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1963년 일본의 인류학자 우메사오 다다오의 논문에서 정보화 사회라는 단어가 처음 언급됐다. 탈공업의 시대가 막을 올린 이후, 현대 사회는 정보를 생산하고 처리하며 전달하는 방식들에 집중해 왔다. 인터넷의 등장은 그 발전 가도에 날개를 달아주었고, 넘쳐나는 정보들을 저장하고 편집하는 기술은 곧 경쟁력이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정보화시대에서는 누구나 정보를 생산할 수 있었으며 손쉽게 유통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반작용도 일어났다. 사람들은 넘쳐나는 정보에 조금씩 피로감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부각되기 시작한 개념이 바로 지식 정보다. 다양한 정보의 파편으로부터 유통 가능한 체계적 결과물이 탄생했을 때 이를 일컬어 지식정보라고 부른다. 꼭 새로운 창작만이 지식정보는 아니며 경험, 편집, 연구, 취합, 정리 등이 모두 지식정보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 정확하고 쓸모 있는 지식정보를 원했다. 이전에는 정보를 더 빠르게 찾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면, 이제는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제공하는 공급자들을 찾게 되었다. 그 때문에 각 분야의 전문가가 쓴 블로그 포스팅은 순식간에 해당 분야 커뮤니티에 공유되고, 커뮤니티에 어떤 주제에 관한 새로운 질문이 던져지면 사람들은 댓글 창에 전문가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린다. 한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마니아들은 이제 소비자로만 머물지 않고 크리에이터가 되어 제품 사용기나 리뷰와 같은 새로운 지식정보 콘텐츠들을 생성하기도 한다. 분야 자체에 제한이 없기에 직장생활 잘하는 법을 공유하는 것조차 하나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서 사람들의 소비관도 바뀌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실물을 사는 것만 소비라고 여기던 사람들이, 무형의 디지털 지식 콘텐츠를 구입하는 것 또한 충분히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소비라고 여기기 시작했다. 이제 사람들은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살아 있는 지식, 그리고 내가 감히 해볼 수 없는 경험을 글이나 영상으로 접하는 것에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그리고 이를 눈여겨본 많은 플랫폼 사업자들은 지식정보를 창출할 수 있는 창작자들을 모아 지식 콘텐츠 생산을 시작했다. 사람들이 의미 있는 지식정보에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면, 이를 생산 및 유통하는 것 또한 충분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큐레이션 형태의 구독 서비스가 성행하면서 많은 플랫폼이 또한 특정 테마나 주제를 가지고 자신만의 색깔로 지식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다.

롱블랙(LongBlack): 트렌디한 사회 초년생의 성장을 위한 지식 콘텐츠

롱블랙은 탐험, 발견, 그리고 성장이라는 테마로, 사회 초년생들을 주 타깃으로 삼는 지식 콘텐츠 플랫폼이다. 롱블랙 홈페이지에는 사회 초년생이 리더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사회적 감각을 함양하기 위해 롱블랙의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소개한다.

 

롱블랙은 비슷한 구조의 지식 콘텐츠 플랫폼인 폴인을 내보냈던 주요 멤버 두 명이 새롭게 시작한 서비스이다. 그들이 이전에 만들었던 서비스와 차별점이 있다면 폴인은 오프라인 세미나와 커뮤니티 운영에 큰 공을 들이는 반면 롱블랙은 온라인 콘텐츠, 그리고 그 안에서의 사용자들의 상호작용(interaction)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롱블랙은 콘텐츠의 힘에 더 집중하는 쪽을 택했다. 특히 콘텐츠를 만드는 스피커(콘텐츠 작성자)와 롱블랙의 이용자들이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을 형성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롱블랙의 전략적 특징이 하나 있다면, 구독자들로 하여금 콘텐츠의 귀함과 희소성을 자각시켜 지속적으로 관심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롱블랙 콘텐츠는 매일 자정에 업로드되는데, 24시간 안에 저장해두지 않으면 다시는 그 콘텐츠를 읽을 수 없다.

 

이는 시간제한을 통해 희소성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롱블랙의 지식 콘텐츠에 더 관심을 두게 만들고, 플랫폼에 자주 유입시켜 그 콘텐츠들을 습관적으로 접하게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향후 3일 동안 어떤 주제의 콘텐츠들이 업로드될지 미리 공개하여 기대감을 높이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전략에 걸맞게 사회 초년생들이 가장 관심을 둘 만한 트렌드들을 소개하는 것이 롱블랙의 콘텐츠 방향성이기도 하다.

 

버려진 물건을 되살리는 리유저블 제품 브랜드 소개, 중고 거래 플랫폼의 역사, 가장 핫한 스트릿웨어 브랜드 오프화이트(Off-White)의 창시자 버질 아블로(Virgil Abloh)의 이야기 등이 대표적인 최근 기사 주제다. 가장 트렌디하면서도 사회초년생이라면 한 번쯤은 깊이 알고 싶었던 이슈들을 지식으로 제공한다.

 

그뿐 아니라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국내외 비즈니스 및 마케팅 사례들을 소개함으로써, 세상 물정을 더 알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의 탐구심을 충족시키기도 한다.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젊은 세대에게 지식의 습득은 성장과 발전을 위한 좋은 원동력이 된다. 어쩌면 롱블랙은 그렇게 젊은 세대에게 수업료를 받는 것일 수도 있다.

롱블랙 홈페이지 메인 화면 캡처 © 롱블랙

퍼블리(Publy): 직장인들이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콘텐츠에 담다

퍼블리는 직장인과 관련된 모든 지식 콘텐츠를 담아내는 플랫폼이다. 직장인이라면 알아야 할, 그리고 알고 싶을 만한 내용을 모두 담아내려는 노력이 콘텐츠 카테고리 구성에서부터 엿보인다. 최근 사회 이슈들에 대한 자세한 분석, 산업별 트렌드를 정리한 지식 콘텐츠는 물론이고 직장인들의 최대 관심사라 할 수 있는 이직과 커리어 개발에 대한 지식정보까지 제공한다.

 

더 나아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인간관계 문제, 상사와 잘 지내는 법, 마음을 다스리는 법 등 사회 이슈를 넘어 개인의 심리와 감성까지 아우르는 콘텐츠를 선보인다. 긴 글보다는 짧게 핵심만 다루는 형태에 익숙한 MZ세대를 위해 퍼블리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1분 안에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한 카드뉴스형 콘텐츠도 있다.

 

퍼블리만의 방향성이 있다면, 직장인을 위한 종합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퍼블리 홈페이지 안에는 이용자들이 직장 생활과 관련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일종의 지식 공유 포럼인 고민해결소 메뉴가 개설되어 있다. 이곳에서 퍼블리 이용자들은 자신의 커리어를 개발하기 위한 질문에서부터 직장 안에서는 소문이 나거나 꾸중을 들을까 두려워 말하지 못하는 내용까지도 서로 상담해 주며 공유한다.

 

또한 퍼블리는 직장인을 위한 SNS인 커리어리 그리고 직장인을 위한 평생교육 사이트를 지향하는 커리어리 스킬업을 연이어 런칭하기도 했다. 커리어리에서는 프로필 기능을 통해 자신의 이력과 포트폴리오를 작성할 수 있도록 도와 현직자들끼리 네트워킹을 가능하게 했고, 새로운 직장을 구하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실제 취업 프로세스 전에 해당 업계의 선배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주고 있다.

 

커리어리 스킬업에서는 직장인들의 커리어와 성장에 도움이 되는 강의를 제공한다. 업무에 필요한 스킬부터, 취업과 이직 노하우, 그리고 우리 시대 직장인들의 가장 큰 고민인 주택 마련에 대한 팁을 알려주는 강의도 있다. 제공하는 지식 정보의 구성이 다양하면서도 직장인이라는 명확한 대상을 두고 콘텐츠들이 개발된다는 점에서 직장인 대표 콘텐츠 플랫폼으로서의 더 큰 도약이 기대된다.

퍼블리 콘텐츠 주제 모음 © 퍼블리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좋은 콘텐츠에는 마땅한 값어치가 따른다

네이버는 두말할 필요 없는 콘텐츠 산업의 공룡이다. 온종일 네이버에 있는 콘텐츠만 들여다봐도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고, 유명 콘텐츠 중 대다수가 네이버를 거쳤다. 이전에는 네이버가 공급자의 콘텐츠를 담아내는 유통망 혹은 중개자의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는 공급 주체로서도 시장의 절대 강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포털 사이트가 그랬듯, 네이버 또한 콘텐츠 유통을 위한 다양한 수익 모델을 개발하면서도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대부분의 정보는 무료로 제공한다. 지금도 메인 화면 하단에 있는 포스트 섹션에서는 여러 개인과 기업, 그리고 단체에서 각 분야에 맞는 지식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정보 검색 기능이 가장 중시되었던 초기 포털 서비스 기능을 잃지 않고, 방문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지식정보를 소개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또한 꼭 포스트가 아니더라도 블로그에서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지식 생산자들의 수도 상당하다. 다만 네이버에서 활동하는 지식 생산자(퍼블리셔)들의 경우 콘텐츠 작성에 대한 자체 수익은 없었으며, 블로그 게시 글이 일정 빈도 이상 노출되어야 페이지에 노출된 광고 수익금의 일부를 공유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 콘텐츠의 소비 가치가 올라가면서, 네이버도 텍스트 기반 지식 콘텐츠 유통 시장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다. 바로 프리미엄콘텐츠 채널이다. 프리미엄 콘텐츠에서는 채널별로 특정 주제에 대한 심도 깊은 지식이 제공되는 대신 지불해야 하는 월별 구독 금액이 설정되어 있다. 구독자들은 자신이 흥미 있는 채널을 찾아 개별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구독하는데, 여러 채널을 구독할 시 주어지는 할인 혜택 등은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네이버는 중개만 담당할 뿐 채널마다 업로드되는 내용과 방향성은 콘텐츠 생산자가 직접 기획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그렇기에 생산자 입장에서는 플랫폼의 색깔이 아닌 생산자 자신만의 오리지널 지식 콘텐츠를 생산 및 유통할 수 있고, 그 콘텐츠의 생산만으로도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자신의 콘텐츠가 대형 포털에 접속하는 수많은 대중에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플랫폼의 가장 큰 매력이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의 또 다른 특징 하나는 다른 플랫폼처럼 개인 단위로 객원 기고가를 모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양질의 콘텐츠 생산 능력이 검증된 주요 언론사, 콘텐츠 기업, 기성 작가(수필가, 여행작가 등), 그리고 전문가 수준의 유명 블로거들을 콘텐츠 생산자로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당수가 해당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기자이거나 소양을 갖춘 전문가들이 지식 정보를 생산하기 때문에 채널마다 다루고 있는 주제는 꽤 구체적이고 깊이 있다.

 

현재 프리미엄 콘텐츠는 2021년 상반기 클로즈베타(CB) 기간을 거쳐 142개의 채널을운영 중이며 앞으로 영상, 오디오 등의 분야로 프리미엄 콘텐츠의 채널 분야를 확장할 계획이다. 아직 런칭한 지 1년이 채 안 된 상황에서, 대형 포털 사이트의 구독형 유료 지식 콘텐츠 플랫폼 구축 도전은 얼마나 큰 호응을 얻게 될지 지켜볼 만하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채널 목록 ©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콘텐츠 홍수 속에 사는 우리는 향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콘텐츠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각 OTT(Over The Top, 미디어 콘텐츠 서비스) 채널, 스트리밍 서비스, 그리고 심지어 쇼핑 플랫폼별로 제공하는 콘텐츠가 충분히 매력적이라면 매달 기꺼이 구독료를 지불하며 그 콘텐츠를 소비한다. 이제는 지식 정보도 그 콘텐츠의 일부가 되었고, 저작권 등의 지식재산권이라는 단어가 더는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단편적 정보를 접하는 시대를 넘어 다양한 정보가 창의적인 융합 과정을 거쳐 하나의 지식 콘텐츠로 태어나는 시대가 되었으며, 사람들은 그 쓸모 있는 지식에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그리고 그 기대와 니즈(needs)에 부응하기 위해 콘텐츠 생산자들은 더 가치 있는 지식 생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혹자는 광고를 좀 보더라도 무료로 지식을 습득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이 지식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콘텐츠 생산자가 그 품질에 집중하지 못하고 광고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면 제공되는 콘텐츠의 질적 하락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요즘의 소비자들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더 낫고 질 좋은 지식정보를 얻기 원한다. 혹전략적으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낮은 품질의 지식 콘텐츠를 생산하고 거기다 광고까지 남발한다면 결국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할 것이 분명하다. 품질 유지는 생산 관리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사실 우리는 이전부터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일에 익숙했다. 학교에는 수업료를 지불했고, 수많은 강연과 콘퍼런스에는 참가비를 지불했다. 세상을 알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신문도 구독료를 지불했다. 그러나 정보화 시대 이후 유난히 인터넷에서 공유되는 정보에는 대가를 지불하려는 문화가 자리 잡지 못했었다. 이제는 그 틀에서 벗어날 때다. 내가 필요하고 가지고 싶고 누리고 싶은 콘텐츠가 바로 지식이라면, 그것을 소비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