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보도되는 각국의 이상기온 현상, 폐수를 퍼가는 아이들과 풀 대신 옷더미를 뜯어먹는 소, 요동치는 식재료 값과 무더기로 녹아내리는 빙하. 전 세계의 MZ세대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환경오염을 책이나 영상이 아닌 일상에서 체감하고 있다. 환경 착취에서 비롯된 나비 효과가 그야말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대다.
그렇기에 MZ세대는 자신의 소비가 어떤 가치로 대변되고, 어떤 결과를 낳는지 민감하게 관찰한다. 마냥 유행을 따르기보단 지향하는 가치관에 걸맞은 상품을 구매하고, 기업의 도덕성과 진정성을 중요하게 따진다. 컨셔스(의식하는, Conscious) 소비자로서, 환경친화적 라이프스타일을 SNS에 공유하고 다른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전파하기도 한다. 나 하나쯤이야가 아닌 나 하나부터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글로벌 MZ세대의 소비문화는 길고 긴 팬데믹을 거치며 더욱 견고해졌다.
가치소비를 바라보는 기업
그렇기에 여러 브랜드에서 MZ세대의 가치소비를 고려한 마케팅 전략들을 펼치고 있다. 브랜드와 상품에 올바른 가치를 담아 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을 코즈 마케팅(Cause-related Maketing)이라 부른다. 코즈 마케팅의 핵심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며 공공의 이슈를 해결함과 동시에 이익까지 추구하는 것이다. 팬데믹과 기후 위기를 겪는 최근에는 주로 환경과 보건, 노동 불균형 등 사회적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소비자와 기업, 사회가 서로 상생하며 나아가는 디딤돌이 되기도 한다.
유사한 맥락에서 여러 브랜드는 ESG 경영에도 주목한다. ESG 경영은 환경 Environment, 사회 Social, 지배구조 Governance의 첫 글자를 따 만든 단어로 기업이 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등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4년 유엔 글로벌 콤팩트에서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글로벌 위기를 낳은 팬데믹과 기후 위기를 거치며 지금까지도 꾸준히 주목받고 있으며, 소비자뿐 아니라 투자자들조차 ESG 경영 계획이 있는지를 확인하기에 기업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필수 가치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친환경 소비 트렌드를 이해하고 글로벌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국내외 브랜드들은 어디일까?
전파되는 지속 가능한 방법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해마다 상품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13억 톤에 달한다고 한다. 포장 및 관리가 용이하고 호감도가 높도록 일률적인 모양의 농산물들만 판매되기 때문이다. 버려진 음식물이 부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메탄가스, 폐수 등은 더욱 심각한 오염을 낳는다. 미국의 미스핏츠 마켓(Misfits Market)은 이 막막한 문제를 탁월하게 해결했다. 맛이 좋은데도 모양 때문에 버려지는 유기농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배달해 주는 것이다.
설립자 아브히 라메시는 “문제가 없는 농산물이 유통 업체의 미적 기준으로 버려져 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해 왔다”고 언급하며 환경오염을 줄이고 농업을 응원하기 위해 미스핏츠 마켓을 설립했다. 초기에는 손수 픽업트럭을 빌려 농산물을 구매하고 우버를 이용해 배달했지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퍼진 그의 착한 브랜드는 2021년 기준, 무려 40만 명의 고객 수를 달성했다.
국내에도 못난이 농산물의 문제를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해결하는 브랜드가 있다. 먼저 어글리어스(Uglyus)는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갈 곳을 잃는 농산물, 생산량이 많아 가치가 떨어진 농산물 등을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한다. 또한 브랜드는 추천 레시피와 보관법을 소개하고 소비자들은 후기를 통해 나만의 레시피를 공유한다.
이런 먹거리를 모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저장식품으로 만드는 울퉁불퉁 팩토리(WTBT Factory)도 있다. 각 계절에 가장 맛있는 제철 농산물로 잼, 처트니, 시럽을 만드는데 화학 보존제를 넣지 않아 환경뿐 아니라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특히 과일과 채소, 식초, 향신료 등을 넣은 인도의 조미료, 처트니는 우리나라 농산물로 이국적인 맛을 경험할 수 있다는 매력 덕분에 요리를 즐기는 MZ세대에게 인기가 많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메시지
컨셔스 패션 브랜드의 대표 격인 파타고니아(Patagonia). 그들의 사명은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We’re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이다. 그 짧은 문장에서 드러나듯 브랜드 설립부터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며, 올바른 소비문화를 퍼뜨리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파타고니아는 재배와 사육을 거치는 자원의 취약성을 지적한다. 자연의 법칙을 거스를 수 없고 토양, 인력, 용수 등이 필수로 투입되는 자원은 공급가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폴리에스터와 나일론, 플라스틱 등을 재활용해 재료로 쓰고 대중의 과소비를 막기 위해 오래 가는 의류를 만든다. 환경을 위한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하고, 다양한 세계 기업의 동참을 촉구하는 파타고니아에게서 글로벌 MZ세대 소비자들은 진정성을 발견하고 큰 지지를 보낸다.
한국에서도 친환경 패션 브랜드들이 새롭게 발돋움 중이다. 패션과 환경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MZ세대가 직접 브랜드를 만들어 선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그중 트레드앤그루브(Tread&Groove)는 폐타이어를 활용해 내구성이 뛰어난 신발을 만드는 브랜드다. 최근엔 Project 변신이라는 이름으로 한국타이어와 협업했는데, 작은 흠집 등의 이유로 판매하지 못하는 타이어를 신발 밑창으로 사용했다. 타이어 모델에 따라 밑창의 모양도 달라 개성과 특별함을 원하는 MZ세대의 취향과도 잘 맞았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고민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문화는 비단 미국이나 유럽의 일뿐이 아니다. 최근에는 동남아시아권 국가들의 제로 웨이스트 사업 역시 점차 몸집이 커지고 있는 상태다. 한때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의 많은 양을 처리했던 중국이 2018년 폐기물 수입을 막은 이후, 그 쓰레기들은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저소득 동남아 국가에게로 향하고 있다. 동남아시아권 국가의 시민들은 쓰레기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쌓이는 심각성에 공감하며 제로 웨이스트 브랜드에 큰 응원을 전하는 중이다.
싱가포르의 베어팩(BarePack)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해진 음식 배달 서비스를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구상한 곳이다. 싱가포르의 GrabFood, Deliveroo, FoodPanda와 같은 거대 식품 배달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일회용 포장재 대신 재사용 용기를 이용한다. 음식을 받은 고객은 다 사용한 용기를 근처 서비스 센터에 반납하거나 홈 픽업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고 용기는 철저한 세척 과정을 거쳐 재사용된다.
또한 말레이시아의 제로 웨이스트 스토어 누드(NUDE)는 다양한 제품을 통해 플라스틱과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누드의 모든 제품은 재사용과 반품이 가능하며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된다. 그 덕분에 누구나 쉽게 친환경을 실천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MZ세대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국내를 기준으로 살펴봐도 MZ세대는 인구의 32% 이상을 차지한다. 즉 소비와 공급의 중심에 서 있는 세대로 사회와 경제, 문화 영역을 주도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영향력 또한 점점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덩달아 글로벌 MZ세대를 타깃으로 삼는 기업들의 마케팅이 더욱 치열하게 이뤄질 것이다.
친환경이라는 가치를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기업이 그들의 욕구를 반영하는 일련의 과정이 지속 가능한 세상,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세상을 만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다만 언제나 그렇듯, 빛만 좋은 개살구는 필요하지 않다. 기업은 자신들의 메시지에 더욱 진정성을 담아야 하며 캠페인의 목적과 브랜드 이미지, 핵심 상품의 조합이 대중의 충분한 공감을 끌어내야 한다.
가치소비에 집중하는 MZ세대는 기업의 평판을 일회성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자신의 소비가 어떤 가치를 낳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업의 행보에 꾸준한 관심을 두고 민감하게 평가하니까. 이런 그들의 취향과 가치관은 세상을 움직이는 큰 원동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