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ROOM 2nd: Creative Juice
After-article | Session 5
노티드 허준, 위승준
SIDE 정혜윤, 손꼽힌
모든 물결은 시작은 미미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거대해진다. 그렇게 넓게 퍼져서 먼 곳까지 닿는다. 그렇기에 모든 변화는 조그만 일에서 출발한다. 베이커리 카페 노티드와 다능인 커뮤니티 사이드는 각각 열성적인 팬덤과 탄탄한 멤버를 가진 어엿한 브랜드지만, 그들 역시 시작은 조그만 점이었다.
노티드
팬덤을 통한 브랜딩
물결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몸부림을 치다 보면, 그 움직임은 다시 새로운 파동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리고 그 파동은 생존하는 길을 만든다. 1503호에서는 F&B회사 GFFG의 CMO 허준과 CCO 위승준이 참가자들을 맞이했다. 그들은 노티드가 팬덤을 통해 살아남게 된 비결을 들고 오픈룸을 찾았다. GFFG는 노티드를 포함해 버거샵 다운타우너, 미국식 브런치 레스토랑 리틀넥과 클랩피자, 웍셔너리, 호족반, 애니오케이션, 키마 등 8개의 브랜드를 운영한다. 그들은 이런 자리는 처음이라며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노티드의 팬을 만난다는 설렘도 함께였다. 그들의 손에는 도넛이 담긴 상자와 인형, 펜, 캡슐커피 등 노티드의 굿즈가 가득했다.
도넛이 유명하고, 늘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핫한 카페라는 요즘의 인식과 달리 노티드는 2018년 폐업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매장의 분위기도, 판매하는 메뉴도 지금과는 달랐다. 노티드 하면 옐로와 핑크, 그리고 크림 도넛을 떠올리지만 당시엔 녹색 간판을 달고 쁘띠 케익을 판매했다.
당시에 매출이 굉장히 안 좋아서 말 그대로 ‘살기 위해서’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게 됐어요. 어떻게 하면 고객들에게 좀 더 재밌고, 좋은 걸 드릴 수 있을지를 고민했죠. 그게 결과적으로 ‘팬덤 브랜딩’이 되었고요.
노티드가 정의한 팬덤 브랜딩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주고 즐길 거리,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노티드 안에서 고객들이 즐길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시도했고, 그게 확산되는 걸 눈으로 확인했다.
저희는 멋진 브랜딩도 중요하지만, 오래 사랑받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단한 팬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들을 계속 개발하고, 고객들이 재방문할 이유를 만들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진정한 단골이 되고, 팬이 되도록요. 고객들이 사랑을 주고, 전파할 만한 공간과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첫 번째 시도는 색칠놀이 종이였다. 컬러링북에서 착안해 디저트를 즐기며 색칠 놀이를 할 수 있는 종이를 무료로 제공했다. 그리고 도넛 상자에 붙이는 스마일 스티커도 무료로 나눈다. 노티드를 찾은 사람들은 이러한 경험을 SNS에 업로드했고, 이는 노티드의 콘텐츠가 되었다. 그리고 더운 여름 바깥에서 대기하는 고객을 위해서는 부채를 무료로 나눠줬다. 노티드를 찾은 이들이 조금이라도 덥지 않도록, 매장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나아가 디저트나 음료로 끝나는 게 아닌, 일상에 녹아 있는 친구 같은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
그래서 풍선과 컵, 케이크 초, 슈가베어 인형과 강아지 토이 제품까지 다양한 굿즈를 만들고 있어요. 단순하게 먹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도 노티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요.
고객에게 주는 즐거움에 새로움도 빼놓지 않았다. 노티드는 현재 총 11종류의 도넛을 판매한다. 10가지 고정 판매 도넛에 매장마다 다른 1개의 히든 도넛이 있다. 2018년 10월부터 현재까지 출시한 도넛 종류는 총 32개이니, 1.3개월마다 하나씩 신메뉴가 나온 셈이다. 출시되지 못한 것까지 포함하면 총 50종류가 넘는 도넛을 제작했다.
아이돌의 경우도 매번 신곡을 내면서 팬들에게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하잖아요. 노티드 또한 고여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보여주면서 고객들이 식상해 하지 않도록 노력했어요. 항상 새로운 걸 느끼고, 그래서 재방문을 하고, 노티드를 사랑할 수 있도록 했죠.
노티드는 그들의 생존법을 팬덤 브랜딩이라고 했지만, 노티드와 고객은 스타와 팬이 아닌 친구 관계였다.
반짝 흥하고 사라지는 브랜드가 너무 많은 세상인데요. 오래 가는 브랜드가 되려면 팬들 그리고 그들의 지지와 사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사람들한테 멋있는 모습만 보여줘서 그들이 매력을 느꼈다가 빨리 싫증을 느끼게 하기보다는 유명해지기 전부터 우리를 이미 사랑해 주고 관심을 보였던 사람들한테 다가가려 해요. 아직 당신들과 친근하고, 당신들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걸요.
사이드
느슨한 연대, 일하는 방식의 변화
같은 시간 1504호에서는 유연하고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인 다능인을 위한 커뮤니티, 사이드의 인사이트 토크가 진행되었다. 좋아하고 해보고 싶은 것들을 기어코 프로젝트로 만들어보는, 내 삶의 아티스트인 사람들이 자리에 모였다. 사이드의 두 운영자, 내비게이터 융(정혜윤)과 큐레이터 꼽힌(손꼽힌)은 사이드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과 그 이유를 짚어가며 인생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세션 참여자들은 대부분 사이드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한 번 이상은 참가해 본 경험이 있었다. 각자의 본업을 하면서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함께 해보고 싶은 직장인, 최근 프리랜서로 독립해 자리를 잡아가는 중인 참여자, N잡러로서 조금 더 자신을 브랜딩하고 싶은 참여자, 나 자신을 설명하는 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된 사람 등 자신의 좋아하는 마음을 재밌는 일로 엮고 싶은 사람들의 열정이 자리를 채웠다.
사이드의 이야기는 시즌 1과 시즌 2로 크게 나누어진다. 시즌 1은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던 융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위한 뉴스레터 콘텐츠를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기꺼이 딴 길로 가는 사람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할까 말까 망설이기만 했던 일에 과감히 도전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는 커졌다.
시즌 2는 두 운영자인 융과 꼽힌의 만남으로부터 시작했다. 각자의 분야에서 자신의 취향을 마음껏 프로젝트로 발산하고, 그것으로 대중과 소통하던 두 사람은 서로 관심사에 교차로가 많다는 걸 발견했다. 아티스트와 브랜드의 접점을 찾아 새로운 경험과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 예술과 경험으로 연결된 커뮤니티의 확장에 관심이 많았던 두 사람은 함께 꿈의 크기를 키워 보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다양한 사이드 크루와도 함께하고 있다.
사이드는 일을 대할 때 자유, 책임, 성장. 세 가지의 키워드만 가지고 간다. 구성원들은 모두 절대 하나에만 올인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사이드 프로젝트는 정말 사이드(side)라고 생각하고, 약속한 시간 안에 정해진 일만 하면 된다. 코로나 팬데믹은 이러한 일하는 방식의 도입을 가속화했다. 사이드 프로젝트가 이제는 사회 전체의 움직임이 된 것이다.
멀티 페르소나가 각광받는 뉴노멀 시대에는 고정된 가치, 직업이나 플랫폼이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일하는 방식의 디폴트 값은 변화와 유동성이 되었다. 사이드는 이러한 시대에 개인은 미디어이자 플랫폼, 브랜드가 된다고 본다. 취향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공동체들이 등장하고, 서로가 서로의 팬이 되고 서포터가 된다. 하나의 회사에 잘 적응하는 인간이 아닌, 뾰족하게 두드러진 취향과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다움을 경쟁력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되는 것이다.
개인 창작자들이 늘어나면서, 커뮤니티의 역할은 더욱더 분명해졌다. 느슨한 연대를 만드는 가운데 뛰어난 협력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그런 역할의 구심점을 만들기 위해 뉴스레터 등 콘텐츠 제작 이외에도 유료 멤버십을 최근 론칭했다. 디스코드와 노션을 이용해 인사이트와 레퍼런스를 공유하고, 각자의 프로젝트에 맞는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공통의 취향과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니 소통이 무척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이러한 변화 과정을 거치며 사이드는 함께 만드는 커뮤니티로 발전했다. 따로 또 같이 만드는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점점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고, 참여자들 간에 소모임이 활발하게 만들어지며 협업과 교류도 늘었다. 사이드는 이런 사람들이 각자 삶에서 아티스트가 되는 과정을 공유하고 기록하며 기획과 브랜딩 면에서 더욱더 적극적인 서포트를 해주고 있다.
사이드는 사이더들의 아지트 역할을 하는 공간을 꿈꾼다. 온라인으로도 활발한 커뮤니티 활동을 펼치지만, 파트너십 종료 이후에도 함께 모이고 만날 중심축이 되어줄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NFT로의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은 걱정과 의심보다는 즐거움으로 채운다. 사이드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융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가보면서 알겠죠?”라는 말로 답한다.
혼자 하면 그냥 딴짓으로 취급받던 수많은 일들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응원과 지원을 받으며 목표와 방향성이 뚜렷한 프로젝트로 성장한다. 따로 찍어온 점들이 얽히고, 서로 연결되면서 넓어지고, 결국에는 모여 별자리가 되고 천체가 된다. 사이드는 언제나 “해보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야 한다”라며“의심 대신 응원을, 현실적인 이유로 반대하기 전에 함께 이룰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편에 선다. 그 응원의 말을 추진력 삼아 수많은 사이드 프로젝트는 다양한 색을 가진 스펙트럼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두 토크가 끝나고 모든 참여자들이 네트워킹 자리에 모인 뒤에도 같은 주제가 이어졌다. 작은 시작을 커다랗게 만드는 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팬덤과 커뮤니티는 응원을 주고받는 존재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일까. 노티드와 사이드의 참가자들은 서로의 자리를 오가며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그리곤 그들은 확신을 얻었다. 아주 작은 점이 쌓여서 선이 되고, 그건 다시 커다란 면이 된다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