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Manufacture industry is still going on :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

 

지금 주변을 한 번 둘러보라. 우리 주변에는 이제 규격화된 공산품이 아닌 것들이 거의 없다. 지금 이 글을 읽기 위해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이나 마주하고 있는 컴퓨터 모니터 역시 공장에서 대량생산 방식으로 만들어낸 공산품이다. 우리는 어떤 상품에 대한 필요를 느낄 때, ‘이러이러한 기능을 가진 요모조모한 모양의 어떤 제품이 필요하다’라고 구체적으로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 않다. 보통 막연한 필요성으로 카테고리를 정하고, 그에 따라 이미 출시된 제품 중 하나를 고르곤 한다. 이것이 후기 대량생산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주요 소비 패턴이다.

산업혁명 이후 250년 가까이 건재하게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소품종 대량생산’ 패러다임은 이제 새로운 기술의 도입과 이에 따른 소비자들의 욕구 변화로 조금씩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여전히 주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한 ‘대량 생산’에는 초점을 맞추지만, 생산된 기성 선택지 중 고객이 하나를 골라야 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 보다 자신의 필요와 취향에 맞게 상품을 주문할 수 있다는 것이 기존과 다른 차별점이다. 우리는 이것을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Mass Customization)’이라 부른다.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이라는 용어는 이미 30여 년 전인 1987년, 미래학자인 스탠리 데이비스(Stanley Davis)가 자신의 저서 ‘미래의 완성(Future Perfect)’에서 처음 인용했다. 그리고 한 세대가 흐른 지금, 미래학자가 예견한 미래는 현실로 펼쳐지고 있다.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은 스타트업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다. 대규모 자본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이 아닌 스타트업에서 이러한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기업에 비해 몸집이 가벼워 빠르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기지를 구축해 운영하는 대기업들은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징을 위해 설비를 전환할 경우 다시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여야 한다. 따라서 소비 패턴의 변화가 감지되더라도 이것이 메가 트렌드로 발전할 것인지, 아니면 단발적인 유행으로 끝날 것인지 시장을 관찰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쉽사리 이 분야에 뛰어들지 못한다. 반면, 스타트업은 이러한 약점을 가진 대기업들에 비해 비교적 쉽게 매스 커스터마이징에 기반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할 수 있고, 니치 마켓을 파고들어 자신들의 우위를 선점이 가능하다.

영화 ‘인턴’ 中

둘째, SNS 발달로 인해 저렴한 마케팅으로 커뮤니케이션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커스터마이징’ 생산은 모든 시대에 걸쳐 존재해왔다. 중세 유럽 길드에 포함되어 물건을 제조하던 수공업자들은 모두 ‘커스터마이징’에 기반하여 제품을 하나하나씩 생산하였다. 현대에도 정장과 구두처럼 의류 관련 상품이나, 도제식으로 제조 공법이 전수되어 제작자의 역량에 의해 품질이 결정되는 것들은 여전히 이러한 커스터마이징 방식으로 생산된다.

 

직접 생산공장을 운영하거나 OEM을 통해 상품을 조달할 뿐, 스타트업들은 역사 속 수공업자들과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2000년대 들어 매스미디어에 집중되어 있던 커뮤니케이션이 SNS 등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면서 비용이 많이 드는 4대 매체 광고를 택하지 않고도 소규모 스타트업들의 커스터마이징 상품이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탈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커스터마이징 상품들은 대개 유니크하고 개별 고객의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전통 매체를 통한 브랜드 광고보다 상품 후기나 블로거 포스팅들이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의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

 

1. Function of Beauty

 

‘Function of Beauty’는 아직 창업한지 만3년이 채 되지 않은 미국의 뷰티 스타트업이다. 하지만 작년 기준 1,2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평가 받으며 스타트업 업계에서 주목을 받는 슈퍼 루키다. 이들이 판매하는 상품은 딱 두 가지이다. 샴푸와 컨디셔너. 아주 심플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이 결정한 제품입니다

 

다만 이 두 가지 상품을 고객의 모발 고민과 선호도에 맞추어 커스터마이징한다는 것에 기존 브랜드 상품들과 차별점이 존재한다. 매장 하나 없이 온라인으로만 상품을 주문받고 판매하는 ‘Function of Beauty’는 홈페이지 역시 고객들이 원하는 기능과 향, 색상, 용량, 심지어 샴푸의 이름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스텝에 따라 주어진 질문에 답하다 보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해설해주는 심리테스트처럼 고객들은 이 과정에서 나만을 위한 상품을 제작에 참여한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어떤 상품이 최종적으로 완성되어 배송되는지 기대할 수 있다. ‘Function of Beauty’에 따르면 이론상 12억 개의 서로 다른 조합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2017년 현재 아직 똑같은 상품을 두 번 제작한 적이 없다고 한다.

 

2. 스트라입스

 

이처럼 소비재를 다루는 스타트업을 통해 이루어지는 매스 커스터마이징은 한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 중 ‘스트라입스(Stripes)’는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남성 정장 브랜드로 2015년, 투자금 50억 원을 유치하며 기획, 제작, 유통의 수직계열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오프라인 양장점의 기능을 온라인에서 가능하게 하다 

 

‘스트라입스’는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통해 남성 고객들에게 접근하여 처음 이름을 알렸다. 사업 초창기에는 스트라이프의 스타일리스트가 직접 고객을 방문하여 치수를 재고 합리적인 가격에 슈트를 제작하기도 하였지만, 사업 규모가 어느 정도 성장한 지금은 온라인을 통해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방식에 더 의존하는 듯하다. ‘스트라입스’의 홈페이지는 앞서 살펴본 ‘Function of Beauty’와 유사하게 설계되어 있어, 고객들은 자신의 신체 치수를 직접 입력하고 원하는 컬러와 소매 스타일, 색상과 핏(fit)까지 이미지를 참조하며 직접 고를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흡사 동네 양장점에서 옷을 맞추는 상황과 거의 유사한데, ‘스트라입스’는 이를 온라인으로 옮겨와 보다 조직적이고 대형화된 매스 커스터마이징을 구현했다는 데에 차별점을 갖는다.

‘스트라입스’의 커스터마이징 화면

글로벌 기업들의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

 

이렇게 소규모의 사업으로 시작된 사례도 많지만, 최근에는 ‘맞춤화’ 수요의 붐을 타고 규모가 큰 글로벌 기업들도 이 시장에 과감히 뛰어드는 현상이 종종 목격되곤 한다.

 

1. 아디다스 : 마이아디다스, KNIT FOR YOU

 

아디다스 커스터마이징 타겟 모델 ‘마이아디다스’

 

가장 많이 알려진 사례는 ‘아디다스(Adidas)’의 ‘마이아디다스(miadidas)’다. 아디다스는 러닝화를 비롯한 슈즈 모델 중 일부를 커스터마이징 용도로 개발하여 고객들이 자신이 원하는 소재와 색상을 선택하는 것은 물론, 자신만의 특별한 문구를 기입할 수 있도록 고안하였다. 아직 많은 수요가 있지는 않지만, 적절한 SKU 관리가 경영 효율화에 필수적으로 여겨지는 글로벌 리딩 기업이 이러한 시도를 했다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KNIT FOR YOU, 매장에서 직접 제작해드립니다

 

이와 별개로, ‘아디다스’는 2017년, ‘KNIT FOR YOU’라는 프로모션 캠페인을 집행하였다. 독일 베를린의 한 쇼핑몰에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스웨터를 선보였는데, 고객들은 매장에 설치된 암실에 들어가 자신의 실루엣 안에서 움직이는 패턴들을 관찰하고, 마음에 드는 패턴을 골라 디자인과 배색을 선택한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레이저로 스캔 된 고객의 신체 사이즈는 자동으로 데이터에 입력된다.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지는 다른 ‘매스 커스터마이징’ 사례와 달리, 이 매장에서는 시범적으로 소규모 파일럿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어, 고객이 몰 내에 다른 매장들을 둘러볼 시간에 제작을 완료하여 매장에서 직접 상품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였다.

 

사실, 지금까지 살펴본 사례들에서 알 수 있듯이 생활용품과 의류의 커스터마이징은 비교적 용이하다. 사용되는 부품의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공정이 단순하고, 제조 표준화가 간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동차나 전자제품에서 매스 커스터마이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2. 할리 데이비슨의 ‘Smart Factory’

 

국내에도 수많은 마니아를 거느린 ‘할리 데이비슨’은 이러한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 트렌드에 잘 부합한 사례로 꼽힌다. ‘할리데이비슨’을 사랑하는 많은 라이더들은 바이크를 구매 후 자신의 입맛에 따라 ‘튜닝’을 해왔다. 사실 ‘매스 커스터마이징’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할리의 매니아들은 이미 자신들 스스로 커스터마이징을 해 왔고, 또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할리데이비슨’도 적지 않은 수의 순정 옵션 부품을 시판해오고 있었다.

기존의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 서비스를 자동화하여 효율성을 높이다

 

때문에 ‘할리데이비슨’의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은 원래 있던 사업 모델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다. 고객들은 ‘할리데이비슨’ 홈페이지에 부속된 ‘Build Your Own Bike’ 페이지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부품을 골라 자신이 원하는 바이크의 주문이 가능하다. 이러한 온라인 커스터마이징은 앞서 살펴본 ‘Function of Beauty’, ‘스트라입스’, ‘마이아디다스’와 큰 차이점이 없다. 다만, ‘할리데이비슨’의 사례가 진정한 의미의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이라 불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발주는 물론 수요 관리, 생산 및 작업 지시, 그리고 진도율 관리까지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정체 없이 각기 다른 제품들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도록 이 모든 과정을 정교하게 설계하였다. 이 결과, ‘Smart Factory’의 바이크 한 대 생산에 투입되는 시간은 6시간으로 단축되었고, 이는 ‘할리데이비슨’으로 하여금 ‘고객 만족’과 ‘생산 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게 하였다.

 

‘할리데이비슨’의 사례는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이 가야 할 길을 보여준다. 진정한 의미의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은 단순히 고객들에게 선택지를 주는 것을 넘어 ‘생산 공정의 혁신’으로 발전해야 지속가능하게 운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이 가야할 길 : 기술 수용 그리고 고객에 대한 이해

 

고객들의 다양한 주문을 소품종 대량 생산 시대만큼의 효율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기술 수용이 필수적이다. 점차 고도화되고 있는 로봇공학과 IoT, AI와 네트워크 기술이 이러한 저변을 점차 넓혀주고 있으며, 선진국을 필두로 국가 차원에서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을 촉진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그리고, 첨단 기술의 적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고객에 대한 정확한 이해다.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은 아직 시작 단계에 머물러 있다. 다양한 부품의 조합으로 수십만 종류의 상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생산자가 제공한 객관식 답안 중에 고객이 선택하는 수준에 머무를 뿐이다.

고객들은 진짜 원하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많은 수의 혁신 상품들은 생산자의 고객 인사이트로부터 나왔다. 스마트 폰이 그러했고, 파운데이션 쿠션이 그랬다. 그리고 우리가 오늘날 즐겨 먹는 ‘햇반’ 같은 편의점 상품도 마찬가지였다. FGI 조사를 통해 “OO한 제품이 필요합니다.”라고 먼저 답을 던져주는 소비자는 없다. 스스로도 무엇이 불편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찾아 해결한 상품이 나왔을 때 그제야 ‘좋다’, ‘편하다’ 하며 만족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미래의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은 아마도 이러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맥락 속에서 캐치하여 상품에 반영할 수 있는 제조의 시대가 열리리라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이를 위해서 앞서 제시한 첨단 기술의 신속한 적용도 물론 중요하지만, 고객의 니즈를 빠르게 수집할 수 있는 ‘플랫폼적 사고’가 필요하다.

 

IoT와 GPS 기능만 결합한다 하더라도, 제품 사용주기와 TPO(Time, Place, Occasion), 그리고 함께 사용하는 상품들의 패턴들을 수집하여 빅데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렇게 생성된 빅데이터를 통해 생산자는 고객의 말하지 않는 숨은 니즈를 파악할 수 있고, 이를 커스터마이제이션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생산자가 고객보다 먼저 니즈를 파악하여 능동적으로 제안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제이션. 그때쯤 되면 ‘커스터마이제이션’은 너무나 당연해져서 그 이름조차 무색해지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