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Dots
▪ 폐의류를 벽돌로 탈바꿈하는 프랑스의 스타트업 패브릭은 설립자 클라리스 머렛이 대학생 때, 방음과 단열에 매우 강한 옷의 성질에 주목해 떠올린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 전 과정에서 지속 가능한 친환경적 제작을 표방하는 패브릭은 창업 반년 만에 건설 현장 벽돌 납품을 시작으로 디캐슬론, 쥴스, 빈치 등 유수의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했다.
▪ 지금도 파리 유명 브랜드 매장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패브릭은 다양한 색과 패턴의 옷만큼이나 개성 강한 패브릭의 특성을 살려 의자, 인테리어 소품 등 그 쓰임새를 확장해 가고 있다.
트렌디하거나 힙하게 옷을 입고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일이 일상이 된 요즘이다. 미디어를 통해 최신 유행을 기민하게 파악하고 유행에 맞는 적절한 아웃핏으로 자신을 꾸미는 일은 어느덧 선택사항이 아닌 하나의 센스처럼 요구되는 듯하다.
문제는 모든 것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패스트 패션의 시대다. 거의 1-2주마다 가성비 좋은 신상품이 무더기로 출시된다. 최신 유행을 즉각적으로 반영한 옷이 쏟아져 나오면 소비자들은 이를 빠르게 구매하는데 이 유행이 지속되는 기간은 생각보다 매우 짧다. 트렌드가 변하고 디자인이 바뀌면 그전의 의류들은 철 지난 올드한 것이 되어 옷장 안에 수납되고 만다. 집안에 쌓였다가 결국 헌옷수거함으로 직행하는 옷들, 그리고 빠른 공장식 생산 과정에서 버려지는 의류 폐기물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화려한 패션 문화의 어두운 그림자다.
2000년대에 들어서 패스트 패션이 유행하기 시작한 이후, 의류 폐기물 문제는 한국을 포함한 전 지구적 과제가 되었다. 세계 패션 산업에서 발생하는 연간 의류 폐기물만 해도 약 9,200만 톤에 육박한다. 생산된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소각하거나 매립할 때 발생하는 탄소의 양도 치명적으로 많다. 실제로 패션 산업은 이미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했다. EU 집행 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섬유 소비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식량, 주택, 운송 부문에 이어 네 번째로 크다.
이처럼 패션 시장이 커짐에 따라 급부상하는 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한 재활용 및 업사이클링 시장의 필요와 중요성도 증가하는 추세다. 사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소비 습관 개선이다. 옷을 덜 구매하고 더 오래 입는 것 말이다. 그러나 폐기물 생산의 가장 큰 주체가 판매 및 제조사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참여를 넘어 기업 차원의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절실하다. 재고 및 잉여 상품의 후 처리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지고 재활용 방법을 강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대적 고민에 대응하는 하나의 해결책으로, 프랑스의 스타트업 패브릭(FabBRICK)은 폐의류를 벽돌로 재탄생시키는 방안을 제시한다. 한 대학생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어느덧 파리 유명 상점들의 인테리어를 담당하게 된 스타트업, 패브릭. 이들이 만든 벽돌은 어떻게 메인스트림에서도 통하는 매력적인 디자인 자재가 되었을까?
버려진 옷더미 사이에서 쓸모를 찾다
패브릭은 2018년 말 프랑스에서 시작된 디자인 에이전시로, 설립자 클라리스 멀렛(Clarisse Merlet)이 학생 시절 떠올린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건축을 공부한 멀렛은 학교 프로젝트를 하던 중 버려진 천 조각을 건축 자재로 바꿔 재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의류를 재활용하는 것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구제샵에서 재판매되거나 의류 기부용에 해당하지 않는 그야말로 “버려진” 옷들은, 보통 다른 물건으로 재탄생되기 위해 분해의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옷은 대개 여러 재료가 섞여 만들어진 혼합 직물이어서 면이나 합성 섬유 외에도 라벨, 봉제실, 색깔을 내기 위한 염료 등이 한데 뒤섞여 있기에 분해 후에도 재활용하기 쉽지 않다.
이러한 복합 섬유를 재활용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폐의류를 잘게 쪼개 짧은 섬유로 바꾸는 기계적 재활용이 있다. 그러나 이렇게 섬유 길이가 짧아지면 질과 강도가 낮아져 해당 섬유를 다시 의류로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의류가 꼭 의류로 재탄생할 필요는 없지만 짧아진 섬유를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바꿀 만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란 결코 쉽지 않다. 관념적인 사고를 벗어나는 독창성이 필요한 일이다.
멀렛은 옷의 면이 방음과 단열에 매우 강하다는 점에 주목해 단열 및 차음재 역할을 하는 독특한 벽돌 제조법을 개발해 냈다. 다양한 색과 패턴의 옷이 존재하는 만큼 만들 수 있는 벽돌의 색과 패턴도 다양하다. 그렇게 탄생한 패브릭의 벽돌은 콘크리트 블록의 역할을 대체하며, 선형 미터당 최대 100톤을 지탱할 수 있을 만큼 견고하다. 브랜드 이름인 패브릭(FabBrick)은 섬유(fabric)와 벽돌(brick)의 합성어로, 멀렛의 아이디어를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담아낸다.
멀렛은 벽돌을 활용해 단열 및 소음차단 효과가 있는 가구 및 파티션(가벽 및 칸막이)을 제작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반년도 지나지 않아 멀렛은 7개의 건설 현장에 벽돌을 납품하기 시작했으며, 기성복 브랜드와 협력해 매장을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에도 뛰어들었다. 프랑스 릴(Lille)에 위치한 디캐슬론(Decathlon)의 코워킹 스페이스 내부 파티션을 설치했고, 프랑스 브랜드 쥴스(Jules)의 매장 약 500개를 리모델링했으며, 오래된 작업복을 활용하여 빈치(Vinci Construction)의 본사 공간을 장식하는 등 여러 브랜드의 공간을 성공적으로 재디자인했다.
이러한 사업적 순항에는 적절한 타이밍도 한몫했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폐기물 생산 제한과 친환경 건축에 대한 논의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2021년 1월 31일부터 순환 경제 폐기물 방지법(Anti-waste Law) 시행이 본격화됨에 따라, 미판매 및 재고상품의 폐기가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만 연간 400만 톤의 섬유가 버려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등 당장 문제를 타개할 해결책이 시급했다. 이렇듯 폐섬유 재활용 방안이 절실해진 상황에서 패브릭이 제공한 방책은 제조업체의 문제를 해결할 만한 반가운 소식이었다.
따라서 멀렛의 아이디어가 점차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사업 초기에 그녀는 프랑스 방데(Vendée)에 위치한 아버지 차고에서 벽돌 약 35,000개를 직접 제조했다. 그러나 2017년 페어 파리(Faire Paris), 2019년 리브포굿(Live for Good) 등 유수의 어워드에서 수상하며 섬유 재활용 회사 베베텍스(Bebetex)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예산상 여유가 생긴 덕분에 이후 라이선스 형태로 여러 공장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고,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벽돌 제조(직물을 갈아서 유기농 접착제와 혼합 후 프레스로 압축하는 과정) 또한 자동화 기계로 대체하며 더 효율적인 벽돌 생산이 가능해졌다.
재료부터 과정까지 친환경적으로
그러나 패브릭의 벽돌이 주목받게 된 이유는 단순히 의류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패브릭은 단순히 상품뿐만 아니라 모든 제조 및 사업 과정에서 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폐기물을 재활용하기 위하여 또 다른 폐기물을 생산하는 모순에서 벗어나, 환경을 최대한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고자 치열하게 고민한다. 이러한 패브릭의 친환경적 기치는 외부 브랜드와의 협력 프로젝트를 위한 세 가지 기준에서 잘 드러난다.
우선 이들은 미판매 제품, 즉 새것과 다름없이 멀쩡한 옷은 받지 않는다. 많은 명품 브랜드들이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하지 않기 위해 차라리 폐기 처분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반대하여 패브릭은 오직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투리 쓰레기들과 망가진 의류들에 초점을 맞춘다. 두 번째로 그린워싱 방지를 위해 자투리 천을 제공하고 해당 천으로 만든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들과만 협력한다. 세 번째로 공급 업체당 폐섬유의 양을 연간 1톤으로 제한한다. 이는 고객이 자신이 생산하는 쓰레기양을 인식하고 대안 솔루션을 찾도록 장려하기 위함이다. 설립자 멀렛은 이 세 기준을 모두 만족하는 기업과만 협업한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석유 등의 천연자원 사용을 제한하고 친환경적인 접착제를 사용하는 등 제조 과정에서도 환경적 이점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대략적인 벽돌 제조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먼저 협력하기로 한 회사가 재판매하기에 지나치게 손상된 의류들을 모아 패브릭에 보내준다. 그렇게 모인 의류 중에서 프로젝트에 맞는 원단 및 색상을 선택한다. 이때 원단은 기능과 디자인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하여 선정한다. 예를 들면 단열 기능이 중요한 경우 가장 효과적인 단열재인 100% 청바지나 100% 면을 주 원단으로 고른다.
고른 원단을 파쇄한 뒤, 정확히 같은 양을 넣기 위해 원단의 무게를 측정한다. 보통 벽돌 하나당 버려진 티셔츠 약 두 장 정도를 재활용할 수 있다. 이후 친환경 접착제와 혼합하고 천끼리 잘 스며들도록 반죽한다. 이때 사용되는 접착제는 무공해 재료만을 사용해 만들었으며, 방수와 내화성이 강하다는 부가적인 장점도 지니고 있다. 패브릭은 최적의 접착제를 찾기 위해 다양한 친환경 접착제들을 활용해 여러 시제품을 제작했다. 그 결과 가장 잘 붙고, 불에도 강하며, 습기도 잘 견디는 현재의 접착제를 완성해 낼 수 있었다.
반죽이 된 섬유는 직접 개발한 기계를 통해 벽돌로 압축된다. 이 압축 기계는 손(핸들)과 발(페달)을 이용해 벽돌을 압축기 사이로 넣고 꺼내는 수동식이다. 다시 말해 탄소 배출량이 많은 화석 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적 기계다. 이렇게 압축된 벽돌은 자연건조 방식으로 2주에 걸쳐 말리고, 다 마르면 일주일 뒤 의뢰한 기업에 반환한다. 다 완성된 벽돌은 사용한 원단 재료 등에 따라 그 형태와 쓰임이 구분된다. 얇은 벽돌은 장식용 파티션을 만들 때 주로 사용되는 외장용 자재다. 좀 더 두꺼운 것들은 실제 구조용 벽돌이 되어 건축 자재로 쓰인다.
고객과의 거래에서부터 친환경 접착제와 제로에너지 압축기, 자연건조 방식까지. 패브릭의 공정 곳곳에는 환경과 조금이라도 더 닿아 있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여실히 드러난다. 환경 보호를 위해 쓰레기를 재활용하면서 또 다른 쓰레기를 양산하고 환경에 해를 끼치는 아이러니를 막기 위한 세심함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기술과 미학, 두 마리 토끼 잡기
패브릭의 성장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대중 시장과의 거리를 더욱 좁히기 위해 기술적 혁신뿐만 아니라 벽돌의 심미적 활용도를 강조하며 이색적인 인테리어, 조명 및 테이블 받침대 등의 장식용 디자인을 선보이는 중이다. 완전히 새로운 용도의 제품을 개발하고 디자인적 가치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패브릭은 이제 리사이클링을 넘어 완연한 “업사이클링”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존의 디자인과 다른 패브릭 벽돌만의 매력은 바로 제조 과정에서 생긴 특유의 패턴이다. 천들이 파쇄 및 압축되면서 마구잡이로 뒤섞이기 때문에 완전히 똑같이 생긴 벽돌은 존재하지 않는다. 불규칙한 패턴은 마치 이리저리 물감을 튕기고, 흘리고, 뿌리는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의 액션 페인팅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각기 다른 벽돌이 한데 모이면 거대한 세라믹 타일처럼 통일성이 느껴진다. 불규칙한 패턴이 규칙적으로 변주되면서 독특하고 자유로운 느낌이 리드미컬하게 이어지는 것이다. 더 확실한 변주를 주기 위해 원단 색상 비율을 조절해 그라데이션을 만들거나 아예 다른 색의 벽돌을 섞어 패턴을 만들기도 한다.
최근 프랑스의 공동 주거 브랜드인 에클라(Ecla)의 의뢰를 받아 진행한 프로젝트를 들여다보면 이러한 추상화적 특징이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지난 6월 패브릭은 에클라(Ecla) 코리빙하우스의 메인 공동 공간에 거대한 데님 벽화를 설치했다. 지퍼, 못, 단추까지 남김없이 재활용해 만든 벽화의 크기는 30㎡로, 총 300kg의 청바지가 재사용되었다. 화려한 문양이나 형체가 새겨진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휴게 공간에 알맞은 편안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오묘한 푸른 그라데이션에서는 마치 물결이 부서져 튕기는 듯한 시원한 청량감이 느껴진다.
또한 압축된 섬유의 두텁고 조밀하고 폭신한 느낌은 다른 딱딱한 재료들이 줄 수 없는 따뜻한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실제로 매우 안전하고 튼튼하기도 하다. 무거운 하중도 잘 지탱하며 금이 가거나 부서질 일이 없기에 사용자가 다칠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추가로 단열 및 방음 효과까지 있으니, 매장 인테리어 디자인을 고심하는 브랜드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패브릭은 이제 파리의 유명 매장들로까지 진출했다. 특히 독특하면서도 예술적인 벽돌 디자인이 젊은 층이 선호하는 세련된 감성과 잘 어우러진다는 평가다.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에 위치한 스트릿웨어 브랜드의 의류 진열대나 빈티지 의류를 판매하는 킬로 샵(Kilo-shop) 내부 벽 등에서 패브릭의 디자인을 만나볼 수 있다. 이외에도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의 명품 브랜드를 비롯하여 구글, 이케아, 리바이스, AXA 손해보험 등 다양한 기업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또한 패브릭은 벽돌의 활용도를 더욱 확장하기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 역시 계속 시도하는 중이다. 지난달에는 5년간 고수해 온 일반적인 직사각형 모양에서 벗어나 “벽돌”의 형태를 넘어선 “벽돌”로 의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독창적인 벽돌은 측면에서 바라본 의자를 얇게 저민 듯한 형태인데, 이러한 벽돌 4-5개를 모아 조립하는 방식으로 의자를 만들어 냈다.
이런 제작 과정 때문에 패브릭의 의자는 우리가 아는 의자와는 상당히 다른 모양이다. 보통 한 가지 재료로 통일하거나 몸체(등받이 및 쿠션)와 부재(프레임 및 다리)에만 다른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패브릭은 색깔과 사이즈에 변주를 준 벽돌 여러 개를 꼬치에 끼우듯 엮어 결합시킨다. 따라서 수직적인 패턴의, 매우 독특한 형태의 의자가 탄생한다. 일반적인 구성 및 제조 방식에서 벗어난 의자는 인테리어 오브제와 실생활적 기능 모두를 충족한다. 패브릭은 섬유를 벽돌로 바꾼 것에 그치지 않고 벽돌 제작에서조차 정형성을 깨부수는 실험을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대중이 열광하는 디자인 중에는 업사이클링 브랜드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폐방수포, 폐현수막, 폐타이어, 낙하산 등을 재활용해 가방, 지갑 등의 패션 제품을 제작하는 프라이탁, 누깍, 큐클리프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빈티지하면서도 유니크한 디자인은 물론이고 해당 제품의 소비가 환경보호에 동참할 수 있다는 장점 또한 구매를 결심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소다.
마찬가지로 생산하는 제품의 종류는 조금 다르지만, 패브릭의 시그니처 벽돌 또한 윤리적 차원의 실천과 미학적 니즈를 충족시켜 주는 보기 드문 제품이다. 패스트 패션 시대에 영구적인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될 만큼 감각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했다. 이처럼 생산을 줄일 수 없다면, 다르게 생산하여 대중을 주목시키는 영리함이 필요하다. 버려진 옷이 전혀 예상치 못한 형태로 우리 삶에 돌아오게 만드는 일처럼 말이다.
패브릭은 아무것도 해치지 않아도, 또 버리지 않아도 새로운 무언가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피부를 덮어 보호해 주던 옷은 이제 더 커다란 차원의 물질이 되어 인간을 지탱하고 감싸 안는다. 그 무해한 변신이 일어나는 놀라운 현장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는 것, 그것이 패브릭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