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문화·예술·교육·사회 전반에 대한 아티스트의 생각을 들어보는 인터뷰 프로젝트 <젊은 예술, 생각을 디자인하다>. 작가의 태도, 가치관, 창의성, 소통, 감성이 반영되는 작업이나 작품활동 이야기, 작가 개인의 생각을 따라가 보며, 문화예술이 우리 삶과 인간에게 주는 긍정적인 효과와 강점을 알아보고,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아티스트와 함께 예술의 미래를 그려봅니다.


 

한수정, 서성협

디자이너

 

“예술은 우리의 일상이고, 모든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디자이너 한수정과 서성협.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디자인을 한다는 그들은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디자이너 한수정과 서성협이 걸어온 길과 젊은 예술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예술 교육의 현주소를 들어본다.


 

PART 1. 아티스트를 소개합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한) 저는 한수정입니다. 공간을 기본으로 하는 여러 가지 작업을 하고 있어요. 설치 작업이나 가구, 작은 소품을 제작하는데 공간의 크기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들을 디자인하고 직접 제작도 하고 있습니다.

 

(서) <G280>이라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서성협입니다. 제품 디자인을 베이스로 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Q. 학창시절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한) 인테리어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바로 건설 회사에 입사했어요. 회사 생활을 하다가 디자인을 더 배우고 싶어서 핀란드로 유학을 가게 되었어요. 인테리어 디자인의 경우는 공간을 다루는 학문이다 보니까 대부분 컴퓨터를 이용하는 작업이 많았어요. 실질적으로 만드는 작업은 제가 직접 하는 게아니었죠.

 

그런데 핀란드 유학 생활을 통해 제가 직접 만드는 작업까지 하게 되었어요. 디자인에서부터 공간 세팅까지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는데, 나무나 철 같은 여러 가지 소재를 다루는 것들을 직접 경험하면서 이전에 해보지 못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어요.

 

핀란드에서의 유학 생활을 통해 제가 배운 점은 ‘스스로 하는 것’이예요. 수업에 들어가게 되면 교수님은 물론이고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아요. 심지어 논문의 경우에도 본인이 언제까지 논문을 마치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절대 강요하지 않거든요. 그 시간을 통해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진행할 방법을 배우게 되었어요. 프로젝트를 이끌고 나가는 힘을 그때 많이 배우게 된 것 같아요.

 

(서) 저는 어려서부터 누군가 시키는 것을 하는 학생은 아니었어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활동하는 학생이었죠. 대학교도 또래 친구보다 굉장히 오래다녔어요.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들긴 했지만,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모임에 더 집중했던 것 같아요. 휴학하고 이탈리아에 가서 여러가지 경험도 해봤고요. 그러다 보니까 학교를 오래 다니게 되었어요.

 

Q. 두 분은 어떻게 만나게 되신 건가요?

 

(한) 이탈리아에서 만났어요. 한국의 신입 디자이너들을 1년 동안 이탈리아로 보내서 이탈리아의 도제식 교육을 경험하고 디자인 작업에 참여해볼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저는 핀란드에 있다가 이탈리아로 갔고, 서성협 작가는 한국에서 이탈리아로 왔죠. 그래서 만나게 됐어요. 이탈리아에서 1년 동안 함께 수업을 듣고 작업에도 참여하게 됐고요.

 

Q. 이탈리아에서의 경험이 두 분에게 어떤 영향을 가져왔나요?

 

(서) 해외에 나가는 게 이탈리아가 처음이었어요. 낯선 환경에 적응 해야 하고 도제식 교육을 처음 접하다 보니까 여러 가지 부분에서 우여곡절이 있었죠.

 

(한) 저도 교육적인 부분에서 차이점을 많이 느꼈어요. 핀란드는 자연을 모티브로하는 디자인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탈리아는 교육 스타일이 너무 다르더라고요.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야기하는 것을 너무 좋아해요.

 

그런 부분이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대화를 많이 하다 보니 디자인이 나오는 방향이 굉장히 풍성한 거죠. 두 가지 모두 접해보니까 지역이나 문화에 따라서 콘텐츠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 하게됐어요.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지만, 굉장히 재미있었던 부분이었어요.

Little Elephant, 한수정

PART 2. 아티스트의 작품활동과 관점을 살펴보다

 

 

Q. 요즘에는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요?

 

(한) 예전에 한옥 목수 일을 배운 경험이 있어요. 이탈리아에서 공부할 때 “내가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잘 알고 있나?“ 의구심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이탈리아에서 돌아오자마자 화천에 있는 한옥학교에 들어가서 한 일 년 정도 직접나무를 깎고 집을 짓는 작업을 했어요.

 

일 년 넘게 목수로 지낸 거죠. 그때 배운 부분들을 제가 하는 작업에도 조금씩 넣으려고 하고 있어요. 결국, 제가 한옥 목수 일을 배웠던 이유는 공간을 전공하고 건축을 하고 싶은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정말 좋은 집을 짓기 위해서 어떠한 집을 지어야 하는지 스스로 질문해보게 되었고, 집을 짓는 사람들의 생각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공간 자체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것을 설계하는 사람부터 만드는 사람, 그곳에 사는 사람까지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이뤄져서 공간을 이루는 거예요.

 

사실 제 작업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은 집인 것 같아요. 집이라는 공간에서 다양한 활동이 일어나고, 그런 것들이 사회적인 부분과 관계를 맺는 것에 있어서 어떠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생각하고, 더 다양한 작업을 하려고 하고 있어요.

 

(서) 저는 제품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가구가 되게 좋았어요. 가구 중에서도 의자를 가장 좋아해요. 의자는 조금 특별하더라고요. 대부분 제품은 사용할 때 우리가 제어 하거든요. 휴대폰도 그렇고 연필도, 컵도 우리가 제어하는데 반대로 의자는 우리가 의자에 몸을 맡기잖아요. 그 부분에 크게 매력을 얻어서 가구 디자인을 하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제품과 사람들 간의 관계에 대해서 많이 연구하고 있어요. 사람들의 소비 행태 중에 그냥 의미 없이 사고 의미 없이 버리는 행동이 마음에 안 들었어요. 그리고 로드숍 같은 곳에 가보면 ‘디자인 제품’이라는 의미를 부여받은 물건들이 팔리는 행태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모두 다 디자인된 물건들인데 왜 이것들에만 디자인 제품이라는 어떤 타이틀을 주고 판매하는지 의아했어요.

 

그게 일종의 마케팅 수단이더라고요. 사람들을 유혹해서 팔기 위한 방법인 거죠. 그런 것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다른 방식으로 디자인을 해 봐야겠다’ 생각하게 됐어요. 저는 가구디자인을 베이스로 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가구를 직접 만들어 보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사람과 물건의 관계를 맺어주는 작업를 많이 진행하고 있죠.

X-Stool, 서성협

PART 3. 디자인이란?

 

 

Q. 요즘 디자인의 중요성이 많이 강조되고 있는데, 정작 사람들은 디자인이 왜 필요한지 디자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서) 디자인이 필요한 이유는 한 가지예요. 세상이 아름답지 않으니까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세상에는 많은 문제점이있고, 그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 디자이너들에게 더 많은 것들을 요구 하는 시대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 디자인은 예술과 접근해서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아요. 예술은 우리가 알지못하는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디자인은 그런 미지의 영역을 대중들이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게 가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Q. 디자인을 하면서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시나요?

 

(서) 머릿속에서 구상하고 계획했던 것들을 실제로 만들면 큰 희열을 느끼죠. 제가 직접 스케치하고 설계도를 그린 것들이 완성품으로 나왔을 때 느끼는 희열이 제가 디자인을 계속하는 가장 큰 원동력인 것 같아요. 계획을 세우고 상상하는 자체도 재미있지만 그 과정을 통해 완성품을 만들었다는 희열감이 큰 것 같아요.

 

(한) 저 역시도 제가 생각하고 공유했던 부분들이 실제로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던 것 같아요.

 

Q. 작업할 때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는지 궁금해요.

 

(서)일상에 있는 모든 것들이 영감을 주는 것 같아요. 특별히 영감을 얻기 위해서 뭔가를 하지는 않아요. 주변의 현상을 예민하게 바라보는 것은 디자이너의 습성인 것 같아요.

 

(한)저 같은 경우에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물론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아이디어가 나올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경우 보다 기존에 나와 있는 여러 예술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시작점이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Q. 두 분이 같이 작업한 것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요?

 

(서) TONITURE(Toy+Furniture)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프로젝트는 아이들에게 활동성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진행했던 프로젝트였어요. 그런데 아이들을 위해서 했다기보다 그 과정 자체가 저를 위한 프로젝트였던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 무언가에 대한 결핍이 있었어요. 그 결핍을 이런 프로젝트로 채워나가는 것 같아요. 제가 어렸을 때 과학상자에 한이 맺혔었던 것 같아요. TONITURE의 모티브가 과학상자예요.

 

어렸을 때 부모님이 항상 과학상자의 기본만 사주셨어요. 호수가 높아질수록 다양한 것을 만들 수 있도록 과학상자 부속품이 더 많아야 하는데 기본밖에 없으니까 그 부분에 맺힌 게 있었나 봐요. 그래서 아이들이 저처럼 무언가에 결핍을 느끼지 않고 활동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어요.

 

또 다른 한 가지는 과학상자가 조그마한 모형을 만드는 것이었다면 아이들이 실제 크기의 물건을 만들어 보는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TONITURE를 조립하고 만들어서 아이들이 실제로 가지고 노는 모습을 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어요.

 

(한) 아이들과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어서 직접 교육까지 진행해 본 경험이 있어요. 그 과정을 통해 느낀 것은 우리가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하지만 결국 목표로 삼는 것은 좋은 결과물이라는 점이었어요. 모두 과정을 중시한다고 하지만 프로그램이 끝나면 결과물만 휑하니 남고, 더이상 사용되지 않는 점이 불편했어요. 만드는 과정도 즐기면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그 결과물을 계속 기억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거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으면 정말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TONITURE는 그러한 생각에서 시작된 활동 중 하나에요. 아이들이 장난감처럼 만들었던 과학상자가 실제 제품 크기로 확장되고, 자기들이 조립하여 간단하게 가구를 만들고 그것을 직접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서) TONITURE는 아무래도 스케일이 큰 물건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몸을 많이 써야해요. 이런 과정에서 물건과 사용자간에 관계성을 만들어가는 것도 신경썼던 것 같아요.

Toniture

Q. 협업할 때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하시나요?

 

(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어떤 오브제를 만들고 그것이 어떠한 방식으로 공간 안에 작용하는가에 대해 생각해요. 오브제가 공간과 어떻게 어우러질까에 대해서 조금 더 고민하는 편이죠. 서성협 작가는 제품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디테일이나 오브제 자체의 활용 방안에 대해 조금 더 고민을 하는 것 같아요.

 

(서) 처음 단계에서 아이데이션은 같이 해요. 한수정 작가 같은 경우에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바라본다면, 저는 미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죠. 이것을 어떻게 구현하고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죠.

 

(한) 함께 작업 하는 것 외에도 각자 다른 작업도 하고 있어요. 우리가 한 팀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함께 해야 한다는 틀은 갖지 않고 있어요. 그렇게 하게 되면 결국에는 헤어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서) 한 팀이라는 강박감이 없어서 조금 더 자유로운 것 같아요. 제가 운영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이름도 <G280>인데 의미가 헬기장의 개념이거든요. 헬기장의 그라운드 멤버라면 다른 작가들이 헬기가 돼서 잠깐 머물렀다가 나가는 그런 플랫폼을 의미하는 거라서 팀이라는 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작업을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러한 작업 방식의 장점은 새로운 콘텐츠를 계속 탐구할 수 있다는 것 같아요.

 

 

Q. 프로젝트 단위의 협업 방식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한) 한 팀회사를 구축해서 안정적인 느낌을 주려면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분명하게 만들어야 되거든요. 그 아이덴티티가 한편으로는 안정적인 일거리를 수급하고, 다음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 이외의 작업을 하고 싶다면 그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하죠.

 

프로젝트 단위로 운영을 한다면 안정적인 부분은 잘 안 보일 수 있지만 우리가 계속 실험적인 형태로 다른 부분에도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요. 지금 저희가 아이들과 관련된 컨텐츠를 고민하고 만들어가고 있는데 향후에는 건축적인 관점, 도시적인 관점으로 다른 작업도 해볼 수 있으니까요.

 

(서) 안정적이라고 말하는게 불안정할 수도 있어요. 그걸 지키기 위해 많은 부가적인 활동이 필요하잖아요. 저는 이 상태가 더 안정적으로 느껴져요.

Brand: ciivi, 서성협

Q. 요즘 정부 주도로 디자인 관련 컨퍼런스나 워크숍 커뮤니티도 많이 만들고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한)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활동 자체가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을 가지고 있어요. 정부의 시책과 지원금을 통해서 사람들이 모이고 세미나를 하고 있지만 그 지원금이 끊겼을 때도 그 모임 자체가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죠.

 

요즘 디자이너 모임뿐만 아니라 그 외의 분야에도 많은 펀딩이 있잖아요. 그래서 새로 시작하는 스타트업 기업들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그 지원금으로 2~3년 정도 활동을 하는데, 결국 문제는 지원이 끝난 이후에도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을 만들 수 있냐 없냐의 차이거든요. 그런 부분을 생각해 볼 때 자체적인 커뮤니티를 통해서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커뮤니티를 강화하거나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은 뭐가 있을까요?

 

(한) 굳이 커뮤니티를 강화해야 하나 그런 생각도 들어요. 저희는 활동을 하다 보면 작가들이나 아티스트, 디자이너들을 굉장히 많이 만나요. 그러한 작가들과 알게 모르게 커뮤니티를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그 커뮤니티가 굉장히 긴밀하지 않고 되게 얇아요. 얇게 많은 걸 가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일이 벌어져서 끈을 더 길게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할 때는 끈이 점점 더 넓어지면서 관계가 유지되는 거죠. 그러다가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시 돌아가고요.

 

누군가의 의도적인 관점으로 인해서 커뮤니티를 크게 만들 수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인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관계가 계속 이어져 나가면서 구성하고 해체하고 이런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Q. 요즘 디자이너로서 가장 고민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서) ‘과연 내가 이걸 계속할 수 있을까?’ ‘계속 이런 방식으로 디자인을 할 수있을까?‘ 나도 언제가는 지켜야 할 것이 생길텐데 지금같은 방법이 너무 좋지만 체계화된 회사처럼 운영해야 될 때가 오지 않을까? 그건 싫지만. 이렇게 자생력이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것 같아요.

 

(한) 저는 제 작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요. 다른 사람들의 평이 어떨지는 모르지만요. 그런데 그러한 부분들이 좁혀져도 되는 것 같아요. 저 혼자만 좋아서는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으니까요. 지금까지는 제 위주로 작업을 했다면 이제부터는 사람들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할지, 그것들을 어떻게 전달하고 어떻게 피드백을 받을지 많이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최근에 교육 쪽에도 관심이 많아서 관련 워크숍에도 많이 참가 하는데, 일련의 경험들이 있었어요. 선생님이 수업 내용을 준비해서 학생들에게 전달하잖아요.

 

학생들은 그걸 가지고 선생님과 이야기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과정들이 있는데, 예술 작품이나 디자인 쪽에서도 그런 프로세스들을 가지고 나가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서) 디자인을 목적이 아니라 수단처럼 생각하고 있거든요. 디자인을 하고 있으니까 이 디자인을 이용해 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그런 고민을 하고 있어요. 사람들한테 만족을 주는 디자인도 중요하겠지만, 저 개인적으로 이 디자인을 활용해서 뭘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요. 지금 석사 과정 공부를 하고 있는데 거기에서도 가장 고민하는 주제거든요. 그런 고민을 조금 더 치열하게 해봐야 할 것 같아요.

'HOW TO MAKE' PROJECT, 서성협

PART 3. 예술과 교육에 대하여

 

 

Q. 두 분은 예술이 교육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한) 우리가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예술교육을 만들고자 하니까 아이들에게 예술교육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데요. 아이들이 이미 경험하고 갖고있는 부분을 수치화하고 정량화해서 보여주는 게 지금 예술 교육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예술가에게 안정적인 직업을 제공하기 위해서요.

 

실제로 예술 교육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개인작업하고 같이 가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예술을 교육하는 사람과 실제로 예술 작업을 하는 사람은 분리가 되어있어요. 그런데 외국의 사례를 보면 그것이 분리되어있지 않고 같이 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러한 부분이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키운다는 게 굉장히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술 교육을 하는 기관은 꼭 있어야 되는 부분이지만, 교육 기관과 현장, 사화와의 접점을 찾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디자이너 같은 경우에도 매년 디자인학과에 진학하는 학생들만 거의 수십만 명인데 그 들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방황하는 사람들도 많고 다른 분야로 가는 사람들도 많거든요.

 

(서) 예술 교육이란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들이 예술에 대해 기본적인 개념을 가지고 만드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예술 교육이 그림을 그리는 건지, 뭘 만드는 건지, 미술과 예술에 대한 개념도 혼용해서 쓰고 있잖아요.

 

그런 걸 보면 ‘과연 이게 예술 교육인가?’ ‘이 사람들이 예술에 대해서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가?’ 거기에 대해서 물음표가 굉장히 많이 생겨요. 저 같은 경우에는 워낙 시골에서 자란 케이스라서 어렸을 때 자연에서 뛰어놀았던 기억이 오히려 지금 이 일을 하는데 큰 영감을 주고 원동력이 된 것 같거든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단 ‘ART’라는 단어 자체를 굉장히 개성화해서 바라보고 있어요. 저는 예술은 사람들의 일상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것이 다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죠. 단,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예술과 예술 교육에 대해 갖는 인식부터 개선해 나가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한) 예술 교육도 결국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그것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방식이잖아요. 사회에 나가서 작용할 수 있을지 배워 나가는 단계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걸 굳이 융합 교육이라는 방식으로 몰아가는 건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부담감을 주는 건 아닌가 생각해요.

 

아이들은 교실에 놔두면 자기네들끼리 노는 방법을 얼마든지 발견해서 놀 수 있어요.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요. 그런데 어른들이 섣불리 너무 걱정하고, 노는 방법을 미리 알려주려고 하면 오히려 방해되지 않을까 걱정돼요.

 

(서) 아이들이 제도화된 현장 속에서 배우는 게 아니라, 그들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Blank Furniture, 한수정

PART 4. 공식질문

“우리 사회에 예술이 필요한 이유”

 

 

(한) 예술이라는 분야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우리가 어떤 성 안에 살고 있다고 가정하면, 예술은 성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라고 생각해요. 성 안에 사는 사람 중 어떤 사람은 ‘바깥으로 나가야 돼? 이 안에서만 살면 되지’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저 성 밖에는 뭐가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성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그냥 성 안에서의 삶에 만족하면서 살아가는 거죠. 성 밖으로 나갔을 때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과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것이고요.

 

Q. 두 분에게 디자인은 어떤 의미인가요.

 

(한) 저는 이 일을 하는 것이 즐겁고 제가 평생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지금도 계속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향후 50대, 60대에 제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지금 하는 일에 더 집중하면서 하루하루 더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어요.

 

(서) 천직인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뭔가 상상하는 일을 즐겼어요. 저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건 뭔가 상상하는 일이었어요. 그게 자연스럽게 제 직업과 연결이 된 것 같아요.

 

Q. 디자이너로서 이 사회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 제가 지금 하는 작업을 사람들과 어떻게 공유할까. 사람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지에 고민해요. 그 부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소통하는 것. 그것이 디자이너이자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져야 해요. 이제까지는 이렇게 생각했지만 그게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거죠. 그것이 중요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