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우리의 표준(norm)을 정의한다. 지금 들고 있는 스마트폰, 업무할 때 사용하는 노트북과 태블릿, 이동할 때 쓰는 무선 이어폰, 건강을 트랙킹하는 스마트 워치까지. 이 모든 걸 애플이 최초로 개발한 게 아님에도 새로운 기술을 우리의 삶에 흡수시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정립하는 데 있어 뛰어난 역량을 발휘한다. 한 마디로 기술의 대중화를 이끄는 탁월성으로 해당 기술과 제품을 떠올렸을 때 애플의 세팅이 디폴트가 되게끔 만든다. 그런 애플이 9년 만에 신작을 공개했다. 2023년 6월 5일, 무더위가 오기 전의 선선한 캘리포니아 속에서 벌어진 일이다.
모든 것은 한 지붕 아래에 있어야 한다라는 스티브 잡스 철학에 따라 지어진 커다란 원형 건물 속 애플 신사옥 애플 파크(Apple Park)에서 연례 세계 개발자 회의(WWDC)가 열렸다. 그곳에서 팀 쿡이 또 하나의 혁신(one more thing)을 공개했다. 이름은 비전프로(Vision Pro), VR 헤드셋이다.
VR 헤드셋? 아이폰 혹은 애플워치처럼 이전과 완전히 다른 차원의 혁신을 기대한 이들은 내심 실망했을 것이다. 코로나19 때 반짝 관심을 끌다 만 VR 헤드셋 아닌가? 그렇다면 애플의 VR 헤드셋은 미감적으로 훌륭한가? 특유의 콤팩트함과 미니멀한 디자인을 필두로 호평을 끌어낸 애플이 거추장스러우며 디자인적으로 어딘가 기계적인 헤드셋을 혁신이라고 소개하다니 의아했을 것이다.
괜한 실망과 걱정은 아닌 게 실제로 VR 헤드셋은 인기가 없다. 당장 주위만 둘러봐도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는 자주 마주쳐도 VR 헤드셋을 지닌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설령 있다고 해도 많지 않다. 얼리어답터가 비교적 많은 미국의 경우조차 10대 소비자 중 VR 기기를 소유한 사람의 비율은 29%에 불과하며, VR 헤드셋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답한 이는 7%에 불과하다. 이는 87%를 이미 점유한 아이폰과 비교했을 때 잠재 고객이 상당히 적은 형국이다.
또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소유한 메타(구 페이스북)는 애플보다 먼저 사명까지 바꿔가며 VR,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일구지 못했다. 메타는 지난해만 해도 직원 1만 1,000명을 해고했고 광고 수입 감소와 더불어 메타버스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로 주가까지 급락한 전적이 있다. (2021년 9월 고점 대비 76%가량 하락) 디즈니도 차세대의 위대한 스토리텔링 개척지라 호기롭게 선언하며 메타버스 사업부를 만들었지만, 그 찬사가 무색할 정도로 작년 2월에 부서 자체를 폐쇄하고 부원 약 50명을 해고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그들이 인수한 메타버스 플랫폼 알트스페이스 VR 서비스를 종료했다. 구글도 증강현실 기술을 미래 비전으로 내세운 것과는 대조적으로 현재 모든 역량을 생성AI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19 종식과 더불어 메타버스·VR의 열기도 식어 마치 아무도 찾지 않는 불모지가 된 것만 같다.
애플의 넥스트 비전, 비전프로
철 지난 트렌드의 망령을 애플은 왜 호명하는 것일까? 애플 또한 그간 VR 산업이 크게 빛을 발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즈음에서 답부터 말하자면 비전프로를 통해 애플이 내세우고자 한 무엇은 결코 메타버스·VR이 아니란 사실이다. 애플은 컴퓨터와 모바일에서 더 나아간 공간 컴퓨팅 플랫폼(spatial computing) 개념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드웨어에만 그치지 않고 이 생태계를 빼곡히 채워 줄 소프트웨어 운영체제(OS) 비전 OS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본격적으로 공간 컴퓨팅 플랫폼과 비전 OS를 소개하기 전에 우리는 기술을 대중화함으로써 이를 표준 규범(norm)으로 정립하는 애플의 뛰어난 역량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비전프로를 단순히 철 지난 VR 헤드셋, 여유 있는 자들의 이색 취향 혹은 예쁜 쓰레기라고 치부하기에는 아직은 이르다는 뜻이다.
2007년 세계 최초로 아이폰이 세상에 소개된 순간을 기억하는가?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소개할 때 군더더기 없이 단 하나만을 강조했다. 아이팟(Mp3), 전화기, 인터넷(컴퓨터)이 3개를 결합한 것, 그것이 아이폰이었다. 아이폰의 스펙도, 기술의 정밀성에 대한 소개도 그 이후에 따라왔다. 그는 사람들이 단순히 기술의 우수성만으로 제품을 사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에게 데스크톱, 여전히 한 손에 들고 다니기는 어려운 노트북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제시했고 언제 어디서나, 심지어 걸어 다니거나 버스를 탈 때도 할 수 있는 컴퓨터로서의 아이폰을 강조했다.
사람들은 그의 넥스트 비전에 열광했다. 문자 그대로 이 기기가 우리 손 안에 들어온다면 우리는 어떤 작업을 어디에서나 어떻게든 할 수 있게 되기에 그 상상력과 무궁무진함에 환호한 것이다. 마치 그의 발표를 보고 향후 커뮤니케이션 중심엔 스마트폰이 있을 거라 예견해 2010년 카카오톡을 개발한 김범수(현 카카오 의장)처럼 말이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컴퓨터가 아닌 모바일 중심의 세상에 살고 있다. 기술과 라이프스타일 모든 측면에서 모바일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경험했다. 의사소통도, 여가도, 수천만 원의 투자도, 영화 촬영도, 스마트폰 단 하나로 가능하다. 그 변화를 추동한 건 아이폰이란 하드웨어의 진보와 더불어 앱스토어를 필두로 한 iOS란 운영체제가 배포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후발주자로 가세한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모바일 중심 생태계가 만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동력이 되어주었다. 이를 통해 애플의 힘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수많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토대(운영체제)를 제공한다는 점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비전프로의 등장 또한 단순히 하드웨어만 볼 것이 아니라 공간 컴퓨팅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으로 볼 필요가 있다.
김주호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혁신은 새로운 발명보다 기존 기술들을 수억 명이 쓸 수 있는 형태로 표준화하고 사용하고 패키징하는 데에서 수많은 성공사례를 남겨왔다”고 분석한다. 모바일 앱스토어가 그랬던 것처럼 비전 OS 체제는 개발자들에게 공간 컴퓨팅에 특화된 새로운 개발자용 키트를 제공함으로써 그간 부재했던 VR 콘텐츠를 적극 개발·상용화하는 데 절대적 역할을 할 것이다.
비전프로 A to Z
그렇다면 비전프로에 대해서 살펴보자. 일단 비전프로의 외관은 하얀색 테두리에 검은색 고글 모양이다. 완전한 3D 인터페이스를 위한 세계 최초의 ①공간 운영체제(OS) 비전 OS가 장착되어 있으며 ②4K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2,300만 픽셀)가 밀집된 2개의 디스플레이와 ③애플 이머시브 비디오 3D 카메라 ④눈·손·음성으로 제어 가능한 새로운 입력 체계, ⑤기기를 착용한 채 외부를 보고 소통할 수 있는 아이사이트(EyeSight) 기능, ⑥최신 공간 음향 시스템, ⑦특수 제작된 반사굴절 렌즈, ⑧고성능 시선 추적 시스템이지만 시선 정보는 미저장하는 홍채 인증 보안인증 시스템 옵틱 ID를 적용했고 ⑨전용 칩인 1 칩 등이 적용되어 있다.
R1 칩은 M2 칩과 함께 비전프로에 탑재한 칩으로 실시간 센서를 처리하는 고도의 작업을 위해 만들어졌다. 보통 VR 헤드셋을 쓰면 지연속도 때문에 멀미 현상이 있지만 R1 칩은 눈 깜빡이는 속도보다 8배 빠른 처리 속도로 이러한 지연 시간을 줄여 헤드셋 이용의 편리성을 효과적으로 높였다. 애플의 1천 명 넘는 개발자들이 7년 넘게 개발한 만큼 애플의 최첨단 기술이 총망라되어 있다.
디자인을 통해 이용자의 경험을 재구성한다는 애플의 신념처럼 디자인 또한 개인에게 최적화되어 있다. 디자인은 3가지 키워드로 정리된다. 이동성, 착용성, 다양성. 최경량 소재를 사용해 무게를 최대한 줄이되 다양한 얼굴 형태를 수용할 수 있는 조절 시스템으로 이용자의 편의를 높였다. 고글이 위치한 유리는 특수 제작된 알루미늄 합금 프레임 안으로 매끄럽게 연결되며 프레임은 사용자의 얼굴을 곡면으로 감싼다.
모듈형 시스템은 다양한 얼굴 형태의 사람들에게 맞춤 조정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라이트실은 부드러운 섬유 소재로 제작돼 얼굴 크기와 모양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다. 위쪽에는 공간의 사진과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버튼과 디지털 크라운이 있다. 디지털 크라운은 애플워치 상단 오른쪽 위에 튀어나온 동그라미 휠과 동일한 이름으로, 이를 클릭하거나 휠을 돌려 앱 아이콘 메뉴를 나타내거나 나타나는 화면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4년 연말에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은 455만 원(3,500달러)이다.
“모바일→?” 패러다임 전환의 킬러콘텐츠 나올 수 있어
애플의 신제품이 유독 관심을 받는 이유는 비전 OS 체제 아래 킬러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VR(AR)산업이 정체되었던 이유는 가상현실 콘텐츠가 우리의 실생활과 어떤 연관이 있느냐에 대한 물음에 명확히 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혹은 그 자체로 우리가 왜 이용해야 하는지 제품에 대한 특별한 매력을 느끼기 어려웠다. 제페토, 게더 타운 등 수많은 메타버스 플랫폼이 쏟아져 나왔지만 현실을 대체하거나 현실 그 이상의 효용성을 우리에게 주지 않았다. 현실을 그대로 모사한 것만 같은 비주얼에 흥미를 느껴 다가갔지만 결국 그 이상의 재미, 혹은 효용성이 없기에 하나의 생태계로서 기능하지 못한 것이다. 화상 회의가 하고 싶다면 줌(zoom), 구글미트(meet)를 이용하면 되고 만나 게임을 하고 싶다면 오버워치나 배틀그라운드를 하면 된다. 나를 표현하고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며 소통하는 역할은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기존의 SNS가 제 기능을 하고 있다. 3D 환경의 메타버스에서만 가능한, 혹은 더욱 매력적인 콘텐츠가 없었다.
비전프로는 메타버스에 집착하거나 집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업무, 여가, 의사소통 등 현실의 모든 영역에서 비전프로를 강조한다. 가령 회사 사무실에서 맥북으로 하던 문서 작성을 집으로 가져와 3D 공간에 펼쳐 놓고 이어서 할 수 있다. 가상 화면에 여러 개의 창을 띄워 디스플레이의 한계 없이 화상 회의, 문서 작성, PPT 제작, 메신저 등을 활용 배치해 자신의 업무·여가 스타일을 최적화할 수 있다. 마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 크루즈가 간단한 모션으로 각종 홀로그램을 넘기며 업무를 처리했던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더 이상 손목 터널 증후군과 거북목을 걱정하지 않은 채 업무할 수 있는 환경이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바일과 컴퓨터는 디스플레이라는 2D가 주는 물리적 제약에 갇혀 있다. 우리가 큰 화면을 선호하든, 기동성이 뛰어난 작은 화면을 선호하든 가로X세로의 물리적 환경에 갇히게 되면 우리의 경험과 감각의 폭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수많은 영화감독이 영화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는 말을 줄기차게 하는 것 같다.
얼마 전 방한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CEO와 영화감독 박찬욱 대담회에서 박찬욱은 이와 관련해 복잡한 심경을 표출하기도 했다. “집에서 컴퓨터로 영화를 보는 건 나쁜 일은 아니다. 다만, 스마트폰으로는 보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그것만큼은 저도 힘들더라.” 애플 광고를 받은 게 아니냐고 의심받을 정도로 모바일 시대 속 영화 스토리텔링 방향을 모색한 그의 최근작 <헤어질 결심>과 별개로 거장 또한 영화관이 아닌 스마트폰으로 관람하는 시대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연출가가 의도한 영화적 장치와 속도, 내러티브를 빨리 감기와 건너뛰기 없이, 시네마스코프가 준수되는 와이드 화면에서 관객이 오롯이 집중해 즐기길 원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발언인 듯 싶다. 그러나 비전프로가 선보이는 시네마틱 및 콘텐츠의 세계는 아마 우리를 영화관으로부터 더 멀어지게 하지 않을까 싶다. 물리적 디스플레이의 한계 없이 내가 원하는 만큼 화면을 확대하고 심지어 3D 영화까지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나 내가 원하는 시네마 환경을 세팅할 수 있다면 영화관을 찾아야 할 이유가 더욱 줄어들 것이다.
일례로 3D는 극장에서만 관람이 가능했는데 애플에서 비전 OS용 SDK(Software Development Kit: 소프트웨어 개발자 도구)를 배포함에 따라 비전프로를 통해 3D 콘텐츠를 제작하고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이 도래할 것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몇몇 할리우드 관계자들은 애플 비전프로 데모에 참석해 영화 <아바타 : 물의 길> 일부 장면을 감상했다고 한다. 이 시연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자신이 등장인물과 함께 물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 아이맥스(IMAX) 스크린에서 보는 이상의 몰입감을 맛보았다고 증언하며 비전프로를 통해 더욱 증폭될 OTT와 3D 영화 산업 미래를 점쳤다.
그 외에도 애플에서 직접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추후 OS 업데이트와 다양한 비전프로용 어플이 개발된다면 다음과 같은 상상도 가능하다. 가령 애플워치와 연동을 통해 피트니스 전용 프로그램으로 가상현실에서 운동하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시리와 챗 GPT가 비전프로와 결합되면 내가 일일이 정보를 찾고 처리하던 시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다. 마치 영화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가 AI 비서 자비스에게 명령을 내리고 본인의 실험과 개발을 이어 나간 것처럼, 생성AI와 공간 컴퓨팅의 만남으로 우리는 서치의 시대가 아닌, 커맨드의 시대에 살게 될 것이다.
콘텐츠 시장은 벌써부터 변화의 물결에 빠르게 합류하고 있다. 밥 아이거 디즈니 CEO는 비전프로가 공개된 WWDC 키노트에서 “디즈니는 비전프로용 콘텐츠를 만들 것”이라고 선언했다. 비전프로를 3D 영화 혹은 AR 콘텐츠 배포를 위한 플랫폼으로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항간에서 애플이 킬러콘텐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디즈니를 인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만큼 애플 또한 비전프로의 성공을 위해 콘텐츠 업계와 긴밀히 협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인수가 성사된다면 픽사는 자신의 창업자(스티브 잡스)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일까?) 또 다른 핵심 콘텐츠로는 미국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 NFL(북미프로풋볼) 중계도 고려하고 있다.
이처럼 2D에서 3D와 홈시어터(OTT)를 미래로 내다본 애플의 움직임은 영화관에 도래한 위기를 더욱 가속할 것이다. 영화관이 주는 여러 효용과 즐거움이 있다. 거대한 화면에서 훌륭한 음향 시스템으로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집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IMAX 화면, 돌비 음향, 3D, 4DX가 그런 요소이다. 그런데도 OTT가 도래한 이후부터 영화관의 고꾸라짐은 멈출 수 없는 추세이다. 작년 전 세계 박스오피스 7위를 기록했던 우리나라 영화 시장은 그 규모가 무색할 정도로 현재 힘을 못 쓰고 있다. 2019년 1,000만 영화가 무려 5편이나 나왔던 것과 비교해 보면 올해 영화관에서 개봉해 100만 관객을 넘긴 한국 영화는 단 두 편뿐이다.
해외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코로나가 오기 전부터 OTT 시장은 극장 매출을 뛰어넘었고 2020년엔 전체 영화-영상 산업 중 70.8%를 차지할 만큼 급성장했다. OTT와 스마트폰에 회의적이었던 유명 감독들도 점차 우려와 비판은 접고 변화에 합류하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도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고 스트리밍되는 영화는 영화가 아니라며 넷플릭스 제작 영화를 아카데미상 수상 대상에 제외해야 한다고 인터뷰했지만 현재 그의 제작사는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넷플릭스 전용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CNN은 “할리우드의 오랜 호위병 중 하나인 스필버그가 넷플릭스와 제휴한 것은 스트리밍 서비스에 있어 중대한 성취이자 할리우드의 변화라는 역동성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영화관은 이제 놀이동산처럼 특별할 때만 가는 공간으로 인식되거나 집단 관람을 위한 공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 콘서트, 경기 실황 단관(단체 관람)을 영화관에서 진행하는 서비스가 각광받게 된 것처럼 말이다. 소수의 시네필 혹은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 고급화 전략과 다양한 영상 미디어의 아레나로 변모할 수 있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향후 콘텐츠 시장에서 영화관은 더 이상 영화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며, 스마트기기는 영화 시청에 합당하지 않은 환경이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아이폰이 쏘아 올리고 비전프로가 증폭시킬 미래에는 그 모든 것이 고정적인 역할에 머물게 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