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사회 전반에 대한 아티스트의 생각을 들어보는 인터뷰 프로젝트 <젊은 예술, 생각을 디자인하다>. 작가의 태도, 가치관, 창의성, 소통, 감성이 반영되는 작업이나 작품활동 이야기, 작가 개인의 생각을 따라가 보며, 문화예술이 우리 삶과 인간에게 주는 긍정적인 효과와 강점을 알아보고,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아티스트와 함께 예술의 미래를 그려봅니다.
안숭범
시인, 영화평론가
세상을 이야기로 바라보는 사람. 모든 영역을 이야기로 대하고 어떻게 하면 매체에 맞는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 ‘공간 스토리텔링 1세대’ 안숭범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교수이자 시인, 영화평론가, 그리고 공간 스토리텔러로 활동하는 안숭범. 그가 바라보는 이야기가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본다.
PART 1. 아티스트를 소개합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야기가 있는 모든 대상을 연구하는 사람이고요, 그에 더해서 영화 평론과 시를 쓰는 안숭범이라고 합니다.
Q. 어떻게 해서 시, 영화 그리고 문화 예술 분야의 스토리를 디자인하게 되셨나요?
그때그때 좋아하는 것을 하다 보니까 성격이 다른 이정표가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에 시인이 되었고, 그다음에 영화 평론가가 되었죠. 그리고 원래 제 꿈이 공부를 계속해서 교수가 되는 것이어서 마지막으로 교수가 되었네요.
Q. 문학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셨나요?
저는 문학 작품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야기라는 것이 책, 그러니까 글자라는 질료 안에 갇히잖아요. 그래서 스스로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작품안에만 머물지 않도록 했어요. 영화도 굉장히 좋아했고, 영화 이외에 다른이야기가 있는 여러 매체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PART 2. 아티스트의 작품활동과 관점을 살펴보다
Q. 안숭범 작가님 이름에 ‘공간 스토리텔링 1세대’라는 수식어가 붙더라고요. ‘스토리텔링’, ‘스토리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생소한데, 어떻게 접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2005년에서 2010년 사이에 스토리텔링이 공간 스토리텔링, 또는 장소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응용되기 시작했어요. 혹시 ‘박물관이 박물화 된다’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옛날에는 입장료를 사서 찾아갔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박물관에 흥미를 덜 느끼잖아요. 공간의 구조, 동선 그 안에 소장된 물건들이 다 비슷하다 보니까 재방문을 하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무료라고 해도 사람들이 찾지 않아요.
박물관이 박물화 되고 있는 부분들을 타계하기 위해서 박물관, 문학관, 소규모 테마파크를 지을 때 어떻게 하면 재방문율을 높일 수 있을지고민하는 작업을 하는 거죠. 건축이 들어가기 전에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있었어요. 그때 제가 그 부분에 대해서 연구를 하기 시작했죠. 그래서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공간은 물론, 한 건설회사에서 아파트를 짓는데 그 안의 공간 구조를 고려하면서 사람들의 동선에 따른 ‘이야기가 있는 공간’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Q. 쉽게 말해서 ‘공간’과 ‘스토리텔링’을 연결한 거죠?
그렇죠. 이야기라는 게 몰입감이 생기거든요. 우리가 어떤단어를 사전적으로 읽게 되면 그것은 개념이잖아요. 그런데 그 단어에 대해서 사람이 이야기를 시작하면 몰입감이 생겨요. 그리고 그렇게 얻게 된 지식은 장기기억효과가 생기거든요. 그 부분을 공간으로 풀어보면 공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또다시 가고 싶어지는 거예요.
저는 향유감이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사람이 어떤 공간에 갔을 때 거기서 느끼는 몇 가지 감각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테마에 따라서 그 향유감이 달라질 수 있어요. 예를 들면 번지점프를 하러 가는 사람 중에 번지점프를 통해서 지적 만족감을 느끼려고 하는 사람은 많지 않죠. 일탈감이나 모험감을 느끼려고 하죠. 그러니까 어떤 대상에 따른 향유감을 뽑아 대치하면서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진행해왔어요.
Q. ‘공간 스토리텔링 1세대’이다 보니 시작할 때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저 개인적으로 ‘내가 사기꾼이 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왜냐하면 저는 문학 베이스 즉, 인문학자로서 출발했고, 또 영화를 좋아해서 이미지에 대한 분석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제가 너무 먼 분야까지 손을 뻗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됐어요.
저한테 그런 일이 들어왔을 때 서슴없이 임하는 것이 맞는지 자기 검열이 먼저 있었죠. 그런데 하 다보니까 흥미를 느끼게 됐고 계속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공부를 하면서 계속 진행하게 된 거죠. 그러다 보니까 경험을 통해서 저만의 노하우를 갖게 된 것 같아요.
Q. 작업할수록 스토리텔링이 주는 힘을 많이 느끼셨을 것 같아요. 어떠세요?
저는 인간은 원래 호모나랜스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흔히 호모사피엔스라고 하잖아요. 도구를 사용하는 슬기로운 인간. 이것이 현대 인류를 정의하는 단어일 텐데 저는 이야기하는 인간, 그러니까 호모나랜스가 더 본질적이라고 생각해요.지금 우리는 문자를 사용하는 문자 문화 시대를 살고 있는데, 인간은 그것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동안 구술 문화 시대를 살았잖아요. 글이 없어요. 그러니까 문명이 발달하는 속도도 엄청 느리죠. 그런데 그때는 세계가 온통 이야기였어요.
어느 민족이든 별자리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민족이 있나요? 다 있거든요. 그런데 별자리에 왜 이야기를 만들었을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옛날 바다에 어떤 선조가 살았는데, 바닷가에 나가서 물고기를 잡다가 노인과 바다처럼 너무 먼 바다로 나간 거예요. 물고기를 못 잡고 돌아가야 하는데 육지가 보이지 않아요. 이 분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별자리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별자리는 항상 그 모양 그대로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처럼 있거든요.
그런데 거기에 이야기를 심으면 앞서 이야기했듯이 몰입감과 장기기억효과가 생긴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그 이야기를 내 아들한테, 딸한테 물려주는 것만으로도 생존을 위하는 도구적인 지식이 전수되는 거죠. 그러니까 스토리는 과거에는 굉장히 중요한 수단이고 도구였고, 또 삶의 목적일 수 있어요. 그런데 이제 문자 문화 시대로 들어오면서 인간의 사고 패턴이 많이 바뀌게 되었겠죠?
저는 디지털 시대로 오면서 또다시 스토리텔링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원래 갖고 있었던 스토리텔링형 인간으로 우리가 돌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Q. 특별히 이야기가 있는 콘텐츠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있으세요?
저는 모든 사람이 이야기로 보여요. 그리고 제 주변의 사건들도 이야기로 보이거든요. 그니까 저는 스토리가 출발점이에요. 시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요. 저는 문학콘텐츠를 스토리콘텐츠라고 생각해요. 영화와 시는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역이고요. 모든 영역을 다 이야기로 대하고, 어떻게 하면 그 매체에 맞는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이 즐거우니까 스토리로 세상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Q. 안숭범 교수님만의 스토리를 쓰는 방법론이 있으신가요?
장르나 매체에 따라서 만들어가는 방법론은 다 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미디어가 분화되면 분화될수록 기술 기반에 영향을 받거든요. 예를 들면, 우리가 온라인 게임을 하게 되면 이것은 소설 쓰기랑 굉장히 다른 작업이에요.
왜냐하면 소설이라는 것은 작가가 글을 쓰면 독자는 1페이지부터 100페이지까지 순서대로 읽잖아요. 선형적이죠. 나는 이야기 외부에 있는 존재잖아요. 그런데 온라인 게임 같은 경우에는 그 이야기를 작가가 만들어 주면 사용자가 들어가서 자기 이야기를 스스로 쓰게 돼요.
Q. 글을 쓸 때 가장 힘든 부분은 어떤 건가요?
나를 통과하지 않는 글이 있을 때가 있어요. 어떤 필요 때문에 요청받아서 쓰는 글이요. 제 안에서 원인이 있고 동기부여가 돼서 글을 쓰는 게 아닌, 요청에 의해 써야 할 때 가장 막막해요. 반대로, 일단 내 안에서 동기 부여가 되고, 자신한테 솔직해지면 글은 충분히 써지는 것 같아요.
PART 3. 영화 평론가 안숭범을 이야기하다
Q. 시인이자 영화평론가이시기도 하잖아요. 시를 쓰면서 평론을 한다는 것이 의외였다고 할까요? 완전히 다른 영역을 동시에 하고 계시는데, 그 부분에 대한 생각과 의견을 듣고 싶어요.
시는 제 삶의 여백이에요. 그래서 늘 가까이 있지만, 시가 없어도 살아갈 수는 있어요. 그런데 또 어떤 순간에는 시가 없으면 허전해요. 연인 같은 존재인 셈이죠. 영화도 다르지 않아요. 영화도 저에게는 그런 의미에요. 하나는 이미지가 질료이고, 하나는 글이 질료이기 때문에 조금 다르지만 예술을 하는 행위 자체에 큰 차이는 없다고 봐요. 심지어 방법론에서도 차이가 없다고봐요.
예를 들어 시는 어떤 단어나 구와 구, 행과 행, 연과 연을 이어가고 부딪혀가면서 의미를 만들잖아요. 그런데 영화도 쇼트와 쇼트, 장면과 장면, 시퀀스와 시퀀스 사이를 연결하면서 또 충돌시키면서 의미를 집적해가거든요. 그런 방법론상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고 두 가지가 다른 예술이라는 편견을 갖지 않고 대한다면 두 가지 다 애인이 될 수 있고,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 해요.
Q. 영화가 사람에게 주는 메시지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영화는 했던 말을 반복하는데, 다르게 반복하죠. 보통 ‘장르 영화’라고 부르는데 예를 들어서 북한산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등산로가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등산로마다 이정표가 있죠. 그런데 많이 알려진 등산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길로 다니다 보니까 하나의 정설처럼 되는 거잖아요.
‘장르 영화’ 같은 경우도 쾌감을 주기 위해서 클리쉐, 스테레오 타입을 만드는 문법화된 기준과 관습이 있어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뻔할 수 있어요. 하지만 다르게 뻔한 거죠. 그렇다고 해서 ‘장르 영화’가 대중적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어요. 족보 없는 영화들도 있을 수 있고, 정말 특이한 영화도 있을 수 있어요. 제가 영화관에서 그런 영화를 만났을 때 ‘아 이건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볼 영화는 아니구나’ 그냥 감이 와요.
그런데 그런 영화가 너무 쉽게 사라지는 건 정말 아까워요. 보고 싶은 사람도 분명히 있고 또, 의미를 전달했을 때 그 이야기 속에 참여해보고 싶은 사람도 있거든요. 그런 영화들이 설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Q. 평론가 입장에서 바라보았을 때 요즘 영화 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진지한 사색과 성찰, 고민이 개입되는 문화콘텐츠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창구가 사라지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최근 영화 평론가들이 평론을 쓸 수 있는 지면 자체가 많이 사라졌거든요. 영화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충분한 분량으로 혼신을 다해서 원고를 쓰고 발표할 지면이 많지 않아요. 스케일이 작은 영화 중에서도 좋은 영화가 많고, 그런 영화가 있다는 것을 대중들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전달 되지 않고 소수에게만 회자되고 사라지는 영화들이 있거든요.
저는 그런 영화들이 너무 아까운 거에요. 그런 영화를 기억해줄 수 있는 영화 평론가가 충분하게 영화를 애정해주는 글을 발표할 수 있는 지면도 사라지는 부분이 안타까운 거죠. 그런 부분이 개선되었으면 좋겠어요.
PART 4. 작품활동의 원동력
Q. 스토리텔링이든 시를 쓰든 영화평론을 하는 작업이든 그런 작업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연애할 때 상대를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찾으려고 하지 않잖아요. 자연스럽게 사랑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사람은 시간을 견디기 어려우니까 결혼을 하고 시간이 많이 흐르고 나면 의지와 결단의 연속이 되죠. 지금까지 저는 문화 예술, 문화 콘텐츠를 공부하는 삶, 또 시, 영화 이런 영역들에게서 내가 이것을 꼭 해야만 한다는 생각은 아직까지 해 본 적이 없어요. 그게 축복인 것 같아요. 그냥 작업이 재밌어요.
사실 제가 잠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에요. 하루에 6~7시간씩 꼭 자야 하는 사람이죠. 그런데 오늘 제가 정기 기고를 하는 신문에 영화평을 써서 보내야하는 마감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어제 저녁부터 오늘 아침 11시까지 두 시간만 자고 영화평을 썼어요. 물론 체력적으로 힘들죠. 하지만, 이 과정이 노동이라는 생각을 하기보다 그 순간에 몰입하는 과정 자체가 저한테는 놀이가 되는 것 같아요.
PART 5. 문화예술 교육을 이야기하다
Q.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니까 교육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학생들에게 가장 가르쳐주고 싶고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요?
저의 체험을 통해서 조언을 하자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세상이 나에게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어요. 최소한 이 세 가지 질문 중에 두 가지 이상의 접점에 자신의 비전이 놓이는 것 같아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세상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직업이나 어떤 직능을 쫓아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는 그게 가장 불행한 것 같아요. 그래서 나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할 것 같아요.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 느끼는 희열 같은 거 있잖아요. 그런 것을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학생의 창의성을 발견해주고, 기다려주고, 그것이 발현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조언해주고 조력자가 되어주는건 굉장히 어려워요. 그래서 예술을 활용하는 것 자체가 좋은 교육이죠. 영화나 미술 등 예술작품으로 설명하는게 지루하게 말로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와닿고 학습 습득도 빨라요.
Q. 요즘에는 주입식 교육보다 예술 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 같아요. 그 부분에 대한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주입식 교육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빠른 시간 내에 동일한 효율에 도달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럴 때는 주입식 교육이 필요하지만 그 외에는 그런 교육이 필요하겠죠. 그렇다면 어떻게 가르칠 것이냐. 사실 주입식 교육이 배우는 사람한테도 가르치는 사람한테도 편해요. 왜냐하면, 사람의 창의성을 발견해주고, 기다려주고 그것이 발현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조언해주고 조력자가 되어주는 것은 굉장히 어려워요.
때문에 손쉬운 방법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 자체가 희생인 것 같아요. 그런데 교육자도 자기가 가르칠 때 자기의 편의와 효율만 생각하게 되면 그냥 교육적인 교육자겠죠. 직업으로서의 교육자요. 그런데 본질에서는 교육자가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문화예술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학생을 기다려주고 눈을 좀 더 맞춰주는 것 같아요.
가장 일차원적인 방식은 예술을 활용하는 것 자체가 좋은 교육이죠. 예를 들면 제가 최근에 특강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했어요. ‘4차 산업혁명’에 주요 키워드가 있죠. 자율 주행차도 있을 수 있고, 사물 인터넷도 있을 수 있고, 인공지능, 로봇 등 여러 가지가 있죠.
그런데 이것들을 가르칠 때 예술을 동원한다면 <HER> 라는 좋은 영화가 있죠. <공각 기동대> 같은 좋은 애니메이션도 있어요. <AI> 같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도 있고요. 이런 영화들을 보면, 인공지능을 설명할 수 있죠. 영화 <HER> 같은 경우는 인공지능 시대의 사랑 이야기니까요. 영화 <AI> 같은 경우도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로봇이 만들어졌을 때의 시대를 생각해보게 할 수 있어요. 이렇게 여러 가지 성찰을 주는 영화를 편집해서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어요.
이렇게 예술 작품을 동원하면 ‘4차 산업혁명’을 지루하게 설명하고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가 높을 수 있어요. 아이들도 더 몰입하게 되고요. 영화를 통해 이해한 바가 있으니까 빨리 흡수하거든요. 그러니까 표피적으로는 예술을 동원하는 것 자체가 성공이고요.
PART 6. 공식질문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아티스트의 역할은?”
Q. 문화예술의 가장 큰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누군가에게는 문화 예술 영역이 잉여의 영역이에요. 내 생계가 이루어지고 누군가의 책임 관계로 엮이는 일상의 영역이 있어요. 아침 9시부터 야근까지 항상 얽매이는 그런 시간이 있어요. 이런 시간의 피로나 고단함을 덜어주기 위한 어떤 방편. 그러니까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이 있고, 하면 더 좋을 것이 있는데 보통 하면 더 좋을 것에 문화와 예술을 놓죠. 그게 대부분의 사람이고요.
그런데 저는 점점 역전되어 가는 20대를 보냈던 것 같아요. 잉여의 영역에 문화 예술이 있는 게 아니라 이것을 위해서 살아가게 된다고 해야 할까요. 사람들은 일상의 영역에서 쉼을 얻기 위해 예술을 도구적으로 소비한다면 저는 문화 예술이 제 삶에 더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점점 느꼈어요. 그래서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Q. 왜 문화예술이 사람들에게 필요하다고 이야기할까요?
사람은 문화적인 존재니까요. 노동 이전에 놀이가 있었듯이 사람은 문화와 예술에 최적화된 존재라고 생각해요. 나를 자연 상태로 개방하는 것이죠. 사람이 삶에 여유가 생기고 생각의 여유가 생기면 문화예술형 인간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Q.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안숭범이라는 사람에게 어떤 의미인지 말씀해 주세요.
일단 재미있고 남들한테 크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계속 하고 싶어요. 글을 쓰다 보면 더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고, 누군가가 잘 썼다고 이야기 해줬으면 좋겠고, 그런 욕심이 있잖아요. 적당한 수준의 욕심까지는 괜찮은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제가 하는 일들에 대해서 막힘이 없이 해 왔는데 더 나이가 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가끔 두려울 때가 있거든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서 고민 없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Q. 이 시대에서 내가 감당해야 하는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곳에 제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커요. 또, 문화콘텐츠를 올바르게 비평하고 분석하고 미학적 가치를 드러내고, 한편으로는 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이런 저의 관심을 사회적으로도 공론화하고 비판도 받는 그런 과정을 즐기고 사회에 일조하면서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