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한 사람의 예술교육가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동양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인도의 시인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그는 시인으로서 이외에 교육자로서 더 유명합니다. 자신의 고향 샨티니케탄을 전 세계에서 유학생들이 모이며 수많은 예술가를 탄생시킨 국제적인 자연주의 교육도시로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입니다. 타고르는 유년 시절 경쟁이 치열한 정규교육 현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정상적인 학업 과정을 이수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그가 세계적인 시인으로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버지의 특별한 양육방식 덕분이었습니다.

 

타고르 아버지는 아이가 직접 바람을 느끼고, 흙을 만지고, 사람을 만나며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체득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 스스로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생각하고, 각자가 가진 고유의 본성과 재능을 발견하게 하도록 기다려 주었죠.

 

자신의 고향 샨티니케탄으로 돌아온 타고르는 아이들이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며 건강하고 행복한 교육을 받길 바라며 자연주의 학교를 설립했고, 그렇게 100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거스를 수 없는 격동의 세월과 자본주의 사회로 변화에도 끄떡없이 지켜낸 그들의 교육철학은 변화하고 있는 한국 교육 현장에 시사점을 던집니다.

© indian express, partha paul

변화하는 교육, 그 안에서 예술가와 예술교육가의 역할을 생각해보다. 

 

한국 정규교육은 입시 과목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고 학업성취를 평가합니다. 그렇기에 학생들의 다양성은 존중받기 어렵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잘하는가?’ 스스로 충분히 생각할 시간 없이 정규교육 과정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쉼 없이 따라가죠.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인 일상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알고, 관계에서 행복, 따뜻함을 느끼는 것, 자신의 존재를 귀하게 생각하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합니다. 현재 교육의 가장 큰 한계점이자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교육 현장에서 발표되는 부정적 지표를 보며, 아이들을 위해 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거대한 담론에 모두 동의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예술교육은 학교 밖 교육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제안하고 긍정적인 변화에 힘써 왔습니다. 예술교육가가 된 예술가는 아이들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것보다 ‘넌 어떤 사람이니?’, ‘무엇을 하고 싶니? 질문합니다.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옳고 그름을 떠나 믿어주고 지지해주며 지켜봐 주며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2018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기획워크숍 Free Play Fun

 

“예술과 예술교육 사이에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2012년부터 시작한 학교 밖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매주 어린이, 청소년, 가족들이 주말에 음악, 문학, 시각예술, 무용, 영상, 현장 체험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와 예술단체가 함께하여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기를 표현하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보냅니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올 한해 사업을 마무리하는 기획워크숍을 준비하면서 “한 사람의 예술교육가는 어떻게 탄생하는가?”를 주제를 선정하여 전시를 진행합니다.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1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했던 다양한 분야의 18인의 예술가, 교육자들을 직접 만나 예술가에서 예술교육가로 거듭나기까지 부딪혔던 문제와 예술과 교육 사이에서 흔들렸던 자신의 존재, 예술교육 활동이 예술가로서 본인에게 미친 영향 등 수많은 고민의 시간을 버텨내며 한계를 극복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18인의 예술교육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이번 가을, 전국을 돌며 진행한 예술교육가 18인의 인터뷰는 예술가로서, 예술교육가로서 혹은 한 개인으로서 자신에 대한 물음과 어떤 가치관으로 교육에 임했는지, 그 안에서 치열하게 예술가로서 나 자신을 다잡아가며 어느 하나 쉬운 것 없었을 한 해의 문화예술교육 과정에서의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은 인터뷰 질문과 답변 내용을 미리 공유하고자 합니다.

질문 1. 예술교육자로서 우리의 역할은 무엇일까? 

 

“그냥 내 생각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것, 그렇게 삶이 되어 가는 것”

 

처음 꿈다락을 시작할 때 수업 현장에서 느꼈던 게, 제가 가르친다는 생각을 안 해봤어요. 다른 분들도 그렇게 이야기하시겠지만, 저는 무엇을 가르치지는 않아요. 왜냐면 그들이 갖고 있는 걸 끌어내는 거라고 생각해서요.

 

그 사람에게 없던 걸 만드는 건 아니고, 본인이 몰랐거나 혹은 있었는데 출구가 없어서 나오지 못했던 것들을 끌어내 주는 거죠. 그 사람의 생각을 계속 궁금해하는 거예요. 궁금해 해주고, 물어봐 주는 사람이 있으면 계속 생각하게 되거든요. 평소에는 생각할 일이 없던 것도 누군가 물어보고, 궁금해하면 스스로 깨고 문을 열게 되는 것과 같죠.

(윤동희 /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일상의 작가 프로그램)

 

“실패를 통해서 자기를 만난다. 예술교육은 안전한 실패를 제공하고 이는 작은 사회, 즉 공동체의 보살핌 속에서 행해져야 한다.”

 

가장 안전하게 작은 사회를 경험할 수 있는 게 문화예술교육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왜냐면 그 관계 속에서 작은 사회를 경험하는 거잖아요. 같은 걸 만들면서 의견이 다를 때 서로 조율해야 하고, 자기 의견이 받아들이지 않았을 때 약간의 실패의 경험할 수 있고, 사실은 누구나 실패를 하는 거고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성장에도 중요한 영향을 주잖아요?

 

그래서 가장 안전하게 실패를 경험해보고, 다른 친구들이랑 같이 또 이겨도 보고, 져 보기도 하고, 공통점을 찾아보기도 하고, 그런 사회 경험이 있는 예술이어야 되고, 교육 안에서, 문화예술교육 안에서는 그래야 된다고 생각 해요. 그게 꼭 포함되어야지 의미가 있지 않을까.

(김가빈 / 2018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지역연계 프로그램(충남센터), 자연의소리 협동조합)

 

“아이들로부터 기획이 시작되고, 아이들이 완성한다. 강사는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약간의 주도권과 책임감, 그리고 가장 중요한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한다.”

 

(김현묵 /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지역연계 프로그램(충북센터), 모나드)

 

“아이들은 때로는 어른을 뛰어넘는 존재다. 그래서 여러 차원으로의 제시가 필요하다.”

 

애들이니까 쉽게 해야 된다는 건, 정말 애들을 우습게 보는 위험한 생각 같아요. 아이들은 어른들 생각의 한계를 뛰어넘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요.

 

아이는 부모님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할 수 있는데, 믿어주고 기다려주지 않더라고요. 애들이 스스로 했을 때 훨씬 더 예측할 수 없는 답들이 나오는데 그걸 어른이 먼저 제안을 해주고 답을 알려주죠. 그런데 어떤 수업에 가면 부모님이랑 아이가 같이 막 놀아요. 노는 게 그냥 깔깔 노는 게 아니라, 아이가 선택할 수 있게 혹은 생각할 수 있게 존중해 주는 거죠. 어떨 때 무엇을 못 하도록 해야 하는지, 어떨 때 지지해 줘야 하는지 필요한 것 같아요.

(노경애 /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국공립기관 연계 프로그램, 국립현대무용단)

 

“결국은 아이들 노는 게 중요한 거예요.”

 

교육에 흥미 유발을 위해 놀이를 사용했다면 틀을 바꿔서 교육을 놀이로 가는 거죠. 거기서 아이들이 최소한 마임 하나만 해도 ‘아 저게 마임이구나’, ‘아 사람 몸을 저렇게 갖고 표현을 하는구나!’ 하는거죠. 아이들이 마임에 대해서 전문성을 갖고 알 필요가 있나요?

 

저는 놀이에서 영감을 받고 있는데, 놀이가 어려운 거라고 생각을 하지 않거든요. 작년에 김제 지평선 축제에 갔었어요. 벼들을 싹 베어서 볏단이 밑에 있잖아요. 결국 거기 벼를 베고 나면 수분이 있어가지고 푹신푹신해요. 거기서 뛰어만 놀아도 좋아해요. 짚 따가지고 서로 칼싸움하고, 그런 것만으로도 좋아해요. 뭔가를 막 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민정기 /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지역연계 프로그램(전북센터), 예담예술치료연구소)

 

“꿈다락은 나에게 일상의 탈출구”

 

꿈다락은 저한테는 일상의 탈출구 같은 그런 거 같아요. 꿈다락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애들이 하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있어요. 제 수업에서는 그래요. 안되는 게 없기 때문에 다 가능한 거고, 실수해도 괜찮기 때문에 다 해도 되는 거예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할 때는 ‘실수해도 괜찮아’거든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다음이 중요하잖아요. 처음부터 다시하면 돼요. 그 과정을 애들이 집중해서 즐기고 함께 하면 거기서 나오는 집중력은 되게 무섭거든요. 애들이 안 되는 걸 되게 하려고 집중하면 되게 무섭거든요.

(신형만 / 2018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지역연계 프로그램(전남센터), 문화예술기획단 쌈)

질문 2. 예술교육의 경험은 예술가를 성장시킨다

 

“언젠가는 싹이 트고 열매가 맺힐 거라는 믿음”

 

문화예술교육에 강사로 참여할 때는 완벽한 강사가 되고 싶었어요. ‘나는 꼬마작곡가에서 정말 완벽하고, 잘 가르치고, 프로페셔널한 강사가 될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아니구나, 내가 정말 예술가가 되어야 하는구나. 그래야지만 강사를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나 스스로가 예술가로서 그 끈을 부여잡고 예술활동을 이어나가고, 내가 예술가로 살고, 내가 왜 예술가여야 되는지 그 의미를 계속 찾아 나가는 것을 더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소수정 /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꼬마작곡가 프로그램)

 

“모두에게 새로운 태도를 갖게 하는 꿈다락”

 

아이들의 스스럼 없음에 놀랐어요. 스스럼없이 사운드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저희가 악기를 놔뒀었거든요. 소리도 채집하지만 하모니카, 북, 같은 악기도 배치했는데, 아이들이 뭐지? 하면서 그냥 바로 젖어 들더라구요. 자기가 내는 소리에 순간적으로 집중을 하는 부분, 단순하고 기본적인 것에 대한 앎이 있었어요.

 

어른들은 뭘 보면 뭘 쳐야지 하는 식이란 말이에요. 아이들은 마음에 들면 스스로 다양한 스펙트럼과 좋아하는 소리를 찾고, 멜로디랑 리듬이 없을 수 있는데 거기에 집중하면서 뭔가를 만들어낸다. 이게 저한테 되게 중요한 가르침이었어요.

(신원정 /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문화여행 프로그램, 다이애나 밴드)

 

“아무리 좋은 백 마디의 말도 상대방에게 전해져야 비로소 좋은 말이 된다.”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제일 중요하더라고요. 투머치가 되면 수업받는 사람은 강사가 혼자 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어서, 주고받는 소통과 내가 말한 것을 상대방이 공감하고 몸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 하남에서 50~60대 대상으로 수업을 할 때도 많이 느꼈는데, 나만 아는 말과 나만 아는 멘트의 흐름으로만 열변을 토하니까 어떻게 해도 상대방이 공감을 못 한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아이들은 이해를 못할 수 있어서, 수업 들어가기 전에 굉장히 많은 말들을 써 봐요. 대사, 멘트처럼 여러 가지 말을 쓰는데 수업에 친구들에게 할 언어를 제가 먼저 정리해 보는 거죠.

(손은민 /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예술캠퍼스 프로그램, 세종대학교 산학협력단)

 

“문화예술교육을 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가치판단을 쉽게 하지 않게 되었어요.”

 

저희는 수업을 진행하면서 뭔가 유대관계랄까요? 서로 밀착된 스킨십을 한다거나 그런 언어들이 되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예를 들어 저희가 프로그램을 운영 하면서 작품을 작업을 하는데 ‘‘어머, 너무 잘 만드셨다’ 이런 가치판단 하시면 안돼요.‘ 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우리가 먼저 이렇게 말해버려서 모든 것을 잘했다로 끝내버렸구나. 여기에 대한 반성이 되었고, 그게 굉장히 저한테 큰 이슈였어요. 저희가 예술교육을 할 때 가치판단을 하지 말아야 된다. 평가적인 건 하지 말아야 한다. 그 부분을 늘 항상 상기하면서 하거든요. 그런데 그게 되게 어렵더라고요.

(윤혜진 /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국공립기관 연계 프로그램, (재)정동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