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3 Dots 

▪ 프랑스 패션 브랜드 알라이아(Alaïa)는 단순한 의복에서 벗어나 예술과 문화를 연결하며 개인의 정체성과 가치를 표현하는 타임리스 브랜드를 지향한다.

▪ 패션과 예술의 무한 교류를 꿈꾸는 알라이아의 Dialogue 프로젝트는 브랜드의 창의적 정체성과 문화적 가치를 발전시키며, 패션이 예술적 대화와 감각적 경험의 장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 Dialogue 프로젝트에는 프랑스 유명 카바레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와 함께한 춤과 패션의 만남, 요리 스튜디오 위 아 오나(We Are Ona)와 협업한 라 타블 알라이아(La Table Alaïa), 여섯 개의 파리 디자인 갤러리와 함께한 르 테켈(Le Teckel)백이 포함되었다. 

 


 

옷은 개인의 취향을 넘어 세상을 읽는 또 다른 언어다. 사람들이 무작정 유행을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시대의 흐름과 개인의 이야기가 쌓여있다. 1970년대의 펑크 패션이 반항과 저항의 상징이었다면 90년대의 미니멀리즘에는 복잡한 세상 속 단순함에 대한 갈망이 담겨있다. 그렇다면 2025년, 오늘의 패션은 어떨까? 복잡하고 다변화된 세상만큼 패션 역시 다층적이다.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가치관이 다양해지며 우리는 옷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개성을 드러낸다. 옷은 나를 표현하는 언어이자 나만의 세계다. 이처럼 개인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패션은 이제 개인적 영역을 넘어 사회와 문화를 반영하는 언어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패션은 단순한 상품을 넘어 문화와 예술,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연결을 통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성수동에서 이러한 변화를 가장 뚜렷이 엿볼 수 있다. 과거 봉제와 수제화 산업의 중심지였던 성수동은 오늘날 패션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혁신적인 공간으로 거듭났다. 인스타그램에 #성수동을 검색하면 222만 개 게시물이 등장할 정도로 패션 문화의 아이콘이 되었다. 명품 브랜드, 스트릿 브랜드 가리지 않는다. 디올의 성수동 콘셉트 스토어, 무신사 스토어처럼 패션은 이제 단순히 옷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와 예술을 융합하며 소비자와의 정서적 연결을 꿈꾼다. 

무신사 스토어 성수무신사 스토어 성수@대림창고 Ⓒ무신사
디올 성수 Ⓒ보그코리아

예술과 패션 사이의 벽을 허문 Alaïa

여기 이미 오래전부터 패션과 문화의 융합을 선도했던 브랜드가 있다. 자신만의 브랜드 철학과 디자인으로 독창적 행보를 이어가는 프랑스 브랜드 알라이아(Alaïa)다. 알라이아의 창립자 아제딘 알라이아(Azzedine Alaïa)는 옷을 외출하기 위해 착용하는 무엇이 아닌 예술 작품으로 바라보았다. 조각을 전공한 그는 신체 곡선을 강조하는 조각적 실루엣을 통해 패션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그의 작품에는 우아함과 강렬함이 공존하며 시대를 초월하는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

 

아제딘 알라이아의 디자인은 그저 유행을 따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시대를 넘나드는 우아하고 고혹적인 작품은 보는 이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시그니처 작품이 바로 바디컨 드레스(Body-Con Dress)이다. 신축성 있는 소재를 활용해 착용자의 신체 곡선을 강조한 이 드레스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새로운 시각으로 표현하며 착용자를 하나의 예술적 경험으로 초대했다. 그의 조각적 미학이 바디컨 드레스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아제딘 알라이아는 일상, 영화 등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프랑스 영화 <천국의 아이들(Les Enfants du Paradis)>의 주인공 이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가랑스(Garance) 도트백은 전통적인 장인정신과 현대적 디자인의 조화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술적 표현과 같다. 생각 없이 유행을 따르기보다 소비자가 패션을 통해 자신만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하도록 독려한 덕분인지 그의 작품은 패션쇼, 매장뿐 아니라 전시장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다. 

 

2018년 6월 파리에서 진행된 <아제딘 알라이아: 나는 쿠튀리에다 Azzedine Alaia: Je Suis Couturier>에서는 알라이아 생전의 가장 아이코닉한 디자인과 테크닉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 41점이 전시되었다. 또한 런던 디자인 박물관(London Desing Museum)에서는 2017년 고인이 된 알라이아를 위한 추모 전시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전시에서는 아젠딘 알라이아가 생전에 직접 계획했던 전시를 바탕으로 그가 보여주고 싶었던 패션에 대한 열정을 다루었다. 그가 활동하던 시절 국내 <10꼬르소 꼬모 서울>에서도 아젠딘 알라이아의 작품 전시가 개최되기도 했다. 

런던 디자인 뮤지엄, 아젠딘 알라이야 추모 전시회 Ⓒ패션엔
파리, 나는 쿠튀리에다(Azzedine Alaia: Je Suis Couturier) Ⓒ엘르

시대를 초월한 패션의 언어 

아제딘 알라이아의 철학은 오늘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터 뮐리에(Pieter Mulier)에 의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피터 뮐리에는 알라이아 특유의 조각적 미학과 전통을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감각과 시대 흐름을 반영해 브랜드를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시켰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예술적 시도 같은 모양새다. 

 

피터 뮐리에의 디자인 역시 단순히 의복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심플한 튜닉부터 정교한 이브닝드레스까지. 그의 컬렉션은 관능적이면서도 우아한 미학을 담아내며 여성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다. 입체적 볼륨과 섬세한 디테일로 완성된 그의 작품은 착용자의 몸을 하나의 예술적 캔버스로 빚어 패션이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감각적 경험의 매개체임을 드러낸다. 시대와 대화하며 패션을 새로운 예술 언어로 정의해 나가는 중이다.

 

이러한 철학은 Dialogue 시리즈를 통해 더욱 뚜렷하게 구현된다. Dialogue 시리즈는 알라이아가 패션을 통해 예술과 문화를 연결하며 창작과 대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 상징적인 프로젝트다. 피터 뮐리에는 이 시리즈를 통해 패션이라는 매개체가 다양한 문화와 예술적 맥락에서 어떻게 대화할 수 있는지를 탐구했다. 특별히 이 프로젝트는 움직임, 미식, 오브제를 통해 패션의 무한한 가능성을 드러낸다. 댄스, 요리, 디자인 등 서로 다른 예술적 장르와의 협업은 패션이 시대를 새롭게 해석하고 문화를 재창조하는 과정을 생생히 보여준다. 그렇기에 단순한 창작물이 아닌, 알라이아가 패션의 경계를 넘어 예술과 문화를 연결하는 방식 그 자체를 상징한다. 

피터 뮐리에(Pieter Mulier) ⒸW Korea
Alaïa Winter Spring 2025 컬렉션-룩38 ⒸAlaïa

Dialogue 시리즈: 패션으로 그려낸 문화의 교차점

 

J’ai toujours voulu qu’Alaïa représente plus que des vêtements. Il était un visionnaire exceptionnel, et dès le départ, il a imaginé Alaïa comme un ensemble. Un espace où la mode et la création s’ouvrent sur l’art et le beau. Et cette vision demeure encore aujourd’hui. Parce que je crois que la mode n’a de sens que lorsqu’elle est connectée à son époque.

 

나는 항상 알라이아(Alaïa)가 단순히 옷 이상의 가치를 대표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는 매우 앞을 내다보는 비전가였기에, 처음부터 알라이아를 하나의 통합된 개념으로 구상했습니다. 패션과 창조가 예술과 아름다움으로 이어지는 공간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이 비전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패션은 그 시대와 연결될 때만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 피터 뮐리에(Pieter Mulier)

 

Dialogue 1: 춤을 추는 패션

옷은 인류의 가장 기본적인 시각적 표현이다. 그래서일까? 춤을 사랑하는 패션 디자이너들이 이를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무용과 패션의 상호작용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는데 알라이아의 경우, 그 첫 프로젝트로 1979년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를 선택했다. 당시 알라이아의 창립자였던 아제딘 알라이아는 크레이지 호스의 카바레 공연을 위해 특별 의상을 제작했다. 크레이지 호스가 추구하는 대담하고 창의적인 퍼포먼스는 알라이아가 지향하는 조각적 미학, 여성의 우아함, 그리고 예술의 본질에 대한 깊은 탐구와 맞닿아 있었는데, 이러한 유사성 덕분인지 크레이지 호스와의 협업은 이후로도 꾸준히 이어졌다. 현재 알라이아 재단에는 아제딘의 오랜 친구이자 크레이지 호스와 인연이 깊은 조각가 세자르(César)가 제작한 작품 <Le Sein>이 전시되어 있다. 이는 두 브랜드의 창의성과 예술적 비전이 상징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크레이지 호스 소속 열한 명의 무용수들은 알라이아 드레스와 동일한 색상의 르 테켈(Le Teckel) 백을 함께 스타일링해 의상이 가진 아름다움과 조화를 극대화했다. 사진작가 샘 록(Sam Rock)은 무대와 백스테이지에서 무용수들의 유려한 움직임과 의상이 빚어내는 순간들을 포착했는데, 모노크롬 드레스를 입은 모델들이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과 관능적 아름다움을 구현했다. 패션이 정적인 오브제가 아닌, 살아 숨 쉬는 예술임을 생생히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알라이아의 디자인이 움직임과 만나며 창출하는 새로운 미적 경험을 선사했다.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의상이 인체와 공간 속에서 가진 가능성을 탐구하며 알라이아 철학의 핵심인 “움직임 속의 조형미”를 극대화해 박수를 받았다.

 

또한 크레이지 호스의 무대는 패션을 전시하는 공간에 그치지 않고, 예술과 디자인이 융합되어 관객과 감각적으로 소통하는 장으로 재탄생했다. 이 프로젝트는 패션을 입는 옷의 경계를 넘어 공연과 예술적 퍼포먼스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알라이아의 브랜드 철학을 상징적으로 구현한 협업으로 평가받았다. 그렇기에 지금도 이어지는 피터 뮐리에의 Dialogue1 프로젝트는 알라이아가 지향했던 기본으로의 회귀를 탐구함과 동시에 알라이아와 오랜 인연을 맺어 온 크레이지 호스의 춤과의 연결을 통해 그들의 우정과 유산에 경의를 표하는 작업이다.

DIALOGUE 1 – CRAZY HORSE PARIS ⒸAlaïa

Dialogue 2: 환대와 미식의 감각적 연결

 

I like to be surrounded. Even now, every day it’s the same thing, we all eat together. Everything is mixed: people from the workshop, famous personalities, young people, old people … it comes from my childhood and my education. I was raised by my grandmother in Tunisia, and her house was always open. The whole family arrived for lunch and there were always around twenty of us at the table. As soon as I moved to Paris, I reproduced the exact same thing.

 

저는 사람들이 둘러싸여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지금도 매일 똑같이, 우리는 모두 함께 식사합니다. 워크숍 사람들, 유명 인사들, 젊은이들, 노인들까지 모두가 섞여 있습니다. 이것은 제 어린 시절과 교육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저는 튀니지에서 할머니 밑에서 자랐고, 할머니의 집은 항상 열려 있었습니다. 점심때가 되면 온 가족이 모여들었고, 식탁에는 항상 20명 정도가 둘러앉아 있었습니다. 파리로 이사한 후, 저는 똑같은 환경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 아제딘 알라이아(Azzedine Alaïa)

 

알라이아와 미식의 만남은 그리 놀라운 조합은 아니다. 알라이아의 창립자 아제딘 알라이아(Azzedine Alaïa)는 친구들과의 모임을 통해 환대 문화를 꾸준히 실천해 왔다. 이를 이어받아 디자이너 피터 뮐리에(Pieter Mulier) 역시 대중에게 패션과 요리가 어우러진 독창적인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고 이러한 철학은 두 번째 Dialogue 프로젝트인 “라 타블 알라이아(La Table Alaïa)”로 구체화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요리 스튜디오 위 아 오나(We Are Ona)와의 협업을 통해 2024년 10월 15일, 파리 5 rue de Marignan에 위치한 알라이아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시작되었다. 알라이아의 전통적인 환대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셰프 쥘 드 생 시르(Jules de Saint Cyr)와 공동 기획한 특별한 디너를 통해 알라이아의 디자인 철학을 미식의 세계로 이어갔다.

 

미식 프로젝트는 알라이아와 브랜드가 추구했던 정체성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디너 테이블은 알라이아의 시그니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연출되었다. 특히 맞춤형 가구와 식기를 통해 브랜드의 미학을 보다 직접적이고 정서적으로 전달했다. 메뉴 또한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아 창의적으로 구성되었다. 손님들은 음식을 맛보는 데 그치지 않고 알라이아의 세계를 오감으로 경험하며, 패션과 요리가 공존하는 새로운 문화적 연결점을 발견했다. 이러한 협업은 패션이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촉각적이며 미각적인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알라이아는 요리를 매개로 패션과 일상 속 환대를 연결하며 브랜드가 소비자와 더욱 깊이 공감하고 정서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본 프로젝트는 이틀간 일반 대중에게도 공개되어 가급적 많은 사람이 알라이아의 미학을 직접 경험할 기회를 제공했다. 동시에 알라이아 메종이 오랜 시간 이어온 오픈 하우스 전통을 재현하며 우리를 그 세계로 초대하는 행위이기도 했다.

아제딘 알라이아(Azzedine Alaïa), 칼라 소짜니(Carla Sozzani) ⒸFondation Azzedine Alaïa
DIALOGUE 2 – LA TABLE ALAÏA X WE ARE ONA ⒸAlaïa

Dialogue 3: 갤러리에서 재탄생한 Le Teckel 백

알라이아의 세 번째 Dialogue는 파리의 여섯 개 디자인 갤러리와 협업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사용된 제품은 알라이아의 대표적인 디자인인 르 테켈(Le Teckel)백이다. 르 테켈백의 부드러운 가죽 실루엣과 독특한 곡선 손잡이는 알라이아의 철학과 미학적 원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르 테켈백 고유의 실루엣은 각 갤러리의 미학에 맞춰 커스터마이즈하며 패션과 디자인의 경계를 탐구한다. 사진작가 카챠 랄베스(Katja Rahlwes)가 각 갤러리의 예술 작품과 공간을 배경으로 르 테켈백을 촬영해 디자인과 패션의 교차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갤러리마다 독창적인 테이블과 의자를 활용해 르 테켈백이 다양한 느낌으로 변주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갤러리 자크 라코스트(Galerie Jacques Lacoste)에서는 르 테켈백이 샬롯 페리앙(Charlotte Perriand)의 프리폼 테이블과 함께 배치되어 절제된 조화미를 강조했다. 갤러리 기야마(Galerie Kiyama)에서는 일본 공예가 다나베 운사이(Tanabe Unsai) 2세의 작품과 함께 미니멀리즘 미학을 탐구했다. 갤러리 파트릭 세갱(Galerie Patrick Seguin)에서는 장 프루베(Jean Prouvé)의 산업적 구조미를 담은 가구와 함께 배치되어 실용성과 조형미를 모두 보여주었다. 이처럼 르 테켈백은 절제된 모던함, 일본식 미니멀리즘, 실험적 혁신, 빈티지 텍스처, 산업적 구조미, 아르데코 스타일 등이 돋보이는 각 갤러리와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감각을 드러냈다.

 

르 테켈백은 동일한 염소 가죽 소재를 사용했으나 갤러리마다 특성에 맞춰 컬러를 변경해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선사했다. 이를 통해 르 테켈백이 장인정신을 담아낸 실용적인 액세사리이자 일상의 동반자, 그리고 그 자체로 독립적인 오브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본 전시가 더욱 의미 있었던 점은 디지털화된 시대에 촉각을 자극하고 구체적인 표현 방식을 통해 패션의 본질적 가치를 재조명했다는 데 있다. 관람객은 실물로 구현된 르 테켈백을 통해 디지털 매체가 전달할 수 없는 물리적 아름다움과 감각적 경험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디지털 중심의 흐름 속에서도 현대 패션계에서는 촉각적 접근이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또한 전시는 관람객에게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했다. 실용적인 패션 아이템을 넘어 독립적인 예술 작품으로 재해석했으며 이를 통해 패션이 문화적 대화를 나누는 강력한 매개체로 기능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Dialogue3은 알라이아가 패션을 독립된 예술로 승화시키는 동시에 다양한 창작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는 데 성공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ALAÏA X DESIGN GALLERIES @Galerie Vallois ⒸAlaïa
ALAÏA X DESIGN GALLERIES @Galerie Jacques Lacoste ⒸAlaïa
ALAÏA X DESIGN GALLERIES @Galerie Kiyama ⒸAlaïa
ALAÏA X DESIGN GALLERIES @Galerie Maxime Flatry ⒸAlaïa

공간의 진화와 가치의 보존

 

I’m happier about my friends than I am about my work. I still have a long way to go with work. My friends, that’s the one thing I’m sure about.

 

나는 내 일보다 내 친구들에 대해 더 행복하게 생각해요. 내 일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껴요. 하지만 친구들에 대해서는 확신이 있어요. 그것만큼은 분명하죠.

 

– 아제딘 알라이아(Azzedine Alaïa)

 

알라이아의 가치는 공간으로도 이어진다. 파리 마레 지구에 위치한 메종 알라이아는 아제딘 알라이아(Azzedine Alaïa)가 작업실, 쇼룸, 갤러리로 활용하며 다양한 예술가 및 디자이너와 협업하던 곳이다. 여기서 창작 작업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알라이이의 공간은 지금의 복합문화공간 같은 곳이었다. 디자이너, 모델, 에디터, 감독, 댄서까지 다양한 친구들이 이곳에서 함께 식사하는 등 열린 공간으로서의 메종으로 기능한 셈이다. 피터 뮐리에(Pieter Mulier)는 이러한 열린 공간의 이념을 반영해 Dialogue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이는 알라이아의 가치가 옷을 만드는 데만 있지 않고 하나의 문화를 창조하고 형성하는 데 있음을 보여준다.

 

메종의 열린 공간 이념은 알라이아 재단(Fondation Azzedine Alaïa)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파리 마레 지구에 위치한 아제딘 알라이아 재단은 그의 작품과 예술적 유산을 보존하며 다양한 전시와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과 소통한다. 재단은 창작자와 관람객에게 교류의 장을 제공하며 그의 유산을 현재와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Dialogue 시리즈가 다양한 예술적 대화와 교감을 통해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는 장이라면 알라이아 재단은 그 가치를 구체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실천하는 공간이다. 재단은 창의성과 예술적 표현을 지원하며 패션을 넘어선 문화적 담론을 펼쳐 나가고 있다.

 

알라이아 재단은 최근 <현대 패션을 위한 옷장 혁명(Wardrobe Revolution for Contemporary Fashion)> 전시를 진행했다. 이는 아젠딘 알라이아가 직접 수집한 의상으로 전시를 통해 패션과 예술의 융합을 탐구하며 새로운 시대적 해석을 제시했다. 또한 신진 디자이너와 예술가에게 창작 기회를 제공하고 디지털화와 아카이브 작업을 통해 그의 작품을 보존하고 있다. 재단 내 운영 중인 카페-레스토랑은 방문객에게 휴식과 교류의 공간을 제공하며 열린 공간의 철학을 일상에서도 실현하고 있다. 앞으로도 아제딘 알라이아 재단은 그의 유산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 현대 패션과 예술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문화 플랫폼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전통과 현대적 접근을 조화롭게 결합한 그의 철학은 재단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장되며 창작과 소통의 가치를 중심으로 대중과의 연결을 강화한다.

Fondation Azzedine Alaïa 홈페이지 ⒸFondation Azzedine Alaïa
디자이너 아제딘 알라이아(Azzedine Alaïa) ⒸJean-François Rault/Sygma via Getty Images

알라이아에 대해 이야기하면 “변함없는, 시대를 초월한, 영혼 불멸”과 같은 수식어가 끊임없이 따라붙는다. 알라이아의 의상은 제작 시기와 관계없이 일관된 스타일과 철학을 담는다. 이는 형태의 아름다움을 넘어 패션이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사회적 맥락을 반영하는 중요한 도구임을 드러낸다. 알라이아의 철학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금도 이어지며, 그의 작품 역시 여전히 깊은 메시지와 함께 시대를 초월한 가치를 지닌다.

 

오늘날 패션은 문화적 정체성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자리 잡았다. 많은 브랜드가 예술과 협업하거나 전시를 통해 자신의 스토리를 전달하지만 알라이아는 이러한 시도를 피상적인 마케팅 차원이 아닌 작업물 전반에 깊은 철학으로 녹여냈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빠르게 변하는 유행을 따르기보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보편적 아름다움과 진정성을 추구하며 패션을 하나의 예술적 언어로 승화시킨 것이다.

 

알라이아의 디자인은 대량 소비와 트렌드에 맞추는 것을 지양하며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현대 사회의 가치를 반영한다. 작업 과정에서 동료들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긴 그는 이 모든 가치를 옷에 담아 패션과 문화·역사를 연결하는 경험으로 확장했다. 그렇게 탄생한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은 무엇을 입는가를 넘어 어떤 문화를 창조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패션 산업과 창작자에게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