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양성(diversity)에서 포용성(Inclusion)의 시대로 넘어가는 중이다. 다양성과 포괄 사이에 경계를 그려놓고 차이를 부각해 보자면, 다양성은 존중에 가깝다. 개인 혹은 개별 정체성의 자율권을 침해하지 않는 자유주의 정신의 연장선에 있다. 포용성은 보장이다. 다양성보다 더 적극적인 행동 지침과 노력을 요구한다. 특정인, 정체성을 공동체라는 공간 혹은 관계에서 배제하지 않도록 이를 방지하는 법과 제도 마련 등 적극적인 사회적 해결책을 요구한다. 사회적 배제의 반대말로서, 사회적 배제로 이어지는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이다.
당연히 다양성과 포용성은 분리된 별개의 개념이 아니다.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포용성이 요구될 수 있으며, 다양성을 보장해야만 한다는 특정 미션이 없더라도 포용성은 (서로 이질적인) 개인의 합인 우리로 호명되는 공동체의 안전함을 보장하기 위해 (주류/다수에 의해 해석되는) 소수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안전망을 드러내는 개념이다.
포용성이 강조된 배경에는 오늘날 사회의 주된 감정이 된 혐오가 있다. 이때의 감정은 개인이 느끼는 사사로움 및 개인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주관적인 기분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한 사회가 특정 시기에, 혹은 특정 사건들에서 공유하고 경쟁하는 마음의 내적 역학인 감정구조(the structure of feelings)로서의 혐오를 의미한다. 감정 구조는 영국의 문화 비평가 레이먼드 윌리엄즈(Raymond Williams)가 고안한 개념으로 특정 정책, 규제, 문화, 사건 등에 대해 어느 특정 생각(헤게모니)만이 지배적일 수 없으며, 계속해서 사회 구성원의 감정을 소환해 집단적인 반응에서 차이를 만들어 내며 담론을 형성하고 변화한다는 개념이다. 그가 비판한 헤게모니는 어떤 사건에 대한 지배적인 사고, 생각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전제로 하기에 빠르게 변화하고 사라지는 감정(과 담론)의 영역을 포착하지 못하며 이런 역동성을 이해하기 위해서 감정구조란 용어를 제안한다.
여성혐오, 장애혐오, 청소년혐오, 난민혐오, 인종혐오 등 오늘날 사회에서 혐오는 계속해서 이화(異化)하고, 세분되며, 명명화되는 등 하나의 대상에만 고정되어 있지 않다. 각자가 해석하는 혐오의 범위와 강도는 다르며,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존재에 대한 이견도 분분하다. 혐오는 변화하는 감정(구조)이다. 혹자는 반문할 수도 있다. 나는 혐오하지 않는다. 나는 해당 이슈에 관심이 없기에 혐오가 사회의 주된 감정(구조)이라는 서술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혐오가 감정구조가 되었다는 의미는 사회가 현재 혐오에 의해 매개되고 있다는 뜻이다.
혐오를 (자각 없이) 가하는 입장이든, 혹은 이에 대한 자성(自省)으로서 혐오를 혐오한다는 문구로 대표되는 정치적 공정성/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대한 추구이든, 우리는 혐오가 특정 행동 양식으로 드러나는 차별(법, 제도, 일상생활 속 경험)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세대를 분석한 매거진 <한편-세대>에서 박동수는 이 시대의 청년들을 페미니즘 세대라 명명한다.
나는 이들을 페미니즘 세대라고 명명하고자 한다. (왜 안 되겠는가?) 이 말은 오늘날의 청년세대 모두가 페미니스트라는 것이 아니라, 청년세대가 페미니즘과의 긍정적 또는 부정적 관계 설정 없이는 자신의 정치적 주체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이 ‘대중적 페미니즘’이라는 비가역적 사건을 경험하고 그 사건을 주체화한 세대라는 뜻이다. (중략) 중요한 것은 찬성하든 반대하든, 이견을 갖든 무관심하든, 청년세대의 생각과 행동이 페미니즘이라는 사상에 의해 매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것이 페미니즘 세대라는 명명이 의미 있는 이유다.
– 박동수, 페미니즘 세대 선언, 한편 1호 세대, 민음사, 2020 일부
박동수는 페미니즘/젠더에 주목해 청년 세대를 명명했지만, 그의 논리를 빌려오자면 다음과 같이 확장해 볼 수 있다. 젠더를 비롯해 인권의 영역(인종, 장애, 난민, 가족 형태, 기후 차별 등)뿐 아니라 다른 종과의 지속 가능한 공존을 모색하는 영역(동물권, 동물 복지, 종 차별 등)으로까지 보다 광범위한 영역에서 적극적인 해결책이 사회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혐오가 사회의 주된 감정구조로 기능하지 않다고 말하기에는 다방면의 영역에서 혐오를 혐오하고자 하는 포용성을 실현하고자 하는 시대라 명명할 수밖에 없다.
박동수의 표현을 빌려 혐오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이견을 갖든, 무심하든 우리는 혐오를 주되게 의식하며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포용성에 의해 매개되고, 매개할 수밖에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기업 사이에서 부각되고 있는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는 CDO(최고다양성책임자, Chief Diversity Officer)라는 직책, 2024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적용되는 새로운 작품상 기준인 ‘다양성’, 10여 년간 꾸준히 요구되는 국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요구, 트럼피즘(Trumpism)이 대표하는 PC함에 대한 거부감 혹은 백래시(Backlash) 등이 모두 이를 보여준다.
본고는 포용성의 시대로 진입하는 단계에서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어떻게 적극적으로 포용성을 실현하고 혐오 및 차별 이슈를 다루고 있는지 바라보고자 한다. 특히 작년 #BLACKLIVESMATTER 운동이 보여준 인종 차별 철폐 촉구 속에서 미국 내 주요 기업들이 어떻게 이에 대응했는지, 다양성을 보장하고 포용하고자 힘쓴 적극적인 행동 물결의 단초를 기록하고자 한다.
기업들의 포용성을 이해하려면 CDO을 알아야 한다. Chief Diversity Officer, 직역하면 최고 다양성 책임자이다. CEO(최고 경영자), CFO(최고 재무 책임자)처럼 최고 타이틀이 붙은 고위직으로 경영진 수준의 리더이다. 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조직 내 다양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직원들을 교육하며 포용성 전략을 수립한다. 조직 내 인력이 특정 성별, 인종 등에 집중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조직 내 차별, 혐오 문제 전반을 다루며, 각종 이니셔티브 등을 통해 조직 문화를 건강히 가꾸고자 한다. 조직 내 포용성을 보장하고 향상시키는 게 이들의 역할이다.
세계적인 리더십 자문 및 리서치 업체 러셀레이놀즈어소시에이츠(Russell Reynolds Associates)에 따르면, S&P 500 기업 리스트 중 47%가 CDO 혹은 이와 유사한 역할을 가진 임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춘 500대 기업 중 약 20%만이 CDO 역할이 있다는 보도(월스트리트저널, 2005)와 비교해 보면 유의미하게 증가한 수치이다. 매출이 30억 달러 이상인 대기업의 CDO 기본금은 35만 달러에 달한다. 상여금과 장기 인센티브를 포함하면 60만 달러까지 올라간다.
세계은행은 2019 세계 개발 보고서(World Development Report)에서 디지털화, 자동화 등 기술 발전의 결과가 그간 일의 본질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주목했다. 마지막 6~7장에서는 기술 발전이 촉발한 노동시장의 변화에 비추어 현 사회 보장 제도를 재고해야 하며 무엇보다 변화하는 노동의 성격을 고려해 사회적 포용성 향상이 필요함을 제언한다.
보고서를 통해 정의 내려진 (사회적) 포용성은 (특정) 정체성에 따라 불이익을 받은 사람들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 기회 및 가치를 향상시키는 과정이다. 이 보고서는 기업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사회 보장 제도 개선을 요구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노동 환경 적응은 필연적으로 특정인 배제와 유불리를 보여줄 것이며 향후 보편화될 긱이코노미 속 적응을 위해서는 사회 불평등 개선과 노동 환경 속 포용성 보장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양성과 포용성(Diversity & Inclusion, 줄여서 D&I)이 왜 공공정책이 아닌 이윤 중심으로 흘러가는 기업들에게 중요할까? 수익성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업의 본질적인 논리에 부합하기 위해 다음의 결론부터 말할 수 있다. 다양한 인력을 보유할수록 기업의 재정적 성과가 더욱 명확해진다는 점이다. 맥킨지는 2015년 연초 보고서를 통해 성별, 인종 및 다양성 측면에서 상위 4분위 기업은 국가 산업의 중앙값보다 높은 재정적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예견했다.
물론 이러한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는 아님을 지적하기도 했다. 인력의 다양성이 자동으로 더 많은 수익으로 전환되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다. 단 기업이 조직문화 차원에서 다양성을 증진하고 상호 간 협력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즉 포용성을 적극적으로 실천한다면 각자 고유의 정체성(연령, 성별, 인종, 성적 지향 등)에서 비롯된 경험을 끌어내 인력 유치에서 다양한 재능 유지 및 여러 고객의 니즈를 섬세하게 읽어 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차별 없는 윤리적인 기업으로서 좋은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어 홍보와 PR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그러나 비단 이윤 측면에서만 D&I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기업은 단순 영리만을 추구하는 조직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의 하나로서 그 영향력을 고려하면서 윤리적 책임을 지닌 주체이기에 사회적 책무로서 인권 증진에 기여해야 할 필요가 있다. CDO가 조직 내에서 이런 역할을 담당하며 기업의 D&I를 전문적으로 증진하고 책임진다.
조직 내에서 CDO의 역할은 다음 다섯 가지로 분류된다. 인적 자원 관리, D&I 전략, 비즈니스, 조직 내외 홍보 및 소통, 법률 자문. 이는 러셀레이놀즈어오시에이츠가 2018년 12월 S&P 500 기업 리스트 중 234명의 CDO 임원을 분석하면서 내린 분류체계이다. 아래 이미지 속 상단 체크(V)는 이들이 하는 구체적 역할을, 하단 엑스(X)는 해당 업무를 수행하며 이들이 실제로 느끼는 어려움을 뜻한다.
위의 세분된 유형이 보여주듯, CDO가 맡은 역할은 생각 이상으로 광범위하다. 조직 대내외 소통, 개발 및 전략 수립, 법률 자문까지. 그러나 조사에 참여한 많은 CDO들은 본인의 역할이 중요도에 비해 조직에서 있으면 좋은 옵션 정도로 간주된다고 토로한다. 또한 많은 기업이 D&I 전문성보다는 특정 정체성으로 대표되는 유명 인물(여성, 유색인종 인물 등)을 보여주기식으로 자리에 앉혀 홍보용으로만 이용했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비즈니스 리더들이 D&I 이니셔티브 대한 지지를 표하면서도 동시에 잠재적인 비즈니스 우선순위 목록에서는 최하위로 선정되어 있거나 실상은 반대인 경우도 있다. 가령 6월 ‘성소수자 인권의 달’을 맞아 미국의 상당수 기업이 젠더 다양성을 지지하는 홍보 메시지를 내놓은 것과 달리, 실상 LGBTQ+ 차별법을 발의한 의원들을 후원했다는 보도가 그 예이다.
조직의 리더가 D&I 전략에 참여하고 진정성을 갖출 수 있도록 지속해서 설득하는 것이 이들이 역할이다. 그러나 이들은 조직 내 인력에 관한 데이터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한다. 동시에 대외적으로 직원의 인력 구성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정부(EEO-1 데이터)에 완전히 보고하는 기업은 포춘 500대 기업 중 3%에만 해당된다. 포춘 500대 기업이 미국 전체 인력의 17.5%를 고용한다는 수치를 고려해 볼 때, 사회적으로 취업과 고용의 불평등을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는 유의미한 수치를 놓치고 있음을 드러낸다.
포춘 500대 기업에 해당하는 기업 중 75%가 IT 회사이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는 2020년 직원들에 보낸 메모에서 대표성이 부족한 집단의 간부직(leadership representation of underrepresented groups) 비율을 2025년까지 30%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는 흑인과 소수인종 임원 비율을 30%까지 올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며 구글은 모회사인 알파벳과 함께 흑인 인권 증진 관련 사업에 1억7500만 달러(한화 약 2129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애플 CEO 팀 쿡은 같은 해 6월 ‘인종-정의 이니셔티브’에 1억 달러(약 1209억 원)를 투자해 유색인종의 기회 확대를 목표로 교육·경제적 평등·범죄 정의 구현을 도모하겠다고 선언했다. 흑인 대학과 같은 교육기관 지원을 늘리고 사법개혁을 위해 노력해 온 비영리 단체에도 자금을 지원한다. 특히 새롭게 건립될 프로펠 센터는 HBCU(Historically Black Colleges and Universities) 커뮤니티를 위한 혁신 및 학습 허브로서 AI 및 머신 러닝, 농업 기술, 사회적 평등, 엔터테인먼트 아트, 앱 개발, 증강 현실, 디자인 및 크리에이티브 아트, 취업 준비 그리고 창업 등 다양한 종류의 교육 트랙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백인 우월주의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사이트를 대상으로 전자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 사용을 차단했다.
구글과 세계 최대 도메인 등록 전문 업체인 GoDaddy도 극우 성향의 네오나치즘 사이트 Daily Stomer가 샬로츠빌 희생자를 조롱하는 글을 게재했단 이유로 도메인 서비스 제공을 중단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아마존, IBM과 협력해 얼굴인식기술을 경찰에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간 안면인식 기술이 인종·나이 등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시민 감시와 인종을 분류하는 목적성을 띠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이다.
국내에서는 카카오의 사례가 눈에 띈다. 2021년 1월 20일부터 카카오는 카페, 블로그, 브런치, 댓글 등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할 때 성적 지향, 성 정체성, 장애와 질병 유무 등에 대해 폭력을 선동하거나 차별과 편견을 조장하는 행위가 금지됐다. 카카오톡 대화, 비밀번호가 걸린 오픈채팅, 메일과 같은 사적 대화 공간은 실시간 모니터링 대상이 아니다. 공개 게시물 영역(공개 오픈채팅, 카페 등)과 같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간에 한하며, 인공지능이 이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이용자들도 신고할 수 있다. 이렇게 모인 사례들을 맥락 등을 고려해 살핀 후 명백한 증오 발언일 경우 제재 규정이 적용된다. 더불어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증오발언 근절을 위한 원칙을 발표했으며 자세한 내용은 카카오 증오발언 대응 정책 녹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MZ세대 팬덤을 주축으로 소비되는 K-POP 업계 또한 적극적으로 인권, 환경 이슈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방탄소년단(BTS)의 경우 공식 트위터에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글을 올리고 BLM(Black Lives Matter) 측에 100만달러(약 12억원) 를 기부했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NCT, 레드벨벳 등도 인종차별 반대 선언을 했다. 아이돌에게 정치, 사회적 발언이 금기 시 되었던 과거와 비교해 볼 때, 오늘날 인종, 환경, 젠더 이슈 등 사회적 이슈에 지지를 표하는 모습은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표하길 원하는 팬덤의 경향성을 읽어 내 이를 홍보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D&I 가 기업 경영 철학의 중심 혹은 진정성의 표현일지, 사회적 문제에 민감하고 보다 적극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MZ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일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ESG 경영 그리고 D&I 전략이 마치 하나의 패션이자 트렌드처럼 소비되고 표방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미 이러한 물결은 반세기 가까이 이어져 온 관습을 부수고 기회의 평등을 위해 적극적인 차별을 만들어 낸 혁신으로도 이어지기도 했다. ‘#Oscars_So_White’(백인 중심 오스카)하다는 비판을 그간 줄기차게 받아온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2025년부터 열리는 제96회 시상식부터 다양성에 관한 기준 4가지를 신설했다. 다양성은 영화 안과 밖에서 모두 보장되어야 한다. ▲ 배우, 영화 안에서의 묘사, 주제와 관련된 항목 ▲ 감독·작가·촬영 감독 등과 같이 스태프와 관련된 항목 ▲ 유급 인턴십 등 영화산업 진입 기회와 관련된 항목 ▲ 마케팅·홍보와 관련된 항목 등이 그 기준이다. 미국 사회 내에서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아카데미의 새로운 변화들이 정책에만 국한되지 않은, 문화예술 영역과 일상의 포용성을 확산하고 널리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동시에 오늘날 ESG 경영과 그 일환으로D&I 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기업에게 미국에서 손 꼽히는 사회적 기업 중 하나인 ‘벤&제리스(Ben&Jerry’s)’ 창업자 벤 코헨의 말을 빌려 전하고 싶다. ‘벤&제리스’는 기업의 정치적 메시지, 철학을 저돌적으로 표방하기로 유명하다. 인종차별적 발언을 검열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하는 페이스북을 상대로 광고하지 않겠다는 불매운동을 일으켰으며, 트럼프를 반대하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소비자가 반감을 가지지는 않을지, 정치적 이슈에 대해 이견이란 늘 존재하지 않냐는 물음에 벤 코헨은 이렇게 답했다.
우리의 판단은 정의에 기반한 것이다. 우리가 보는 현실은 트럼프가 정의의 편에 서 있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에 따를 뿐이다. 물론 이견이란 것은 당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견이 없는 사항이라면 자신의 입장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견이 있기 때문에 입장이 중요한 것이다.
– 벤 코헨 (Ben Cohen) –
글로벌 아웃도어 업체 파타고니아는 지속적으로 환경 이슈에 목소리를 내왔다. 이 기업은 규모에 비해 비상장 기업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며 앞으로의 상장 계획 또한 없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기업의 환경보호 CSR이 주주들의 영향을 받지 않는 비상장 기업일 때, 즉 오너의 신념이 적극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구조일 때 이해관계 충돌없이 얼마든지 이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벤&제리스’와 ‘파타고니아’와 같은 사례가 정답은 아니며, 모든 기업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는 없다. 다만 왜 ESG 경영, D&I 전략을 세우는가, 그것을 지속적으로 추구할 만큼 기업은 준비되어 있는가, 마찬가지로 소비자의 이견을 맞이하고 대응할 준비는 되어 있는가, 이 점을 물어보고 싶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데에서 포용성 보장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시대로 나아가기까지의 여정은 일회적인 트렌드로서 따라갈 수는 있지만 ‘진정성’이 결여되어 있을 경우 지속 불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