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작년 초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던 부동산 뉴스가 올해까지 신문과 뉴스 메인을 장식하며 떠들썩하다. 높아져만 가는 집값과 더불어 팍팍해지는 현실에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이들의 고민을 더욱 높아지게 한다. 영끌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고, 부의 축적은 부동산뿐이라는 맹목적인 분위기가 20~30대를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는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돌파구를 모색하고자 했는데, 그것이 빈집 도시재생 프로젝트다.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빈집, 주인이 누구인지 불명한 집을 리모델링해 도시 사업으로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오래된 주택가를 거닐다 보면 종종 발견되는 주인 없는 폐가가 그 주인공으로, 다시 사람이 살 수 있도록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합리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유의미한 점은 빈집 도시재생이 비단 개인의 삶에만 영향을 미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시를 새롭게 만드는 일에 일조하는 만큼, 기관과 기업, 도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흉물스러운 폐가가 아닌 사람의 온기로 채울 수 있는 집을 촘촘히 채워 누구나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현재는 집뿐만 아니라 공공시설을 비롯한 다양한 건축물의 리모델링을 통해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린 리모델링(Green Remodeling)으로 거듭난 도시

리모델링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최근 주목받는 방법은 에너지 소비가 많은 노후 건축물을 녹색 건축물로 전환하는 사업인 그린 리모델링 사업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추진 중인 본 사업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노후화된 건축물을 사람이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사업으로, 에너지 효율을 최대화하여 환경과 도시재생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실행하고자 한다. 그린 리모델링 사업은 도시의 경관을 미적으로 상승시키는 것을 넘어서 쓸모없는 것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고,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뜻이 담겨있다.

 

노후한 건축물을 새롭게 재생하는 사업인 만큼 에너지 효율 개선, 자원 재활용 등 관련 사례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첫 번째로 2015년도에 완공된 충북 청주시립미술관을 들 수 있다. 미사용 중이던 구 KBS청주방송국을 시립미술관으로 용도 변경하며 리모델링한 청주시립미술관.

 

2011년 건립 기본계획 수립하며, 단열 시스템, LED 사용 등 여러 그린 리모델링 기법을 적용해 기존성능 대비 40.9% 이상의 에너지 사용량을 절감했다. 비어있던 공간에 단열을 덧입혀 에너지 효율을 높인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 시킨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미술문화발전에 기여하고자 로컬 아티스트, 체험형 아티스트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 중이다.

 

이와 같은 그린 리모델링 사례는 세계적인 친환경 도시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친환경 도시 중 한 곳인 브라질 쿠리치바(Curitiba)는 과거 쓰레기와 매연으로 골치를 앓던 도시였다. 하지만 건축가 출신의 자이메 레르네르(Jaime Lerner) 쿠리치바 전 시장 취임 이후 도시는 생태 도시로 거듭났다. 수많은 환경 정책 중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이 바로 공간 재활용이다.

 

자이메 레르네르는 쓸모없어진 채석장을 대규모 공연장으로 재탄생시켰다. 과거 채석장이었으나 광석 고갈로 버려져 있던 공간을 1,000석 규모의 대규모 공연장 오페라 하우스로 리모델링했다. 이는 기존에 있던 채석장에 물을 채우고 내외부, 간판, 난간 등 건물의 모든 것을 철강과 폴리카보네이트(Polycarbonate, 무색투명한 플라스틱 중합체)로 건축되었다. 내열성과 충격성, 투명성이 좋아 유리 대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자연 속에서 오페라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 밖에도 버려진 탄약 창고를 빠이올 연극장으로, 폐전차 객실을 활용해 탁아소로 꾸미는 등 버려진 공간에 그린 리모델링을 접목했다. 그 결과 쿠리치바는 무분별한 건물 세우기에 필요한 예산과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었다.

또 다른 그린 리모델링 사례로 거론되는 곳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독일의 뒤스부르크(Duisburg)다. 공업 도시였던 뒤스부르크는 과거와 달리 친환경, 관광도시로 유명하다. 과거 공업, 제조업이 세계적으로 침체기를 겪자 뒤스부르크의 도시 분위기도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주민들은 기업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환경공원으로 리모델링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폐공장을 이용해서 말이다. 폐공장을 철거한 뒤 공원을 조성한 것이 아니라 폐공장 자체를 그린 리모델링해 환경공원으로 재탄생시켰다.

공장지대 설계를 맡은 조경가 피터 라츠(Peter Latz)는 기존 구조물을 최대한 활용해 가스통에서 다이빙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석탄을 옮기던 철로 지대는 암벽 등반장으로 만들었다. 기존의 철거물이 쓰레기로 전락해 환경 훼손이 일어나지 않게 그린 리모델링으로 변화를 꾀한 것이다. 그린 리모델링으로 새로 태어난 뒤스부르크 환경공원은 공간을 넘어 도시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공업 도시로 인식됐던 뒤스부르크는 환경공원을 통해 이제는 세계적인 친환경 도시로 꼽히고 있다.

1954년도 공업 도시였던 뒤스부르크 Ⓒ Lokalkompass
그린 리모델링으로 친환경 도시가 된 뒤스부르크 Ⓒ Landschaftspar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이처럼 그린 리모델링, 그린 뉴딜로 다시금 새 생명을 찾은 건축물은 사람들에게 공간의 새로운 탄생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쓸모없음에 대한 생각에도 변화라는 돌을 던지고 있다. 쓸모없고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에 변화가 생긴다면 필요가 된다는 것. 그린 리모델링이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는 공간은 없다는 것을 그린 리모델링을 통해 알 수 있다. 공장이 폐쇄하고, 산업이 빠져나간 자리는 변화라는 생각의 전환에서 새로운 산업이 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처럼 문화라는 옷이 더해진다면 공간은 무궁무진한 미래를 보여준다. 폐공장에서 암벽등반을 하고, 다이빙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과연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공간 중에 필요 없는 것, 아무것도 아닌 것은 없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누군가에는 쓸모없는 공간이 새로운 놀이터가 되고 도시의 분위기가 된다. 아름답지 않은 꽃이 없는 것처럼, 그저 시대를 잃은 공간만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