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 도시 정부는 코로나-19도래 후 모두가 생존할 수 있는 공존의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그 예로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이 대표적이다. 그린뉴딜은 10년 전, 2007부터 제시된 개념이다. 세계 금융위기로 신자유주의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더는 시장에만 의존할 수 없으며, 1930년대 대공황 시 미국 루스벨트 정부의 뉴딜 같은 대규모 정책이 필요하다는 배경에서 비롯되었다. 정부가 앞장서 탄소 배출 제한, 재생가능에너지 개발, 에너지 효율 개선 등 탈탄소화를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그 과정에서 일자리와 녹색산업 기회를 창출하고 근로자에게 재교육과 안전망을 제공함으로써 화석연료 탈피한다는 게 골자이다.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면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고용과 투자를 늘린다는 아이디어다. 2009년 UN 무역개발회의(UNEP)에서도 당시 경제침체에 대한 대응책으로 <전 지구적 그린뉴딜(A Global Green New Deal)>을 주장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GDP의 약 1%에 해당하는 7,500억 달러를 녹색 투자함으로써 상당한 수익을 야기할 수 있다 주장한다.
이처럼 환경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대신 살리는 그린 뉴딜은 많은 국가와 도시에서 주요 정책이자 아젠다로 채택되기 시작했다. 프랑스 파리는 생태주의자로 유명한 앤 이달고(Anne Hidalgo) 시장의 재선을 필두로 자전거 전용 도로 전 도시 확대 및 디젤차 아웃과 주행속도 30km/h 제한을 목표로 파리를 생태 도시로 전환하고자 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옥스퍼드대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Kate Raworth)의 도넛 경제 모델(Doughnut Economics)을 적용해 암스테르담이 환경과 인간의 공존과 번영의 도시가 될 수 있도록 도시 계획을 마련했다. 미국 뉴욕시는 2019년 4월 기후동원법(Climate Mobilization Act)을 통과해 온실가스 배출의 70%를 차지하는 중대형 빌딩 건설을 강력히 제재한다. 로스앤젤레스시는 마찬가지로 같은 달 LA 그린뉴딜 – 지속 가능한 도시 계획(LA’s Green New Deal Sustainable City Plan)을 발표했다.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늘려 2045년에는 에너지 공급을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고자 한다.
최근 서울시는 2050년까지 서울을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는 넷 제로(Net-Zero) 도시로 전환할 것을 선언하며, 녹색 위기를 녹색 기회로 만드는 생태・문명의 전환에 대폭 투자하겠다 약속했다. 그린 뉴딜 외에도 세계 도시들은 WC(With Corona), 재난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모색하느라 분주하다. 이탈리아 밀라노 시장 주세페 살라(Giuseppe Sala)는 1개월간 봉쇄 조치 경험을 통한 교훈으로 상호구호기금(Mutual Aid Fund)을 마련해 시민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도시의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세계 도시들의 대전환의 실마리를 살펴보자.
에콜로지와 파리
파리의 생태 도시 전환을 말하려면 앤 이달고 시장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스페인 출생이자 14살에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그녀는 2014년 파리 첫 여성 시장으로 재임했으며, 2020년 재선에 성공했다. 그녀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에콜로지스트(écologiste) 생태주의자이다. 첫 파리 시장이 되었을 때부터 6년간 관련 정책을 주도해왔다. 이달고의 뚜렷한 업적과 관심은 대기 오염 개선에서 드러난다. 2016년, 2001년부터 진행되던 숨 쉬는 파리(Paris Respire: 도시 내 자동차 통제 제한 프로그램) 전면확대를 시작으로 시내 곳곳에서 자동차를 내쫓기 시작했다. 지정된 구역과 날짜에 자동차 통제는 제한됐고, 주차요금의 금액을 올렸으며 20년 이상 노후한 자동차와 바이크는 주행이 금지됐다.
여기에 크리테르 허가증(Crit’air) 제도를 신설해 파리시에 등록된 모든 차량의 오염도를 나타내는 증서를 의무 부착하도록 해 노후한 차량에 대한 관리・감독을 시행한다. 대신 대중교통과 자전거 및 전동 킥보드를 시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센 강 근처의 고가도로를 공원으로 변화했으며 자전거 전용도, 자전거 관련 교육공간 제공, 자전거 수리 실습수업, 자전거 정거장을 확충했다. 디젤 차량 소유주가 전기차나 수소차를 살 경우, 최고 1만 유로(한화 약 1,200만 원)까지 정부가 지원해준다. 그 결과, 도시 내 대기오염지수가 75㎍/m³(보통)를 넘어선 날은 연간 47일에서 16일로 줄었고, 100㎍/m³(민감)을 넘어선 날도 이틀이나 되었던 파리는 단 하루도 없는 청정 도시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이달고 시장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2020년 2월, 기후 위기 대응, 생태주의, 연대, 건강을 키워드로 15분 도시(15-Minute Cities) 공약을 내세웠다. 집과 일터 학교를 15분 안에 오간다는 도시 프로젝트의 핵심은 모두 걸어서라는 점이다. 직장, 쇼핑 타운, 의료시설, 문화의 중심지 등이 모두 걸어갈 수 있는 거리 내에 있다. 승용차는 필요치 않다. 그러기 위해선 주거공간과 편의시설, 상업지역의 분리가 아닌 연결이 필요하다. 공간 곳곳을 차지하는 불필요하거나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공간을 없애는 데서 그 연결은 시작한다. 파리 시민들을 파리 도심으로부터 내보내게 한 에어비앤비를 사들여 200억 유로 예산을 투자해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한다.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줄어 에어비앤비 운영 포기가 곳곳에서 나오는 시점에서 그녀의 공약은 묘수로 평가받는다.
향후 6년간 시정계획을 담은 <파리를 위한 선언(Le manifeste pour Paris)>을 살펴보면 생태도시로 파리의 전환은 계속된다. 파리 전역 주행 속도는 30km/h로 제한된다. 차량 속도가 줄어들면 대기 오염 추소는 물론이고, 교통사고의 위험도 줄일 수 있다. 특히 대기 오염의 주원인 디젤 차량은 2024년까지 퇴출 예정이다. 자동차의 줄어든 입지는 자연스레 주차장 면적 축소로 이어진다. 오염이 높게 측정되는 300개 학교 주위 주차장부터 사라질 예정이다. 대신 보행자 도보, 자전거전용도로와 17만 그루의 나무가 생긴다. 시민들은 자동차와 아스팔트가 아닌 꽃과 나무와 함께 거리를 걷게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사람 간 접촉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면서 파리 시민들은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를 폭발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힘입어 자전거전용도로 역시 도시 전체로 확대된다. 반대로 개발을 위한 건설은 점차 설득력을 잃어간다. 기존 파리시는 12구 베르시-햐랑통 지역에 10헥타르(ha) 부지에 마천루 6개를 건설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지니고 있었으나 이를 백지화하고 대신 불로뉴, 뱅센 숲에 이은 세 번째 숲 조성을 하고자 한다. 11구와 18구에 계획된 프로젝트도 무효화 됐다. 세부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사회당 소속인 앤 이달고는 녹색당 협력을 지속해서 이어오며, 녹색당의 기조 Vote For Green(녹색을 위해 투표하라)이라는 강령과 상응하는 더 많은 녹색 공간 확보만이 미래에 계획됐다.
마지막으로 시민 간 뉴딜이 약속된다. 경쟁과 각자도생의 논리가 아닌 시민 간 상부상조와 연대가 활성화된다. 파리 각 20개 구마다 연대 센터 (La Fabrique de la Solidarité)가 설치된다. 연대센터는 시민 간 연대를 강화하는 모든 행위를 지원하기 위해 생겼다. 그 예로 홈리스를 돕기를 희망하는 봉사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코로나-19 관련 방역 키트 만들기 등 도시 내 구성원을 돕기를 원하는 시민을 위한 공간, 교육 제공은 물론 관련 전시도 진행 중이다. 위기에 맞서려면 각자를 넘어서 사람 간, 환경과 사람이 함께해야 한다는 성찰은 파리를 넘어서 프랑스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출구조사에서 50.2%(여론조사기관 해리스 인터랙티브 조사)로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이며 재선에 성공한 앤 이달고와 더불어 프랑스 10개 대도시 곳곳 모두 생태주의자 시장이 탄생했다. 당선자 대부분 녹색당이었다.
녹색을 입은 패션의 도시 밀라노
이탈리아 경제의 엔진으로 불리는 밀라노는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중지되었다. 밀라노가 있는 북부 롬바르디아주 전역과 지자체 14곳은 일시적으로 봉쇄되었고, 2020년 4월 기준 공식 사망자 수는 4,348명으로 집계된다. 밀라노 시장 주세페 살라(Giuseppa Sala)는 기후변화 공동대응 글로벌 네트워크인 C40(Cities-Climate Leadership Group, 도시-기후 리더십 그룹)에 참여해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밀라노는 3월 기존의 성 주세페 기금과 협력해 일반 시민과 기업 및 기관으로부터 기부를 받아 기금을 조성했고, 코로나-19로 인해 직업을 잃은 사람들을 먼저 지원했다. 첫날에만 80만 유로(한화 약 11억 원) 넘게 모인 상호구조기금은 사회 구성원 간 연대의 가치를 보여줬으며 이는 1886년부터 설립돼 조합원 간 호혜 정신을 강조한 레가쿱이란 협동조합의 전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람과 환경 간의 공생도 모색된다. 밀라노는 봉쇄 기간 차량 통행의 감소로 대기 상태가 크게 개선되면서 이를 계기로 올해 4월, 스트라데 아페르테(Strade Aperte, 열린 도로)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앞서 파리가 했던 것처럼 기조는 비슷하다. 자동차는 적게 도보는 많이. 올해 여름까지 기존 35km 도로 구간에 임시 자전거전용도로를 도입하고 시속 30km의 속도 제한을 두고자 한다. 도로 양옆의 도보를 넓힘으로써 아이들에게 놀이 공간을 제공하고 레스토랑의 테이블과 바를 기존의 주차공간에 설치함으로써 사람들이 더욱더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밀라노는 이전부터 열린 광장(Open Squares)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양질의 광장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고자 했다. 그 결과 작년에만 해도 15개의 광장이 재탄생했으며 올해 시민들이 추천한 65개 공간도 광장으로 재탄생하길 기다리고 있다. 그 예로 시칠리아 광장은 아이들이 방과 후에도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광장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렇게 형성된 새로운 공간은 시민들에게 밀라노가 지향하는 열린 도시의 이념을 실현한다.
도로 정비 작업은 디자인의 도시이자 쇼핑의 중심지로 꼽힌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를 시작으로 올해 5월부터 시행됐다. 부시장 마르코 그라넬리(Marco Granelli)는 지난 몇 년간 밀라노는 자동차를 줄이고자 노력했으며, 자동차는 사람들의 이동과 상업적 공간을 차지해 상업활동에 방해가 됐다고 말했다. 밀라노의 경제활동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재개될 필요가 있으며 재난이 끝났을 때 새로운 도시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밝히며 친환경의 도시로 거듭나고자 하는 의지를 밝혔다. 밀라노는 도시의 시작과 끝이 불과 15km인 작은 도시지만, 140만 명이 거주하는 높은 인구 밀집도를 지닌 도시다. 인구의 55%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며 평균 통근 거리는 4km로 대다수 시민에게 자동차가 아닌 대중교통과 자전거 이용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도넛 속 챙겨야 할 것만 챙긴다, 암스테르담
영국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Kate Raworth)는 2012년에 도넛 경제 모델을 발표한다. 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의 20세기 경제학을 박물관으로 보내버린 21세기 경제학 교과서라는 도발적인 부제목이 시사하는 바답게 그동안 인류가 환경과 맺어온 관계를 새롭게 제시한다. 도넛 속의 공간은 인류가 지구에 압력을 가하지 않는 공간, 즉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사회적 기초로 물, 식량, 보건, 교육, 사회적 공평함, 주거, 성 평등, 정치적 발언권 등이 위치한다.
도넛 바깥쪽 고리는 생태적인 한계로 이 밖으로 나가면 기후변화, 해양 산성화, 화학적 오염, 담수 고갈, 토지 개간, 대기 오염, 오존층 파괴 등이 위치하며 인류는 치명적인 환경위기를 맞이한다. 이 두 공간 사이에서 인류는 균형을 찾아야 하며, 지구 자원을 무한정 착취하는 것에서 탈피해 환경과 공존하는 안전하고 정의로운 세계를 구축해야 한다. 도넛 경제는 그 후 8년 동안 수많은 국가 및 도시 계획 모델에 적용됐다. 남아프리카의 국가들, 영국, 중국 얼하이오 저수지, 그리고 오늘 소개할 암스테르담이 있다.
2020년 암스테르담 도시 정부는 세 기관(C40, 서클 이코노미(Circle Economy), 도넛 경제학 액션 랩(Doughnut Economics Action Lab))과 협업해 암스테르담 도시 도넛(Amsterdam City Doughnut)이란 명칭 아래 대대적이고 장기간의 도시 전환을 계획했다. 그 비전은 번영하고, 재생산적이며, 모든 시민을 배제하지 않는 포괄도시이자 동시에 (도넛 경제 속) 지구적 경계를 존중함이다. 암스테르담이 도넛 경제 모델을 통해 던지는 거대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도시 공간은 번영하면서 동시에 시민이 풍족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을까? 지구의 환경과 개인의 웰빙을 존중하면서 말이다. 도시 시민에게 성장과 번영의 토대가 되면서 동시에 지구의 일원으로서 책임지겠다는 암스테르담의 거대한 질문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나무에 새들이 둥지를 틀 수 있도록 하지만 이를 감싸고 있는 숲을 파괴하지 않는다.
도시의 발전과 구성원의 건강과 환경의 웰빙은 어떻게 양립이 가능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암스테르담은 소셜, 생태계/학(Ecological), 로컬, 글로벌 4가지로 분야로 나눠 세부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렌즈(Lense)로 표현되는 이 4자지 분야는 각 영역에 해당하는 도시의 목표와 모습을 설계할 수 있는 도구로서 기능한다. 도출된 4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social | ecological | |
Local | 암스테르담 시민에게 번영은 어떤 의미인가? 1 | 암스테르담이 주어진 환경과 거주지 내에서 번영한다함은 어떤 의미인가? 2 |
Global | 전세계 인류의 웰빙을 존중한다함이 암스테르담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4 | 전지구의 건강 및 환경을 존중한다함이 암스테르담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3 |
이 글에서는 질문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첫 번째 질문, 암스테르담 시민에게 번영은 어떤 의미인가에 대한 암스테르담의 답에 주목하고자 한다. 다음 4가지 영역이 시민의 웰빙을 위해서 먼저 고려된다. 첫 번째는 음식, 물, 보건, 주거 상의 건강. 두 번째 교육, 에너지, 수입과 고용의 가능함. 세 번째 이동 가능성, 커뮤니티, 디지털 연결성, 그리고 문화를 통한 연결. 네 번째 사회적 공정성, 정치적 목소리, 다양성 속 평등 실현, 평화와 정의를 통한 자율권 실현이다. 암스테르담 영역별 도시의 목표(City Target, 사진10 1열 위치)와 스냅샷(City Snapshot, 현황과 실천 중인 세부계획, 사진10 2열 위치)은 아래 그림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이 중 특기할 점은 앞서 소개된 다른 도시처럼 암스테르담 또한 도시 내 자동차 수를 줄이는 것에는 동의했지만 이 점이 야기할 수 있는 사회적 불균등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는 점이다. 자동차 수가 줄어들면 환경은 개선되겠지만 동시에 차량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특정 계층은 취약해진다. 누군가에게 차량에 의한 이동이 필요하거나 더 쌀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다 대중/공공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요금 인하와 배리어프리한 접근성이 보장돼야 한다.
이처럼 암스테르담은 단순히 환경을 개선한다는 명목이 아닌 시민 간의 불평등, 정치적 참여/권리 보장, 평화 및 공정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 예로 자율권 실현(Empowered) 영역 속 다양성 속 평등 및 보장은 도시가 비 배제적이고 연대하는 도시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7년 거주민의 15%가 차별을 경험했으며, 이 중 39%는 인종과 피부색, 29%는 국적과 관련된 것이었다. 2018년 시민들의 투표율은 52%로 2017년(79%)에 비교하면 꽤 저조한 편이다. 도시는 시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차별과 불평등 문제에 당사자의 목소리를 우선에 두어 적극적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그 외 도시의 변화 및 세부계획은 케이트 레이워스가 암스테르담 도넛 경제에 대해 소개한 사이트에 가면 확인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세계 각국 정부와 도시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위기에 대응한다. 아래 그림에서 드러나듯 어떤 곳은 행정조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어떤 곳은 느슨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앞서 살펴본 도시들은 그린 뉴딜이라는 거대한 범주 속에서 환경, 번영, 발전을 꿈꾼다. 이는 곧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상기한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는 낙관주의에 빠지기 전에 한 가지 생각할 점이 있다. 혹자는 위기(危機)란 한자 안에 위험과 기회와 합쳐져 있기에 위기는 곧 기회라 말한다. 하지만 이때 기(機)는 기회가 아닌 시기를 의미하는 말이다. 다시 말해 위기는 정말로 위태롭고 위험한 순간이란 의미다.
위기를 뜻하는 영어 Crisis의 어원은 그리스어 Krinein으로, 선택, 의사결정, 판단을 의미한다. 즉 한자로 보나 영어로 보나 위기는 정말 위험한 순간이니 이때 내리는 선택과 판단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기회로 봐야 하는 낙관주의보다 현명한 판단을 필요로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그린 뉴딜 또한 우리를 위기에서 구원해줄 환상 혹은 유일한 목적이 아닌, 위기를 타개할 하나의 수단이자 방법으로서 냉정하고 철두철미하게 추구해야 할 것이다. 그게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방법이다. 이와 관련해 기후 위기와 코로나-19 대응하며 말한 이달고 시장의 발언은 상기할 만하다.
기후 위기에 맞서 싸우는 것은 공중 보건을 지키기 위한 투쟁인 동시에 사회적 정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기후 위기와 생태 다양성의 붕괴는 바로 시민들의 건강에 극적인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작금의 역병이 주는 위기는 불평등을 증폭시킨다. 탄소배출에 가장 덜 책임을 지닌 사람들이 가장 심각하게 이러한 위기에 노출되고, 고통을 겪는다. 이 시기를 가장 현명하게 극복하는 방법은 연대의 힘이 작동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다.
2020년 7월 14일, 한국형 그린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고 일주일 정도 일찍 서울시는 서울판 그린뉴딜 전략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2조 6,000억 원을 투입해 건물, 수송, 도시 숲, 신재생에너지, 자원 순환 5대 분야를 집중적으로 추진하며 경제 위기와 기후 위기에 동시 대응하겠다 천명했다. 특히 서울은 온실가스 배출의 68%를 차지하는 건물 부문과 19%를 차지하는 수송(교통) 부문에 집중해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 2040년 70% 감축 등 정량적 목표를 설정한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는 관에서 제시한 비전이며 시민 간 합의는 이루어졌는지 시민들의 참여는 보장되었는지 그린뉴딜로 표방되는 새로운 정책이 또 다른 소외계층을 낳지는 않을지 고민해야 한다. 그린뉴딜이 작동하려면 명확한 행정의 비전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양보, 인내 또한 필요하다. 시민 간 연대가 가능할 수 있도록, 서울 또한 새로운 전환적 상상력을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