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ROOM 2nd: Creative Juice
After-article | Session 1
티슈 오피스 이상익∙이창훈
온보드 서경종
오픈룸의 첫 문을 연 주인공은 메타버스 히든오더를 운영하는 티슈오피스의 이상익과 이창훈, 한국관광공사의 바이럴 영상으로 알려진 온보드의 서경종이었다. 각자 몸담고 있는 분야가 다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한 발 앞서서 뛰어 본 사람들’이자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티슈오피스는 메타버스라는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에서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길을 개척해 나가며 플레이어가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고민한다. 서경종 CD는 치열한 광고의 세계에서 이전에는 없었던 신선함으로 승부를 거는 기획을 만들어낸다. 이 두 팀의 이야기는 기꺼이 새로운 경험을 위해 모험을 떠나는 여행자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Tissue Office
티슈오피스가 메타버스를 만드는 법
현실, 그리고 메타버스라는 가상세계. 이 두 개의 세계에 대해선 대답 없는 질문만 이어진다. 메타버스는 과연 현실을 대체할까? 둘을 칼로 무 자르듯 진짜와 가짜로 구분할 수 있을까? 이렇게 물음표만 쌓여가는 사이, 메타버스는 일상을 보내는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되어가고 있다. 그 선택지를 조금 더 즐겁게, 더 나은 경험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티슈오피스도 그러한 일을 하고 있다. 티슈오피스는 화성을 배경으로 한 메타버스 히든오더(Hidden Order)를 운영하는 팀이다. UX/UI 분야의 이상익과 조영, 프로그래밍을 맡는 이승아와 구기태, 3D, AR, VR을 담당하는 이창훈, 그래픽 디자이너 최하준까지 6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이 만든 세계 히든오더에서는 다양한 전시와 공연이 열린다.
매일이 축제 같은 그 세계는 어쩌다 시작되었을까? 티슈오피스의 이상익과 이창훈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고 오픈룸에 나왔다. 시작은 코로나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저희가 <안녕 코로나19 국제 일러스트 공모전> 수상작 전시를 가상 공간에서 진행하게 됐는데요. 그 이후로 미술관이나 기획자들한테 디지털 전시를 꾸려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만들었는데 매번 플랫폼을 개별적으로 만들려면 0부터 새로 시작해야 하는 부담이 있더라고요. 또 여러 전시를 한 플랫폼 안에 모으면 시너지가 생길 것 같아서, 모든 걸 한 공간에 모은 히든오더를 만들게 됐어요. 다양한 기관, 아티스트가 모두 모인 행성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된 거죠.
이상익은 시작으로 운을 뗀 뒤, 더 이상 설명을 이어가지 않았다. 대신 오픈룸에 모인 사람들을 모두 히든오더 안으로 초대했다. 오픈룸을 찾은 이들은 미술관 학예사, 문화기획자, 브랜딩 기획자, 레코드숍 직원 등으로 직업은 모두 제각각이었는데, 한 가지는 같았다. 메타버스를 잘 모르지만, 알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티슈오피스는 사람들을 이끌고 화성 이곳저곳을 함께 걸으며 전시를 구경했다. 그리곤 무언가 답을 내놓는 대신 고민을 털어놓았다.
만약 메타버스를 ‘서비스’라고 여긴다면, 사람들의 불편한 점을 캐치해서 쓸모를 제공해야 하는 거잖아요. 근데 저희는 그 안에 게임의 성격도 녹여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게임이라는 건 쓸모보다는 재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그 사이에서 흔들렸어요. 요즘은 방향을 찾고 두 가지를 동시에 잡자는 생각으로 작업을 하고 있고요.
그들 역시 앞으로 나아갈 길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답을 구하러 온 사람들에게 도리어 질문을 던졌다.
전시나 공연을 볼 때의 즐거운 기분을 디지털 공간에서 어떻게든 똑같이 구현하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디지털 공간만의 노는 방식으로 제공하는 게 맞는지 고민하고 있어요. 가령 히든오더에서 음악 페스티벌을 연다면, 경쟁하는 상대가 현실의 음악 페스티벌일까요, 아니면 디지털 공간에서의 또 다른 경험일까요?
그들의 질문은 다양했지만 결국은 같았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더 몰입시킬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질문이었다.
저희가 골인 지점으로 생각하는 건 사람들의 ‘몰입’이에요. 그래서 좀 더 사람과 비슷한 아바타가 도움이 될지 아니면 캐릭터처럼 단순하게 생겼지만 상상할 여지를 만들어주는 게 더 좋을지 등을 계속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요.
티슈오피스의 질문이 이어지자 한 참가자가 조심스레 말문을 뗐다.
저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현실의 경험만이 주는 감동을 재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 않나 싶어요. 가령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 가면 정말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모나리자를 볼 수 있는데요. 붓 터치까지 담아내는 초고화질 카메라로 그걸 촬영해도, 실제로 그 작품을 바라보는 그 감흥을 따라가긴 어렵다고 생각해요. 같은 이유로, 캐릭터 역시 고화질 그래픽으로 사람과 비슷하게 만들 수 있겠지만 그게 실제와 닮았다고 해서 더 재미 요소가 될까 싶어요. 그와 반대로 현실에서 볼 수 없었던 다른 경험을 줘야 승부가 되지 않을까요? 그래픽이 화려한 게임이 아무리 많아도 슈퍼 마리오 같은 고전 게임은 여전히 인기 있잖아요. 그러니까 메타버스에 담긴 콘텐츠가 실제와 어떻게 다른지 고민하는지가 우선인 것 같아요.
현실, 그리고 메타버스라는 물음을 자아내는 주제 때문인지 토크 시간 내내 질문과 답이 이어졌다. 그러는 사이 티슈오피스는 누군가가 내민 답을 집어 드는 대신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제페토나 포트나이트를 포함해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이 있는데요. 히든오더가 이 안에서 어느 위치를 점유해야 할지 매일 고민하고 있어요. 다만, 저희의 철학은 선명하고 완결되고 안전한 것은 경계하는 것이에요. 뻔하거나 무언가를 재현한 것이 아니라 우리만 보여줄 수 있는 게 뭘까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좋은 콘텐츠를 플레이어들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에 대해 지금까지 내려진 결론은 한 가지다.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것’. 그렇기에 확신보다는 고민이, 마침표보다는 물음표가 필요하다.
온보드
쉐어빌리티를 높이는 콘텐츠 기획 방법
같은 시간, 1504호에서는 광고대행사 온보드 서경종 CD(creative Director)와의 대화 세션이 열렸다. 서경종 CD는 ‘쉐어빌리티를 높이는 콘텐츠 기획 방법’을 주제로 직접 경험하고 함께 즐기며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광고 기획 과정을 세세하게 나눴다. 세션에는 새로운 콘텐츠와 영감에 목마른 창작자들이 참여했다. 팬데믹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창작자로서 크리에이티브한 콘텐츠 제작에 뛰어든 참여자, 자신의 브랜드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브랜드 운영자,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시간에 쫓겨 말라버린 영감에 불씨를 붙여보고 싶은 참여자, 광고 기획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은 광고대행사 직원, ‘인생 사이드 프로젝트’를 더욱더 재밌게 즐기고 싶은 각양각색의 참여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결이 있는 독창적이고 신선한 콘텐츠를 만드는 동시에 대중의 공감과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찾고 싶어했다. 또한 그러한 콘텐츠를 기획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태도와 접근방법이 필요한지 생생한 경험과 노하우를 듣고 싶어했다. 서경종 CD가 한국관광 바이럴 홍보영상인 <Feel the Rhythm of Korea>를 만든 이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도 바로 ‘어떻게 이런 걸 기획했어요?’였다.
서경종 CD는 20년 동안 광고계에 몸 담아 오면서 언제나 사람들이 상상만 했던 그 이상의 경계를 넘으려는 시도를 이어왔다. 예능 무한도전 팀과 함께 불법 다운로드의 온상이었던 토렌트를 오히려 매체로 활용해 불법 다운로드의 경각심을 깨우는 캠페인을 열었고, 5G 기술을 활용해 지하철을 세계최초의 증강현실 미술관으로 만들었다. 아이들의 무분별한 콘텐츠 시청을 막아주는 서비스의 필요성을 인공지능 실험이 담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소개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러한 서경종 CD가 제작한 콘텐츠의 공통점은 크게 세 가지다. 무경계, 트랜스미디어, 융합. 그 바탕이 되는 것은 이질적인 것들을 의도적으로 결합하려는 이연연상(二連聯想)이다. 콘텐츠 기획을 위한 창의력과 영감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Feel the Rhythm of Korea 역시 이연연상의 결과로 탄생한 바이럴 콘텐츠였다. 전략적으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텐츠 코드를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본능과 쾌감을 자극하는 리듬감으로 무한 재생을 불러내는데 성공했다. 또한 당시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잘 탔고, 적절한 장소와 소재의 선정, 킬링 포인트가 담긴 편집으로 완성도와 중독성이 모두 높은 영상을 만들었다.
이전의 관광홍보 영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퓨전 국악과 댄스의 조합으로 전세계인의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Feel the Rhythm of Korea의 성공은 단 하나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만 탄생한 것은 아니다. 한국의 음식과 공예 관광 등의 요소를 마음의 안정을 주는 패턴화된 영상으로 보여주는 oddly satisfying video 시리즈, 웹툰 인물이 직접 운영하는 컨셉으로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는 SNS 광고, 바이럴 영상인 How to 영상에 B급 감성을 넣어 한국을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 등 수많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한국관광공사의 문을 두드렸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영상은 단 두 개의 이미지로 최종 컨펌을 받아 제작에 들어갔다. 자갈치 시장에서 상인들이 바쁘게 일하고 있는 가운데 춤을 추는 사람들, 절에서 스님이 빗자루 질을 하는 가운데 개의치 않고 신나게 춤추는 사람들. 일상적인 장소에서 이질적인 듯하지만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 춤판을 벌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미지 자체만으로도 바이럴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평소에 꾸준히 트렌드를 살피며 한 발씩 앞서서 나아가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면 등장하지 않았을 기획이었다.
서경종 CD는 좋은 기획이란 끊임없는 리서치를 통해 사람들이 열광하는 트렌드를 쫓아가는 것은 물론, 거기에서 더 나아가 사람들이 스스로 발견하고 만들고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확장성 있는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현 시점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콘텐츠에 웃음과 리듬감 등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포인트, 몇 번이고 다시 보고 공유하고 싶은 쉐어빌리티를 높이는 설계를 더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기술의 발전에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이며 활용 매체와 표현 방법에서도 새로운 방향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기획과 제작 과정을 거쳐야만 콘텐츠는 제작자의 손을 떠나서도 혼자 살아 움직이고 숨 쉬며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어진 네트워킹 시간에는 티슈오피스와 온보드 서경종 CD의 이야기를 들었던 참여자들이 한데 모여서 자신의 이야기와 소감을 나눴다.
미술관의 큐레이터인 한 참여자는 요즘 메타버스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전시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며, 관련 기획과 메타버스에 관해 더 들어보기 위해 참여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사실 메타버스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참여자는 “개인적으로 메타버스, 가상 공간이 현실을 대체하고 사람들이 거기에만 몰입되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설명을 들으면서 ‘그게 아니구나, 무조건 메타버스가 현실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현실은 그대로 있고 또 다른 세계가 하나 더 존재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메타버스가 실제 작품이나 경험, 공연을 절대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만이 주는 즐거움이 명확하게 드러날 것 같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 메타버스에 사람들이 왜 열광하는지 궁금했던 한 참여자는 ‘제일 모르는 분야’라는 이유로 세션을 신청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하다. 이걸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부류와 완전히 그냥 무시하는 부류, 아니면 자기가 취사선택을 해서 쓰는 부류가 있을 것 같다. 과연 어떤 분야에서 이게 활성화될까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
광고 기획과 관련된 세션을 들은 참여자들 역시 잔뜩 안고 들어왔던 고민이 해결되는 경험과 또다른 즐거운 고민이 늘어나게 된 소감을 나눴다.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늘 했지만, 자꾸 어디선가 본 것만 같은 것들을 만들어 내는 것에 고민이 깊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심지어 나조차도 보지 않을 뻔한 콘텐츠를 계속 생산한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오늘 대화를 나누면서 어떻게 새로운 영감을 찾고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사람들에게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지 자세하게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직접 경험에서 우러난 기획 방법을 꼼꼼히 소개해주시고, 노하우도 가감없이 알려주셔서 실제적인 도움이 많이 되었다. 결과물만 가지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디벨롭하는 과정에서 탈락했던 아이디어까지 차례대로 살펴보면서 어떻게 기획을 해야 하는지 찬찬히 훑을 수 있어서 좋았다.
굉장히 유익한 내용이었지만, 회사가 아닌 소규모나 개인 창작자에게는 부족한 예산 문제 등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현이 어려운 문제들이 여전히 많이 남는 것 같다. 그래도 기획 단계에서 어떻게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야 하는지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콘텐츠를 만들기 이전에 끊임없이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것을 찾아내려는 태도 자체가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힘들지만 즐겨야 하는 일인 것 같다. 역시 그냥 운으로 되는 일은 없고, 평소에도 꾸준히 공부하면서 영감을 쌓아 올려야 그게 결국 좋은 콘텐츠로 탄생하는 것 같다.
네트워킹 시간은 예정된 한 시간을 훌쩍 넘어서까지 이어졌다. 참여자들은 토크 시간에 미처 다하지 못했던 소감을 나누면서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이어갈 도전과 기대되는 새로운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각자의 미개척지로 여행을 떠나는 모험가의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