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마다 꼭 있는 곳, 문화센터.
1980년 이후 사회경제적 변화와 함께 여가 교육에 관한 인식이 바뀌었다. 그렇게 1984년 10월 동방플라자 문화 교실이 열렸고, 1985년 현대백화점의 압구정점에 국내 최초 문화센터가 생기며 백화점 문화센터의 본격적인 출발선을 끊었다. 이후 백화점 문화센터는 기업 이미지 제고와 잠재고객 개발이라는 기업의 전략적 목적 아래 규모와 수가 급격히 커졌다.
최근의 백화점 문화센터는 문학, 전통, 취미, 예술 등 모든 라이프스타일에 걸친 커리큘럼을 중심으로 인근 주민이 모이는 만남과 소통의 장이 되었다. 게다가 문화센터 회원은 일반 고객보다 매출 객단가와 방문 횟수가 2배 이상 높기에, 충성도 높은 문화센터 고객을 확보하는 것은 백화점들의 주요 과제다. 하지만 백화점의 문화센터는 엄마와 아이 또는 고연령층만 이용한다는 편견을 업고, 아직까지 젊은 층의 관심까지 끌어온 성공 사례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
CH1985는 이런 편견을 깨부수고 새로운 도시문화의 인큐베이터를 꿈꾼다. 더현대 서울의 부티크 컬처 살롱 CH1985는 MZ세대의 취향 커뮤니티 플랫폼이자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네이밍은 컬처 하우스(Culture House)의 약자인 CH와 현대백화점이 국내 최초로 문화센터를 개관한 1985년을 합했다. 1985년부터 꾸준히 쌓아 올린 문화 인큐베이팅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MZ세대를 겨냥해 다채로운 라이프스타일 기반의 문화 경험을 제공한다.
CH1985는 더현대 서울과 함께 출발했다. 2021년 2월 26일, 서울 최대 규모의 백화점인 더현대 서울이 오픈했다. 백화점이지만 점포명에서 ‘백화점’을 빼고, 2만 7천 평에 달하는 영업 면적에서 브랜드 입점 공간은 절반만 사용한 파격적인 시도를 보였다. 대신 남은 절반의 공간은 방문객이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해,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닌 미래형 플래그십 스토어의 모습으로 화제가 되었다. 더현대 서울은 영국의 모노클(Monocle)이 선정한 Retail Design of the Year에도 선정되어 상업공간으로서의 새로운 가치를 증명하기도 했다.
백화점에 대한 고정관념을 지우고자 내세운 혁신적인 공간 설계, 세계적 콘텐츠 큐레이션, 미래형 테크놀로지의 세 가지 콘셉트도 눈에 띈다. “미래를 향한 울림(Sound of the Future)”이라는 슬로건으로 세운 거대한 실내 정원 사운드 포레스트(Sound Forest)와 12m 높이의 인공 폭포 워터폴 가든(Waterfall Garden)은 더현대 서울의 콘셉트를 뚜렷이 드러낸다.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리차드 로저스(Richard Rogers)를 필두로, 세계적인 공간 디자인 회사인 버디필렉(BURDIFILEK), CMK, 칼리슨 RTKL(Callison RTKL), 시나토(Sinato)가 디자인에 참여해 새로운 시선을 더했다.
CH1985의 공간 역시 더현대 서울의 공간 아이디어와 궤를 같이한다. 6층에 위치한 CH1985는 총 5가지의 공간으로 나뉜다. 카페 H Lounge에서는 웰컴드링크가 제공되며, 디자이너와 콜라보한 굿즈 샵도 만나볼 수 있다. 스튜디오 W는 건강과 힐링을 테마로 한 프리미엄 웰니스 공간을, 스튜디오 L은 대규모 LED 스크린과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으로 강연∙세미나∙음악과 영상 콘텐츠를 체험하는 프라이빗 미디어 씨어터 홀을 표방한다. 스튜디오 C는 글로벌 미식 세계를 체험하는 컨템포러리 미식 큐레이션 공간으로, 유명 셰프의 오마카세와 프라이빗 티 클래스 등을 즐길 수 있다. 스테이케이션 키즈 라이브러리(Staycation Kids Library)는 테마별로 큐레이션 된 다양한 그림책을 보유하며, 음악∙미술∙과학∙수학∙스포츠∙자연 등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강사진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수업은 영어나 프랑스어 등 외국어로도 진행된다.
기존 백화점과 차별화된 새로운 문화공간도 CH1985의 큰 장점이지만, 진가는 세부 프로그램에서 드러난다. CH1985는 1985년부터 문화센터를 운영하며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되, MZ세대와 도시 문화생활의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한 클래스를 선보인다. 특히 서울 라이프스타일(Seoul Lifestyle)이라는 이름으로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MZ세대에게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클래스는 기존 문화센터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새로운 세대의 감각적인 삶의 방향성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CH1985의 서울 라이프스타일은 총 5가지 키워드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키워드는 글로벌 라이프(Global Life)다. 웰빙의 연장선에서 주목받는 건강식 트렌드인 클린 이팅(Clean Eating)에 주목하며, 더 나은 삶∙건강한 몸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우리가 먹는 음식에 관한 기본적인 인식을 바꾸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코로나-19로 떠오른 홈베이킹과 더불어 최근 많은 관심을 받는 채식 생활을 반영한 비건∙글루텐프리 베이킹 클래스가 있으며, 다소 생소하지만 이미 할리우드에서는 유명한 건강식 요리법 마크로비오틱(Macrobiotic)* 쿠킹 클래스도 만나볼 수 있다. 이외에도 홈카페 트렌드를 겨냥해 간편한 샌드위치와 음료 등을 만드는 클래스, 유명 셰프의 와인 페어링 클래스와 오마카세 클래스도 운영한다.
*마크로비오틱: macro(큰), bio(생명), tic(방법∙기술)의 합성어. 식품이 가진 고유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섭취하기 위해 껍질부터 뿌리까지 통째로 음식을 먹는 조리법이다.
또 다른 키워드는 자신을 돌보는 것에 더욱 집중하는 MZ세대의 트렌드를 반영한 리추얼 라이프(Ritual Life)다. 자신만의 리추얼을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돌보는 클래스를 제공한다. 필라테스와 요가 등 선호도가 높은 클래스부터, 최근 방송에 여러 번 노출되며 관심을 받았던 싱잉볼 명상 테라피를 들을 수 있다. 또한, 밀레니얼을 위한 웰니스 플랫폼인 썬데이나마스떼(Sunday Namaste)의 콜라보 요가 수업, 100% 영어로 진행되는 보스턴 명상 수업 등 색다른 힐링 프로그램도 만나볼 수 있다.
스포티 라이프(Spotty Life)라는 키워드 아래에서는 MZ세대 맞춤형 피트니스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단순한 운동을 배우는 프로그램이 아닌, MZ세대의 니즈에 맞춘 다채롭고 새로운 운동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필라테스와 복싱, 발레를 합친 필록싱 바레(Piloxing Barre), 댄스와 요가, 발레를 접목한 운동인 부티 바레(Booty Barre), 요가와 카디오 댄스(Cardio Dance), 피트니스를 결합한 신개념 퓨전 운동인 EDM 요가 플라이트 등 흔치 않은 운동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크리에이티브 서울(Creative Seoul)이라는 키워드 아래에서는 MZ세대에서 큰 인기를 끈 유명 여행 인플루언서의 강좌를 통해 코로나 이후 새로운 여행 트렌드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내 최연소 여행작가 슬구, 일상을 주제로 작업하는 사진작가 최진웅, 여행 사진작가 피크닉(이종범), 여행 SNS 1세대 작가 안시내 등 다양한 인플루언서들이 각자의 시선을 담아낸 강좌를 선보였다. 테이스티 서울(Tasty Seoul)이라는 키워드 아래에서는 특별한 순간을 간직하기 위한 다양한 플라워 클래스가 있다. 특히 직장인을 위한 런치타임 플라워 원데이 클래스와 SNS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은 한남동 플라워샵 오차원의 플라워 클래스는 기존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과 차별성을 둔 MZ세대의 새로운 취향의 트렌드를 반영한다.
CH1985가 제안하는 마지막 서울 라이프스타일 키워드는 글로벌 키즈 아트 스튜디오(Global Kids Art Studio)로,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우고 발달을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있다. 노래하는 크레용과 함께하는 음악-미술을 통합한 예술 퍼포먼스 수업, 키즈 아트 연구소 필립앤노아의 다양한 미술 소재를 활용한 프리미엄 창의융합미술 수업, 그리고 영어로 진행하며 영어와 운동을 동시에 배울 수 있는 랭귀짐(Language와 Gym의 합성어) 수업 등 다채로운 융합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CH1985에서는 이외에도 살롱1985라는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다양한 취향 클래스를 선보인다. 최근 큰 주목을 받은 진동과 중력 가속을 이용한 파워 플레이트(Power Plate) 운동부터, 치유∙회복∙비움을 위한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클럽 웰니스(Club Wellness), 소셜 피트니스 프로그램, 아트테크 등 다양한 범위를 포괄하는 취향 공유 살롱 커뮤니티, 미식가를 위한 다양한 쿠킹 클래스 및 체험 프로그램, 개인의 다양한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드로잉 클래스와 핸드메이드 가방 만들기 등 취미 클래스, 아이들을 위한 예술 및 운동 프로그램 등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문화 살롱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CH1985는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사람들의 삶에 영감을 불어넣는 전시와 토크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그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아시아 최초로 더현대 서울에서 360도 감성체험 이머시브 전시 <비욘드더로드(Beyond the Road)>를 선보였다. CH1985에서는 비욘드더로드 크리에이터 GV가 열렸다. <기생충>, <1987>, <옥자>, <밀정> 등의 작품에 참여한 양진모 편집 감독은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이머시브 전시에 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했으며, AOMG의 김디큐 감독은 음악과 전시의 결합에 대한 창작 과정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CH1985에서는 MZ세대의 롤모델 크리에이터를 초청한 크리에이터 토크 시리즈(Creator Talk Series)도 선보인다. 올해는 <슈렉>, <쿵푸 팬더> 시리즈, <트롤>의 작업에 참여한 전용덕 촬영 감독과 <기생충>, <밀정>, <뷰티인사이드>의 양진모 편집 감독의 영상 제작 강의가 열렸다. 이외에도 CH1985는 공간 대여뿐 아니라 원하는 시간과 환경에서 프라이빗한 클래스와 커뮤니티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맞춤 클래스 예약을 받는 등 코로나-19 시국과 개인의 선호에 맞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문화센터는 백화점 특유의 가격대, 상품군, 위치 등 명백한 기능적 요인을 넘어 소비자의 마음에 작용하는 특정한 힘을 발휘한다. 그 힘이 바로 이미지(Image)와 성격(Personality)이다. 사회∙경제적 성격이 강한 백화점은 사회의 여러 구성원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 유연한 유대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런 이유에서 문화센터는 이미지 제고를 끌어내는 핵심 공간이자, 기업과 고객이 만나는 접점이다. 문화센터가 제공하는 클래스는 엄연히 따지면 소비와 무관한 문화 활동이다.
하지만 결국 백화점은 고객의 여가 생활과 라이프스타일을 자아개발이라는 상품으로 판매한다.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 전략으로 소비자의 학습 욕구를 요구하면서, 단순 지출의 공적 영역에서 새로운 학습 영역을 도입한 것이다. 자아실현의 기회는 고차원의 고객 밀착 서비스다. 이러한 생활 속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MZ세대라는 새로운 타겟 아래 트렌드 팔로우를 넘어 트렌드 리딩으로 제시하는 CH1985의 행보가 돋보이는 이유다.
기존 백화점 문화센터가 이룬 문화예술의 생활화를 이어가는 동시에 그것과는 거리가 다소 멀었던 새로운 세대도 포괄할 수 있는 신개념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는 점에서 자신을 끊임없이 발전시키는 문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소수를 위한 작은 문화생활에서 벗어나 세대를 포괄하는 도시문화 인큐베이터를 꿈꾸는 CH1985의 가능성은 미래로 무한히 펼쳐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