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3 Dots 

▪ 일본의 마치라이브러리는 2008년, 오사카의 11평 작은 사무실에서 이소이 요시미츠가 시작한 커뮤니티 중심의 공유 서가이다. 

▪ 책을 통한 소통의 필요성에 공감한 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마치라이브러리는 2024년 9월 30일 기준, 일본 전역에 총 1,172개소가 흩어져 있다. 홈페이지를 통한 오픈형 운영 방식에 따라 참여자 간 느슨한 연결을 도모한다. 

▪ 2020년부터 시작된 <마치라이브러리 북페스타>에서는 책을 매개로 각 지역 운영자가 중심이 된 신선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오는 10월 20일에는 작은 도서관 운영자들이 모여 활동을 보고하는 <마이크로 라이브러리 서밋 2024>가 열릴 예정이다. 

 


 

최근 2030 세대가 중심이 된 “힙한 독서” 열풍을 보도하는 내용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러나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를 들여다 보면 이런 열풍이 어느 정도 효과로 이어지고 있는지 조금 의구심이 든다. 여전히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에 한 권의 책도 읽지 않고 있으며 숏폼이나 OTT 등 미디어의 영향력은 갈수록 거대해져 가고 있다. 그렇기에 책을 향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을지, 아니면 그저 쏟아지는 디지털 콘텐츠 홍수의 피로 속에서 잠시 스쳐 지나가는 아날로그 감성의 유행인지는 좀 더 오래 두고 지켜 볼 일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출판 대국의 역사를 지닌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9월 17일 일본의 언론사 마이니치(毎日)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문화청이 공개한 2023년도 <국어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 일본 국민의 약 63%가 한 달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월 전국 16세 이상의 국민 6,000명을 추출해 우편으로 실시되었으며, 조사 인원의 59.3%인 3,559명이 조사에 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어에 관한 여론 조사>는 매년 실시되고 있으나 “한 달에 읽은 권수”에 관한 질문은 2008년 이후 5년마다 실시되고 있다. 지난 설문조사인 2018년의 조사에서 한 달에 한 권 이상 책을 읽었던 사람의 수가 52.5%였던 반면, 2023년 조사 결과에서는 36.9%로 가파른 감소세를 보였다.

 

독자들의 전자책 구매 증가와 함께 읽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난 탓인지 일본 내 서점의 수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2003년 기준 2만 곳이 넘던 서점 수는 20년 만에 절반 이하로 줄어 지자체 네 곳 중 한 곳은 지역 내 접근 가능한 서점이 없는 실정이다. 이에 사이토 겐 일본 경제산업성 대신(장관)은 지난 4월 장관 직속의 서점부흥팀을 만들어 서점에서의 작가와의 만남 행사 지원, 문화복합시설 전환 등 서점의 부활을 위한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무사시노 운동장에 생긴 MUFG PARK, 마치라이브러리 © Machi Library
무사시노 운동장에 생긴 MUFG PARK, 마치라이브러리 © Machi Library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도서관의 시작

이처럼 “읽지 않는” 일상이 뉴노멀이 되어가고 있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내가 만드는 도서관”이라는 콘셉트로 책과 함께하려는 이들이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곳이 있다. 공식 홈페이지 기준, 현재 일본 전역에서 1,000개가 넘게 운영되고 있는 “마치라이브러리*”이다. (2024.09.30 기준 1,172개소 등록)

*쉽게 말하자면 마치라이브러리란 “동네도서관 운동”이지만, 이 단어를 들었을 때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작은 도서관”과는 사실상 다른 형식을 띤다. 일본어로 마치(まち)라이브러리의 “마치”는 일본어 街 또는 町라는 한자어를 쓰며 마을, 동네, 번화한 거리 등으로 쓰인다. 따라서 우리말의 “동네”라는 단어로 번역하기에는 의미상 한계가 있어 이 글에서는 그대로 “마치”라는 발음으로 표기하기로 한다.

 

마치라이브러리의 기본 개념은 공유 서가이다. 가정집의 작은 책장 한 칸부터 대학도서관이나 기업 접견실 한편에 놓인 대형 서가까지 누구든 빈 서가를 공유 자원으로 내놓으면 지역 주민들이 이 서가를 자유롭게 함께 채워 나간다. 빈 서가를 주변의 지역민과 함께 나누고 싶은 책으로 채워가는 일에서부터 서가 속 책을 매개로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행사와 만남의 장을 만들어가는 일까지, 모두 지역민의 참여로 이뤄지는 것이 마치라이브러리의 고유한 특징이다. 즉 정부나 특정 단체 주도의 활동이 아닌 책을 통해 느끼는 기쁨과 책을 통한 만남을 주변에 더 알리고 퍼트리고 싶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체가 되어 펼쳐나가는 활동인 것이다.

 

마치라이브러리를 처음 제창한 사람은 이소이 요시미츠(Isoi Yoshimitsu)씨이다. 1958년 오사카시 출생인 그는 일본의 대표 부동산 디벨로퍼인 모리 빌딩 주식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뒤, 이후 모리기념재단에서 「롯폰기 아카데미 힐즈」 등의 문화·교육 사업에 종사했다.

 

계기는 복합시설 아크힐즈의 지하실을 이용한 “아크도시학원”이라는 도시대학의 프로그램을 담당하게 된 일이었다. 회원제 야간 사설 아카데미로 시작한 아크도시학원은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였고, 이는 이후 “롯폰기 아카데미 힐즈”로 이어졌다. 450평이었던 아크힐즈 공간의 3배 이상의 면적에서 운영된 롯폰기 아카데미 힐즈에서 그는 “자신만의 서재”라는 콘셉트로 커뮤니티 회원제를 도입한 24시간 사립도서관을 운영하였다. 이후 아카데미 힐즈는 100명의 직원이 2,700여 평의 공간을 관리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발전하였으나 사기업이 운영하는 교육기관이란 한계 탓에 필연적으로 수입을 추구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당초 교육의 목적이었던 “사람을 키운다”는 기조가 흔들리는 데서 시작된 내면의 갈등, 18년간 애정을 가지고 진행했던 사업을 손 놓게 한 갑작스러운 회사의 인사 발령, 아크도시학원의 종료 등으로 인해 이소이 요시미츠는 회사라는 조직에 회의를 느끼고 2010년 휴직에 들어간다.

 

이 휴직 기간 당시 26세였던 도모히로 유이치군과 그의 소개로 만난 와세다대학의 도모나리 신이치 교수와의 만남으로 그의 향후 인생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건 바로 사기업과 기관이 중심이 된 교육이 아닌 개인의 배움이었다.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이 서로의 지식과 감정을 주고받는 장이 되는 “동네학원@동네도서관(마치라이브러리)”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이들과 함께 실행위원회를 결성하며 지금의 마치라이브러리의 토대를 닦게 되었다.

이와타시에서 소규모로 운영 중인 '여기저기 문고' © Machi Library
개인이 집 앞 새장을 활용해 운영 중인 '도토리 도서관 상자' © Machi Library

꾸준함의 비결은 자발성

첫 시작은 2008년 부친의 소유였던 오사카의 작은 11평 사무실 공간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1,500권의 책으로 시작한 IS 도서관이었다. 세입자의 편의 및 모임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이용되던 이 공간은 2010년 10월, 도모히로 군을 초대한 세미나를 시작으로 오픈 하우스 활동을 시작했고 이듬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마치라이브러리 운동의 첫 근거지가 되어 주었다. 개인 또는 단체가 자기 공간의 한편을 내어주는 것으로 시작된 이 모델은 이후에도 일본의 다양한 마치라이브러리의 형태로 이어져 간다. 이후 2013년 시작된 오사카부립대학(현 오사카공립대학) 내 대규모 마치라이브러리, 2015년 모리노미야 Q’s MALL BASE 마치라이브러리, 그리고 지자체와 협력한 마치라이브러리의 형태(홋카이도 치토세)까지 다양한 규모의 마치라이브러리가 운영되며 일본 전역에 마치라이브러리가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마치라이브러리의 60%를 차지하는 주요 설치자는 개인이다. 나머지는 단체나 기업. 집, 카페, 절, 산장, 오피스 빌딩과 대학 외에 공공 도서관에 설치된 것도 있다. 많은 마치라이브러리가 오사카나 도쿄 근처의 도시에 집중되어 있지만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거의 모든 도도부현에 퍼져있으며, 해외에 거주하는 일본인이 설치한 마치라이브러리도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마치라이브러리가 유료 사업모델이나 프랜차이즈가 아닌, 책을 통한 주변 주민과의 교류와 소통의 필요성에 공감한 이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마치라이브러리는 자원봉사 정신이 넘치는 소유자 및 공간 운영자, 자원 활동 스태프들에 의해 자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마치라이브러리 사무국이 권장하는 큰 프레임은 오직 “버리는 책이 아닌 추천하는 책을 기증하기”, “기증하는 책에는 좋아하는 이유 등의 메시지 카드를 더하기”, “책을 빌린 사람도 그 카드에 소감을 적어두기” 등의 기본적인 운영 방식만을 제안한다. 이 기획의 단순함이 오히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공감하게 만들어 1,000여 개가 넘는 자유로운 형식의 마치라이브러리가 일본 전역에 퍼지도록 한 원동력이 되었다.

 

마치라이브러리에 참여하려는 이들과 운영하는 이들은 각 운영자가 원하는 모습과 형식으로 공유 서가를 구성한다. 서가를 찾는 사람들과 함께 자신들의 지역에서 열고 싶은 다양한 행사를 스스로 꾸려나가며 즐긴다. 각자의 마치라이브러리 활동 정보는 마치라이브러리 공식 홈페이지에 투고해 이벤트 정보를 홍보하고 더 의미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널리 알린다. 이러한 과정은 결과적으로 마치라이브러리라는 이름 아래 활동하고 있는 전국의 비슷한 마음과 뜻을 가진 이들의 소식을 살펴보게 만들어 함께 하고 있다는 느슨한 연대감을 부여한다. 그리고 그렇게 싹이 튼 부담 없는 연대감과 소속감은 지역민의 자발적인 동기부여와 지속하는 힘에 한몫을 더한다

제1호 마치라이브러리, 오사카 IS 도서관 © Shacho Osakazine
리츠메이칸 대학 오사카 이바라키 캠퍼스 내 마치라이브러리 © Machi Library

마을의 책장에서 마을의 책 축제로

마치라이브러리 사무국은 2020년부터 새로운 형태의 모험을 시작했다. 바로 “마치라이브러리”라는 공간을 중점으로 한 일본 전역의 마을 축제이다. 2020년 9월 20일부터 10월 18일 동안 약 한 달간 진행된 이 행사는 <마치라이브러리 북페스타 재팬>이라는 이름으로 일본 각지의 마치라이브러리, 사설도서관, 공공도서관, 서점, 책과 관계된 활동 중인 개인 또는 단체와 함께 책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마을을 연결시켰다.

 

코로나의 한창이던 그즈음 3개월이라는 짧은 준비 기간 끝에 이뤄낸 이 첫 행사는 홋카이도에서 미야자키현까지 전국 17개 도도부현에서 165건의 이벤트를 실시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새로운 축제의 목적은 간사이 지역에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이벤트를 전국 단위로 펼침으로써 코로나 중에도 책을 통한 사람과의 연결을 이어가고자 함이었다. 주최 측은 이 시도와 경험을 통해 마치라이브러리나 공공도서관, 서점 및 개인 활동 등 책과 관련된 장소와 사람을 연결하고 전국에 산재하는 책에 관한 활동을 표면화시켜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을 창출하는 “북 투어리즘”이란 개념을 세웠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축제를 통해 더욱 다양한 기획과 참여 방안을 모색하고 지역 사회 커뮤니티 육성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 왔다.

 

마치라이브러리 북페스타가 지향하는 북 투어리즘은 우리가 이해하는 보편적인 투어리즘과 조금 다르다. 일반적인 글로벌·투어리즘이 외부 관광객을 끌어들여 비일상을 통해 지역을 발전시키며 결과적으로 지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커뮤니티 기반의 투어리즘이라면, 북 투어리즘은 책의 열람, 대출, 가까운 이와의 만남을 일상화하는 기회를 쌓는 형태의 커뮤니티 투어리즘의 하나로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외부가 아닌 내부, 비일상이 아닌 일상에 책을 놓음으로써 커뮤니티의 힘을 일으키려는 이 시도는 결국 마치라이브러리의 시작점과 맞닿아 있는 듯하다.

 

올해의 <마치라이브러리 북페스타 재팬> 축제는 2024년 9월 1일(일)부터 10월 31일(목)까지 일본 전역 각지에서 약 2개월 동안 자유로이 이뤄지고 있다. 축제 기획 및 운영 또한 마치라이브러리처럼 완벽한 오픈형이다. 축제 기간동안 자신의 마치라이브러리 또는 책 공간을 홍보하고 방문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마치라이브러리 홈페이지의 이벤트 페이지에 등록해 참여할 수 있다. 등록비 역시 무료이다.

 

책과 관련한 곳, 책이 있는 곳을 투어코스로 만들어 함께 둘러볼 사람들을 모집하는 “북 스팟 도보 투어” 역시 비영리 목적의 실비 참가비를 받는 내에서 기획자가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투어 코스를 구성 및 홍보하여 참여자를 모집한다. 올해 오사카에서 열린 <책으로 이어지는 맵 & 마을 산책 투어>는 책으로 연결되는 도시의 지도를 완성하는 프로그램이다. 다섯 개의 산책 경로 중 하나를 선택해 안내인과 함께 걸어가며 맵을 완성하는데, 마치라이브러리에서부터 시작해 지역 뮤지엄, 올빼미의 숲, 포장마차 바 등 도시 이곳저곳을 거닐며 책과 커뮤니티를 연결 짓는 다양한 코스가 준비되어 있다. 각각의 코스는 최소 2시간에서 최대 5시간까지 진행되며 참가비가 무료인 대신 필요할 경우 방문하는 장소의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 코스별 신청 인원이 선착순 5명으로 제한된 것도 인상적이다. 소규모 인원으로 제한된 만큼 긴 시간 동안 함께 걸으며 책과 도시에 관한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처럼 마치라이브러리 사무국은 이렇게 신청된 여러 이벤트를 홈페이지를 통해 그저 널리 알릴 뿐이다. 그 결과 이벤트 캘린더를 통해 두 달간의 축제 기간동안 거의 매일 일본 내 어딘가에서는 책과 관련한 행사가 하나 이상은 열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몇 가지 추천 이벤트를 살펴보니 <마치 라이브러리 다테시나 도큐 살롱>, <책으로 연결된 마을과 병원-새로운 거처의 창조 : 글로벌 시점으로 생각하는 후쿠야마 병원 마치라이브러리의 가능성>, <영어로 말하자>, <컴퓨터 병아리(초보) 살롱>, <Mama Cafe- 카페스타일 공부모임> 등 일반적인 책 축제를 떠올렸을 때 들었을 법한 프로그램에서 한껏 벗어난 자유롭고 흥미로운 기획이 엿보인다.

다테시나 도큐 호텔 벽난로 라운지에서 진행 중인 <마치라이브러리 다테시나 도큐 살롱> © Machi Library
개인의 서가를 공개하는 이벤트 <내 책장을 봐!> © Machi Library

<마치라이브러리 다테시나 도큐 살롱>은 숲으로 둘러싸인 다테시나 도큐 호텔의 벽난로 라운지에서 분야별 전문 게스트를 초청해 지성 충만한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우주, 경제, 사회 등에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테마 곁에 숲이라는 공간과 벽난로라는 장치를 나란히 배치해 고루하지 않고 아늑한 살롱의 분위기를 살렸다. 딱딱한 강의실에 앉아 들으면 어쩐지 뻔하고 조금은 경직되었을지도 모를 이벤트를 자연에 둘러싸인 호텔의 라운지에서 개최해 유연하게 사고하며 서로의 인사이트를 주고받을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도서관을 어떻게 200%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모리의 만남: 책이 있는 장소의 사용법>도 흥미롭다. 도서관 하면 떠오르는 “책 읽는 곳”의 전형성을 탈피해 어떻게 하면 책과 공존하는 공간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공간을 사용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한다. 물리적으로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책과 함께 있는 것”은 좋아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착안한 신선한 기획이다. 게스트로는 『読書が苦手だった司書が教える 世界一かんたんな図書館の使い方(독서를 잘 못하던 사서가 가르치는 세계에서 가장 간단한 도서관 사용법)』의 저자 츠노다 유미코(Tsunoda Yumiko)가 함께 한다.

 

홈페이지 내에서 진행되는 소소하고 재미난 이벤트도 있다. 모리 회의에 참여했던 이용자가 제안한 <내 책장을 봐!>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이 이벤트에서는 평소 보여줄 기회가 없었던 나만의 책장을 사진으로 찍어 응모하면 된다. 책을 분류했는지 안 했는지, 또 어떻게 정렬하거나 쌓아 올렸는지에 따라 서가 주인의 독서 감각과 취향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이처럼 북페스타에 참여한 이벤트들은 제목에서부터 엿볼 수 있듯 단순히 좋아하는 책, 인상 깊은 책과 같은 피상적인 질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냥 “추천하는 책에 이야기해 보자”가 아닌 “내 아이에게 읽어 주고 싶은 그림책, 저작권을 좋아하는 학생이 만든 문호 카루타, 지역 미디어 및 지역 만들기에 관한 책” 등 책과 사람과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소소하고도 개성 넘치는 프로그램들이 가득하다.

 

더불어 올해는 북페스타 기간 중인 10월 20일에 2013년 첫 시작 이래로 전국 각지의 개인 또는 작은 규모의 단체가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마이크로 라이브러리)이 모여 서로의 활동을 보고하는 <마이크로 라이브러리 서밋 2024>도 열린다. 이 자리는 개성 있는 생각과 운영 방법, 고민을 소개하며 서로를 응원하는 기회의 장이 될 예정이다. 발표에 참여하는 단체를 대상으로 “마이크로 라이브러리 서밋 어워드”를 수여하기도 한다.

마치라이브러리의 설립자, 이소이 요시미츠 씨 © Shacho Osakazine
마치라이브러리의 마스코트, 문어를 활용한 북페스타 2024 홍보 이미지 © Machi Library

이소이 요시미츠는 2022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마치라이브러리가 하나의 거처가 되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만 저는 거처를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닙니다. 돈이나 조직 등에 의지하지 않아도 하고 싶다고 손을 들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깨달았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마치라이브러리는 가능한 한 돈을 들이지 않고 시작하는 것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커피비나 교통비를 지불하는 정도로 시작하여, 자신의 작은 장소를 만드는 것도 좋고, 친구 이외의 사람과의 교류를 즐기는 것도 좋고, 마음에 드는 책을 아카이브 해 두는 것도 좋습니다. 반대로 장사를 하려는 마음이 강하거나 손님을 모으는 마중물로 하려고 생각하고 있거나, 우리의 뜻과 동떨어진 시점으로 마치라이브러리를 시작하려는 분은 실패하기 쉽고, 솔직히 잘 맞지 않습니다. 우리는 돈벌이는 목표로 하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사회적 공통 자본은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이고 있어, 스스로를 샘플로 장대한 사회 실험을 실시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독서의 계절을 맞아 우리나라에서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개최하는 책을 테마로 한 행사들이 이곳저곳에서 열리고 있다. 그러나 지역을 망라하고 매년 비슷한 모습의 대동소이한 기획으로 인해 여러 책 축제가 고전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행사 때마다 매번 참관객 모집에 애를 먹으며 원활한 관람객 유치를 위해 유명 저자들을 섭외하는 등 많은 예산을 사용하기도 한다.

 

마치라이브러리와 이들의 북 페스티벌은 단지 다만 몇 권이라도 연간 독서율을 끌어올리려고 시작한 행사가 아니다. 그렇기에 정부 정책하에 일제히 숙제하듯 이뤄지는 지역 책 축제와 달리 진정으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책과 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이들의 순수한 열망과 기쁨이 계기가 된 이벤트다. 따라서 이 안에는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큰 예산도 필요하지 않고 과도한 예산만큼 꼭 채워야 할 참여 숫자도 없다. 유명 저자보다는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 아래 모인 이웃 주민들이 주인공이다. 굳이 독서의 계절을 지정해 가며 반짝이는 이벤트를 열지 않더라도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책 공간이 일상 가까이에 구석구석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사계절 모두가 독서의 계절이 된다.

 

마치라이브러리에서는 애정하는 책을 함께 읽자고 권하고 싶은 이들의 마음이 이곳저곳에서 슬쩍 드러난다. 어쩌면 독서는 더없이 개인적인 행위이기에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작은 책 공간, 작은 이벤트들이 거대한 출판사의 홍보 전략보다 독자의 마음을 더 움직일지도 모른다. 마치라이브러리가 시도 중인 이 소소하고도 특별한 사회 실험이 훗날 성공적인 시도로 평가받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