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2022년 5월 익선동으로 향하는 길,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을 마주한다. 울퉁불퉁 인도는 다듬어지고 폭은 넓혀졌다. 인도 위에 있던 포장마차의 위치가 바뀌었다. 변화된 모습을 확인하느라 주춤거리는 사이 익선동 골목 초입에 도착했다.

 

2019년, 갑작스러운 코로나19로 전 세계에 있는 많은 사람이 혼란에 빠졌다. 확진 인원과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는 폐쇄되거나 영업시간이 제한되었다. 이동을 최소화하는 것이 개인에게 주어진 방역 수칙이었기에 집에 머물거나 동네에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상황은 나아졌지만, 코로나19를 시작으로 다가올 미래에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또 어떻게 될지 앞이 깜깜해진다. 그동안 겪은 시행착오로 대응 방안을 마련해 두었겠지만, 예측이 전혀 불가능하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과연, 어떤 위기를 맞이하게 될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공간 혹은 장소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그중 가장 먼저 떠올랐던 곳은 <익선동>이라는 동네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도시형 한옥이 밀집해 있고, 그곳에 입점한 이색적인 가게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핫 플레이스로 급부상했다. 종로, 인사동, 낙원동, 종묘, 창경궁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 남녀노소, 세대를 불문하고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많은 사람이 모여 시간을 보내는 장소다 보니 코로나19 발생 직후 어떤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을지 궁금했다.

 

기억 속에 남은 익선동의 마지막 풍경은 골목길을 가득 채우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심상치 않은 코로나 확산세에 가장 먼저 떠올랐던 동네가 익선동인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속수무책으로 확진자 수가 급증하던 그때, 익선동의 상황은 어땠을까? 코로나19임에도 불구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었을지 아니면 정적만 가득했을지 알 수 없기에 그저 상상에 맡길 뿐이다. 변화무쌍한 방역 지침에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현실을 마주하지 않았을까? 모두가 힘든 시기를 꿋꿋이 버텨냈고, 2년이 지난 2021년 11월 1일에는 위드 코로나 선언, 2022년 4월 18일에는 마침내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었다.

 

눈앞에 마주한 익선동을 보며 그 순간을 잠시나마 짐작해 본다. 핫 플레이스로 뜨기 시작하던 시기에 골목에 있던 몇몇 가게들은 보이질 않는다. 골목을 걸으며 구석구석 살펴보니 공사가 반복된 흔적들이 곳곳에 보인다. 한눈에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대기업 브랜드 로고가 적힌 팝업스토어가 등장하고, 체인점의 형태를 띤 가게가 들어오고,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던 가게가 폐업했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도시형 한옥과 골목길, 오래된 동네’라는 정체성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2016년 뉴스 기사만 보더라도 익선동은 “옛것과 새로운 것이 조화”를 이루던 동네였다. 그 이후 변화를 거듭하고, 그 변화를 이끄는 주체들이 바뀌면서 현재에 이르게 된다.

한옥과 골목이 매력인 익선동의 모습 © 직접 촬영

#변화의 과정에서 익선동의 정체성에 대해 묻다.

익선동은 조선시대에는 누동궁(철종대왕의 생가로 선대왕의 생가)이 있던 자리고, 일제강점기에는 집 장사라 불리던 정세권이 누동궁의 큰 부지를 쪼개서 서민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집을 임대하거나 판매하기 위해 조성한 도시형 한옥 지구이다. 주거지역으로 조성된 곳이기에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살았고, 반복되는 재개발 이슈 때문에 수리나 보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빈집도 있었다. 하지만 주거지로서의 정체성을 지니고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변화를 맞이한 동네인 건 확실하다. 현 호텔 자리에는 요정이 있었고, 그 영향으로 주변에는 한복집과 국악 관련 시설, 한정식집, 피맛골, 점집이 있었다. 익선동을 잘 살피다 보면 아직 남아 있는 곳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아무도 이곳의 의미를 묻지 않는다. 이미 지나간 과거라고 손사래칠 뿐이다.

 

2004년, 서울시는 한옥을 철거하고 새로운 거주지를 만들기 위해 익선 도시환경정비구역 지정안을 발표했다. 주민들의 반대로 연기되다 결국 2014년, 개발이 무산되고 만다. 2015년에는 한옥 보존지구로 지정되면서 건축물 높이, 체인점 입점이 제한되고, 골목 환경을 개선하거나 마을공동체 활성화 거점을 조성하는 등 도시재생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익선동을 활성화하는 주체가 등장하게 된다.

 

2014년부터 카페, 식당을 운영하기 위해 한옥을 보수하고 새로운 인테리어를 시도하며 많은 사람의 시선을 끌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세입자로 살아가던 주민들이 쫓겨나는 상황이 발생한다. 세입자의 대부분은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도심에서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익선동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핫 플레이스가 되었다.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가게가 생길 때마다 그곳에 살던 주민들이 사라졌다.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즐겁기보단 답답해졌고, 주민들이 사라지는 순간을 목격할 때마다 아이러니한 상황을 견딜 수 없어 발길을 끊었다.

공사 중인 가게 © 직접 촬영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

오랜 기간 찾지 않았기에 코로나19로 익선동이 어떠한 상황에 놓였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부터(공식적인 발표는 2019년이지만, 한국은 2020년) 2년이 지난 2022년 현재까지 이 시기에 보도된 익선동과 관련된 뉴스 기사를 통해 코로나19의 영향력 아래 놓인 상황을 읽어보고자 한다.


2020년
2020년 3월 13일자 뉴스1, 직원 줄이고 건물주가 30% 깎아줘도, 버틸 요량이 없다.
2020년 4월 13일자 파이낸셜 뉴스, 익선동 휩쓸었던 ‘개화기 의상’ 코로나19 여파로 전멸
2020년 5월 14일자 news 1, 굳게 닫힌 익선동 주점
2020년 8월 5일자 이데일리, 마스크, 거리두기 없는 맛집 앞 긴 줄… 방역당국 ‘긴장’
2020년 9월 23일자, 찍는 사진마다 화보, 발길 닿는 곳 전부 ‘이색 인스타 성지’
2020년 12월 23일자 이코노믹 리뷰, 5인 집합금지 첫날 핫 플레이스 익선동 가보니
2021년
2021년 3월 12일자 더팩트, 코로나 1년 버티는 익선동, 무너지는 명동, 핫 플레이스 쌍곡선
2021년 7월 11일자 이데일리, 코로나 재 확산에 골목상권 상인들 울상
2021년 7월 21일자 식품외식경제, 4차 대유행, 텅 빈 매장 실낱 희망마저
2021년 8월 25일자 금강일보, 출입명부 의무 작성에 사생활 침해 우려
2021년 11월 3일자 쿠키뉴스, “두 명이서 설거지 힘드네요”, 돌아온 24시 희망 속 우려도
2021년 11월 5일자 mbc 뉴스, 단계적 일상회복 첫 주말, 반갑다 금요일 밤
2021년 12월 23일자 조선비즈, 핫플 익선동도 줄 폐점, 오미크론 팬데믹 못 버텨
2021년 12월 18일자 오마이뉴스, 사장님의 울분, “100만원 주면서 또 9시 제한, 이건 아니다”
2022년
2022년 1월 20일자 비즈와치, 코로나만 끝나면 될까?
2022년 4월 3일자 이코노믹리뷰, 코로나 끝? 주말 서촌, 익선동 ‘북적북적’
2022년 4월 18일자 연합뉴스TV, 2년여 만에 거리두기 해제, 상인들 매출 회복 기대감
2022년 4월 18일자 서울경제, 테이블 10개가 꽉 찼어요. 주말 야간 영업위해 아르바이트 구하기도
2022년 5월 1일자 서울경제, 코로나 보복소비시작 ‘회식보다 트렌디 문화’ ‘핫플’에 소비 몰렸다.
*검색어: 익선동과 코로나, 익선동 / *검색매체: 네이버, 구글

기사의 제목과 내용을 통해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 몇 가지 보인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사람들의 방문 감소로 인해 매출이 줄었고, 확진자 동선에 익선동이 언급되면서 방문자 수가 줄었다. 그런데도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나자 불규칙적이긴 하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지속해서 이어졌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 확진자 수의 증감과 상황의 심각성 자체보다는 거리두기와 영업시간 제한 여파로 방문자가 줄면서 매출에 영향을 주는 것이 실제 영업에는 파급 효과로 이어지는 듯 보였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인원 제한 및 거리두기 전면 해제 후 방문객은 급증했다.

“서울의 신흥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한 익선동은 코로나 사태로 주요 상권이 활력을 잃어가는 상황에서도 나홀로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 확산 초기 잠시 매출이 주춤하긴 했지만 날씨가 따뜻해진 4월 이후 예년의 모습을 서서히 되찾아 현재는 코로나 사태에도 굳건한 상권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소상공인 상권정보시스템 분석에 따르면 익선동 카페들의 2월 평균 매출액은 전달에 비해 30.22% 감소했다. 서울 평균 11.36%에 비해 약 3배 가량 큰 감소폭이다. 그러나 3월 이후 타 상권에 비해 빠른 회복속도를 보이면서 예년의 매출 수준을 회복했다. 카페 매출액 증가 추이만 보더라도 전월 대비 익선동 △4월 10.42% △5월 9.15% △6월 3.28% △7월 4.43% 등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서울 평균은 △4월 1.61% △5월 5.18% △6월 -2.65% △7월 -2.44% 등이었다. 전국 평균도 △4월 1.13% △5월 6.45% △6월 -7.25% △7월 -4.43% 등으로 더디거나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음식점 매출액 또한 마찬가지의 추이를 보였다. 익선동 음식점의 월별 매출액 증가율(전월 대비)은 △4월 10.20% △5월 9.99% △6월 0.13% △7월 5.11% 등이었다. 이에 반해 서울 평균은 △4월 1.25% △5월 2.19% △6월 -6.40% △7월 1.94% 등으로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했다. 익선동의 유동인구 역시 올해 3월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7월 월평균 유동인구는 7707명으로 전년도 동월 6682명 대비 오히려 증가했다. 연령별이나 요일별 유동인구도 고루 분포해 다양한 계층에서 평일과 주말을 막론하고 꾸준히 유입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내용 출처: 2020년 9월 23일자 스카이 이데일리, 찍는 사진마다 화보, 발길 닿는 곳 전부 ‘이색 인스타 성지’]

#키워드를 통해 보는 익선동만의 무엇(Something)

코로나19도 완벽 봉쇄하지 못한 익선동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그 과정에서 어떠한 변화들이 오고 갔을까? 이 여세는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도시에서 일어나는 예측 불가한 위기 상황에서도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할 수 있을까? 현재의 익선동이 무너지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이고, 앞으로는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을까? 들여다볼수록 솟구치는 질문에 마치 정해진 답이 있는 것처럼 찾아 헤매기 바쁘다. 명확한 답을 얻을 순 없지만, 지난 몇 년간 언론이나 매체에서 언급되고 있는 키워드를 통해 익선동이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 들여다보면서 어떠한 흐름으로 가고 있는지 살펴본다.


“2016년 – 2017년 : 한옥, 마을, 골목, 동네, 여행, 오래된, 느림, 아날로그, 추억, 재발견, 새로움, 사라짐, 청년, 창업가”
한옥마을, 한옥골목, 한옥카페, 숨겨진 마을, 옛 골목, 사람 냄새 가장 진한 동네, 조용하게 가꿔온 동네, 작디작은 좁디좁은, 핫 플레이스, 힙 한 아지트, 문화거리, 골목. 골목여행, 동네여행, 한옥동네여행, 산책, 걷고 싶은, 도심 쉼터, 가장 오래된, 90년, 백년마을, 느림의 미학, 아날로그 감성, 추억, 시간이 멈춘 곳, 한복 입고 익선동 찾는 젊은 층, 모던 조선, 신규상권, 새바람, 새로운 문화, 재발견, 오래된 새로움, 변신, 청년 창업자, 젊은 창업인, 예술가, 가난 포르노 때문에 3년 새 주민 30% 사라진 동네
“2018년: 여행, 데이트, 도시재생, 젠트리피케이션, 맛집, 한옥마을”
골목카페 & 맛집투어, 골목여행, 데이트, 젠트리피케이션, 도시재생, 도시환경정비구역해제, 한옥보전지역, 루프탑 낙원장, 서울커피, 한옥마을, 테마파크, 디즈니랜드, 추억의 전자오락, 분위기 깡패 음식점, 체험형 썬더 스페이스, 야간 개장, 경성 건축왕, 한국적인 곳, 세 번째 한옥마을, 정세권
“2019년: 핫 프레이스, 뉴트로, 개발, 이면, 개화기, 모던보이, 경성, 게이, 젠트리파이어, 양극화”
맛집, 핫플레이스, 공간을 소비하는 테마파크, 뉴트로, 핫 플레이스의 이면, 과열되는 인기와 사라져가는 정체성, 증개축, 서울기행, 레트로, 나의 고향, 환상, 사라질 뻔한, 개발, 골목길여행, 인싸들의 핫플, 개화기의상과 인생사진, 재개발 실패, 가고 싶은 거리, 걷고 싶은 거리, 롤러장 신 복고 성지, 경성 멋쟁이, 게이들의 본거지, 모던보이, 멋스러움, 옛 추억, 젠트리파이어, 양극화, 익선동의 두 얼굴, 핫 플레이스의 이면
“2020년: 뉴트로, 부동산, 젠트리피케이션, 월 매출”
테마형 로컬, 뉴트로, 지속 가능한 지역개발 워크숍, 원조 디벨로퍼, 청년사업가, 부동산거래, 월매출 1억 8천, 도심재생 마중물, 전시, 원주민 내쫓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어두운 단면, 느리게, 정체성 찾는 소비자, 고층 목조 주상복합 계획안
“2021년: 아트프로젝트, 관람, 추억과 상상”
잃어버린 골목의 시간, 관람 공간, 연 매출 140억 신화, 나만 알고 싶은 디자인 스폿, 우수한옥 인증제부터 한옥밀집지역 공동체 사업, 아트프로젝트, 진정한 추억과 새로운 상상 사이,
“2022년: 레트로, 이색마케팅, MZ세대”
골목이야기, 나들이, 레트로, MZ세대 대상 팝업, 아트신세계, 이색마케팅, 레트로 신규 상권
*매체: 브런치, 네이버 l 검색어: 익선동 l 검색기간: 2016년 ~ 2022년

 

익선동의 과거 정체성을 알려주는 한복 가게와 점집 © 직접 촬영
익선동의 과거 정체성을 알려주는 한복 가게와 점집 © 직접 촬영

익선동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한옥마을, 골목이라는 본래의 정체성과 새로운 성격이 형성되는 여행, 새바람, 청년 한옥, 데이트 등의 키워드가 등장한다. 그 과정에서 한옥 보존지구로 선정되고 재개발이 무산되면서 주거지역에서 상업지구로 변화함과 동시에 세입자의 강제적 이주가 발생하게 되고, 뜨는 동네의 이면을 드러내는 기사들이 보인다.

 

2019년에는 우려가 현실이 되어 익선동이 가지고 있던 정체성은 점차 사라지고 뉴트로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정체성이 형성된다. 익선동 한옥 지구를 조성했던 일제강점기 부동산업자 정세권과 관련된 설명이 기재된 입간판이 골목에 세워져 있었으나, 최근에 다시 방문해서 보니 사라지고 없었다. 그 대신 새로 조성된 몇몇 공간들에 대한 설명이 기재된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는데 정세권과 관련된 설명이 아닌 요정이 있던 곳, 100년 된 마을이라는 언급이 전부였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19년 하반기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는 익선동에 대한 보도기사가 거의 없었고, 하반기에 언급된 키워드도 2019년의 연장선에 있어 큰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2021년~2022년은 동네와 한옥, 골목이라는 장소적 요소를 넘어서 전시나 팝업스토어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먹고 마시는 행위 이상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공간기획을 시도하였다. 익선동은 공간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써 자리매김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익선동을 접하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SNS #해시태그를 통해서도 익선동의 정체성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골목, #한옥마을이 존재하긴 하지만 #카페, #핫플, #맛집 추천, #와인바, #술집, #특정 가게 상호를 언급하는 비율과 #익선동을 그리고 담다전 등 행사명을 언급하는 해시태그의 수가 많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변화의 중심에 서 있던 익선동 상황을 나타내기 위해 개인적으로 진행했던 <익선동 빨간 스티커> 프로젝트, 빨간색 스티커로 표기된 곳은 주거 공간에서 상업 공간(가게)으로 변화한 곳을 나타내고, 동그라미로 표기된 곳은 사람이 여전히 살고 있는 주거공간을 표시한 것이다. © 직접 촬영

1) 전반적인 키워드
익선동 1,057,942 / 맛집 311,531/ 카페 269,618 (카페거리 4,484, 카페 2,763) / 핫플 61,101(핫플레이스 3,577)/ 데이트 58,919 /골목 52,996 / 한옥마을 20,735 / 나들이 17,569 / 맛집 추천 10,252 / 한옥거리 9,593/ 투어 9,143 / 빈티지 6,922/ 데이트 코스 6,613/ 카페 추천 5,457/ 거리 3,078/ 놀거리 832
2) 특정 가게 상호를 언급한 경우
121 4,456 / 식물 3,558 / 맛집비밀더밀라노 3,138 / 동남아 2,024/ 온천집 1,795 / 엘리 1,348 / 청수당 1,215 / 창화당 1,211 / 밀도 1,149 / 호호식당 902 / 쌀상회 864 / 반주 722 / 농담 696 / 수플레 656 / 루다 655 / 에일당 585 / 틈 471 / 밀토스트 464 / 살라댕방콕 378 / 하이웨스트 346
3) 가게(유형별)
술집 20,032 / 와인바 14,639 / 꽃집 5,190 / 빈티지샵 3,248 / 펍 1,592 / 고기골목 932 / 경성의복 557

 

4) 음식 종류별
맥주 9,835 / 파스타 5,541 / 일식 4,746 / 디저트 2,911 / 브런치 2,896 / 빵집 1,927 / 밥집 1,527 / 호떡 790

 

5) 행사
익선동을 그리고 담다전 1,910
* SNS #해시태그 / 검색어: 익선동
새로 기획된 익선동 온천마을의 공간들 그리고 입간판 © 직접 촬영
새로 기획된 익선동 온천마을의 공간들 그리고 입간판 © 직접 촬영

#남겨진 숙제 그리고 지속가능성에 대해

예상치 못한 재난으로 모두가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좀 더 깊이 고민하게 된다.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기 위한 대비는 단단할수록 오래 버틸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가 핫 플레이스라 부르는 장소가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강력한 버팀목이 될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지난 4년간 개인적으로 지켜본 익선동은 흥하면 흥할수록 질문이 많아졌고, 주체가 바뀔 때마다 익선동 상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주거지였기에 마을이라 불렸고, 상업지역으로 바뀌면서 사람들이 떠났지만, 아무도 그들을 기억하지 않는다. 한옥마을이라는 이름만 떠다닐 뿐 실제 마을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지나간 과거라고 치부하기에는 100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고 세상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익선동이 아닌 익선동 안의 무엇에 열광한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찾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잠깐이었을 뿐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그 덕분에 익선동을 채운 많은 공간이 변화를 거듭하며, 익선동의 얼굴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시간이 흐르며 일어나는 당연한 일일지라도 그 과정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요소들이 무시된다면 그것은 자연스러운 변화가 아니라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다. 코로나19와 별개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임대료와 입점하는 가게들의 업종과 성격에 대해 고민하고, 기억되지 않는 익선동의 과거와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힘을 잃고 무너지기 쉬울 것이다.

 

이러한 전개는 비단 익선동이라는 동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도시와 그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많은 장소에도 적용이 된다. 결국 그 장소를 채우는 것은 수많은 개인이며, 삶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기에 앞으로 살아갈 미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을 제안하고 법을 만드는 사람들뿐 아니라 개개인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같이 고민하며 나아가야 원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각자의 삶을 각자가 만들어가듯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도 도시의 구성원으로서 주체성을 가지고 관심을 가져야 지속이 가능하다.

임차인에게 상가 임대료를 인하해 준 임대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알리는 현수막 © 직접 촬영

그동안 여러 도시에서 뚜렷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던 장소들이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테두리 안에서 의무와 행동을 반복하는 사이 오히려 그 색을 잃고 애매한 상태로 남겨지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다. 이러한 현상은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변화를 맞이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 없이 짧은 기간 안에 결과를 얻으려는 맹목적인 변화에 의해 생겨난 생채기다. 물론 무엇인가를 행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생길 수는 있으나 그 시작이 타인이 요구하는 의무에 의한 것인지, 주체적 행동의 결과에 의한 것인지에 따라 해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도시에 살면서 우리는 단 한 번도 주인이 된 적이 없고, 주인이라고 스스로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그런 이유로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현상들이 개인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누군가가 해결하거나 해야 할 일이라며 믿고 있다. 하지만 곰곰이 되짚어 보면 어느 하나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게 없다는 것을 우리는 코로나19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개인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미래에 대해 매일 고민하듯 우리가 사는 도시가 더 나은 환경에서 지속 가능하려면 어떠한 지점을 살펴봐야 할지,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에 대해 모두 함께 질문해 볼 시기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