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문화·예술·교육·사회 전반에 대한 아티스트의 생각을 들어보는 인터뷰 프로젝트 <젊은 예술, 생각을 디자인하다>. 작가의 태도, 가치관, 창의성, 소통, 감성이 반영되는 작업이나 작품활동 이야기, 작가 개인의 생각을 따라가 보며, 문화예술이 우리 삶과 인간에게 주는 긍정적인 효과와 강점을 알아보고,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아티스트와 함께 예술의 미래를 그려봅니다.


 

김미교

큐레이터

 

일상에서 내가 마주하는 소재가 전시와 문화예술로 표현되어 사람들에게 삶을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는 의미 있는 경험을 전달하는 기획자 김미교. 기획자도 창작자라고 다부지게 말하며 다양한 전시, 공공미술 분야에서 앞으로도 계속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김미교씨와의 인터뷰 지금 시작합니다


 

PART 1. 아티스트를 소개합니다

 

 

Q. 김미교 큐레이터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미교입니다. 학부 때 조각을 하다가 미술 이론도 하고, 글도 쓰고, 전시회나 프로젝트 기획을 주로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소속 없이 일하고 있어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데요. 지금 촬영하는 공간인 행화탕도 올해 5월부터 마지막 주 수요일마다 공동기획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시글 혹은 친한 작가들의 비평글을 쓰는 일도 하고 있고, 공공미술 기획도 진행하고 있어요. 이번에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연구 쪽 일도 계속하고 있어요.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전시, 공공미술을 기획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사실 계기라기보단, 예술기획 분야는 일하다 보면 일이 일을 물고 와서 진행되고, 소개를 받거나, 함께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많이 받아요. 처음에는 학교 다니면서 친한 선생님들 프로젝트에서 코디네이터 일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독립적으로 제가 직접 기획을 했고, 아트센터 나비 미술관에서도 있었고, 그렇게 지속해서 일을 하게 된 것 같아요. 프로젝트 백업하는 일부터 능동적으로 기획하는 일까지 경험을 차근차근 쌓아 온 것 같아요.

 

Q. 문화예술을 기획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제가 원래 시각예술 베이스인데 실제 프로젝트가 시각예술이 아닌 경우도 많고, 다른 장르가 섞인 경우도 많았어요. 미디어아트 기획을 할 때도 그렇고 행화탕처럼 공연, 축제 형식도 있는데 물론 제 전문분야인 전시 기획에 좀 더 힘을 주고 있긴 하지만, 다양한 장르와 형태를 엮어서 하나의 큰 행사나 프로젝트로 만들어내는게 제일 매력인 것 같아요.

 

Q. 전시를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제가 하는 전시들에 그 작가들 창작자들은 대부분 기존작업을 가져오더라도 새로 프로덕션하거나 리프로덕션 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나 미디어 작업은 공간에 들어왔을 때 그 공간에 맞춰서 새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염두에 두는 부분은 제 전시에 그 작가의 그 작업을 가져오는 이유가 명확히 있는데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에요.

 

작업물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제 전시에 왔을 때 이렇게 해석됐으면 좋겠다는 관점을 갖고 있어요. 그 부분을 작가랑 많이 이야기하고 조정하면서 새로운 버전의 전시나 프로젝트에 맞는 작품을 가져오고, 같이 만들어내는 거죠. 물론 작가의 작업이고 기획이지만 그런 식으로 접근을 하는 편이에요.

 

Q. 작품을 큐레이팅할 소재, 아이디어를 확장하는데 나만의 관점이 있다면?

 

제가 생각하는 큐레이팅은 일상생활에서 내가 캐치하는 것들을 전시나 문화나 예술로 가져오고 그걸 다시 사람들에게 보여주거나 체험하게 전달하는 거예요. 조금 더 실생활에서 마주할 수 있는 소재가 예술로 들어오는 것에 관심 있어요.

 

물론 예술에 대한 지식이나 미술사적 입장을 학문적으로 공부를 더 하면 좋겠지만 그게 꼭 그렇게 좋은 전시를 만들기 위한 필수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미디어아트도 그런 마음에서 기획으로 많이 접하게 되었어요. 스마트폰도 그렇고 일상에서 다루는 기계장치가 예술의 범주로 다시 해석되는 형태가 많잖아요. 예를 들면 원예라든지 자신들의 노동현장이라든지 그런 것이 예술이라는 포맷으로 다시 보여 사람들이 새롭게 인지하게 하는 부분이 좋아요.

 

개인적으로 전시의 워크숍 형태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감흥을 더 남기는 것 같아요. 단순한 형태의 전시 기획도 계속 있겠지만, 저는 조금 더 예술로 들어올 수 있는 상황, 사례들을 많이 찾아보고 분석을 하다 보면 자신이 어떤 기획을 하든지 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생활에서 예술로 가져온 게 다시 생활로 환원되는 그런 구조의 접근을 하고 싶고 그런 프로젝트들을 앞으로도 아마 계속할 것 같습니다.

 


PART 2. 아티스트의 작품 활동과 관점을 살펴보다

 

 

영국의 권위 있는 미술상인 ‘터너상’을 수상했던 <어셈블>이라는 그 팀은 디자인 팀인데 미술상을 받았어요. 그 팀이 한 일은 산업쇠퇴로 번영했던 지역이 할렘가가 되어 가고 있었는데 그 마을의 공간이랑, 문화환경을 미화시켰거든요. 쉽게 얘기해서 엘리트 교육을 받은 건축전공 작가들이 대부분인데 자기들이 작가나 디자이너라는 입장을 버리고, 어셈블이라는 팀으로 활동하면서 지역에 화분을 놓고 혹은 문고리나 부서진 파편을 모아서 지역 특산물을 개발하는 등 지역을 되살리는데 오랫동안 도움을 준 팀이에요.

 

그런 팀이 미술가를 위한 터너상을 탔다는 건 굉장히 시사할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작가주의라는 말이 있죠. 그러니까 ‘예술이 권위를 갖고 예술가라는 천재가 만든 작품을 우리는 수용한다’라는 그런 개념의 전시가 아니라 예술가나 기획자가 권위 있는 프로젝트보다 일상생활에서 개개인이 함께 합을 맞추고 결과적으로는 예술 활동이 사람들의 일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프로젝트가 더 많아졌으면 해요.

 

Q. 전에 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도 일했었고, 지금은 도시의 크고 작은 다양한 문화공간에서 전시를 기획하고 있는데요. 작업할때 공간마다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불특정 대중 앞에 드러낼 수 있는 공공장소에서 행해지는 문화, 예술 활동의 성격과 (미술관도 공공장소이지만) 미술관에서 실험적인 작품을 할 수 있는 부분에서 그 성격이 확실히 차이 나는 것 같아요. 근데 두 공간의 차이를 정의 내리기 쉽진 않아요. 그때그때 작품에 따라서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놓이고 제시 되냐에 따라서 해석이 워낙 달라지니까요.

 

공공미술이나 커뮤니티아트 프로젝트는 장소에 따라서 특정적인 기획이 들어가거나 작품이 들어가는 형태여서 공공미술 쪽은 장소적 맥락이 더 중요하고요. 그 장소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좀 파악하고 그 사람들이 적어도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기획이 들어가야 해요. 미술관이나 일반적인 갤러리는 화이트큐브라고 하잖아요. 흰 벽으로 이루어진. 작품에 좀 더 집중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 물리적인 혹은 맥락적인 부분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Q. 기획자로서 미교씨는 함께 작업할 작가들과 어떻게 소통하시나요?

 

저도 과거에 작품작업을 해봐서 느끼는 부분인데요. 작품을 대할 때 기획하는 입장에서 터치하는 것과 흡사 내 작업인양 떠미는 거랑 다른 부분 있더라고요. 필요할 땐 어느 정도 깊게 들어가서 좋은 작업을 하고 시너지를 내면 좋겠지만 조심스럽고 민감한 부분들이 달라요. 작가마다 성격이나 반응, 작품이 다 다르다는 걸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큐레이터도 똑같은 예술인이다 보니, 스타일 다 너무 달라요. 물론 전시라는 결과로 집결되긴 하지만 전시까지의 과정과 전시 이후의 관계들이 다 달라요. 또 사람과 사람의 조화마다 다르고, 전시 이후에도 같이 진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또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좀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새로운 판을 짜서 다시 함께 재미있게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 판을 짜는 게 일이고 또 이왕 기획을 시작하면 그 사람한테 더 좋은 기회가 되는 판을 짜고 싶다는 욕심이 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자주 연락합니다. 되도록 다시 일을 시작할 때는 저한테도 그렇지만 그 사람한테 특히 더 좋은 기회일 때 만나고 싶어요. 한번 작업했던 분들은 다음 프로젝트가 어떤 성격과 생각을 갖고 있는지 보면서 ‘이 판에는 이 사람이 어울리겠는데?’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물론 필요에 따라서 리서치를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하지만 기존에 같이 작업했던 분들은 제 머릿속에 계속 있는 거죠. 연상하면서 연락해요. 혹은 그분이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추천을 받기도 하고요. 저는 기획을 할 때, 이런 네트워킹이 큰 힘이 됐고 일을 할수록 점점 더 넓어지는 것 같아요.

 

사람 만나는 걸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만나면 ‘나는 이 사람들과 함께 뭘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분야마다 특징도 배울 수 있어서 다른 장르나 아니면 다른 입장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Q. 문화예술 분야 큐레이팅, 기획하는 현재의 일을 좋아하고 즐겁게 일하시는 것 같아요.

 

저는 사실 큐레이팅이 내 천직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제가 사람 만나서 이야기하고, 차 마시고 술 한잔하면서 친해지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제 분야에서 이런 성향을 일이나 성과로 낼 수 있는 게 큐레이팅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기획하게 된 것 같아요.

 

사람 만나는 걸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만나면 ‘나는 이 사람들과 함께 뭘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분야마다 이런 특징이 있다는 것도 배울 수 있어서 다른 장르나 아니면 다른 입장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네트워킹이라는 말로 뭉뚱그려서 말하지만, 네트워킹보단 좀 더 생태계에 가까운 느낌이에요. 서로 계속 영향을 주고 받으니까요.

 

Q.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일로 만났을 때 힘든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제가 웬만하면 친화력이 있는 편이고 일을 할 때 어느 정도는 맞춰서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 정말 나랑 안 맞는 사람도 있다는 걸 배웠어요. 친해지거나 좋게 지낼 의지가 없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는데. 그때 충격을 받기는 했죠. 근데 제가 무너질 일은 아니더라고요.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다르게 하면 되니까 그런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있어요.

 

작년 연말에 했던 <퍼폼>을 제일 즐겁게 했어요. 시각예술 작가 두 분이랑 같이 시작한 프로젝트인데, 대안적인 마켓, 예술 마켓으로 시각예술의 퍼포먼스 부분을 관람하고 직접 체험하는 것도 공연예술로 조명한 프로젝트입니다.

 

Q. 기획자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이었나요?

 

최근 기획한 거는 작년 연말에 했던 <퍼폼>을 제일 즐겁게 했어요. 시각예술 작가 두 분이랑 제가 같이한 프로젝트인데. 대안적인 마켓, 예술 마켓을 제시하려고 했어요. 시각예술에 퍼포먼스 부분이 있잖아요. 근데 퍼포먼스를 주로 하는 시각예술 작가들이 전시형태로 왔을 때 전시의 주가 되지 못하고, 오프닝이 부대 행사나 혹은 퍼포먼스를 기록한 영상이라든지 이런 물질적인 형태로만 자꾸 보이는 거예요.

 

퍼포먼스가 퍼포먼스로 온전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을 실험하고 싶었던 거죠. 원래는 작가분들이 먼저 제안했고, 제가 참여해서 공동 기획으로 탈영역 우정국에서 전시했어요.

 

이전에 굿즈, 오브제 같은 파생된 부산물들을 판매하는 실험을 했다면, 퍼폼에서는 시각예술에서 퍼포먼스가 관람하거나 참여하는 행위 자체를 체험으로 인식했고, 공연예술처럼 티켓을 판매하고 관람료 지불하는 것을 넘어 체험을 사고 판다는 개념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사실 힘든 부분이 많았지만 프로젝트가 끝나고도 계속 주목받기도 했고, 당시 분위기도 좋아서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Q. ‘퍼폼’에서 주목받았던 혹은 눈길을 끌었던 퍼포먼스가 있다면?

 

박중범 작가의 ‘노짬뽕’이라는 퍼포먼스가 있었는데, 관객들과 함께 짜장면을 먹는 퍼포먼스를 진행을 했어요. 원래 박중범 작가가 짜장면을 너무 좋아해서 그런 퍼포먼스를 기획하셨는데. ‘노짬뽕’, 짬뽕이 아닌 짜장면을 함께 먹는 그 프로젝트에서 관객들은 일단 의외의 경험을 하는 거죠. 기존 공연 예술에서 접근하는 방식이 아닌 퍼포먼스니까요. 그 밖에도 시각예술에서의 퍼포먼스의 개념이 워낙 넓다 보니까 실험적인 작업이 많이 나왔어요.

 

괄호라는 팀은 원래 무대 설치팀인데, 그 팀의 무대 설치과정 자체 그니까 무대를 설치하는 동작들 있잖아요. 망치질을 하고, 볼트 너트를 조인다든지. 이런 것들을 안무로 연출해서 퍼포먼스를 했었거든요. 그런 것들도 관객들이 신선해하고 새로워했었고요.

 

에르메스나 권위 있는 곳에서만 실험적인 퍼포먼스나 전시를 진행했던 정금형 작가가 워크숍 형태로 자신이 움직이는 방식이나 시선, 퍼포먼스를 가르쳐주는 것도 있었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볼 수 있도록 했던 것 같아요.


PART 3. 기획자도 창작자다

 

 

Q. 소속 없이, 말하자면 독립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는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 좋은 점이나 고충이 있다면?

 

정확히는 혼자 하는 프로젝트가 거의 없어요. 공동으로 같이 기획하거나 누군가 도와줄 사람을 요청하거나 하는 식의 큰 행사들이 많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여러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할 수 있어요. 예전엔 큐레이터가 단독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어가고 전시를 기획하고 그걸 어시스턴트 하는 친구들로 구성된 형태였다면, 요즘은 30대 기획자끼리 동년배 기획자, 아티스트들이 조합되어 콜렉티브로 중심이 되고 한자리에 모여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많이 경험하고 있는데, 저도 이런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만나고 기획하고 있어요.

 

사실 독립 큐레이터라는 말이 제일 오글거려요 (웃음) 뭔가…나는 아웃사이더야, 나는 나 혼자로 존재할 수 있어 이런 느낌이잖아요. 저도 용어에 대해서 어떻게 할까 고민 중이긴 한데 광범위하게 기획자가 더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소속되어있는 공공미술 쪽은 회사이긴 하지만 독립적인 활동을 이해해주는 부분이 있거든요.

 

근데 미술관 큐레이터는 아무래도 기관으로서 대표성, 갖고 있는 권위 때문에 개인 기획자들한테 제약이 많아요. 그거에 반발심으로 만든 느낌의 ‘독립 큐레이터’라는 용어가 물론 인디펜던트 큐레이터라고 해외용어를 그대로 번역한 거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독립’이라는 단어가 뭔가 사명감이 있고 미술계에 한 획을 긋고, 이름을 걸고 그런 느낌을 주는 것 같아서요. 저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그거 외에 다른 식으로 불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고, 현장에서 전시회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그냥 “미교씨”라고 바쁘게 불렸던 기억만 있네요. 여기저기서 미교씨를 찾는 기억이 더 많은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큐레이터, 기획하는 일을 하시는 분들을 부를 수 있는 다른 명칭이 있다면 무엇이 좋을까요?

 

요즘은 예술가, 작가 이런 단어보다 메이커라든지 창작자라든지 점점 더 큰 범위로 뭉뚱그려서 지칭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창작자라는 표현을 쓰는 게 더 맞는 것 같고, 기획자도 사실 어떻게 보면 창작자의 입장인 것 같아요. 우리가 논문을 쓸 때 인용 구절을 발췌해서 정리하고 자신의 논지를 전개해 나가잖아요.

 

전시나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도 기존 아티스트들이나 창작자들의 것을 발췌해서 하나의 맥락으로 엮어내는 형태인 프로젝트가 제가 주로 다루는 프로젝트들이고, 참여형 커뮤니티아트는 조금 다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과정에서 저도 창조적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얘기하면 창작자나 기획자 포지션이 맞는 것 같고 요새는 그런 단어들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 같아요.

 

독립큐레이터라기엔 제가 기획하는 일을 저 혼자 스스로 온전히 자립적으로 자생적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어느 정도 기금에 의존하고 실질적인 돈이 아니더라도 다른 인적, 문화적 가치를 가져와서 서로 엮어서 만들어 내는 거니까요.

 

국가, 미술관 등에 결과물보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네트워킹 코스가 많아지고 있어요. 조금 더 관심 있게 바라본다면 예비기획자를 위한 기회가 많을 거예요.

 

Q.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약할 예비기획자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현대미술을 접하는 방식이 네트워킹이 많아지고 그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늘고 있는 것 같아요. 행화탕을 같이 기획하는 친구를 만난 계기도 그런부분인데. 아르코 ‘한국 예술창작 아카데미’라는 새로운 기관에서 젊은 창작자들을 모아서 워크숍이나 세미나를 하고 그들의 기획을 발전시켜 사업비를 주는 형태의 코스가 있었어요. 그런 코스를 통한 네트워킹으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요.

 

결과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고 서로 네트워킹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코스가 더 많아지고 있어요. 미술관도 비슷하게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그런 것들을 활용하는 게 더 실질적이지 않을까요? 근데 무엇이 옳고 그르냐에 대한 판단이나 무엇이 최소한 무엇이 좋고 싫다는 그런 취향적인 부분은 결국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하는 것이 답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국가에서 지원하는 다양한 코스가 있다는 것도 살펴보고 지원하고 참여할 수 있으면 참여하는 방법이 더 빠르게 현장에 나오고 자기가 하고 싶은 기획이 뭔지 찾는 방법일 것 같아요. 학교에서는 공부가 중요한 거고 공부는 나 혼자 하는 거고 결국 배우는 행위 자체도 스스로가 하는 거거든요. 근데 그걸 굳이 학교뿐만 아니라 조금 더 관심 있게 주변을 돌아본다면 폭넓게도 볼 기회가 많지 않을까 생각해요.

 


PART 4. 공식질문

“우리 사회에 예술이 필요한 이유”

 

 

예술은 사실 직접적인 사회 구성은 아니지만, 그냥 우리 삶을 다르게 볼 시간을 주는 체험인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재미있고 그런 해석 방식을 제시하는 기획자로서 좀 열린 결말이라고 하죠 그런 것을 낼 수 있는 과정이어서 재미있고 즐거운 것 같아요

 

Q. 한 사회구성원으로서 문화예술 기획자로서 나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그냥 저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에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사람을 만나는 게 좋으면 사람을 만나는 게 좋은데 이걸 좀 더 체계적으로 만나야지 해서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는 판을 짜고 문화예술 분야 쪽 기획을 하게 되고 이러는 것 같은데요. 앞으로도 계속 제가 재미있어 보이는 것들을 하면은 나중엔 뭔가 되어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