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OPEN ROOM 2nd: Creative Juice
After-article | Session 2

 

김밥레코즈 김영혁

프로젝트렌트 최원석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활동은 줄어들었지만 새로운 만남과 대화를 통해 다양한 관점을 경험하는 연결들은 곳곳에서 일어난다. 일상이 예술이 되고 영감이 되는 홍대라는 공간에서 F.A.가 마련한 오픈룸(Open Room 2nd) 행사가 열렸다. 홍대에 위치한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에서 진행된 오픈룸에서는 김밥레코즈 김영혁 대표와 프로젝트렌트 최원석 대표가 공간에 대한 인사이트를 나누고 자신의 세계를 어떻게 확장해나가는지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밥레코즈
취미가 일이 되었을 때

먼저 아늑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1503호에 들어섰다. 감각적인 커버의 엘피들이 곳곳에 놓여있어 이곳의 호스트가 누구인지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연남동에서 레코드숍 김밥레코즈를 운영하는 김영혁 대표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며 세션을 시작했다. 오픈룸의 입장권인 작은 키링을 손에 쥔 게스트들은 김영혁 대표의 주변으로 둥글게 둘러앉았다.

 

김영혁 대표는 <서울레코드페어(Seoul Record Fair)> 10년 넘게 이끌어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2011년 처음 개최된 서울레코드페어는 음반이 주인공인 국내 최초의 음악 축제다. 2000여 명의 관객과 함께 시작했던 페어에 현재는 그 10배가 넘는 관객들이 찾아온다고. 이처럼 대중의 애정을 듬뿍 받는 서울레코드페어는 음악과 음반을 사랑하는 이의 손에서 탄생했다.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음반을 사 모았다는 김영혁 대표는 민주화 항쟁 때 여기저기서 터지는 최루탄에 눈물콧물을 쏙 빼면서도 음반 가게에 달려가던 어린 학생이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자연스레 음반 회사에 취직하게 됐고,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레코드숍과 공연장을 찾아다녔다. 좋아하고 즐기는 일, 즉 취미를 쫓다 보니 그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이 무척 당연해 보였다.

그러나 2000년대부터 그가 마주하던 세계는 완전히 달라진다. 벅스나 소리바다처럼 스트리밍 사이트가 들어서면서 음반 산업 자체가 휘청이게 된 것이다. 음악은 무료로 듣는 것이라는 의식이 퍼지니 동네 음반 가게들도 점차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런 변화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흐름이었는데, 당시 미국에서는 음반 시장의 부흥을 도모하기 위해 <레코드 스토어 데이(Record Store Day)>라는 행사가 개최됐다. 유명한 가수들이 그 행사에서만 살 수 있는 한정반을 발매하여 소비자들을 다시 이쪽 세계로 끌어들인 것이다. 레코드 스토어 데이의 성공을 본 김영혁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도 메가 레코드 페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했다. 그렇게 쉽지 않은 조건에서 개최한 첫 번째 서울레코드페어에 꽤 많은 관객이 찾아왔고, 김영혁 대표는 이 이벤트를 이어나가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최근 대중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LP의 가치가 눈에 띄게 상승했다. 팬데믹이 낳은 시대에 음악 관련 대면 이벤트가 적어지니, 물성의 감각이라도 힘껏 차지하고 싶다는 마음은 마땅하게 여겨진다. 그 때문일까, 레코드를 포함한 음반이 앞으로의 음악 산업을 지탱할 하나의 기둥처럼 보이기도 했다. 산업의 중심에 선 호스트와 음반 산업의 미래를 기대하는 게스트가 모인 이 시간 덕분에 스트리밍 시대에서도 지워지지 않은 LP라는 플랫폼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음악 산업과 관련된 비즈니스는 그야말로 버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궤도에 오르고 싶다면 적어도 3~4,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버틴다고 생각하면서 도전하길 바라요.

김영혁

물론 서울레코드페어가 매년 순탄하게 열린 것은 아니다. 관객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그들만의 수익구조를 구축하기까지는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기 때문이다. 야심 차게 준비했던 기획이 대중의 외면을 받거나, 공장의 실수로 어마어마한 양의 한정반이 리콜되는 등 자신이 하는 일에 애정이 없다면 진작 포기했을 법한 우여곡절이었다. 김영혁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했던 이유는 단지 레코드가 좋았기 때문이다. 버티면 결과물이 나올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취미가 일이 됐을 때는 매일을 나아갈 원동력을 준다. 다만 일이 된다는 것은 곧 그것과 완전히 관련 없는, 좋아하지 않는 일도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라며 음악 산업에 뛰어들기 위해선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의 공감을 얻고 지속가능한 수익구조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단숨에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영혁 대표는 스스로를 이미 성공했다거나 원하는 방향에 도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웃음을 보였다.

 

최근 대중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LP의 가치가 눈에 띄게 상승했다. 팬데믹이 낳은 시대에 음악 관련 대면 이벤트가 적어지니, 물성의 감각이라도 힘껏 차지하고 싶다는 마음은 마땅하게 여겨진다. 그 때문일까, 레코드를 포함한 음반이 앞으로의 음악 산업을 지탱할 하나의 기둥처럼 보이기도 했다. 산업의 중심에 선 호스트와 음반 산업의 미래를 기대하는 게스트가 모인 이 시간 덕분에 스트리밍 시대에서도 지워지지 않은 LP라는 플랫폼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렌트
팔리는 콘텐츠는 무엇인가

한편, 1504호에서는 최원석 프로젝트렌트 대표가 팔리는 콘텐츠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세션의 문을 열었다. 최 대표는 LG전자와 현대카드에서 제품 디자인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한 경험이 있으며, 현재 오프라인 마케팅 플랫폼 프로젝트렌트 대표를 맡고 있다. 프로젝트렌트는 오직 하나의 브랜드, 하나의 스토리만을 온전히 담는 매장을 모토로 팝업 스토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오프라인의 가치와 경험을 제공한다.

최원석 대표는 지금 시대에 50%가량은 이미 온라인으로 넘어가 있는 것 같다라면서도 “‘온라인이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여전히 오프라인이 떠오른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만한 것들은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시작된다는 얘기다.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사람들에게 어떤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똑같이 눅눅한 감자칩을 주고 한쪽에는 바삭하는 소리를 들려줬을 때 소리를 들은 쪽이 더 맛있다고 느끼는 것처럼, 같은 메시지여도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프로젝트렌트는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작은 브랜드나 직접 브랜딩한 프로젝트를 소개하면 좋을 것 같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프로젝트렌트에서 팝업 스토어를 진행한 브랜드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소비자와 연결된다.

 

저희는 결국은 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하고 그 가치를 많이 창출할수록 그걸 돈으로 교환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최원석

 

최원석 대표는 생산자 관점에서 소비자 관점으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생산자 관점은 대부분 명사로 규정이 되고, 소비자 관점은 동사나 형용사로밖에 규정되지 않는다. 좋은 물건을 만들면 소비자가 알아줄 거라고 지레짐작 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면 누가 살 것인지, 내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서 소비자를 설득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가령 TV 구매를 고민하는 사람은 거실에 예쁜 TV를 놓고 싶어 하지, 크기나 화소만을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뿐만 아니라 기획자들도 생산자 관점에 익숙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신의 일에 소비자 관점을 적용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원석 대표는 스몰 비즈니스에서는 가격 비교를 하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싸게 파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이다. 그는 소기업이나 개인들이 싸게 만들 방법은 없다고 보고, 어떻게 하면 적절하게 잘 만들어서 비싸게 팔지를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가격 비교를 잊을 만한 스토리를 제공해줘야 한다는 의미다. 프로젝트렌트에서 진행한 토종 쌀 팝업 스토어에서는 쌀을 200g 기준 7천 원에 판매를 했는데, 쌀값이 비싸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한 단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밥을 먹기 위해서 쌀을 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이처럼 가격 비교가 무의미한 시장을 만들어냈을 때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세션에 참여한 게스트들은 대부분 현재 공간을 운영하고 있거나 공간 운영에 관심이 있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어떻게 좀 더 유기적인 경험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세션이 끝나고 라이즈 호텔 20층에서 이어진 네트워킹 시간에서도 온라인에만 존재하는 브랜드들은 어떻게 오프라인 공간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를 주제로 여러 대화들이 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