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어느덧 삶에서 분리하기 어려워진 유튜브, 틱톡을 포함한 여러 SNS 덕에 뉴미디어가 미디어의 대세가 됐다는 말이 낯설지 않은 요즘이다. 그 여파로 TV, 라디오, 신문 등 전통 매체들의 비명이 여기저기서 들려온 지도 꽤 오래 됐다. 그중 대표적인 레거시 미디어, 신문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느라 여념이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종이 신문의 종말과 함께 시대적 유산으로만 남을지도 모를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뉴욕타임스에서 모바일 구독 중심의 새로운 시장 판로를 개척한 뒤 순항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처음부터 쉬운 길은 아니었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나아갈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또 다른 한 쪽에선 모바일 뉴스의 새 판로를 열 것으로 기대되던 몇몇 매체가 문을 닫았다. 오르락내리락 온라인 매체 시장에선 대체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걸까?

‘버즈피드(BuzzFeed) 뉴스’ 홈페이지 Ⓒ BuzzFeed
‘바이스(Vice)’ 뉴스 홈페이지 Ⓒ VICE

오르락내리락, 온라인 매체의 Up & Down

지난 4월 미디어업계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미국 버즈피드(BuzzFeed)가 뉴스 부문을 접기로 했다는 뉴스다. 한때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를 앞서며 전 세계 언론사 가운데 온라인 방문자 수 1위를 기록했던 버즈피드가 뉴스 사업을 시작한 지 12년 만의 결정이었다. 그런데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두 번째 폭탄이 터졌다. 미국 온라인 언론사 바이스 미디어(Vice Media)가 파산보호 신청을 내고 회사 매각을 추진한다는 소식이었다. 버즈피드 뉴스 보다 3~4배 큰 온라인 미디어로 그 충격 여파는 더 컸다.

 

그동안 두 회사는 온라인 뉴스의 장점을 살린 바이럴 콘텐츠를 주력 상품 삼아 재밌는 뉴스, 화제성 기사로 주목받았었다. 버즈피드는 흔히 말하는 낚시성 제목 기사로 바이럴 뉴스를 만들어 낸 원조 격과 같았다. 어느덧 하나의 유형으로 자리 잡은 ~할 때 꼭 챙겨야 할 O가지처럼 특정 주제로 목록을 만들어 기사화하는 형식인 리스티클(Listicle)이나 퀴즈식 뉴스 등을 선보였다. 호기심을 자아내는 기사 제목을 활용한 이들의 전략은 엔터테인먼트 형식의 콘텐츠로 SNS를 휘어잡았다.

 

버즈피드는 디지털 시대 맞춤형 저널리즘이란 찬사를 받으며 기존의 뉴스매체를 위협했다. 깊이는 좀 덜할지 몰라도 머리를 식히기에 적합한 가볍고 관심을 끄는 주제들로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 글로벌 신문시장을 이끌어 온 뉴욕타임스가 2014년 그 유명한 혁신 보고서를 낼 당시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버즈피드를 언급할 정도였다.

 

2021년에는 언론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퓰리처상 선정위원회가 올해의 국제보도(International Reporting) 분야 수상자로 버즈피드를 선정하기도 했다. 중국 신장 위구르에서 운영되는 비밀수용소 등 중국의 인권 탄압을 다룬 심층 보도를 높게 평가한 것이다.

반면 바이스 뉴스의 주 무기는 동영상이었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SNS를 즐기는 10~20대를 타깃으로 제작된 움직이는 뉴스로 이목을 끌었다. 일인칭 시점 구성 형식과 함께 주로 다루는 주제가 기성 언론보다 파격적이다 보니 자연히 곤조(gonzo) 저널리즘의 대표 주자로 불렸다. 언론은 관찰할 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주관을 앞세웠다. 그렇다. 바이스 뉴스의 우선순위는 중립성과 객관성이 아니었다. 이들은 자극적 콘텐츠를 원하는 대중의 심리를 공격적으로 파고들었다. 2013년 미국 농구 스타 데니스 로드맨의 북한 방문 동행 취재가 대표적이었다.

 

이렇듯 두 회사는 디지털 시장의 확산과 함께 SNS 시대에 뉴스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며 이슈의 중심에 서 왔다. 그랬던 이들이 뉴스를 접고, 파산했다는 소식은 미디어 업계에 적잖은 충격이었다. 향후 방향성을 제시해 줄 것이라 기대했던 만큼 이들의 갑작스러운 퇴장은 매체 환경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운 모든 언론사에 뉴스 중의 뉴스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을 추종하던 다른 온라인 뉴스 채널뿐 아니라 전통 매거진을 고수하던 회사들에서까지 원인 분석을 쏟아냈다. 중론은 소셜미디어 기반의 정책이 독이 됐다는 것으로 모아졌다. 클릭과 터치를 유도하는 낚시성 기사와 시선을 사로잡는 장치로 꾸며진 숏폼 등, 뉴스의 본질보다는 바이럴을 의식하고 생산한 소셜미디어 기반 콘텐츠에 당연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그 결과 쉽게 싫증 내며 더욱 높은 품질의 뉴스 콘텐츠를 원하는 소비자와 눈치 빠른 시장은 그들에게서 등을 돌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신생 온라인 매체를 단기간에 무시 못 할 주류 뉴스매체로 인정받게 한 소셜미디어가 그들을 퇴락의 길로 이끈 달콤한 독 사과였던 것이다.

뉴욕타임스 사옥(The New York Times) Ⓒ NYTIMES

살아 있는 신문, NYT의 고군분투

비슷한 시기, 미디어 업계를 설레게 할 만한 소식도 들려왔다. 바로 뉴욕타임스의 2022년도 매출이 온라인 구독자 증가의 흐름을 타고 크게 증가했다는 뉴스였다. 뉴욕타임스는 자체적으로 지난해 온라인 구독자가 100만 명 이상 늘었다고 발표했다. 특히 4분기, 온라인 구독으로 올린 매출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증가한 수치였다.

 

뉴욕타임스의 지난해 12월 기준 온라인 구독자는 880만 명이었는데, 전체 구독자(955만 명) 중에 90% 이상의 비율이 디지털 부문 구독자에서 나왔다. 그리고 올 3월, 뉴욕타임스는 드디어 900만을 넘어섰다. 그중 종이신문 구독자는 71만 명 정도에 그쳤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뉴욕타임스의 지난해 4분기 전체 매출은 6억 6,750만 달러로, 12% 성장한 수치였다. 그중 온라인 구독 매출은 2억 7천만 달러에 근접하며 전년 대비 3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디지털 광고 매출이 전년 대비 0.6% 성장에 그친 것에 비하면 상당히 고무적 결과다.

 

2011년, 온라인 유료화를 발표한 뒤 강력하게 추진해 온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혁신이 빛을 발하고 있다.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이후부터 구독과 광고 매출 비율에서 온라인이 종이 신문을 모두 넘어섰다. 온라인 비중과 성장세를 들여다보면 레거시 미디어에서 디지털 미디어로 확실히 탈바꿈한 것처럼 보일 정도다.

 

사실 뉴욕타임스가 처음 온라인 유료화를 선언했을 때는 이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많았다. 1851년 창간한 종이신문의 대명사인 매체의 갑작스러운 전환 때문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뉴욕타임스를 돈 내고 온라인으로 볼 것인가가 주된 걱정이었다. 실제로 온라인 기사 유료화를 도입한 2011년의 영업 이익은 전년에 비해 76% 정도 감소했다. 더군다나 뉴욕타임스는 이미 두 차례나 온라인 기사 유료화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전례도 있었다. 자연히 이 실험에 대해 전망은 회의적이었다.

 

그런데 뉴욕타임스는 자신들을 향한 이 불안한 편견을 보기 좋게 날려 버렸다. 전통의 종이 신문사가 10년도 안 돼 디지털 미디어 기업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재택근무로 인한 팬데믹 특수로 온라인 구독자 수가 일시적으로 늘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으나 엔데믹으로 전환된 이후로도 그 수는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의 자체 진단처럼 뉴스와 각종 생활정보 등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강력한 니즈가 낳은 결과로 보는 것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결과적으로 베테랑 기자들이 만들어 낸 가치 있는 뉴스 콘텐츠가 일궈 낸 정공법의 승리인 셈이다.

뉴스 제값 찾기

뉴욕타임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뉴스 콘텐츠의 가치에 대한 인식 변화도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냈다. 과거 책처럼 물성이 있는 매체에만 돈을 지불해야 하던 개념이 모바일 콘텐츠 시장으로도 옮겨붙은 셈이다. 그 결과 뉴스 콘텐츠에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월, 구글은 뉴욕타임스 기사를 콘텐츠로 사용하는 대가로 3년간 1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3월 미국 캘리포니아 의회는 빅테크가 지역 뉴스 업체에 콘텐츠 이용료를 지급하도록 정하는 저널리즘 보존법을 발의한 바 있다. 빅테크 기업이 미디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레거시 미디어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그간 구글, 메타 등 글로벌 플랫폼들은 검색, 뉴스 서비스 등에 뉴스 콘텐츠를 활용해 돈을 벌면서도 기사 아웃링크 제공 등을 이유로 별도의 대가를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법원이 레거시 미디어 업계의 손을 들어 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미국을 포함해 다른 여러 나라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호주는 2021년 세계 최초로 플랫폼 기업이 언론사에 뉴스 사용료를 강제로 지급하는 뉴스미디어 협상법을 제정했다. 프랑스는 2021년 뉴스 콘텐츠 사용료 분쟁에서 불성실한 태도를 보인 구글에 5억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EU는 지난해 구글에 유럽 언론사 300여 곳에 뉴스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하라고 권고했고 캐나다도 관련 법을 발의했다.

 

최근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든 이른바 AI 뉴스가 화제가 되면서 이와 관련된 사용료에 대한 논의도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챗GPT의 오픈AI를 비롯해 생성 AI를 개발 중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어도비 등이 미국의 미디어그룹 뉴스코퍼레이션, 뉴욕타임스, 영국 가디언 등 언론사들과 함께 AI 학습을 위한 뉴스 콘텐츠 사용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여전히 오리무중, 국내 언론

그렇다면 국내 상황은 어떨까? 우리나라도 포털, 동영상 플랫폼 등 인터넷 기반 매체가 전통 매체에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전국의 성인 58,9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2 언론수용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4대 뉴스 이용 매체는 텔레비전(76.8%), 인터넷 포털(75.1%),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20.0%), 메신저 서비스(12.0%)로 나타났다. 반면 텔레비전을 제외한 종이신문(9.7%), 라디오(4.7%), 잡지(0.7%) 등 전통매체 뉴스 이용률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이러한 온라인 쏠림 현상은 당연히 국내에서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연령이 낮을수록 그 격차가 더 벌어지는 중이다. 그렇기에 국내 언론들은 예외 없이 뉴욕타임스를 벤치마킹하며 디지털 혁신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특히 주요 신문들은 디지털 퍼스트를 외치며 생존을 위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동안의 발간 프로세스를 온라인, 모바일과 동영상 등 디지털에 맞추며 일차적인 형식 변화의 틀을 짜는 중이다. 그러나 IT가 강세인 전방위적인 디지털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아직 큰 빛을 보지는 못하고 있다.

 

뉴스 제값 받기를 위한 여건 마련도 더디게 진전되는 상황이다. 2021년, 뉴스 콘텐츠에 사용료를 지급하는 한국판 구글법이 발의됐지만, 아직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현실적인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중앙일보는 2022년 10월 프리미엄 구독모델인 더 중앙 플러스를 출시하며 콘텐츠 유료화에 나섰다. 편집국 각 분야 전문기자가 가세해 차별화된 킬러 콘텐츠 만들기에 공을 들이는 중인데, 아직 유료화의 성공 여부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지만 과감한 시도인 것은 분명하다.

미디어의 생태계는 기술의 발달만큼 급변하고 있다. 언제나 우상향으로 탄탄대로를 걸을 것만 같던 소셜미디어가 급성장과 급몰락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전통 뉴스 매체의 상황도 비슷하다. 디지털 깃발을 높이 든 뉴욕타임스가 선전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를 찾는 일이 여전히 쉬울 만큼 불안정한 시장의 현실을 드러낸다. 나름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워싱턴포스트(WP)는 올해 약 1억 달러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고 지난해 CNN 뉴스의 수익은 25% 줄었다. 과연 디지털만이 살길일까? 의문을 품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가치 없는 뉴스는 생명이 길지 않다는 것과 공짜 뉴스 또한 있을 수 없다는 점이다. 미디어를 읽고 해석하는 독자의 현명한 판단과 냉철한 시각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특히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 등 우리 스스로가 미디어화되는 상황에서 언론의 역할과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독자들의 책임도 커지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내가 보는 것이 나를 만들고, 그렇게 형성된 개개인이 건강한 공동체를 이룬다. 무수한 매체 시장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찾아 항해하는 당신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