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문학주간을 맞이하여 문화·예술·교육·사회 전반에 대한 아티스트의 생각을 들어보는 인터뷰 프로젝트 <젊은 예술, 문학을 만나다>. 작가의 태도, 가치관, 창의성, 소통, 감성이 반영되는 작업이나 작품활동 이야기, 작가 개인의 생각을 따라가 보며, 문학이 우리 삶과 인간에게 주는 긍정적인 효과와 강점을 알아보고,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아티스트와 함께 예술과 문학의 미래를 그려봅니다.
김혜진 소설가, 정희영 배우, 진보경 소설가
무뎌진 감각을 깨워줄 문학의 매력, <문학주간 2017>. 예술가들이 문학을 소재로 각자의 생각을 보여주는 “작가스테이지” 프로그램에서 ‘김혜진 소설가’, ‘정희영 배우’, ‘진보경 소설가’가 함께하는 <소설in(人) 서울!>은 소설 속에 드러난 서울 각 지역을 독자들과 함께 소리내어 읽고, 서울이라는 도시가 오늘날 우리 문학 안에서 어떻게 형성되는지, 서울이라는 상징적 도시 공간을 매개로 소설과 개인의 체험을 연결하여 독자들에게 사적이고 내밀한 독서의 방법을 제안합니다.
더불어 세 아티스트의 문학과 예술, 교육에 대한 심도있는 생각을 들을 수 있었던 인터뷰 지금 시작합니다.
PART 1. 아티스트를 소개합니다
Q. 문학주간2017 작가스테이지 ‘소설 in(人) 서울!’팀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문학주간2017 작가스테이지 선정된 ‘소설in(人)서울!’ 팀 소설쓰는 김혜진, 연극배우 정희영, 소설쓰는 진보경입니다.
(김)”소설 in(人) 서울!”은 소설을 읽으면 서울이 무대가 되는 경우가 참 많은데, 소설로 서울을 한 번 들여다보자라는 취지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근데 서울 전체를 잡으려니 너무 중구난방이 되니까 서울을 지역별로 나누고, 한두 개 정도 소설을 골라서 작가스테이지에 오시는 분들과 같이 낭독도 하고 서울에 얽힌 어떤 개인적인 이야기를 듣고 나눠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Q. 이번 작가스테이지를 기획하시면서 중점적으로 생각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정) 저희가 혜진, 보경 선생님 작품을 낭독하고 다른 작가의 서울을 그린 작품도 낭독하는데 단순히 이제 작가, 배우가 들려주는 개념이 아니라 같이 오신 분들이 체험하고 같이 경험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서 그분들의 이야기도 듣고 직접 낭독도 하는 그런 코너를 준비하고 있거든요. 단순히 보고 가는 식이 아니라 함께 즐길 수 있는 작가 스테이지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Q. 문학은 주로 책으로 접하는데 낭독으로 책을 접했을 때 색다르게 다가오는 포인트는?
(김) 보통 책을 읽을 때 사람들이 목독하잖아요. 대부분 눈으로 책을 읽는데 예전에 낭독하는 곳을 한 번 간 적 있었어요. 그때 낭독을 하는 사람에 따라서 ‘그 책이 되게 달라진다’라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사람이 어떤 장소에서 어떻게 어떤 목소리로 읽느냐 하는 게 주는 어떤 정서? 책을 풍부하게 만든다고 해야 하나? 저희도 좀 다양한 분들이 오셔서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기대감 같은 것도 갖고 있어요.
(진) 제 생각에는 눈으로 보는것에서 귀로 들으니까 상상의 폭이 커지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합니다. 저희가 다른 낭독회랑 조금 차이점이 있다면 독자들과 함께 낭독을 참여하는 식으로 할거고 근데 또 어떤 분들은 부담스러워 하실 수 있잖아요. 그럴 때 저희가 공연 전문가이신 정희영 선생님이 낭독극, 혹은 1인극까지도 생각하고 있거든요
(정) 미리 선정된 책에서 몇몇 부분은 이제 그대로 만들어서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문학주간2017 작가스테이지 “소설 in(人) 서울!”을 즐기는 팁은?
문학 작품이지만 처음 본관에 오면 서울 지도와 분야별로 선정해 놓은 두 문학작품이 프린트되어 벽면에 붙여있을거예요.관객들이 오셔서 자신이 어느 지역에서 왔는지 표시하고, 마음에 드는 작품 아니면 마음에 드는 지명이있는 작품을 골라서 갖고 계시다가 보경 선생님이나 혜진 선생님의 작품 낭독 후에 본인들이 고른것 중에서 본인이 직접 낭독하고 싶다거나 아니면 골라주신 분 나와주세요 해서 관객을 무대로 모시는 방법을 생각 중이에요.
그리고 무대에서 함께 문학을 읽고 ‘왜 그 작품을 고르셨는지’, ‘그 장소에 살고 계시는지’ 간단한 인터뷰를 통해 그 지역에 대한 자기의 문학적인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하면서 관객들아 문학을 좀 더 가깝고 풍부하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PART 2. 아티스트의 시작점
Q. 개인적인 질문을 드려볼게요. 문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저는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결과론적으로 지금 제가 글 쓰는 사람이고, 소설을 쓰는 사람이니까 그럼 내가 왜 쓰게 되었지 생각을 해보면, 예전에 백일장에서 상을 받은 거 혹은 내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혹은 그냥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게 즐겁고 그런 시간이 중요했기 때문에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진짜 깊게 생각해보면 ‘나는 왜 이 직업이 왜 참 좋을까?’라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왜냐하면 글쓰는 것이 항상 즐겁진 않거든요. 저는 이게 혼자서 하는 일이라서 좋아하는 것 같아요. 돈을 버는 다른 일은 항상 다른 사람을 만나야 되고, 글을 쓰는 것도 물론 사람과 관계 속에서 발생하기는 하지만 제가 작업할 때 저만의 바운더리를 치고 몰입할 수 있거든요.
생각해 보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세상에 그렇게 많이 남아있지 안잖아요. 시를 쓴다거나 소설을 쓴다거나 하는 일이, 수공예처럼 마치 수작업처럼 혼자 하는 일이라서 소설을 쓰게 되지 않았겠냐는 생각을 해요.
Q. 작품이 결과물로 세상에 나와 독자를 만나게 될 때 걱정되거나 두렵진 않으신가요?
작업이라는 게 혼자 있지만, 항상 밖을 내다보고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원고를 쓸 때는 혼자만의 시간이지만 책이 나오기까지 편집자가 이거 고쳐주세요 저거 고쳐주세요. 이렇게 얘기하면 고치기도 해야 하고, 주변 친구들 혹은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하는 과정이 있어서 그런 과정은 그냥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이제 그런 경우는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제가 독자들한테 쉽게 읽히는 책 혹은 재미있게 읽히는 내용으로 써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고, 이건 정말 싫어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글이 있잖아요. 근데 항상 예상과 달라요. 싫어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던 작품이 예상치 못한 좋은 반응이 올 때도 있고, 혹은 이거 재미있는데 좋아하겠지? 라고 해서 보여줬는데 반응이 오지 않을 때도 있고. 그래서 예측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Q.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 우리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소시민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아요.
제가 제대로 된 일을 못 해봐서 항상 그것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어요. 20대 때는 취업을 좀 해볼까? 라고 생각 한 적도 몇 번 있었는데 소설을 써야 하니까 거기서 오는 충돌이 있었고. 또, 제가 학교를 오래 다니다 보니까 그런 문제도 있는데. 일이 안정되지 않을 때 오는 불안감? 그 일이라는 것이 단순히 돈을 버는 것뿐 만은 아니고, 살아가는 어떤 중심축이 되는 어떤 그런 건데.
요즘 제대로 된 일을 잡기가 어렵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여서 거기에 대한 생각이 그런 면들이 저이기도 하고 또 제가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기도 해요. 일에 대한 어떤 불안감이 불러오는 어떤 그 사람들에 대한 처지? 현실? 그런 것 같아요.
Q. 그런 불안함이 있어도 문학을 소설을 하고 계신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문학을 하는 이유… 저는 거창한 거는 생각하진 않았어요. 소설을 쓴다고 하면 나와 가까이 있는 인물, 그다음에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인물들을 쓰다 보니까 그런 사람들을 쓰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만약에 제가 갑자기 미국에 가서 살게 된다거나 갑자기 돈이 많아진다거나 그래서 만나는 사람이 완전히 달라진다거나 공간이 바뀐다고 하면 뒤에 소설도 바뀌겠죠? 제 소설은 제가 서 있는 어떤 자리? 지금의 저를 보여주는 거울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Q. 다른 방법보다 글로 삶을 표현하는 것에 어떤 매력이 있나요?
저는 오히려 이런 생각이 들어요. 연극하는 분들을 요즘에 보게 되는데. 몸으로 표현하고 활동하잖아요. 수업시간에도 애들한테 말로 설명하려면 오래, 길게 이야기해야 해요. 집중도 시켜야 하고. 그런데 희영 선생님 같은 경우엔 동작으로 딱 한 번 보여주면 끝나거든요. 저는 그게 참 안되더라고요. 그런 다른 것들이 안되니까 글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들고, 굉장히 정적인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몸보다는 머리를 많이 쓰는 활동이고요.
Q. 글을 쓰는 활동이 정말 많은 생각이 필요할 것 같은데 글 쓰는데 힘든 건 없으신가요?
글이 술술 나오진 않죠. 그런 사람은 아마 없을 거로 생각하는데. 그 과정을 즐기는 게 또 작가가 아닌가 싶어요. 세상에 쉬운 일은 없고, 다른 모든 분야든 직업으로 삼아서 활동하는 분들 모두 막힘과 그 답답함과 두려움의 시간, 후회의 순간들이 있을 거에요.
제가 데뷔를 늦게 했어요.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가 소설 쓰기 시작한 게 서른 좀 넘어서였거든요. 제가 직장인이었을 때를 생각해 보면 그때 버티고 견뎌야 했던 일들에 비해서 그래도 글을 쓰면서 그렇게 내가 힘들고 좀 어떻게 보면 지치고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는데 그 시간이 예전 사회생활보다 덜 힘들고. 뭔가 마쳤을 때 또 작가 자신에게 오는 큰 보상이 있거든요. 그래서 힘들지만 그래도 또 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사회에서 보기엔 직업을 안정적인 직장인에서 소설가로 바꾸셨는데, 그 과정에서 오는 걱정의 시선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가족, 친구들 걱정도 많이 있었죠. 제가 서른 무렵에 결정했잖아요. 그랬는데 이제 다 큰 사람의 진로 결정이었고, 결혼하고 소설을 시작했어요. 남편도 소설가거든요. 글을 쓰는 사람과 함께 삶을 살다 보니 가장 가까운 사람이 응원도 해주고, 물론 힘든 부분은 경제적인 부분인데 그런 건 서로 아르바이트나 다른 일을 하면서 큰 욕심 내지 않고 버티고 하면 되니까요. 가족들 엄마, 어머니가 걱정은 해도 말리거나 갈등? 마찰? 그런 건 크게 없었어요.
Q. 글에 매력을 느끼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누구나 다 그러겠지만. 중·고등학교 때 책 읽고 글 좀 끄적이고 그런 걸 좋아했었어요. 근데 직장생활 하면서 까마득하게 잊고 지냈더라고요. 책은 틈틈이 읽긴 했지만요. 상투적인 얘기지만 서른이 되면서 내가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구나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생각을 오래 했었어요. 그래서 과거로 반추하고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게 뭐지? 저와의 대화를 많이 했는데. 그게 글 쓰는 거였고, 틈틈이 읽었던 책도 영향을 많이 줬던 것 같아요.
직장생활 하면서 좋은 점도 있었지만 행복하단 느낌이 없었어요. 인간이나 세계에 대한 이해 안 되는 부분들이 너무 많았어요. 사회생활을 하고 직접 체험 하면서 특히 많이 느꼈고요. 그런데 책을 읽으면 그 문학이라는 세상 안에서는 위로도 받으면서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았어요. 아! 내가 이해 못 하는 것,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궁금한 것,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그러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나는 이렇게 생각해요, 당신들도 그런가요?’ 이런 식으로 한번 질문을 던지고 싶었던 게 제 글쓰기의 시초였어요.
Q. 연극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제가 되게 낯가림이 심하거든요. 그래서 항상 말을 잘 못 하고 그랬었는데. 그냥 희곡 대본을 받았을 때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그 재미가 너무 좋아서 계속 연극을 하게 되었고 배우 생활까지 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Q. 배우 생활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이나 관객들의 호응이 좋았거나 자신이 희열을 느꼈었던 그런 작품이 있었나요 ?
제가 작년에 했던 작품 중에 <다시 뛴다>라는 작품이 있었는데 한 시간 반 가까이 뛰는 작품이에요 마라톤 연극인데 물론 무대 밖으로 나갈 땐 쉬기도 하지만. 관객들이 봤을 땐 정말 마라톤을 하는 것처럼 계속 뛰는 역할이었거든요. 거기서 맡은 역할이 정세은이라는 인물이었는데 아줌마로 지내다가 마라톤을 하면서 자기의 인생에 관해서 이야기 하게 되는 그런 작품이었어요.
제가 마라톤은 해본 적은 없지만 ‘아, 이런 맛에서 마라톤을 하는건가?’를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거든요. 뛰면서 희열이 정말 큰 작품이었고, 계속 움직이고 뛰는 모습이 그 인물에 좀 더 깊숙이 투영될 수 있던 작품이어서 인상 깊었던 역할이었어요.
Q. 다양한 연극에서 다양한 인물을 연기할 수 있는 나만의 즐거움이 있으신가요?
아무래도 다른 일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연극을 할 때만큼은 나중에 좀 더 심도 깊은 작품을 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아, 나는 힐링한다’ 라고 생각하며 꾸준히 연극을 하고 있거든요. 그 매력이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인물로 살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다른 삶을 사는 느낌도 얻을 수 있고요.
PART 3. 아티스트 예술교육으로 만나다
Q. 세분은 어떻게 만나게 된건가요? 분야도 나이도 모두 다른데 함께 작가스테이지를 준비하고 계세요.
(김) 저희가 현재 서울문화재단에서 예술교사 활동을 하고 있어요. 3월에 같이 팀 구성이 되었고, 학교도 나가고 같이 회의도 하고, 서로 연극 문화 파트니까 같이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Q. 소설가 두 분, 배우 한 분, 분야가 다른 사람끼리 만난 팀으로 함께 하니까 좋았던 점이 있으신가요?
(김) 희영 선생님이 배우긴 하지만 연극도 희곡을 기반으로 하는 활동이고, 국문학을 전공하셨어요. 그래서 문학 쪽으로 굉장히 많이 통하고, 얘깃거리도 풍성했어요. 그리고 현장에서 부족한 부분들 예를 들어 교육대상이 중학생이다 보니 글보다는 행동, 액션으로 하는 수업이 많아요. 그럴 때 우리 연극선생님이 너무 잘 해주셔서 저희가 보고 배우는 부분도 많았어요. 이상하게 서로 잘 통하는 면이 많더라고요. 다른 분은 어떤 면에서 통했는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정) 저희 팀명이 <글가온>이에요 ‘글의 온도를 더하다’, ‘글의 가운데’ 이런 의미인데요. 저희가 연극, 문학이지만 글을 매개체로 통하는 면이 있었어요. 제가 부족한 면은 두 분 선생님이 채워주시고, 또 선생님들이 부족한 면은 제가 채워 줄 수 있는 그런 시너지 효과가 있어서 안정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소설과 이제 연극분야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모였는데 시너지효과가 컸던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접목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서 결속력도 좋고 단합도 잘 되고, 이렇게 작가스테이지도 같이 응모하게 되고 활동을 만들어 가는 그런 효과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Q. 예술교육은 누군가에게 나의 작업과 생각을 나누는 거잖아요. 어떻게 작품활동 외에 교육분야에 마음을 갖게 되신건지요?
(진) 잠깐 말씀드렸지만 소설 쓰면서 주 수입원이 없다 보니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아이들 문예 창작 지도를 하기 시작했어요. 지인 소개로 출강도 나가다가 우연히 서울문화재단에서 중학생 상대로 예술교육을 한다는 공고를 봤는데 제가 아이들 상대로 학교에서 교육하다 보면서 느꼈던 갑갑함이 조금 있었거든요 한 학기 동안 문예창작이긴 하지만 예술 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뭘 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와중에 지원했고 다행히도 선정이 되었죠.
Q. 문학을 교육하는 부분에서 어떤 점이 고민되셨나요?
(진) 학교에서 하는 문학교육이다 보니 학생들에게 이론을 가르치고 좋은 작품 읽히고 써보게 하는 기본만 하거든요. 일주일에 한 번 뿐인데 저도 그렇고 학생들도 목말라 했어요. 수업도 더 하고 싶고 다른 활동도 더 하고 싶은데 학교에서는 학기 초에 커리큘럼 계획서를 내고 진행하다 보니까, 틀에 맞춰서 아이들하고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거 이상 하기가 어려운 거에요.
저도 시간이 더 있었으면 공연도 보여주고 싶고, 같이 그림도 보여주고 싶고, 밖으로 전시회 데리고 나가서 느낀 점도 얘기하고 문학이 꼭 읽고 쓰는 것만으로 느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여러 곳에서 자양분을 얻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부족함을 느꼈었어요
지금 하는 예술 교사는 그나마 여러 예술 분야 선생님들과 같이 교육을 하다 보니 제가 조금 아쉬움을 느꼈던 부분들이 어느정도 채워지죠. 글을 쓰고 시를 쓰는 것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예술적 심미안을 가지려면 자극을 많이 받아야 하는데 그런 부분을 우리가 하는 예술교육이 어쩌면 많이 채워주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Q. 지금 하고 계신 예술교육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진) 예를 들어서 기존에 제가 문예 창작 수업때는 책을 읽고 그 작품을 시대적 배경, 작가의 생애, 작품 분석 그렇게 들어갔다면요. 예를들어 고골의 ‘외투’를 가지고 수업을 하면 동영상으로 러시아의 기후에 대해서 보여주고, 얼마나 추운지 아이들에게 알려주죠. 그 다음에 당시 관료제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다음에 작품이 요약된 몇 장의 그림을 준비해서 나눠 줘요.
줄거리를 상상해 보게 하는 거죠. 같은 정보여도 전혀 다른 이야기로 나올 수 있거든요 같이 이야기하고 원래 작품은 이거란다 그런 다음 줄거리를 요약해서 알려줘요. 아이들에게 연극 소품을 준비해가서 연극 지도도 하면서 장면 하나씩 극으로 재현해 보는 것까지 하고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 확실히 문학을 많이 체험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Q.연극은 예술교육에서 어떻게 보여주시고 있나요?
(정) 제가 워낙 아이들을 좋아해서 10년 가까이 수업을 해 왔는데요. 연극수업 할 때 단순히 연극공연을 재연하는 식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직접 대본을 써보게 해보고 지역 아이들이면 그 지역의 이야기를 발굴해서 관심을 갖게하는 그런 식의 수업을 해왔었는데 소설가 두 분과 같이 하다 보니까 이야기를 끌어내는 영역을 더 많이 포함시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말씀하셨지만 고골의 ‘외투’라는 작품도 저도 읽기는 했지만 이걸 어떻게 보여줄까에 대한 의문이 쉽게 풀리지 않았는데. 세 명이다 보니 아, 이렇게 하면 좋겠다 하는 의견이 취합돼서 선생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혼자 뭔가 해 보일 때보다 아이디어들이 합해져서 조금 더 나은 수업의 양질을 마련할 수 있었어요.
Q. 아이들과 함께하는 활동이 연극만큼 좋은 점이 있다면
(정) 제가 무대에 설 때는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 아니면 못했을 때 자책감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공연하는 걸 같이 했을때는 마냥 뿌듯함으로 오는 것 같아요. ‘해낼 수 있구나!’ 라는 느낌이 보이거든요. 제가 아직 다 아는 건 아니지만 마치 내 아이가 뭔가를 해낸 것 같은 뿌듯함이 그냥 단순히 발표 하나를 했을 때도 ‘이렇게도 할 수 있네’ 하면서 얻어가는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교육하면서 내가 가진것을 알려준다는 느낌보다 ‘그 아이에게 배우는구나!’ 라는 느낌이 강해요.
(김) 저는 제가 애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거든요. 왜냐하면 말이 잘 안 통하니까. 그들의 언어를 제가 배워야 하고 소통하는 게 어렵고 번거로운 일이다 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제가 아이들을 예상외로 좋아하더라고요.
제가 친구들한테 자꾸 아이들이랑 활동한 사진을 보내주고 있는거에요. ‘오늘 우리 애들이 이런 거 했다, 저런 거 했다’ 애들이 얼마나 잘하는지 친구가 관심이 없다고 하는데도 제가 자랑을 하고 있는거에요. 또 실제 수업에서도 제 기대치를 항상 넘어서는 순간들이 있고요.
제가 제일 인상 깊었던 거는 인생 그래프 같은 수업을 했어요. 어떤 나잇대에 왜 좋았고 왜 싫었는지 왜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각자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어떤 중학교 1학년 여학생 하나가 인생 그래프를 안 그리고 그냥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어요. 빨리해야지 했더니 ‘지금, 오늘이 제일 중요하다.’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때 되게 깜짝 놀랐어요. 감동의 순간들이 계속 있어서 그 힘들긴 하지만 즐겁고 또 보람도 있고 그래요.
Q. 아이들이 그러한 활동을 통해서 어떤 마음과 행동을 가졌으면 하는지, 꼭 큰 건 아니더라도 활동을 통해서 아이들이 무엇을 느꼈으면 하는지
(김) 예술이 멀지 않다는 거, 가까이에 내가 하고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예술 영역이지 소설가 아니면 연극 배우들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게 예술이라는 걸 느꼈으면 좋겠어요. 가까이에 있다는 거!
(정) 저도 비슷한데요. 예술이라고 해서 굉장히 거창하고 대단한 게 아니라 그냥 조금씩 하다 보면 그게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게 되고 좋아하는 걸 찾게 되고, 그렇게 하다 보면 배우도 되고, 작가도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예술교육이 여러 가능성을 제시해 주고, 아이들이 더 다양한 세상을 볼 수 있게 도와주는 그런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진) 예술이 나로부터 출발해서 타인에게 이르는 길이라고 하잖아요. 요즘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이 점점 개인화돼서 타인과 소통이라던가 공감 능력이 예전보다 많이 떨어진다고 하더라고요. 교과목 안에서 할 수 없는 이 부분을 우리가 예술이라는 통로를 통해서 나와 타인에 대한 이해, 서로의 공감까지 느낄 수 있다면, 예술이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PART 4. 아티스트 문학을 말하다
Q. 가을은 책 읽기 좋은 계절이라고 하는데요. 곧 9월 첫째주 문학주간2017을 앞두고 있습니다. 문학은 왜 우리 사회에 필요한 걸까요?
(진) 갈수록 세상이 각박해지고 있잖아요. 여러 가지 범죄도 그렇고. 결국 자기 스스로에 대한 이해조차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나에 대한 이해, 타인을 받아들이는 감정 그리고 소통과 공감이 많이 부족해지고 있는데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게 문학 또는 예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문학과 예술이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이유가 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오고 인공지능이 인간이 할 수 있는 많은 것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하지만 예술과 문학은 AI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믿거든요. 기계로 대체 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감성 혹은 구체적인 개성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 인류가 더 따뜻하고 좋은 모습으로 지속하기 위해서는 예술과 문학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만약 세상에 예술이나 문학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김) 문학은 언어를 가지고 하는 예술이잖아요. 그게 다른 예술과 차이점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소설을 쓰는 모습을 떠올리면 아주 구체적인 언어라는 도구로, 타인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혹은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음악은 멜로디가 있고 미술은 색감이나 시각적인 부분이 있지만, 소설은 철저히 언어로만 이루어진 예술이어서 관계나 소통 그런 모든 것에 있어 구체적으로 생각할 힘을 준다고 생각해요.
그게 문학의 힘이고 그래서 문학이 없었으면 어휘의 수가 적어지지 않았을까요? 우리가 쓰는 어휘의 수, 말의 풍부함이 없고, 앙상한 말만 남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정말 꼭 필요한 이유를 찾아보면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그걸 하려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아직은 필요하다고 얘기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제 바람으로는 그런 사람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정) 저도 제 인생에서. 항상 소설이나 문학 쪽에서 함께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늘 있으니까 소중함을 모를 때도 있고, 책도 좀 덜 읽고 하는데. 만약 문학이 없다고 생각하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나 글을 통해서 다른 것들을 구상할 수 있는 시간이 아예 없어지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고요. 연극을 할 때도 이런 문학 작품, 원본 작품들 비롯해서 이것들이 있으므로 연극도 더 풍성해졌다고 생각해요. 그런면에서 연극도 문학도 생각 없이 사는 삶을 지양하게 하는 것 같아요.
(진) 문학이 없으면 되게 외로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인간은 근본적으로 이야기 하고 싶은 본능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작가가 이제 문학이라는 형식을 빌려서 하는 거죠. 미술가는 그림으로 하고 음악가들은 음악으로 표현하듯이요. 근데 문학이 없다면 인간이 외로울 것 같아요.
한 인간이 다른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전 책 읽기를 통해서라고 생각하는데 문학이 없다면 그럴 수 없는 거잖아요. 그냥 내 주변 나의 삶밖에 알 수 없는 거고 그러다 보면 아까 선생님들이 말씀하셨듯이 자기 성찰의 시간도 없을 것이고 우리는 성찰을 통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성장하는 건데 그런 기회가 없어질 것 같아요. 그리고 혜진 선생님이 말씀하셨듯이 언어라는 골격만 남아있을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두 분 말씀 들으면서 잠깐 했습니다.
PART 5. 공식질문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나의 위치, 직업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진) 예전에는 작가와 독자의 만남이 기회가 적었다고 생각해요. 아주 많이요. 지금은 내가 직접 작가와 대화하지 않더라도 SNS라던가 많은 미디어를 통해서 그 작가의 대담을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고, 대화한 것처럼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잖아요.
이전에는 작가는 자신이 쓴 작품으로 독자와 소통을 했다면, 문학주간2017 작가스테이지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다고 생각하는데. 작가들이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책을 사서 내 작품에 대해서 일고 생각하기를 소극적으로 원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회 쪽으로 한 걸음 나아가 소통하고, 또 독자들을 한 걸음 불러들여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만남의 장이 많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어요.
같이 작품에 관해서 얘기하고 독자가 내 작품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생각했는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물론 작품이 작가의 손에서 빠져나가면 작가가 책임질 수 없는 영역이지만, 그래도 같이 얘기를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계기로 책을 읽는 사람 또 문학을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독자 층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좋은 작품을 일단 써야 되겠고 그걸로 인해서 이런 기회가 왔을 때 독자와 소통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 배우로서 제 생활을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배우로써 뿐만 아니라 다른 역할도 해낼 수 있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나만의 재능을 어느 정도 오픈하고 이용해서 도서관에서 책을 읽어 준다 던지 아니면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을 할 때 도움을 준다던지요. 배우는 꼭 연극 무대에만 서야 해 그런 것들이 아니라 제가 저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에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배우로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까지 하는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 저는 심플한데요. 제가 글을 쓰는 사람이니까 열심히 글을 쓰는거죠. 근데 글을 잠깐 하는 건 아니잖아요. 글을 쓰려면 시간을 확보해야 하고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포기해야 하는 거에요. 그 시간들을 포기하고 글을 쓴다고 해도 그 글이 쓰일지 안 쓰일지도 모르는 거죠. 가끔 그런 일들이 지난하다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글을 써보자 했고 글 쓰는 사람 됐으니까 거기에 대한 책무, 열심히 하는 것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문학주간2017을 통해 관객들이 문학에 대해 무엇을 느끼고 얻어갔으면 하시나요?”
(김) 사람들은 텍스트는 수동적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주어지면 그냥 읽으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책도 적극적으로 읽는 방식이 있고, 그렇게 읽으면 문학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독서라는 게 혼자, 개인적인 활동이 아닌 모여서 함께 읽을 때의 즐거움도 있고,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때때로 놀라운 일임을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작가스테이지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놀라움과 즐거움을 느끼시고 돌아간 다음에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이 있다니, 책도 많이 보셨으면 바람이 있습니다.
즐거운 책 읽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문학과 책은 아직 살아있구나!”
(정) 즐거운 책 읽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런 시간을 통해서 조 책을 너무 멀지 않은 존재로 여겼으면 사실 핸드폰 때문에 많이 멀어진 것도 사실인데, 핸드폰 말고 책이 있었지! 아직 책은 살아있구나! 문학은 살아있구나를 느끼고 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진) 텍스트를 읽는 행위에서 요즘은 듣는 문화로 팟캐스트가 많이 있잖아요. 이번 저희 작가스테이지는 보는 문학을 넘어 참여하는 문학이라고 생각해요. 독자 분들이 문학과 좀 더 친숙해지고, 지금까지 텍스트를 볼 때 줄거리 위주, 혹은 인물 위주로 읽으셨다면, 저희’소설in(人)서울!’ 프로그램에 참여 하시고 나서 어떤 지형, 배경에 대해서 조금 더 눈 여겨 보는 계기가 되시길 바래요.
그리고 저희뿐 아니라 다른 팀 작가 스테이지에 참여하시는 분들 모두 문학을 접하고 받아들이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서 체험하고, 단순히 읽는 문학이 아닌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문학을 느끼셨으면 합니다. 이렇게 조금씩 문학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넓어져서 사람들이 많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