랜드가 등장했다. 바로 알디프(ALTDIF)다. 알디프는 ‘티&라이프스타일 기업’을 표방한다. 차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삶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진 브랜드다. 이러한 포부는 예술(Art), 삶(Life), 차(Tea), 존엄성(Dignity), 다양성(Diversity), 자유(Freedom)의 합성어로 만들어진 브랜드의 이름에서도 잘 드러난다.

 

알디프는 뷰티 기업에서 화장품 개발과 브랜딩을 담당했던 이은빈 대표가 티 감별사와 함께 블렌딩 티를 만들며 시작됐다. 기존 차 시장의 주류 상품들은 차 고유의 향을 느낄 수 있는 싱글 티 위주였지만, 이은빈 대표는 과감하게 블렌딩 티로 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마시는 차뿐만이 아니다. 차가 소비자들의 삶에도 적절히 스며들 수 있도록 ‘블렌딩’한다. 앞서 소개한 브랜드 이름에서 드러나듯 사람들이 차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이은빈 대표가 알디프를 세운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 첫 시도가 차 향을 이용한 티 향수다. 티 향수는 알디프에서 블렌딩 한 차 향을 그대로 우려내 화학 탈취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만든 향수다. 내 옷과 몸에 차의 향을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가치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제품이다.

 

또한 알디프는 사람들에게 브랜드와 그 가치를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사람들이 이를 경험할 수 있도록 ‘알디프 티 바&라운지(ALTIF TEA BAR&LOUNGE)’라는 이름의 찻집도 운영한다. 이 찻집은 크게 두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1층 바(Bar) 공간에서는 방문자에게 알디프에서 블렌딩 한 차를 직접 소개한다. 방문자는 차 소개를 들으며 차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레스토랑에서나 볼 수 있는 코스 메뉴, 일명 ‘코스 티(Course Tea)’를 제공한다. 코스 티 메뉴에서는 시즌마다 다른 주제를 가지고 블렌딩 한 차를 소개한다. 예를 들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작품을 모티브로 알디프의 차 감별사가 직접 블렌딩 한 여러 차를 이야기의 흐름에 맞게 소개한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들으며 차를 마시는 시간을 통해 차와 알디프를 조금 더 특별하게 기억하고 블렌딩 차에 대해 호감을 느낄 수 있다. 2층은 기존 카페와 같이 혼자 혹은 여럿이 차를 즐길 수 있는 라운지가 있다.

 

차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찻집은 꽤 많다. 하지만 차를 삶에 녹여내는 브랜드는 흔치 않다. 그리고 차를 통해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도 흔치 않다. 이것이 바로 알디프에 시선이 가는 이유다.

성공적인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요소 중 하나는 차별성이다. 다른 브랜드와 내 브랜드를 구별 짓는 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메뉴도 똑같고 맛도 비슷한데 ‘서비스’가 눈에 띄게 친절하다면 그것이 우리 브랜드의 특징이자 차별성인 것이다. 그리고 그 차별성을 많은 대중이 경험하고 알게 되었다면 우리는 ‘친절한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더욱 살릴 필요가 있다. 이렇게 차별화된 이미지를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만들고 그것을 경험하게 하는 모든 작업을 우리는 쉽게 말해 브랜딩이라 말한다.

 

우리가 앞서 살펴본 모든 카페 브랜드에는 그 차별성을 요약해주는 단어가 있다. 프릳츠의 스페셜티 커피와 복고풍 디자인, 테라로사의 독창성과 인테리어, 그리고 알디프의 라이프스타일과 경험. 그 카페와 브랜드를 떠올렸을 때, 사람들 머릿속에 특정 이미지나 단어가 떠오른다면 그 브랜드는 이미 성공적인 브랜딩을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적어도 시장의 숨 막히는 홍보 경쟁에서 잘 버티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혹시 이 글을 읽으며 당신의 주변에 있는 카페 중 확실한 이미지로 떠오르는 곳이 있는가. 오늘은 그 카페에 방문해 차를 마시며 그들만의 매력을 찾아보는 즐거움을 만끽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