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문화·예술·교육·사회 전반에 대한 아티스트의 생각을 들어보는 인터뷰 프로젝트 <젊은 예술, 생각을 디자인하다>. 작가의 태도, 가치관, 창의성, 소통, 감성이 반영되는 작업이나 작품활동 이야기, 작가 개인의 생각을 따라가 보며, 문화예술이 우리 삶과 인간에게 주는 긍정적인 효과와 강점을 알아보고,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아티스트와 함께 예술의 미래를 그려봅니다.


 

플레이그룹 잼잼

 

각자 개성이 뚜렷한 배우들이 모였다. 네 명의 배우가 지향하는 것은 단 한 가지. ‘관객과 배우 모두 즐거움을 느끼는 공연’이다. 보는 재미와 듣는 재미를 추구하며, 관객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간다는 ‘플레이그룹 잼잼’이 생각하는 예술이란 무엇인지 들어보자.


 

PART 1. 아티스트를 소개합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강) 저는 플레이그룹 ‘잼잼’의 <빨간 저고리와 늑대>라는 작품에서 늑대 역을 맡은 배우 강동희입니다.

 

(수) 저는 플레이그룹 ‘잼잼’의 장신을 맡은 김현수입니다.

 

(김) 저는 플레이그룹 ‘잼잼’에서 단신을 맡은 김유미입니다.

 

(유) 안녕하세요. 저는 ‘플레이그룹 잼잼’의 대표 유은지입니다. 저희 ‘플레이그룹 잼잼’은 찾아가는 공연 위주로 진행하고 있고요, 보는 재미와 듣는 재미, 관객하고 배우 모두가 재미있는 공연을 하자는 취지에서 플레이그룹 ‘잼잼’이라는 이름의 팀을 만들었습니다. 신나는 예술 여행에서 ‘딩링링 나라의 이야기극장 1편’ <빨간 저고리와 늑대>라는 작품을 진행했습니다. ‘딩링링 나라의 이야기극장’이라는 이름은 리딩(reading), 힐링(healing),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라는 단어의 합성어로 동화책이나 책을 모티브로 작품을 완성하는 거고요. 작품 <빨간 저고리와 늑대> 같은 경우는 <빨간 모자와 늑대>라는 원작을 각색한 작품 입니다.

 

Q. 연극 <빨간 저고리와 늑대>가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강) 늑대도 늑대만의 고민이 있고, 빨간 저고리도 빨간 저고리만의 고민이 있는데 서로가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돼요. 늑대는 진짜 늑대가 과연 무엇인지, 빨간 저고리도 여자란, 저고리란, 여성이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입니다.

 

Q. ‘플레이그룹 잼잼’ 멤버들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김) 같은 학교에 다니던 친구들이 먼저 모여서 연극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연극을 해 왔는데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연극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즐거운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아주 가볍게 시작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부모님 카드를 빌려서 300만 원으로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모이게 됐어요. 고향 동생이라든지 같이 공연을 하고 싶은 친구들이 모이면서 한 팀이 되었어요.

 

Q. 네 분은 배우를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유) 저는 어렸을 때부터 꿈이 뭔지 묻는 말에 처음부터 배우라고 대답했어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연극부에서 활동 했어요. 대학교 역시 연극영화과로 진학을 했고요. 오히려 서른 살 때쯤 배우라는 진로에 대해 고민하게 됐고, 그때 2년 정도 직장 생활을 했어요. 그러다가 제가 가야 할 길이 아닌 것 같았고,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돌아왔고 이렇게 팀을 만들어서 활동하게 됐습니다.

 

(강) 어렸을 때 기억을 떠올려보면 꼬마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서 영화관을 자주 갔어요. 크고 나서는 제가 부모님을 모시고 영화관을 갔어요. 그런 제 모습을 보면서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됐어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요. 중학교 때 청주에 있는 극단에 들어가서 배우 생활을 하게 됐고, 대학교 연극영화에 진학을 해서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우면서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수) 저도 어렸을 때부터 텔레비전에 나오고 싶었고, 텔레비전과 관련된 일에 대한 꿈을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 유명해지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배우를 꿈꿨지만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하게 됐고 그 뒤로 방송국에서 조연출 일을 오래 했는데, 배우의 꿈에 미련이 남더라고요. 그때 유은지 대표를 만나서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김) 저는 사실 살면서 특별히 뭘 해야겠다, 어떤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특별히 잘 하는 것도 없었고요. 그런데 제가 어렸을 때 토요일마다 방영하는 <명화극장>의 팬이었거든요. 거기에 나오는 사극을 보면서 한복을 꺼내 입고 따라 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때의 경험이 제 마음속에 계속 남아 있었나 봐요. 내가 가장 즐겁고 나한테 가장 잘 어울리는 일을 하고 싶은데 그게 뭔지 계속 고민을 하다가 배우의 길에 접어들게 된 것 같아요.


PART 2. 아티스트의 작품활동과 관점을 살펴보다

 

 

Q. ‘찾아가는 예술’ 공연을 하고 계신데, 지정된 장소가 아닌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유) 서른 살 때까지 제가 배우로서 가진 목표는 유명해지고 큰 극장 공연의 주인공이었어요. 그런데 친한 친구가 일찍 하늘나라로 가게 되었고, 그 친구의 작품을 이어 받으면서 찾아가는 공연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시작하게 됐죠. 그동안 암전된 상태의 극장에서 공연을 하다가 갑자기 찾아가는 공연장이라고 초등학교, 복지관 같은 곳에서 불이 다 켜져 있는 상태로 공연을 하니까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공연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을 상대로 무대를 올렸는데, 그 아이들의 눈빛을 봤을 때 느낌이 너무 이상했어요. 짜릿하다고 해야 할까요. 저희가 처음에 무대에 나와서 노래를 부르거나 연극을 시작하면 아이들이 그야말로 얼음 상태가 돼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긴장이 풀리는 게 보여요. 그때 ‘내가 이런 데서 보람이나 만족감을 느끼는구나. 앞으로는 계속 이렇게 찾아가는 공연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시간상, 거리상으로 경제적으로 극장에 오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찾아가고 있는데, 그게 바로 찾아가는 공연을 하는 이유인 것 같아요.

 

Q. 아이들의 눈빛에서 감동을 느낀다고 하셨는데, 그 느낌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나눠 주실 수 있나요?

 

(김) 대개 사람들이 낯선 것을 보았을 때 경계 하잖아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배우가 숨 쉬는 게 너무 가깝게 느껴지니까 아이들도 긴장하게 되는 거죠. 안전장치가 없는 거예요. 배우와 일대일로 만나는 느낌이라서 처음에는 아이들 눈빛이 낯설고 어려워하는 게 느껴져요. 그런데 어느순간 아이들이 연극 속으로 빨려 들어갈 때가 있거든요. 서로의 눈과 눈이 빠져드는 그런 느낌이에요.

 

극장에서 공연할 때는 혼자라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물론, 동료들도 있고 우리를 지지해 주는 사람들도 있고, 안전하고 좋은 환경이라서 편안한 부분이 있죠. 하지만, 눈과 눈을 바라보고 같이 한다는 느낌은 없어요. 그런데 찾아가는 공연을 하다 보면 오히려 관객들에게 힘을 더 받아가는 것 같고 공연이 끝나면 에너지를 받는 그런 느낌이 있거든요. 특히 아이들한테는 그런 느낌이 더 많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 동질감을 많이 느껴서 좋아요. 꼭 우리 편 같거든요.

 

(강) 저도 그런 순간을 느낄 때가 있어요. 연기를 하는 찰나의 순간에도 아이들이 스토리를 이해하고 연극을 따라가고 있다고 느껴요. 관객이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기쁜 순간인 것 같아요. 배우들끼리만 동떨어져서 하는 공연이 아니라 다 같이 어우러져서 하는 것. 그게 우리가 추구하고자 했던 목적이기 때문에 공연할 때와 끝나고 나서도 기분이 좋고 더 힘이 나는 것 같아요.

 

Q. 김현수씨는 다른 일을 하다가 배우가 되셨는데, 그런부분에서 다른 배우들과 느끼는 부분이 조금 다를 것 같은데 어떠세요?

 

(수) 맞아요. 저는 방송 일을 하다가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됐죠. 지금은 제가 카메라 뒤에 있다가 앞에 있는건데. 관객들 앞에서 눈을 마주치고 같이 호흡할 때 가슴이 두근거리고 제가 주체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직도 무대에 서면 가끔 부끄러워요. 가리고 숨긴 내 모습이 아니라 모든 걸 드러내야 해서 그 대상이 아이들일지라도 부끄러울 때가 있어요. 그래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들기도 하고요.

Q. 유은지 대표님은 연출과 연기 두 가지를 하시니까 기획자로서 공연을 만드실 때 어떤 관점을 갖고 만드는지 궁금해요.

 

(유)계속 아이들을 만나고, 찾아가는 공연을 하다 보니까 그런 부분에서 보람을 느껴요. 저도 모르게 다음 공연 기획 역시 그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딩링링나라의 이야기 극장’ 말고도 ‘팔도 이야기 상회’라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지방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찾아서 그 지방에 가서 공연을 하는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어요. 처음 전라남도 강진에서 김영랑 시인을 소재로 공연을 했는데, 이번에는 강원도 강릉에서 허균과 허난설헌을 소재고 공연을 하는 프로젝트를 제작하고 있어요. 극장 무대용 공연보다 현장에 가서 살아있는 공간에서 공연하는 프로젝트 쪽으로 기획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Q. 찾아가는 공연을 하면서 가장 뿌듯할 때는 언제인가요?

 

(유) 첫 번째는 관객을 만나는 일이 가장 기뻐요. 찾아가는 공연은 무대에서 제4의 벽이 없어요. 관객과 바로 소통하니까 관객과의 대화가 길어지게 되죠. ‘참여형 연극’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호흡하면서 보람을 느끼죠. 또 한 가지는 팀원들 간의 분위기가 좋아져요. 저희끼리 차를 타고 5시간, 6시간 동안 이동하는 날이 많아요. 자동차든지 기차라든지 그 공간 안에서 함께 하는 시간이 많으니까 팀워크가 좋아질 수밖에 없는 거죠. 자연스럽게 여행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요. 소소하지만 그런 부분들을 누리면서 더 많이 회복하고 와요. 그래서 멀리 공연을 갈 때마다 일하러 간다는 느낌보다는 여행을 간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극을 하다보면 고려해야 할 부분도 많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수) 저희가 연극을 준비하면 주변의 지인들이나 조카들에게 먼저 물어봐요. 그들의 의견을 수용하기도 하고 설문지도 받아서 방향을 찾기도 해요. 저희만의 생각을 가졌지만 제3가 볼 때 또 다른 피드백이 있을 수 있거든요. 그런 부분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부분이에요. 서로 의견을 많이 들어주니까 더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 같아요.

 

Q. 연극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요?

 

(유) 연극을 하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요. 그 가운데 단기적인 목표가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이겠죠. 공연하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것도 좋은데 지금보다 공연 횟수가 늘어나고 저희를 찾아주는 곳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큰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연극을 하기 위해 다른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때가 있어요. 그런 것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다면 연극에 더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좋지만, 나이를 먹는 만큼 책임이라는 것도 더 생기잖아요. 배우는 여러 직업군을 연기하고 여러 연령대의 인생을 연기해야 하고, 몸과 음성, 정서적인 면도 훈련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매달 목표를 세워요. 작품을 대할 때도 그렇고 훈련시간 조절이나 체력도요. 그러니까 늘 긴장 속에서 살아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이가 보기에는 쉬운 직업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정서가 늘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저의 평생의 고민은 공부하고 좋은 것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고, 더 여유가 생긴다면 더 많은 사람과 나누는 것. 그리고 우리 공동체가 더 좋은 공동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인 것 같아요.

 

(수) 극 중에서 빨간 저고리 역할을 하든지, 늑대를 하든지, 할머니 역할을 맡든지 어떤 배역이든 결국 사람이 하고 제가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 배우 자체가 드러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정신적인 세계, 육체적인 세계를 매일 매일 갈고 닦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순식간에 내가 드러나거든요. 그래서 요즘 좋은 사람, 좋은 배우가 돼서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어요.

 

Q. 예술가는 자신만의 스타일과 생각이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네 분이 협업하실 때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수) 제가 팀의 막내인데 제 의견을 많이 들어주세요. 저는 경력이 짧은데도 불구하고 제 의견이나 상황을 자주 물어봐 주시니까 제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세 분 모두 듣는 귀와 마음이 준비되어 있는 분들이에요.

 

(김) 감사한 것 한 가지는 저희 네 명이 정말 친하다는 것. 그게 너무 감사해요. 친한 사람들의 특징은 힘든 이야기나 어려운 이야기도 서로 기분 상하지 않게 잘 할 수 있거든요. 저희는 친한 게 강점이고 가치관이 비슷하다는 게 강점이에요. 각자의 개성은 뚜렷하지만 지향하는 것, 좋은 작품을 만들고 모두가 함께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나누는 것에 대한 방향성이 같기 때문에 어려움이 없는 것 같아요. 서로의 부족한 부분들을 잘 알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완도 잘 되는 것 같아요.

 

(유) 제가 잠시 회사 생활을 하고 다시 연극 무대로 돌아왔을 때 생각한 게 있어요. 관객에게 메시지를 주는 연극을 해야 한다는 것. 우리끼리, 배우들만의 연극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되려면 내가 지금 다른 사람과 소통이 되고 있는지,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상대도 이해 하고 있는지, 관객들도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런 부분들을 확인하는 게 중요해요. 그런 작품을 만드는 게 저희의 목표이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까 찾아다니는 공연을 하게 되고, 공연을 본 적 없는 사람들을 찾아가는 것 같아요.


PART 3. 아티스트가 생각하는 예술교육

 

 

Q.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유) 사실 저희가 대상으로 한 건 어린이가 아니고 가족이었어요. 가족극의 형식이죠. 가족들이 다 함께 볼 수 있는 연극이요. 어린아이부터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모두가 함께 볼 수 있는 연극을 하고 싶었어요. 저희가 작품들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어린아이 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모두 함께 왔을 때 공연에 대한 집중도가 훨씬 높아요.

 

조금 덧붙이자면 부모님들이 공연장에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아이들만 입장시키고 그 시간에 다른 볼일을 보는 경우들이 있어요. 저희는 그런 부분들이 아쉽더라고요. 어른들은 유치하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그래서 아이들만 입장시키고 그 사이에 커피를 한 잔 마신다든지 볼일을 본다든지 그런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렇게 되면 아이들이 공연을 보고 나서 부모님과 할 이야기가 없어요. 그게 아쉬운 거예요. 가족이 함께 공연을 보고 나와서 공연 내용에 관해 이야기를 지속 할 수 있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그래서 가족극을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Q. 아이들을 많이 만나는 분들이니까 더 궁금한데요. 예술이 교육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수) 예술 교육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에는 주입식 교육 위주잖아요. 그런데 그 예술을 통해서 하는 교육은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가 연극을 만들 때 조심스럽기도 해요. 아이들에게 어떤 가치관을 심어줄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하니까요. 세상이 줄 수 없는 교육을 할 때 어떤 가치관을 심어줘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죠. 그런 부분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면 아이들은 마음으로 느끼고 옳고 그른 것을 스스로 구별할 수 있는 자발성을 갖게 되거든요. 그래서 예술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예술교육이 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유) 저희가 지금 하는 프로젝트 중에 <딩링링나라의 나니아>라는 공연이 있어요. 나니아 연대기로 작품을 만드는 건데요, 저희가 만난 국어 선생님이 계세요. 초등학교에서 나니아를 가지고 수업 하시거든요. 그런데 그 선생님을 만나면서 예술교육이 정말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문학을 지식으로만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체감하거나 감각적으로 감성적으로 체험하는 건 정말 다르더라고요.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그것을 가슴으로 담고 몸으로 체험하는 건 정말 다르거든요. 그런 부분이 예술교육이 중요한 이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 저는 예술교육이라는 타이틀을 만든 것 자체가 좀 안타까워요. 최고의 예술가이자 아티스트는 어린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부분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한해놓고 이제야 예술교육이라는 분야를 이야기하는 게 아쉽더라고요. 국어가 예술이고, 수학이 예술이고, 과학이 예술이에요. 예술은 따로 떼어 놓을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예술교육이라고 해서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아이들을 죽이지 않고 살릴 수 있는지, 계속 호흡하게 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교육자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강) 저는 <빨간 저고리와 늑대>라는 작품에서 얘기하자면 거기에서도 분명히 사회적으로나 교육적인 기능이 들어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늑대가 소녀의 저고리를 훔쳤을 때 하는 행동. 뒤늦게 자기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할머니를 찾아가서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행동. 그런 행동들이 아이들이나 관객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고 불러일으키는 변화라는 힘이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 있어서 연극도 교육적인 기능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PART 4. 공식질문

“우리 사회에 예술이 필요한 이유”

 

 

(김) 우리의 삶에 어떤 한순간도 예술과 접촉이 안 되는 순간은 없는 것 같아요. 텔레비전을 봐도, 음악을 들어도 그리고 소통할 때도. 이 모든 것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예술과 연결이 되어 있으니까 삶 가운데에서 예술을 누리고 영위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저희가 찾아가는 공연을 하면서 느낀 것은 서울에 있는 아이들과 지방에 있는 아이들이 누리는 것이 달라요.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다른 거죠.

 

그런 부분을 보면서 예술이 사람을 웃게 하고 사람을 달라지게 할 수 있고,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걸 느껴요. 삶에 지친 어른들이 별다른 기대 없이 아이들과 공연장에 왔을 때 삭막하고 딱딱한 굳은 표정을 읽어요. 그런데 분위기가 금세 풀어지고 아이들과 웃으며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예술이 하나로 만들어준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래서 반드시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고 더 많은 사람, 더 많은 지역의 사람들이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고 사람들을 많이 위로해주고 회복될 수 있도록 돕는 매개체가 됐으면 좋겠어요.

 

(수) 예술은 삶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한테 예술이 담겨 있거든요. 배우들이나 행위자들이 먼저 일부분을 보여주는 것 뿐이고 사람들은 그런 상황을 통해서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을 보게 되는 거죠.

 

(강) 저는 예술을 감상하거나 관람하는 부분에 있어서 사람들의 여유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공연을 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고, 쉬는 날이 되면 정말 그냥 집에서 쉬게 되는 거죠. 삶이 너무 고단하니까요. 그래서 예술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도록 여유가 필요할 것 같아요.

 

(유) 예술은 삶을 누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감성으로, 감각으로 온다는 건 그것이 가슴으로 오기까지 시간을 준다는 말이거든요. 그러니까 시간을 주는 것이 예술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삶의 시간 속에서 누리는 것. 사실 저 스스로에게도 그런 시간을 잘 못 주거든요. 그런 면을 보면 저 역시도 예술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은 거죠. 그래서 스스로에게도 무언가를 보고 그것에 대한 반응을 스스로가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게 예술이지 않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