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우리 같이 살까요?_아시아 편

이케아도 동의했다. 앞으로 공간과 시간에 치러야 하는 비용은 끝없이 올라갈 것이고, 도구와 공간을 공유하는 아이디어는 끝없이 개발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특히 인구 밀집과 주거난이 심각한 도시에서는 더 나은 공유 주택 모델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 유럽 편에 이어 공유 주택 아시아 편에서는 대표적인 인구 밀집 도시인 도쿄, 서울, 타이베이에서 어떤 공유 주택들이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보자.

 

<목록>

A. 커넥트 하우스(Connect House) – 사업 자질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스킬 빌딩(skill-building) 공유 주택

B. 어쩌다 집 – 느슨한 연대감을 좇는 사람들의 공유 주택

C. 산샤 주거 프로젝트(Sanxia Housing Project) – 청년과 노인, 두 세대의 혼합 공유 주택

A. 커넥트 하우스(Connect House)

사업 자질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스킬 빌딩(skill-building) 공유 주택

@일본 도쿄 Tokyo, Japan ©Connect House

“이곳을 처음 구상할 때부터 사람들이 그냥 사는 곳이 아니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자 했다.

처음 ‘요리’라는 주제를 생각한 이유도, 요리가 가장 친해지기 좋은 방식이면서도 먹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 폴 양(PAUL YANG), 커넥트 하우스 대표

 

일본 도쿄의 시민 10명 중 1명은 공유 주택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다. 공유 주택이 활성화된 도시인만큼 평범한 형태부터 아웃도어 애호가들이 모여 사는 동호회 형까지, 수많은 컨셉의 공유 주택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중 폴 양(Paul Yang)이 2011년에 시작한 ‘커넥트 하우스(Connect House)’는 배움과 성장을 삶의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유 주택이다. 수준 높은 음식과 깍듯한 서비스로 자타공인 미식 도시, 도쿄에 자리한 커넥트 하우스에는 음식을 다루는 직업으로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청년들이 입주해 있다.

이케가미 역 근처의 작고 오래된 빌라를 개조한 커넥트 하우스는 마흔 개의 방을 둔, 제법 큰 건물이다. 가장 큰 공간을 공용부로 둔 건 대개의 공유 주택과 비슷하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커뮤니티 룸 한가운데 떡하니 놓인 대형 싱크대와 업소용 가스가 설치된 레스토랑 수준의 주방이다. 커넥트 하우스의 사람들은 이 싱크대를 접점으로 활발하게 교류한다. 요리 실습과 단체 식사는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공동체 활동이다.

 

맨 꼭대기에 위치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는 영상이나 미디어 작업이 가능한 공유 공간이다. 조명, 반사판, 카메라처럼 음식 사진이나 영상 촬영에 필요한 장비들이 있어 음식 블로그 및 마케팅 활동에 필요한 자료를 제작할 수 있다. 요리가 핵심인 공유 주택인지라, 주방 시설과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를 제외한 나머지 실내 공간은 꼭 필요한 수준의 인테리어로만 꾸몄다고 한다. 월세는 방의 크기나 이용 인원에 따라 6만엔(약 63만 원)에서 7만 5천엔(약 78만 원)까지다.

 

“공유 주택은 정확한 콘셉트가 필요하다. 동료가 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이에 부합하지 않은 사람이 들어오면 그 공유 주택은 끝난다.”

– 폴 양(Paul Yang), 커넥트 하우스 대표

 

커넥트 하우스는 외식업 종사를 꿈꾼다면 누구든지 입주할 수 있다. 획기적인 요리를 개발하는 요리사, 뛰어난 사업 수완을 가진 외식 사업가, 감각적인 푸드 코디네이터 등 어떤 목표든 상관없다. 폴 양은 부모의 압력과 사회적 시선에 갇혀 도전 정신을 배울 기회가 없던 일본 청년들이 보다 열정적이고 개방적인 외국인들과 교류하며 꿈을 키울 수 있는 공유 주택을 만들고 싶었다. 이것이 일본 음식 문화에 관심있는 외국인들이 입주민의 30%를 차지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커넥트 하우스에서는 매 월 새로운 주제로 외식업 및 창업에 관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유명 와인 전문지가 꼽은 최고의 소믈리에, 스시 장인 양성기관을 졸업한 전문가, 세계 맥주 대회를 휩쓴 맥주 기업 대표, 올리브 전문 테이스터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입주민을 대상으로 워크숍과 세미나를 개최한다. 현업에서 전문성의 정점을 이룬 이들은 이 세미나의 연사로 참여해 음식 산업에 뛰어든 배경과 프로모션 방법, 상품 개발 비화 등을 아낌없이 풀어놓는다.

외식업에서 성공하려면 식재료와 요리 기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터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커넥트 하우스에서는 요식업 전문가, 컨설턴트, 식당 경영자 등의 전문가를 초청해 창업 전략 및 회계 지식, 점포 운영 전략, 마케팅 방법론, 외식업 시장의 변화 등 각종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론 학습이 끝나면 남은 건 실전 대비 실습이다. 유명 셰프가 직접 요리하는 워크숍을 열거나, 입주민이 요리한 음식을 다 같이 먹으며 평가하는 시식회도 수시로 연다.

음식을 매개로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인지 교류 방식도 맛깔난다. 매 월 베트남,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등 여러 국가의 전통 음식을 요리해 나눠 먹는 저녁 행사를 열기도 하며, 누군가 특이한 식재료나 조리 도구를 사 오면 자연스럽게 서로 나누어 쓰며 친목을 다진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살다 보니, 외국인은 장인 정신이 담긴 일본 현지 음식을, 일본인은 외국의 이색적인 음식을 맛보며 각자의 음식 스펙트럼을 넓히기도 한다. 자연 농법을 고집하는 농가의 유기농 야채를 주차장에 늘어놓고 입주민과 지역 주민이 모두 구매할 수 있는 미니 마르쉐도 반응이 제법 좋았다.

 

커넥트 하우스는 음식과 외식업이라는 주제를 목표로 모인 사람들이 사는 공유 주택답게 지식과 기술을 단련하는 생산적인 행사가 많이 열린다. 이곳을 찾아온 이들은 대표의 바람처럼 각자 성장을 이루고, 동종 산업에서 건강한 인맥을 유지하며 함께 걸어가게 될 것이다.

B. 어쩌다 집

느슨한 연대감을 좇는 사람들의 공유 주택

@서울, 한국 ©Chosun

“집을 무거운 형태로 접근하지 않고, 어쩌다 만난 사람이 함께 공간을 공유하면서 

집, 가게, 사무실을 이루고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시각으로 보는 거죠. 

씁쓸한 시대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 대안을 제시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 임태병, 사이 건축소 소장

 

‘어쩌다 집’은 사람이 사는 거주지이자, 건축법 상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되어 있는 ‘집’ 이다. 서교동, 동교동 등 일명 ‘홍대’ 지역의 골목 상권을 중심으로 ‘어쩌다 가게’를 낸 사이(SAAI) 건축소의 후속편이기도 하다. 어쩌다 가게는 비슷한 성향을 가진 마음 맞는 이들이 모여 2층 단독주택에 옹기종기 가게를 꾸린 상업 건물이다. 사이 건축소는 살인적인 임대료와 유명무실한 세입자 보호법으로 부동산 전쟁터와 같은 홍대에서 5년간 임대 보장과 월세 동결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임차인과 공생했다. 그런 이들이 만든 어쩌다 집은 9세대가 모여 사는 작은 공유 주택이다.

망원에 위치한 어쩌다 가게 ©SAAI

어쩌다 집을 위해 공유 주거 기획 경험이 있는 ‘서울 소셜 스탠더드(Seoul Social Standard)’가 시장조사를, 사이 건축소가 설계 및 감리를 맡았다. 부지는 고민 끝에 마을 만들기 시범지역인 연남동의 ‘서울 휴먼타운’으로 정했다. ‘서울 휴먼타운’이란, 보안 · 방범 및 편의 시설을 갖춘 아파트의 장점을 가지면서, 동시에 골목길과 커뮤니티가 살아있는 저층 주택의 장점까지 누릴 수 있는, 신개념 저층 주거지를 말한다. 하지만 지난 유럽 편에서 다뤘던 OWCH의 NGC가 설계 과정에서 지방 당국과 어려움이 있었던 것처럼, 어쩌다 집 역시 지방자치단체 규정의 불합리함으로 임대료 산정 인허가가 미뤄지면서 인접 대지와의 공동개발이 무산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무사히 이러한 갈등을 잘 넘기고, 드디어 2015년 어쩌다 집은 그 모습을 세상에 드러냈다.

 

“사람들에게 비어 있는 공간을 마음대로 쓰라고 하면 절대로 잘 사용되지 않는다. 

쓰는 사람은 건축가의 의도처럼 쓰지 않기 때문이다. 공유 주택은 프로그램을 명료하게 운영하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

– 임태병, 사이 건축소 소장

어쩌다 집은 한 건물 안에 골목, 마당, 라운지 겸 식당인 공용 공간과 사무실, 원룸, 쉐어하우스라는 다양한 개인 주거 공간을 엮어낸 독특한 공유 주택이다. 1층의 라운지는 대화하는 농부시장 ‘마르쉐’에 참여하는 팀이 이탈리안 가정식을 내놓는 식당이다. 입주민과 인근 주민이 자유롭게 섞여 음식을 먹는, 말그대로 동네의 부엌이다. 식당 앞 공터에 둔 커다란 테이블은 이웃이라면 누구나 오가며 쓸 수 있는, 지역 커뮤니티의 소중한 접점이기도 하다.

 

개인 주거 공간은 3층에, 발코니와 주방 같은 공용시설은 4층에 있다. 5층은 건축주 부부와 어쩌다 가게에서 일하는 이웃이 살고 있다. 입주민 대부분이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터라 창작, 분석, 토론을 할 수 있는 디자인 회의실도 마련되어 있다. 층마다 테라스가 딸려 있고, 입주민 각자가 허브나 꽃을 심을 수 있도록 작은 옥상 텃밭도 제공한다. 입주 금액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원이다. 주택 시설과 주변 방값을 생각하면 매력적인 가격이다. 집을 만든 이는 시장에서 보편화될 수 있는 1인 공동 주거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살기 좋은 연남동에 집을 짓고 있습니다. 

가게와 사무실, 원룸과 셰어하우스, 복층 주거가 골목과 마당, 라운지를 공유하는 집입니다. 

모이고 공유하면 일상이 더 재미있고 풍요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어쩌다 집’에서 함께 살고 싶습니다.”

– 입주 모집 당시 사이 건축소가 SNS에 올린 글

집이 완성될 즈음, 특이하게도 SNS에 입주자 모집 공고가 올라왔다. ‘결’이 비슷한 여성을 찾는다는 모집 끝에 30여 명의 입주 희망자가 모였다. 지금은 디자이너, 문화기획자처럼 만드는 일을 하는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를 포함해, 30~40대 1인 가구들이 모여 건축주 부부와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다. 이처럼 어쩌다 집의 가장 큰 특징은 집을 지은 사람도 그곳에 살며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주택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아주 긴밀한 관계보다는 적당히 느슨한 연대의 사회적 관계를 추구하며 공간을 공유한다. 힘을 합해 재미있는 걸 시도해야 한다는 공동체적 압박감도, 단체 행동에 대한 의무도 없다. 라운지에서 함께 식사하며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는 정도면 충분하다. 적당한 소속감이 이들의 관계를 더욱 부드럽게 이어준다. 이 관계를 임태병 소장은 이렇게 표현한다.

 

“일 년에 몇 번 만나서 같이 투어하고 각기 제 갈 길로 흩어지는 밴드,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처럼 적정 거리를 유지하기 바란다. 

그렇게 느슨하게 친한 사이는 40년, 50년을 넘기기도 한다.”

C. 산샤 주거 프로젝트(Sanxia Housing Project)

청년과 노인, 두 세대의 혼합 공유 주택

@대만, 타이베이(Taipei, Taiwan) ©9floor

“우리가 생각하는 도시는 단지 일하고 잠자는 곳이 아니라 공간과 지식, 경험을 나누는 공간이다.”

– 스펜서 케(Spencer Ke), 나인 플로어(9 floor) 대표

 

대만은 부동산 가격이 최악으로 치솟은 나라다. 90년대까지 짓던 공공임대주택을 매각하고, 이후 주택 보급을 민간주도 시장에 맡겼다. 그 결과 대만의 공공임대주택 보유율은 0.8%로,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인 주택가격적정성지수(PIR)가 전 세계 최고인 18에 달한다. 청년 세대가 20m²의 집을 사려면 12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돈을 모아야 가능하다. 주거권 보장을 요구하는 주거 불평등 항의 시위가 타이베이를 물들인 것도 겨우 5년 전이다. ‘산샤 하우징 프로젝트(Sanxia Housing Project, 이하 SHP)’는 열악한 주거 환경에 내몰린 대만 청년과 노인의 주거 문제를 동시 해결하는 세대 간 공유 주택이다.

 

SHP의 시작은 대만의 1인 가구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해 2015년부터 반공공성의 공유 주거 공간을 꾸려나가던 나인 플로어(9 floor) 부터였다. 마침 소외계층 주거 문제 해결을 지원하던 신 타이베이시 당국의 협력으로 2018년 봄에 본격적으로 문을 열 수 있었다. SHP는 3명의 노인과 7명의 청년이 함께 거주하는 3세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방 한 칸을 빌리는 데 필요한 월세는 일반적인 시장가의 80%인 3,500타이삐(NT $3,500)로 매우 저렴하다. 이는 한국 돈으로 약 13만 원에 해당한다. 가격이 저렴한 대신 커뮤니티 룸에서 식사, 업무, 휴식을 다 해결해야 하지만, 입주민들은 전혀 아쉽지 않다는 눈치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가 소개하는 SHP의 일상

린 치와 창 리웅 ©9floor

SHP는 공유 주택이 익숙하지 않은 입주 희망자를 위해, 정식 입주 전 세 단계에 걸친 사전 합숙을 진행했다. 그 과정을 거쳐 린 치(Lin Chi)라는 밀레니얼 세대 청년 하나가 이곳에 입주했다. 바닥에 눕는 것만으로도 꽉 찼던 생활을 청산하고, 갓 28세가 된 봄의 일이었다. 그녀의 룸메이트는 창 리웅(Chang lee-rung)이라는 73세의 자원봉사자다. 창 리웅은 룸메이트로서 부모와 떨어져 살며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는 린의 삶을 정성껏 챙겨주었다. 전날 과음으로 핼쑥해진 린에게 해장 음료를 만들어 건네주는 것도 그녀다. 고독하던 창 리웅의 삶에는 린의 에너지가 충만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서로 다른 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공동체의 긍정적인 면이다.

식사는 청년과 노인이 함께 준비한다. 아무래도 노인이 쌓아온 삶의 지혜가 각종 집안일에서 빛을 발하게 되는 편이다. 커뮤니티 룸은 마작과 보드게임을 하며 웃고 떠드는 소리로 가득하다가도, 어느 날엔 60년대 황금기 노래와 90년대 이후의 댄스 음악이 북적거린다. 벽 한 켠에는 함께 살면서 입주민이 지켜야 할, 사소하지만 당연한 규칙을 적어 두었다. 예를 들면, 샤워 후 배수구에 엉킨 머리카락을 반드시 치워야 한다거나 친구나 가족 방문 시, 최소 하루 전에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들이다. 아무래도 청년 세대는 학교 기숙사 등을 근래에 경험했기에 공유 주거가 비교적 익숙하지만, 노인 세대는 가족 이외 공동체와의 생활이 낯설다보니 이러한 규칙을 함께 세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산샤 공유 주택은 별도의 관리인이 없어 입주민 스스로 주택에 대한 책임을 나누고 공동으로 관리한다. 물론 40~50년이라는 시간을 사이에 둔 두 세대가 공유 주택에서 함께 산다는 것이 모든 면에서 매끄러울 수는 없다. 그래서 아직은 실험 단계지만, 부족한 요소를 보완하고 사생활이 보장되는 범위를 늘릴 수 있도록 입주민의 의견을 계속해서 반영하며 개선점을 찾고 있다. 입주민들이 공유 주택을 통해 기존에 없던 관계를 만들어가며 행복을 느끼는 것이 이곳의 진정한 목표이기 때문이다. SHP는 지금도 노인들이 오랫동안 축적해온 삶의 지혜와 청년들이 갖는 활기를 공동체 안에 녹이며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평범한 사람이 평범하게 일을 하고 돈을 모아 집을 소유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심각한 인구 과밀과 주택난으로 진통을 겪는 도시들. 안타깝지만 아시아의 공유 주택 시장이 활성화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러한 도시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주어진 주택의 선택지가 몇 없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의 고질적 문제는 쉽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주거 취약층인 1인 가구의 지속적인 증가를 해결할 제도나 지원 방안도 마땅치 않다.

 

다행히도, 공간을 나눠 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점점 줄어드는 듯하다.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전혀 다른 삶을 살던 이들이 한 지붕 아래로 모여들고 있다. 공유 주택에 들어선 입주자는 공동체를 원활하게 작동시키는 기능과 책임을 갖는다. 누구와 머리를 맞대고 사느냐에 따라, 그리고 그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누릴 수 있는 삶의 모습도 다양화되고 있다.

 

집에서마저 사회 활동의 책임을 짊어지면서도 공유 주택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는 가성비 좋은 주거 시설을 꼽을 수 있다. 또, 가족 이외의 공동체 안에서 새로운 사람들은 물론,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집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삶의 울타리 안에서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1인 기업과 1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국내에서도 공유 주택의 선택지가 좀 더 넓어진다면, 외로운 도시인의 삶이 보다 살맛 나게 변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