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ROOM
Interview mini article #4
네 번째 대화, “생각을 바꾸면 달라지는 세상”
Place 1-3 나웅주
한달어스 김준형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하면 과거에 떠올렸던 이중적인 인간의 대표적인 페르소나가 떠오른다. 하지만 인간의 자아는 이중(긍정/부정)이 아닌, 다중성이다. 사회 분화와 동시에 페르소나는 변화와 성장을 갈구하는 현대인의 온갖 욕망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놀라우리만치 다양한 양식으로 탄생했다. 단 하나의 자아에 매몰되지 않고, 가지각색의 탈을 쓰며 느끼는 해방감과 유쾌함. 이런 시도는 쳇바퀴를 굴리던 다람쥐 같던 도시인의 다리에 제동을 걸고, 쳇바퀴 바깥의 넓은 세상으로 끌고 나와 새로운 삶의 싹을 틔운다.
오픈룸의 마지막 대화 주제는 “생각을 바꾸면 달라지는 세상”이었다. 탈을 바꿔 쓰듯 다양한 정체성과 성취를 보여주며 새로운 목표에 도전해온 두 명의 스페셜 게스트가 네 번째 대화의 시간을 함께했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디자인을 필두로 디자인 랩∙에이전시와 리테일 스토어를 운영하는 하이픈의 나웅주 대표, 각자의 미션을 실천하며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목표 달성 커뮤니티 한달어스의 김준형 대표와 함께 생각의 전환을 이야기하며 오픈룸 시즌 1이 막을 내렸다.
나웅주 님은 디자인 에이전시인 1-1 Company와 디자인 랩 1-5 Design Lab, 리테일 스토어인 place 1-3까지 다양한 페르소나로 활동하고 있다. 어떤 목적과 동기가 있었기에 얻은 성취일까. 여러 가지의 페르소나가 그의 삶에 주는 영감을 물었다.
나웅주
한국에서 디자인을 배웠는데,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들이 정말 많았지만 국내 디자인 교육과 에이전시는 카테고라이징이 강해요. 물론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확실히 계단식이죠. 더 넓은 범위의 프로젝트에서 역량을 펼칠 기회를 한국에서도 마련하고자 디자인 회사를 세웠어요. 상업보다는 사회를 지향하는 프로젝트를 학생들과 만들며 각자 풀어가는 방식의 다름을 섞어 자연스럽게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는 구조를 갖추는 거예요. 많이 배울 수 있는 동시에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는 브랜드의 방향성을 찾고 있어요. 거기서 오는 즐거움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풀어갈 것들도 어마어마해서 혼자서 모두 컨트롤하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분야별로 파트너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우리가 전달하고 싶은 공통의 경험을 만들어가죠. 이게 제 삶의 방향이자 영감이에요.
목표와 도전, 그리고 달성. 이 경험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늘 시간에 쫓기는 도시인들에게는 조금 먼 얘기다. 쉽지 않은 조건과 환경을 딛고 처음으로 자기만의 챌린지에 도전하는 누군가가 반드시 가져야 할 태도와 마음가짐으로 무엇이 있을까?
김준형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뀐다지만, 행동을 통해 생각이 바뀔 때도 있어요. 저는 현재의 나에서 새로운 내가 되고 싶은 자아를 뉴 미(New Me)라고 표현해요. 현재의 내가 새로운 나를 만나러 가는 여정이 있고, 그 여정을 이어주는 다리는 행동(Action)인 거죠. 나를 둘러싼 환경부터 바꿔보세요. 환경 중 가장 강력한 건 주변 사람이에요. 목표를 공유하고 함께 달성하는 동료가 생긴다면 도전을 향해 함께 달려가는 느낌을 받을 거예요. 나 혼자의 달성률이 아니라 팀의 달성률을 공유하는 건 커다란 동기부여가 돼요. 원점으로 돌아가려는 자기만의 중력에서 벗어나는 거거든요. 평생 꾸준히 배우고 도전하고 싶다면 중력 바깥의 환경과 방식을 돌아보는 게 일 순위예요.
두 명의 스페셜 게스트가 <대화의 시간>에서 만난 사람들은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얼굴을 마주하며 편견의 가면 없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눴던 도시인들이었다. 대화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이들은 어떤 대화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까. 얼마나 오래 마음에 남게 될까.
나웅주
우리로 하여금 행동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사실 전반적인 대화가 숨겨진 질문 카드를 임의로 뽑아서 특별한 순서 없이 진행됐어요. 처음엔 주제가 광범위한 것 아닐까 걱정했는데, 질문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모두가 편안함을 느끼는 대화가 만들어지더라고요. 질문과 질문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지점의 순간들이 가장 좋았어요.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 것도요.
김준형
질문의 의도를 나누는 시간이요. 오늘 제가 가장 궁금했던 건 도대체 무엇이 사람들을 여기까지 오게 했는지였어요. 참여자들이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살 수 있을까?’, ‘나는 뭘 좋아할까?’ 그런 질문들을 했어요. 질문 자체보다 그 속의 고민과 의도를 파고드는 과정에서 공통점이 보이더라고요. 7년간 은행에서 같은 업무를 반복하는 사람도, 이제 갓 사회에 나가려는 대학생도 다 비슷한 고민을 해요. 정작 모범 답안은 없거든요. 정답은 자기만의 여정을 만들어가는 자기 자신이에요. 다만 그 길을 먼저 간 사람이 있다면 작은 힌트는 되어줄 수 있겠죠.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던 것 자체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직업도, 성향도, 꿈도 모두 다른 사람들의 첫 만남. 여러 장르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섞이는 대화에서 우리는 어떤 것들을 공유할 수 있을까. 위기의 시대에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과 스쳐왔을 두 게스트는 짧은 대화의 시간에도 ‘자기만의 방’을 조금 넓힌 듯했다.
나웅주
사실 특정한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목표를 정해놓고 대화를 시작하면, 거기에 자꾸 맞추려고 노력하는 저를 발견할 때가 많아요. 스스로의 인생에서 어떤 부분들을 응용하려고 많이 노력하지만 한 가지의 주제에 매몰되니 굉장히 아쉽죠. 오늘 나눈 대화는 그런 경계가 없었어요. 연령과 직업을 차치하고 뒤섞이는 모두의 경험과 이야기가 새로운 생각을 만들고, 짧은 교훈들이 스치면서 자연스럽게 질문이 이어졌죠. 저도 한 단계 더 들어가서 묻고, 또 한 번 더 들어가서 묻고. 이런 흐름의 대화가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얻어가더라고요.
김준형
오늘 이 자리를 굳이 표현하자면 타인의 거울을 보는 시간과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나 이외의 다른 참여자들이 각각의 거울이 되는 거고, 그 거울을 통해서 본인이 발견하고 싶은 나의 모습을 찾기 위해 탐구하는 거죠. 어떤 거울을 선택하는지, 어떻게 볼 것인지에 관한 질문도 스스로 하는 것이고요. 60분이란 시간 동안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의 결정 방식은 본인에게 있어요. 오늘은 타인을 통해 그 여정이 좀 더 정확한 방향을 잡아가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