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일과 삶 사이의 경계를 즐기는 코워킹&코리빙 플랫폼, Roam 

 

두 발로 뛰는 모든 평원이 자신의 사냥터고, 필요한 것들을 채집하고, 원하는 곳 어디든 몸을 뉘어 눈을 붙이는 삶. 이 일생의 주인공을 우리는 노마드, 즉 유목민이라고 부른다. 농경시대 이전에 인간이 터득한 삶의 방식은 인터넷이 세계 구석구석까지 파고든 지금에도 비슷한 모습으로 발견된다. 인터넷 선을 따라 전 세계를 배회하며 의식주를 해결하는 21세기의 ‘디지털’ 노마드는 선조의 모습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중요한 차이라면, 덤불 속 산딸기가 고작이었던 인간의 사냥감이 이제는 각국 도시에 널린 정보와 일감들, 인간관계, 새로운 문화 경험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 Forbes

디지털 노마드의 폭발적 증가는 인터넷 보급과 데이터 로밍 가격 인하, 각종 스마트 기기의 대중화, 저가 항공사의 급증이 창백한 형광등 빛으로 꽉 찬 사무실에서 벗어나려는 오피스 좀비들의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나타났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쾌적하게 일하면서도 웰빙 라이프를 이룰 수 있는 환경이었고, 대개 문화적 아이덴티티가 뚜렷하면서도 물가가 저렴한 치앙마이, 방콕, 우붓, 호찌민 등이 목적지였다.

 

지금은 바야흐로 2018년, 툭하면 끊기는 와이파이 환경과 몸 뉘일 공간만 달랑 마련해놓고 디지털 노마드들의 선택을 받길 원하는건 욕심이다. 과거보다 질적으로 향상된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디지털 노마드의 고민은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지내며 일해야 일과 삶 사이의 경계를 위태로움 없이 즐기며 살 수 있는지다. 바꿔 말하면, 가능한 좋은 환경과 다채로운 경험, 최대의 가치를 찾아 떠도는 시대인 셈이다. 고차원적으로 세분되는 이들의 니즈는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과 연결된다.

 

빈집 주인과 여행자를 연결해주는 공유경제 숙박 스타트업 에어비앤비(AirBnB)가 흥했고, 그 뒤를 따라 홈어웨이(HomeAway)나 써드 홈(Third Home) 등이 차례로 등장했다. 문제는 이 플랫폼들이 디지털 노마드에게 단지 숙소만 해결해준다는 것이었다. 수십 가지 조건을 따져가며 겨우 숙소를 예약하고 나면, 엉덩이를 오래 붙이고 와이파이와 콘센트를 편하게 쓸 수 있는 카페나, 적당한 가격/시설의 코워킹 플레이스를 찾아야 하는 골치 아픈 숙제가 남아있다. 온라인상의 숙소 퀄리티를 보장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모니터 속에서 꽤 번듯했던 숙소를 실제로 마주할 때의 괴리감은 어렵잖게 겪게 되는 상황이다. 행여나 호스트와 트러블이 생기거나 소통이 잘 안 된다면? 이 모든 불이익은 소비자의 몫이다. 이런 배경을 롬(Roam)이 탄생하게 된 이유로 볼 수 있다.

세계를 오피스로 삼다

프리미엄 코리빙 & 코워킹 플랫폼 ROAM 

 

Keyword 1. Comfort

Keyword 2. Community

Keyword 3. Productivity

 

Roam은 ‘떠돈다’는 뜻이다. 디지털 ‘떠돌이’들을 위한 숙박공유 플랫폼 롬은 단순히 숙소만 제공하지 않는다. 숙소의 모든 환경을 프리미엄으로 갖추고, 코워킹 플레이스에 코리빙 서비스까지 함께 제시하는 데서 타 플랫폼과 확연히 차별된다. 마이애미, 우붓, 도쿄, 런던에 위치한 기존 지점을 기반으로 현재 샌프란시스코, 뉴욕, 베를린에 새 지점을 계획 중이다. 롬의 모든 것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주당 500~850달러(혹은 한 달 1800~3200달러)를 지불하는 멤버십에 가입하면 된다.

 

롬에 머무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종잡을 수 없는 연령대와 직업군이다. 20대 후반부터 70대 초반까지, 평균 연령 38세인 롬 회원들의 직업은 ‘디지털 노마드’라는 이름 아래 다양하다. 잘 알려진 소설 작가부터 학자, 벤처 사업가, 투자자, 프로그래머, 영감을 찾아 세계 곳곳을 누비는 예술가, 한 곳에 속박되고 싶지 않은 모든 이들을 위해 롬은 존재한다. 현재까지 롬을 찾은 2천여 명의 회원들은 자신들을 가리켜 ‘roamies’라 칭한다. 2015년에 설립된 후 바로 다음 해에 3.4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 명백히 성공 궤도를 달리고 있는 롬을 뒷받침하는 것은 편안함, 커뮤니티, 생산성이다.

Keyword 1. Comfort 

숙박 플랫폼의 선두주자인 에어비앤비는 엄청난 폭의 선택권을 제시한다. 에어비앤비는 인터넷 연결조차 안 되는 작은 집의 소파에 쭈그려 하룻밤 묵는 것부터 와이파이 걱정 없는 고급 빌라를 통째로 빌리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집집마다 다른 숙박 조건과 청소 비용 등 각종 수수료를 꼼꼼히 확인해야하는 에너지 소비는 이용객의 몫이다. 이처럼 골치아픈 사전조사에서의 해방은 롬이 주는 선물이다. 모든 지점의 롬은 공간의 프리미엄화, 편리함, 쾌적함을 보장한다.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가진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은 부티크식 건물과 인테리어, 장기 거주에 필요한 모든 가구와 킹사이즈 침대가 갖춰진 1인 전용 객실, 수영장, BBQ 가든, 다양한 이벤트와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야외 잔디밭, 호텔에 견줄만한 클리닝 서비스는 고국에 두고 온 내 집을 잊게 할 정도. 시설은 지점 위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중요한 사항은 모든 롬에서 편안하다 못해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Keyword 2. Community

“When you put interesting people together in interesting places, amazing things happen.” 롬의 관계자가 남긴 이 말은 롬의 핵심 요소가 커뮤니티임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 오픈 오피스와 공동 키친, 이벤트홀, 요가 스튜디오, 그 외 공동 공간은 그야말로 ‘인간관계 사냥터’나 다름없다. 능력 있는 벤처 기업가와 모험심 강한 투자자가 한 테이블에서 밥을 먹다가 새로운 사업 기획에 손을 잡고, 자신과 함께 운동하던 옆 객실 친구가 알고 보니 인생 파트너일지도 모른다. 롬에서는 기회의 현실화가 가능하다.

 

정보와 인간관계의 영역을 ‘로컬’에서 ‘인터내셔널’로 넓힐 기회는 흔치 않다. 다양한 분야의 능력을 갖춘 새 친구들과 함께 식사하거나 영화를 보고, 가끔은 오픈 오피스에서 함께 일하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서로의 필요성을 발견하는 삶. 롬에서는 어떤 귀인을 만나게 될지, 어떤 일이 생길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같은 마음과 영감을 갖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일하고, 협력하는 것에 필적할 만한 것은 없다. 롬의 커뮤니티는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낸다.

Keyword 3. Productivity

24시간 내내 열려있는 코워킹 플레이스와 회의실, 쾌적한 루프탑 오피스, 엄청난 속도의 인터넷, 미디어 라운지, 독서실 등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최적의 근무 환경이 갖춰져 있다. 또한, 지점별로 각 도시 특유의 캐릭터와 미감을 반영한 오피스 인테리어는 일하는 도중에도 도시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롬의 오피스 환경은 노트북을 달고 사는 프로그래머,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 작가와 예술가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하다고 평가받는다.

일과 삶의 경계선에 위태로움 대신 함께하는 즐거움을 올려둔 롬

 

데모그래픽스(Demographics)에 의하면 2020년까지 40%의 사람들이 프리랜서가 될 것이고, 밀레니얼 세대의 90%가 유연한 직업을 꿈꾼다고 한다. 하지만 일과 삶 사이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인생은 마치 현실과 이상 사이의 줄타기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특정 장소와 그룹에 소속되어 같은 근무를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삶을 벗어난 디지털 노마드들은 자신들의 모든 행동과 결정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안정감과 복지를 희생한 대신 모험과 열정을 택한 용감한 사람들. 이들은 삶과 일의 균형을 조절하고, 일과 여행을 같이 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많은 비용과 시간, 에너지를 기꺼이 감내한다.

 

롬은 이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디지털 노마드의 삶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다. 롬의 가치를 좋은 숙소와 훌륭한 근무 환경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일차원적인 접근이다. 롬은 행복하게 일하고 싶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면서, 이들이 함께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잠재된 기회를 만들어 낸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같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일과 인생을 즐기는 모습만큼 아름답고 의미 있는 것이 있을까. 예측 불가능하고 생동감 넘치는 특별한 커뮤니티는 롬이 커질 수 있는 명실상부한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