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비디오 게임 마스코트 격인 닌텐도의 마리오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8, 90년대 오락실을 주름잡던 콘솔 게임 <동키콩>부터 부모님 몰래 즐겼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나 <마리오 카트>까지. 어른이 된 사람들도 닌텐도 특유의 색감, 신나는 배경음악과 함께 캐릭터들이 모험을 떠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귀여운 닌텐도 월드는 어디까지나 2D 화면 속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세계였다. 2021년, 일본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슈퍼 닌텐도 월드가 생기기 전까지만 말이다.

 

도쿄 올림픽에 맞춰 개장한 슈퍼 닌텐도 월드는 초록색 파이프 모양의 입구에서부터 방문객을 사로잡는다. 게임에서도 로비 역할을 하는 피치의 성을 지나 바깥으로 나가면, 화면으로만 보던 버섯 왕국이 시야를 가득 메우게 된다. 닌텐도 월드는 실제 세계와 비슷한 점이 거의 없기에 더욱 신선하게 다가온다. 실재하지 않는 몹이나 아이템, 그리고 생동감 넘치는 색감으로 가득한 독특한 형태의 구조물을 마주하고 나면, 방문객들은 이질감을 느끼면서도 마치 게임에 접속해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코인이나 미스테리 블록과 같은 요소를 아예 처음 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해리포터나 마블 등을 주제로 하는 테마파크가 운영 중임에도 슈퍼 닌텐도 월드가 방문객들에게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 콘텐츠가 바로 비디오 게임이라는 데 있다. 우리는 한 번의 실수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불안감, 순위가 내려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게임을 진행한다. 그리고 그 불안과 성취 사이에서 미스테리 블록, 몹(굼바, 쿠파), 아이템(파이어플라워) 등 무작위로 등장하는 수많은 인터랙션 요소를 즐기게 된다. 닌텐도는 단순히 시청하고 감상하는 미디어가 아닌 직접 상호 작용을 거치며 상황에 따라 결과와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이기에, 그만큼 수많은 경우의 수를 오프라인 현장에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비용과 노력이 들 수밖에 없다.

 

기존 테마파크의 어트랙션 요소(롤러코스터, 바이킹)가 영화처럼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단방향의 콘텐츠였다면, 슈퍼 닌텐도 월드는 게임에 등장하는 무작위 요소를 오프라인으로 그대로 가져와 방문객에게 인터랙션을 부여하고 짜릿한 재미를 더한다. 방문객들이 긴 대기 줄에 비해 감흥이 덜한 어트랙션보다 사진 촬영과 조형물 구경, 인터랙션을 추천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슈퍼 닌텐도 월드 Ⓒ unsplash
파워업 밴드 Ⓒ Attractions Magazine

이러한 온라인 경험과 오프라인 경험을 적절히 혼합시킨 “옴니채널” 기술을 가장 잘 드러내는 인터랙션 요소가 바로 파워업 밴드다. 방문객들은 이 특별한 손목시계를 차고 마리오가 미스테리 블록에서 아이템을 얻는 것처럼 테마파크 곳곳에서 코인이나 파워업을 수집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스마트폰 앱과 연동되어 도전 과제를 달성하고 특별한 기능을 잠금 해제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놀라운 점은 테마파크를 떠난 후에도 파워업 밴드와 앱을 통해 모험이 계속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더 많은 코인과 파워업을 수집하기 위해 다시 테마파크에 방문하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험은 점점 통합되고 있으며, 이 흐름을 매력적으로 풀어낸 파워업 밴드는 테마파크 경험을 향상시킨다. 그뿐 아니라 떠난 후에도 브랜드와의 연계성을 놓지 않게 하는 락인(lock-in) 효과를 끌어낸다.

 

슈퍼 닌텐도 월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험을 통합시켰듯,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닌텐도의 게임 콘텐츠는 1980년대부터 시작되어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만큼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비록 게임의 장르와 기술적인 요소는 시간이 지나며 변화했지만, 마리오는 몇십 년 동안 꾸준히 피치 공주를 구출하기 위한 모험을 떠났다.

 

오리지널 형태의 닌텐도 게임을 즐겼던 아이들이 이제 부모가 되어 아이들에게 닌텐도를 소개하고 슈퍼 닌텐도 월드에 데려가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스트리밍 서비스와 온라인 게임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젊은 세대는 디지털 형태의 콘텐츠가 더 익숙하고 그것들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기에 슈퍼 닌텐도 월드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브랜드를 조금 더 물리적이고 구체화된 형태로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바깥에서 바라본 슈퍼 닌텐도 월드 Ⓒ New York Times
가족이 함께 테마파크를 즐기는 모습 Ⓒ New York Times

최근 일본 여행 비자가 풀리면서 슈퍼 닌텐도 월드를 방문하는 한국인이 급증하고 있다. 이는 기성세대의 향수와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경험을 동시에 제공한다는 매력에 대한 증거일지도 모른다. 혁신적인 기술을 활용하고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브랜드를 이용해 탄생한 슈퍼 닌텐도 월드는 지금까지도 모든 연령대의 팬들에게 여전히 인기 있는 목적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