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인구 수는 줄어드는데, 가구 수는 늘어나는 이상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빠져나가는 인구에 비해 가구 수가 증가한다는 이야기는 어느덧 트렌드가 된 1~2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시의 1인 가구는 2020년 기준, 664만 가구를 기록했다. 2016년에 비해 23%나 상승한 수치다.
1인 가구의 상승 곡선을 보면 집이 지닌 의미도 시간이 갈수록 변하는 듯하다. 과거, 집이라는 공간의 의미는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이라는 데 있었다. 그러나 이제 집에는 나만의 공간이라는 의미가 더해졌다. 팬데믹이 예상외로 오래 지속된 탓에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필요와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분위기는 내 집 마련 수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때문인지 요즘의 내 집 마련은 단순히 살아갈 공간을 구입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공간 창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울 내 아파트의 평균 매매 가격이 10억 원을 넘는 시대이다 보니, 2030세대에게 내 집 마련은 어쩐지 먼 꿈처럼 느껴지도 한다. 그래서일까? 요즘 MZ세대 사이에서는 집값뿐 아니라 현재의 주거 문화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다. 놀랍게도 이들이 주목하는 새로운 주거공간에는 나뿐 아니라 우리가 공존한다. MZ세대가 새로운 주거공간을 통해 우리 사회에 던지려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서울에도 빈집이 있다?
최근 들어 언론에서 빈집 프로젝트라는 키워드가 자주 보인다. 빈집을 새로운 주거공간으로 개조하는 프로그램이 나타날 정도로, 빈집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요즘이다. 빈집이라고 하면 인구가 적은 지방 도시에 있지 않을까 싶지만, 방송을 보다 보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내에 있는 빈집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2019년에 발표된 서울시의 통계에 따르면, 서울 내에 존재하는 빈집만 해도 약 2,940가구에 달한다. 비싼 서울의 땅값을 떠올려 보면 결코 적다고 보기 어려운 수다. 이렇게 비어 있는 집들은 임대주택의 대안으로 활용되기도 하는데, 폐가에 가까운 집이 새롭게 리모델링되어 감각적이고 새로운 주거공간으로 재탄생되는 경우도 많다.
빈집 프로젝트는 각 지역 지자체가 관심을 보이는 주제이기도 하다. 서울시 산하의 SH 서울 주택도시공사는 빈집뱅크를 구축해 빈집 주인과 사용자를 중개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해당 시스템에서는 사업지 선정, 리모델링, 임대 업무를 진행하고 있으며, 공사에서 사업을 진행하기에 신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서울시는 MBC와 함께 손을 잡고 빈집 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서울 도심에 위치한 한옥을 리모델링하여 셰어하우스로 재탄생시키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리모델링된 셰어하우스에는 비슷한 취미나 직업을 가진 이들이 거주할 수 있으며, 저렴한 월세로 한옥에 거주할 수 있다는 매력 덕에 많은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처럼 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주거공간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원하는 MZ세대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파트가 대부분 통일된 형태의 공간과 동선으로 만들어지는 것과 달리, 빈집을 매입해 리모델링하는 일은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또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주거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장점들이 바로 MZ세대에게 빈집을 알아보기 위한 발품, 리모델링을 위한 비용과 시간 등의 수고를 기꺼이 감당하게 만든다.
#따로 또 같이, 함께할 이웃을 원해요!
얼마 전 추억 속 포켓몬 빵이 또 한 번 큰 이슈가 되었다. 그간의 여러 레트로 열풍이 남긴 흔적처럼 포켓몬 빵도 유행을 휩쓸며 어린아이뿐 아니라 이미 성인이 된 M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MZ세대 중에서는 포켓몬 빵만큼이나 이웃 간의 정이 있던 과거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나만의 것이 중요한 MZ세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웃 간 정만큼이나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장도 중요하다. 이러한 필요는 공동체 주거라는 새로운 주거문화를 탄생시켰다. 공동 주택에서 개인의 공간을 보장을 받되, 함께 하는 공용 공간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것. 이것이 공동체 주거의 핵심이다.
이렇게 태어난 다세대 주택에는 서로 다른 형태의 가정이 존재한다. 1인 가구, 신혼부부, 어린아이를 둔 부부, 연세가 지긋하신 노부부 등 다양한 연령대의 이웃이 다세대 주택에서 따로, 또 같이 살아간다. 물론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 주택도 있다. 별도의 독립된 공간에 사는 각 가정은 건물의 한 공간을 공동체 공용 공간으로 만들어 둔다. 마치 과거의 사랑방처럼 말이다. 이곳에서 그들은 한 달에 한 번, 저녁을 함께 만들어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따로, 또 같이 살아간다.
공동체 주택에 대한 관심이 늘자 한국주택도시 협동조합연합회는 공동체 주택 건축 프로젝트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주택도시 협동조합연합회는 용인시 죽전동에 공동육아를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체 주택을 조성할 예정이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이 공동체 주택은 함께하는 육아를 목적으로 한다. 세대 간 육아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품앗이 육아를 할 수 있는 공동체 주택은 독박 육아로 고민하는 MZ세대에게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공동체주택지원사업을 통해 여러 형태의 공동체 주택 조성에 나서고 있다. 구로구에 위치한 공동체 주택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세대가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 신혼부부, 노부부, 중년부부 등 여러 연령대의 세대가 다양한 취미를 함께 즐기고, 생활할 수 있는 공동체 주택이 만들어졌다. 이렇듯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주거 문화는 이웃 간의 정이라는 키워드가 우리의 과거에만 머물지 않도록 새롭게 진화하는 중이다.
#마을 재생 프로젝트, 잊혀진 마을을 다시 만나다
도시재생, 뉴딜정책은 많은 이들에게 환경과 주거공간에 대한 다양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마을 재생 프로젝트다. 공동체 주거 개념이 확장되어 함께 사는 것의 의미를 한 건물이 아닌, 하나의 마을로 확장한 것이 바로 마을 재생 프로젝트다.
빽빽이 들어선 아파트 속에서의 분주하고 단절된 삶 때문인지, 마을이라는 단어는 어쩐지 현재와 동떨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마을이라는 공동체를 경험해 본 이들의 수가 갈수록 줄고 있으니 일반적인 경험이라고 보긴 힘들다. 그래서일까? 마을 재생 프로젝트는 마을에 대한 깊은 공감을 지닌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낙후된 공간과 도시를 재생하는 수준을 넘어 더불어 살아가는 공간을 다시 지어가는 정서적 회복이 함께 수반되는 것이다.
일본 요코하마의 코토부키쵸 마을은 과거 7,000명의 주민들이 살았던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주민 수도 적고, 실업률도 높아 거의 빈민촌에 가까웠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 코토랩이 마을 재생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마을은 빈민촌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주거공간으로 거듭났다. 1,500개의 빈집을 새로운 주거공간으로 재창출하고, 거리를 바꾸고 문화 공간을 만들면서 빈민촌이었던 마을이 완전히 달라졌다.
우리나라에도 성공적인 마을 재생 프로젝트 사례가 있다. 바로 마포구 연남동이다. 과거의 연남동은 힙한 느낌의 지금과는 달리 노후화된 주거시설 이미지가 강했다. 지리적으로 이점이 있는 서울 중심에 위치해 있어 재개발된다면 높은 수익을 기대할 만한 곳이었지만, 연남동 주민들은 개발보다는 마을을 살리는 방향을 선택했다.
연남동은 주거환경관리사업을 통해 저층 주거지 보전, 주택 개량, 환경개선 등을 통해 지금의 연남동만의 분위기를 형성한 건물들을 보존한 상태로 마을을 되살렸다. 높은 아파트 건물이 아닌 연남동이라는 마을을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선택은 지금의 힙하고 감각적인, 그러면서도 여전히 포근한 연남동만의 정서를 만들었다. 많은 이들이 추억을 되새기기 위해 오기도 하고, 또 그렇게 방문한 곳에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마을로 거듭난 것이다. 과거 노후 빌라들에서 풍겨 오던 칙칙함은 어느덧 연남동이 만들어낸 새로운 색으로 뒤덮였다.
이처럼 마을 재생 프로젝트는 MZ세대 사이에서 주거문화의 새로운 대안이자 나만의 공간과 함께 공동체가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을 누릴 수 있다는 이점 덕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중이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마을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장점이 새로운 주거문화 탄생에 든든한 힘을 싣고 있다.
MZ세대는 새로운 소비문화와 트렌드를 만드는 등 사회적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영향을 미쳐 왔다. 이들이 바라보는 집에 대한 관점은 아파트가 대세를 이루었던 우리의 주거문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혼자만의 독립된 공간이 있으면서도 함께하는 이들과 공동체, 마을을 꾸려가는 것. 이러한 형태의 주거 문화는 사람이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을 다시금 증명하는 듯하다.
이웃과 함께 울고 웃던 시절을 지나, 이웃이 사라진 시대 속에서도 살아가는 MZ세대에게 주거공간은 단순한 생활 공간이 아니다.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며 평안히 살아가다가도 함께하는 이들과 울고 웃고 부대끼는, 살아있는 공간이다. MZ세대가 새롭게 제안하는 다양한 주거문화는 과거를 잊고 살아가던 우리에게 개인과 공동체의 공존을 이야기한다. 이런 변화의 바람은 앞으로 또 어떤 문화와 공간을 만들어낼까? 틀을 벗어난 MZ세대의 내 집 찾기가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