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OPEN ROOM
Interview mini article #1
Season 1: 번째 대화, “달라진 일상, 변화를 위한 준비

 

우아한형제들 한명수

오시리스시스템즈(Allo) 박준배

 


 

녹빛이 가득했던 5월 끝자락의 주말, 하얀 이층집의 F.A.로 하나둘씩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다양한 연령대와 가지각색의 스타일을 가진 이들이 자리 잡은 곳은 오픈룸 프로젝트인 <대화의 시간>의 첫 번째 막이 열린 맥 라운지와 오픈 라이브러리. 처음 만나는 타인과 생각, 고민, 질문을 나누는 대화에 참여한 사람들의 표정은 무언가 다른 온도로 활기차 있었다. 두 명의 스페셜 게스트에게서 전해지는 영감과 에너지 때문이었을까. 한 시간의 짧고 굵은 대화가 끝난 뒤, 유쾌한 얼굴로 인사를 건네는 우아한형제들의 한명수 CCO와 오시리스시스템즈(ALLO)의 박준배 영업 총괄을 만나 못다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두 명의 스페셜 게스트가 <대화의 시간>에서 만난 사람들은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얼굴을 마주하며 편견의 가면 없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눴던 도시인들이었다. 대화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이들은 어떤 대화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까. 얼마나 오래 마음에 남게 될까.

 

한명수
그림을 그리던 아티스트와의 대화. 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숫자를 만들고 사람의 심리를 움직여 성과를 이루는 목적 지향의 일을 해요. 그 아티스트는 그냥 자신 안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서 표현하는 것을 즐거워하는 사람이고요. 남들이 좋아하든 말든,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는 말에 굉장한 신선함을 느꼈어요. 그는 표현 자체가 목적인 거죠. 그래서 오픈룸에 어떻게 오게 되셨는지, 배경까지도 궁금해졌고요.

 

박준배
“나를 어떤 공간으로 빗대어 소개할 수 있을까?”라는 첫 질문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처음엔 조금 생소했죠.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공간이 무엇인지도 단박에 떠오르지 않았구요. 한편으로는 잘 몰랐던 누군가를 피상적인 설명보다 명확한 키워드로써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아요.

직업도, 성향도, 꿈도 모두 다른 사람들의 첫 만남. 여러 장르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섞이는 대화에서 우리는 어떤 것들을 공유할 수 있을까. 위기의 시대에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과 스쳐왔을 두 게스트는 짧은 대화의 시간에도 ‘자기만의 방’을 조금 넓힌 듯 했다.

 

한명수
위의 연장선상이죠. 자신이 위치한 영역 밖의 이야기, 다른 세상의 이야기요. 그 아티스트는 그분이 평소 절대 들을 수 없는 자본주의 필드에서의 힘, 구조, 결정 논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자신이 몰랐던 분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본인을 둘러싼 사회와 환경을 더 잘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고마웠어요. 예술가도 자기의 울타리 안에서 움직이는 한편 누군가에게 자신의 작업으로 공감 받고 싶어 하잖아요. 그냥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나와는 다르지만 나를 둘러싼 환경을 이해하면서 조금씩 시야를 넓혀갈 수 있겠죠.

 

박준배
다른 성향의 사람, 다른 환경에 계신 분들과 대화하는 건 정말 재밌어요. 제가 알지 못했던 삶의 부분을 볼 수 있거든요. 사전에 참여자의 정보를 받지 않았더니 오히려 기대하게 되더라고요.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개인적인 부분이든, 일과 관련된 부분이든 그 생각과 느낌, 분위기가 무척 달라요. 모든 걸 내려놓고 허심탄회하게, 편하게 대화하는 자리 자체가 굉장히 즐겁죠.

한명수 님이 함께하고 있는 배달의 민족은 새롭게 도래한 비대면 소비 시대를 이끄는 대표적 기업이다. 적극적이고 스마트한 동시에 다소 엉뚱하고 유쾌한 사람들의 집합체라 불리는 배달의 민족. 이 크리에이티브한 집단을 이끄는 한명수 님에게 피부로 느끼는 비대면 조직문화를 들어봤다.

 

한명수
동료들 대부분이 회사에 모여 서로 마구 부딪히며 일하는 걸 좋아했는데, 비대면으로 1년 반을 일해보니 재택근무도 완벽히 익숙해졌어요. 그래서 올해 초에 코로나-19가 종식되어도 주 2회 재택을 선언했죠. 다만 비대면으로 결코 얻을 수 없는, 어깨너머로 배우는 성장이 느슨해져요. 직접 보는 테두리 안에서만 생각하고 해결하려는 인간의 본능 때문이죠. 혼자서는 발견하지 못하는 것을 인지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을 고민 중이에요. 슬랙, 이메일, 유튜브, 줌 등 모든 미디어를 활용해서 조직원들의 인지를 자극하고 기분 좋은 결핍을 만들어줘요. 자신이 아는 영역의 밖으로 나오도록 하는 거죠.

 

 

비대면의 리모트 워크가 일상화되면서 어떤 협업 툴을 쓰느냐에 따라 개인과 그룹의 생산성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온라인상의 디지털 화이트보드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초등학교 수업부터 다양한 회사의 협업 툴로 활용되는 알로를 누구보다 가장 잘 아는 박준배 님은 알로 외에도 비대면의 업무 방식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박준배
저는 비대면 업무의 A-Z를 알로로 진행해요. 결과뿐 아니라 과정상의 모두의 의견을 수시로 모으고 공유하면서 소통의 간극을 줄이고 있죠. 팀원끼리 아주 세부적인 걸 나누는 게 소통의 핵심이에요. 그냥 오늘 일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라는 것까지요. 저는 아침마다 팀원들과 비대면으로 15분씩 모여서 어제 뭘 했고, 기분은 어떻고, 오늘의 할 일을 나누며 하루를 아이스브레이킹으로 시작해요. 퇴근 전에는 딱딱한 업무 보고가 아니라 자신이 오늘 일하면서 느낀 감정을 리포트로 써서 공유하죠. 서로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하고 컨디션을 배려하면서 공동의 목표로 나아가는 팀워크가 만들어지는 방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