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바쁜 일상 속에서 도시를 어떻게 즐기고 계신가요? 최근, 개인의 생활과 업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특별한 공간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사람들이 찾는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공간은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합니다. 주변 지역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도시구조 속에서 질서를 지키며 편안한 휴식과 영감을 전달합니다. 특히,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자발적으로 커뮤니티를 이루며 좋은 가치를 공유하도록 끌어내는데 탁월합니다. 이번기사는 사람들이 찾는 대표적인 공간과 그 공간을 기획하고 디자인한 두 그룹을 소개합니다.
BCJ(Bohlin Cywinski Jackson)
블루 보틀(BLUE BOTTLE) 공간을 정의하다
2019년 5월 3일. 서울 성수동에 한국 1호 블루보틀(BLUE BOTTLE) 매장이 오픈했습니다. 오픈 시간인 오전 8시 이전부터 건물 앞에 길게 이어진 줄로 더 이슈가 되었죠. 사람들이 새벽부터 이곳을 찾아온 이유는 오로지 커피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과연 한국 1호 블루보틀 매장은 어떤 분위기일까? 그곳의 인테리어와 가구 그리고 브랜드의 서비스 경험과 굿즈 등의 디테일에 대한 궁금증도 작용했을거라 생각합니다. 보린 키윈스키 잭슨(Bohlin Cywinski Jackson, 이하 BCJ)은 블루보틀 전 세계 1호점인 샌프란시스코 매장을 디자인한 건축사무소입니다. 이들은 상하이와 뉴욕5번가의 애플스토어 상징인 유리 기둥을 만든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BCJ는 미니멀리즘 미학으로 표현되는 공간을 조성해왔습니다. 지역의 방치된 창고 혹은 차고나 빈 건물을 찾아 리모델링하죠. 외부 벽돌과 내부 콘크리트는 노출 하고 벽면을 가득 채우는 거대한 유리창으로 빛을 가득 들여와 공간의 한계를 적극적으로 뛰어넘습니다. 블루보틀 매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의 특징적인 장소를 고유의 매력을 보존하면서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하여 재탄생한 공간입니다. 더불어 신선한 원두를 드립으로 제공하는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의 철학을 드러내는 곳이기도 하죠.
전 세계 블루보틀 1호점인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점(San Francisco, California)은 1920년대 벽돌로 지어진 창고건물을 리모델링한 공간입니다. 기존 건물 외관의 벽돌벽과 목재 기둥 등의 내부요소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주변 거리와 조화를 이루고, 대형 유리창을 통해 공간 전체에 최대한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장식장과 테이블, 메뉴판, 상품진열대를 자작나무 합판으로 제작하여 기존 공간의 벽돌과 목재 기둥과의 이질감을 줄였습니다. 장식대는 천장에 가깝게 위치시켜 고객들이 오가는 것을 방해하지 않고 사람들 눈높이의 공간을 넓게 연출했습니다. 편하게 들어와서 볼일도 보고 담소도 나누며 편안하게 머물렀다 갈 수 있도록 한 곳입니다.
워싱턴 D.C의 조지타운 점(Georgetown, Washington, D.C.)은 블루보틀이 단순한 상업공간이 아닌 지역 사회와의 소통과 지역적 특색, 경관까지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정체된 구시가지 골목에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고 활기를 불어넣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공간입니다. 오하이오 운하(Ohio Canal) 주변에 위치한 오래된 차고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지역 주민은 물론이고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도 이곳의 정취를 느끼며 머물렀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매장 한쪽 벽면에 대형 접이식 유리를 설치하여 올드 조지타운 거리와 연결될 수 있도록 개방하고 내부의 활기를 밖으로 발산합니다.
UDS(Urban Design System)
무지호텔(MUJI HOTEL)에서 커뮤니티를 만들다
어반 디자인 시스템(Urban Design System, 이하 UDS)은 건축사무소이자 공간 디자인, 기획, 운영까지 도맡아서 하는 그룹입니다. 즐거운 도시 생활을 만들어 가는 것이 주목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이루는 협동 주택, 공공시설을 설계해왔습니다. 우리에게는 무지호텔 기획·운영사로 잘 알려진 곳입니다. 그들은 사람들이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며 공동체 생활에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는 도시 공간을 만들어 왔습니다. 무지호텔(MUJI HOTEL)은 무인양품(MUJI)의 심플함, 일상감의 철학과 UDS가 추구하는 커뮤니티 기획이 잘 녹아든 공간입니다. 현재 무지호텔 중국의 선전(Shenzen), 베이징(Beijing)과 일본의 긴자(Ginza)점 운영 및 관리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무지호텔 베이징을 살펴보겠습니다.
호텔의 공간 디자인은 무지의 Anti-gorgeous, Anti-cheap 키워드가 주요 컨셉이었습니다. 너무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과하지도 천박하지도 않은 디자인을 지향했습니다. 궁극적으로 사용자들이 이 공간을 여행지가 아닌 일상의 연장인 것처럼 편하게 받아들이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이러한 무지의 심플함과 공간 철학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내부 자재는 중국을 대표하는 대나무 목재 한 종류만 사용했습니다. 성수기 비수기 구분 없이 객실 가격을 동일하게 맞추었고, 호텔 예약도 대행사이트에 올리지 않고 오로지 무지 공식 사이트에서만 가능하게 했습니다. UDS는 지역사회와의 커뮤니티와 로컬의 특징을 강조합니다. 호텔의 위치는 베이징의 중심입니다. 천안문 광장이 보이고 세계문화유산을 볼 수 있는 지역인 동시에 도심의 노후화로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후통의 오래된 골목에 자리 잡았습니다. 도심에서 살짝 벗어난 이 골목에는 옛 베이징의 생활양식과 몇 십년이 넘은 노포와 오래된 집 등이 남아있습니다. 과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죠. 동시에 젊은 예술가들이 만들어가는 힙한 카페와 가게가 공존합니다.
무지호텔 베이징은 여행객들의 편의성과 지역주민과의 커뮤니티 형성을 위한 건축적 시도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무지호텔 외관에 사용한 벽돌은 후통지역 건축물에 주로 사용된 재료를 사용하여 로컬의 요소를 흡수했습니다. 또한, 숙박객 한정으로 무료 자전거 대여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사람 간 자발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날 수 있도록 호텔 1층 공간을 북라운지로 조성하여 24시간 개방합니다. 이 공간은 숙박객 이외에도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여행, 문화, 연사, 문학, 에세이, 포토그래프 소재와 베이징의 역사와 문화를 다루는 책을 큐레이션 하여 진열했습니다. 북라운지의 중앙 테이블에는 베이징 여행정보와 지역 물건과 특산품을 전시합니다. 무지호텔이 지역사회와 동떨어진 공간이 아닌 그들과 함께하고자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공간은 지역민들에게 더 인기를 얻고있으며, UDS가 만들고자 했던 지역민과의 커뮤니티 공간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은 블루보틀과 무지호텔 등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은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그 단서를 찾아보았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멋있어 보이고 화려해 보이기 위해 유행하는 건축적 요소, 디자인 요소를 차용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시작은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할까? 어떻게 하면 이 공간을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을까? 라는 치열한 고민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역사회와 주변 자연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다른 브랜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그들만의 작은 디테일과 견고한 가치관의 존재 여부가 그 차이를 결정한다는 것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