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게임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일반적으로 게임에 대해 얘기할 때, 시간을 소비하며 비생산적인 활동처럼 인식하는 이들이 많다. 일부 대중이 그런 인식을 갖게 된 데는 킬링타임용으로 만들어진 단순한 게임이나 자극적인 요소로만 이목을 끈 게임들이 있다. 그러나 게임을 단순히 킬링타임용이라고 치부하기엔 어느덧 게임 산업의 부가가치가 매우 커졌다.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롤(LOL)이라고 불리는 이 게임은 그 이름답게 전 세계 e스포츠 역사상 가장 많은 인기를 누렸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 롤을 대표하는 유명한 국내 선수로는 대표적으로 프로게이머 페이커가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만든 라이엇 게임즈는 롤 생태계를 기반으로 일명 롤 유니버스를 만들어 애니메이션 아케인(Arcane)을 탄생시켰다. 아케인은 42일간 넷플릭스 세계의 1위를 지키던 오징어게임의 독주를 깨며, 이 세계관이 단순히 게이머들만 즐기는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

게임과 블록체인의 융합, P2E

게임을 이용하는 유저들은 단순히 재미뿐 아니라, 이를 통한 수익을 얻고 싶어 한다. 희귀한 아이템 또는 게임 내 재화를 실제 원화로 거래하고픈 유저들이 많아지자 아이템 매니아라는 사이트가 생겨났다. 그러나 아이템과 현금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일명 먹튀라고 불리는 폐해가 발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템의 가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현금화하는 유저 입장에서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또한 사이트에 지불해야 하는 거래 별 수수료가 10% 이상이 되다 보니 부담이 되기도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블록체인이 등장했다. 블록체인은 Smart contract를 통해 게임 생태계에서 활동하는 유저에게 신뢰감과 낮은 수수료라는 이점을 주고, NFT를 통해 IP(지식재산권)를 보장해 준다. 이렇게 서로의 필요에 의해 만난 게임과 블록체인의 융합은 P2E(Play to Earn)라는 새로운 분야를 탄생시켰다.

 

엑시인피니티(Axie Infinity)는 가장 유명한 P2E로,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이용한다. 플레이어는 Axies로 알려진 생물을 나타내는 NFT를 수집하고 발행하며, 이 생물들을 서로 교배하거나 전투를 벌이며 엑시 자체 토큰인 AXS를 얻는다. 게임을 통해 얻게 된 AXS는 거래소에서 현금화할 수 있다. P2E 개념을 처음 도입한 엑시인피니티는 비교적 조작이 쉬운 게임을 통해 돈을 벌 수 있게 된 실사례가 되었다. 특히 최저 시급이 비교적 적은 나라에서 엑시인피니티와 같은 P2E를 본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게임사들은 P2E에 대해 어떤 관점을 취하고 있을까? 넷마블, 위믹스 등 P2E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여기며 각자의 청사진을 그리는 기업들에 대해 알아보자.

모바일게임 글로벌 매출 규모 (단위: 십억 달러, %) © 연합뉴스

넷마블: 지속가능한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하다

넷마블이 다른 경쟁사와 차별되는 지점이 있다면 속도와 방향성일 듯하다. 넷마블은 블록체인 사업 참여를 공식 발표한 5차 NTP 이후, 약 두 달 동안 블록체인 생태계인 MBX를 비롯해 다양하고 구체적인 이슈를 공개했다. 특히 넷마블의 블록체인 사업은 지속 가능하고, 다각적이며, 안정적인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회사 전략을 소개하는 NTP 행사에서 넷마블 창업자인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은 블록체인과 메타버스 사업 본격화를 선언했다. 방 의장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메타버스까지 연계한 게임은 더 이상 가상 현실이 아니라 두 번째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넷마블은 지난 1월, 당시 준비 중인 20여 종의 게임을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 수년 동안 다소 더뎠던 신작 게임 출시에 속도를 가하며 블록체인과 메타버스를 두 축으로 하는 미래 사업 계획을 직접 공개했는데, 구체적으로 돈 버는 게임인 P2E(Play to Earn)와 대체불가토큰(NFT), 메타버스 사업 등이 화두에 올랐다. 넷마블은 출시 준비 중인 게임의 70%를 블록체인과 연계할 계획이며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에서 기축통화 역할을 할 코인을 발행 계획도 밝혔다.

 

넷마블은 2022년 3월, 블록체인으로 만든 A3: 스틸얼라이브를 시작으로 모두의 마블: 메타월드, 몬스터 길들이기 아레나 등 블록체인 게임을 순차적으로 출시했다. 대표 NFT 게임인 모두의마블에 부동산 투자 기능을 결합한 모두의 마블: 메타월드도 출시될 예정이다. 가상공간에서 대지를 사 건물을 올리고 부동산을 사고파는 게임인 만큼, 부동산 불패 신화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모두의 마블이 발행하는 토지 NFT가 어떤 반응을 얻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단순한 토지 소유가 아닌, 토지 관련 세금과 스테이킹(Staking) 서비스를 통해 유저에게 재미와 경제적 이윤을 제공한다면 많은 관심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집값 문제 등으로 현실에서 부동산을 소유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욕망이 메타버스 안에서는 어떻게 펼쳐질지 주목된다.

 

넷마블은 5차 NTP 이후, 약 한 달 만에 독자적 블록체인 생태계 MBX를 런칭했다. 이 생태계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게임의 재미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는 중이다. 또한 MBX 토큰은 지난 2월 공개된 이후 최근 클레이튼 메인넷 기반 블록체인 생태계를 활용한 MARBLEX Wallet 서비스도 시작했다. 클레이튼 메인넷은 카카오 자회사 그라운드X가 처음 개발했으며 올해 초 다른 자회사 크러스트에 이관됐다. MBX 외에도 위메이드의 위믹스, 카카오의 보라 등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든 게임사들의 키콜은 클레이튼 메인넷을 기반으로 한다.

 

A3: STILL ALIVE에 이어 Ni no Kuni: Cross Worlds (Global), Monster Arena 및 Everybody’s Marble: Meta World는 독점 블록체인 생태계를 점진적으로 추가할 예정이다. 강력한 IP 파워는 상대적으로 생소한 MBX 생태계로 사람들을 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MBX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넷마블의 노력은 IP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게이머는 게임을 즐기며 수익을 내고, 게임을 만들고 제공하는 개발자, 퍼블리셔, MBX 서비스 제공자 역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MBX 백서에 따르면 10억 개 MBX 토큰이 발행되는데 이 중 75%는 생태계와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데 사용된다. 여기에는 사용자 스테이킹에 대한 보상, 서비스 개선, 기술 개발 등이 포함된다. MBX 생태계에서 사용자는 MBX 토큰 펀드로 스테이킹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퍼블리셔가 일부 게임 수익을 사용해 시장에서 구매한 토큰으로 설정한다. “매칭 리워드 펀드”는 게임 토큰과 MBX 토큰의 가치를 성공적으로 보존해 활성화된 생태계 순환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MBX는 토큰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블록체인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수수료의 50%를 소각할 계획이다. 나머지 50%는 성장 기금에 적립되어 장기적으로 생태계 활성화에 사용된다.

 

모두의 마블: 메타월드의 경우 NFT 현금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돈을 버는 P2E 게임으로 개발됐지만 국내에서는 P2E 게임 운영이 불법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넷마블은 한국에서는 NFT 게임으로만 출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방 의장은 “이제는 블록체인 기반 게임이 하나의 흐름이 됐는데, 한국에서만 서비스를 못 하는 것이 상당히 안타깝다”며 “P2E 게임 출시 자체는 허용하고 그 뒤에 발생하는 부작용을 잘 살펴서 강하게 규제하는 쪽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게임업계에서는 지난해 위메이드가 P2E 게임 미르4로 주목받은 가운데 넷마블이 가세하면서 올해는 본격적인 블록체인 게임 대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위메이드: 더 강력해진 P2E 플랫폼을 만들다

클레이튼 블록체인상에서 운영되고 있는 위메이드 또한 미르4의 흥행을 앞세워 게임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모바일 MMORPG 미르M: 뱅가드 앤 배가본드(이하 미르M)의 세계관은 이렇다. 미르M은 2천 년의 역사를 품은 용의 대지 비천 지역을 배경으로 과거의 치열한 전투로 폐허가 된 대륙을 재건하고, 곳곳에 숨겨진 비밀을 풀어내며 거대한 서사를 펼친다.

 

미르4에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 코인 드레이코(DRACO)와 NFT 기술이 적용됐다. 이에 미르4 이용자는 게임 내 핵심 재화인 흑철을 드레이코로 바꾸고, 이를 위믹스 자체 가상자산인 위믹스(WEMIX)로 교환해 거래소에서 현금화할 수 있게 됐다. 결과적으로 미르4는 동시접속자 100만 명을 기록할 만큼 큰 성공을 거두었다.

 

위믹스는 생태계를 위해 위믹스 플랫폼 게임 100개를 온보딩할 예정이다. 그러나 미르4 외 나머지 게임들은 퀼리티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위믹스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MOU 체결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위믹스 연합에 합류한 게임사로는 NHN, 조이시티, 액션스퀘어, 슈퍼캣, 클로버게임즈 등이 있다. 이외에도 제휴를 넘어 위메이드가 인수합병(M&A)을 통해 게임 IP와 해외 사업력 등을 확보한 사례도 있다. 대표적으로는 애니팡 IP를 만든 선데이토즈의 인수합병이 있다.

 

최근 위믹스는 6월 15일에 진행될 WEMIX 3.0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중이다.

 

위믹스 플레이: 세계 최초, 세계 최고의 블록체인 게이밍 플랫폼인 위믹스가 더 강해진 게임플랫폼과 생태계 구축을 위한 WGC(Wemix Game Chain) 기반의 위믹스플레이로 도약한다. 게임, 코인, 거래소, 스테이킹, NFT 마켓, 옥션 등 온보딩 게임들의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로 가득찬 위믹스플레이와 전용 런처 위믹스플레이어는 P&E에서 확대된 P&E, and Pay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DAO, 나일: 위믹스3.0 기반의 DAO/NFT 플랫폼 나일(NILE)은, 탈중앙 자율조직인 DAO가 독특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고안된 네이트 프로토콜(Neith Protocol)을 통해 커뮤니티가 온오프 체인의 자산과 IP, 콘텐츠와 기타 활동을 커뮤니티의 거버넌스를 통해 운영하고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커뮤니티 활동에 대한 이정표를 만든다.

 

위믹스 디파이 서비스: 위믹스와 위믹스달러의 양원 체제를 통해 디파이의 근간을 다지게 될 위믹스3.0은 탈중앙거래소를 시작으로 스테이킹, 브릿지, 채권형 프로토콜, 가상자산의 경매, 유동성 공급과 대여풀 형성을 통한 수익의 창출로부터 온오프 체인의 결제서비스 위믹스 페이먼트까지 탈중앙 금융 서비스의 미래를 선보일 예정이다.

 

간혹 게임 내에서 통용되는 재화인 토큰과 플랫폼 코인의 관계를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토큰을 구매하는 것을 주식을 사는 행동과 동일하다고 이해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토큰의 발행량, 분배 시기 등을 명시한 문서인 백서(whitepaper)에서 토큰노믹스(Tokenomics) 부분을 잘 살펴보면 토큰은 마케팅, 개발자 그리고 생태계를 위해 선형적으로 분배된다. 즉 현재 유통되고 있는 토큰은 수량이 지속해서 증가한다. 즉, 수량이 일정한 주식과 같이 회사의 미래가치만을 보고 토큰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토큰노믹스를 잘 살펴보고 앞으로 풀릴 토큰 공급량과 미래 토큰의 활용성을 잘 비교해야 한다.

요즘 게임에 NFT를 결합했다는 이유만으로 주목받는 일종의 메타버스 신드롬이 불었다. 뭐든 메타버스만 붙이면 주목을 받아서 그렇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게임은 우선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게임 설계, 파트너사 등 나머지 조건들은 필요가 없어진다. 먼저 유저의 유입이 있어야만 게임이 운영될 수 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1항 7호에 따르면, 누구든지 게임물의 이용을 통하여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점수, 경품, 게임 내 사용되는 가상의 화폐)을 환전 또는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의 P2E게임인 미르4가 국내에서 출시되지 못한 이유다. 돈 버는 게임(P2E)이 사행성이란 이유로 금지되어 넷마블에서 출시한 MARBLEX를 국내에서 이용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임 시장에서 한국은 게임을 잘하는 나라로 인식되어 있다. 다양한 e스포츠 대회에서 대부분 최상위권을 유지해 왔다. 빠른 인터넷을 기반으로, 접근성 좋은 PC방, 뛰어난 스마트기기를 통해 일상에 스며든 게임을 그 누구보다 앞서 자유롭게 즐긴다. 그러나 국내 제도와 규제 측면에서는 아직 게임산업의 발전만큼 뒤따르지 못한 내용들이 있는 듯하다. 발 빠른 게임 관련 법 개정을 통해, P2E로 인한 사행성 문제를 줄이고 P2E 게임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기술의 파도를 타고 성장한 P2E를 우리나라에서 즐길 수 있는 그날을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