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생각을 세계에 전하는 특별한 확성기, TED
“강연은 우리의 동력이고, 웹사이트는 확성기입니다. 새로운 생각을 세계에 전하는 확성기죠.”
–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 TED curator
이것들은 다보스와 함께 세계 양대 지식 공유 포럼으로 꼽히는 TED를 표현한 문장이다
“빨갛고 간결한 고딕체의 로고”
“인생을 살면서 귀중하고 가치 있는 생각을 깨달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무대에서 보내는 18분 이내의 시간.
그 짧지만 굵은 강연이 세상을 바꿀 가능성과 파급력”
“명실상부 유료 콘텐츠의 경쟁 시대에 접어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이때,
모든 사람이 무료로 접할 수 있는 특별한 콘텐츠”
“수많은 영감과 생각의 증폭제 역할을 하는 강연이 전 세계로 공유되는 온라인 지식 플랫폼의 대표적 아이콘”
“알릴 가치가 있는 생각들(Ideas Worth Spreading)”을 모토로 삼는 TED에게 있어 생각의 경계는 무의미하다. TED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기술(Technology), 오락(Entertainment), 디자인(Design) 외에도 과학, 비즈니스, 국제 이슈 등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특별한 생각이라면 TED는 무엇이든 전한다.
생각을 듣는 사람에게 제안하는 새로운 접근법
TED 콘텐츠는 ‘공부’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타인의 생각과 태도, 더 넓게는 사회와 세계를 알기 위한 콘텐츠이기에 TED의 강연 섹션은 조금 특별하다. 학문과 분야로 토픽을 찾아볼 수 있지만, most-viewed(최다 조회수), jaw-dropping(엄청나게 놀라운), funny(재미있는), persuasive(설득력 있는), courageous(용기 있는), ingenious(독창적인), fascinating(매력적인), inspiring(영감을 주는), beautiful(아름다운), informative(유익한)로 모든 강연이 분류되어 있다.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강연에 대해서 갖는 태도에서 벗어나 흥미와 탐구적 욕구를 갖고 생각에 접근하도록 유도하는 대목이다.
6분과 18분 사이의 짧고 굵은 생각들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TED와 같은 비디오 콘텐츠가 쏟아졌다. 하지만 수십 분 단위를 넘기는 긴 비디오는 한 숏(shot)보다 여러 개의 짧은 시리즈로 나누라는 불문율이 있는 것처럼, 비디오에 사용자의 집중력과 관심도는 그리 높지 않다. 그래서 TED의 강연은 18분을 넘기지 않는다. 종종 눈에 띄는 6분 이내의 짧은 강연은 헤드라인에 ‘under 6 minutes’로 강조했다. 메시지와 기승전결이 확실한 양질의 콘텐츠를 짧게 소화할 수 있다 보니 사람들은 강연에 부담 없이 시간을 투자한다. 시간의 압박에서 오는 심리적 장벽을 낮춘 것도 TED의 확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셈이다.
“TED는 지난 1000년 동안 옥스퍼드가 구축했던 강연의 기술을 단 10년 만에 훨씬 더 발전시켰다.”
– 에이드리언 올드리지(Adrian Wooldridge), 『이코노미스트』 경영 담당 편집자
‘의미 있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TED의 무대에 오른다
그렇다면 TED의 화자는 누구일까. 다루는 이슈가 다양하니 무대에 오르는 사람들도 다양하다. 각종 분야의 학자부터 사회운동가, 예술가, 작가, 기술자가 미래를 논한다. 고난을 겪은 평범한 사람이 자신의 감동적인 삶을 풀어내기도 한다. 사람들은 록밴드 U2의 보노(Bono)가 말하는 전 세계 빈곤 퇴치 운동에 감동하고, 구글 최고경영자 래리 페이지(Larry Page)의 창업 스토리와 비전에 영감을 받는다. 심지어 어른이 아이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12세의 아도라 스비탁(Adora Svitak)이 등장하기도 한다. 강연의 핵심은 전달하는 이의 삶, 생각, 경험일 뿐이다.
오프라인은 유료로, 온라인은 무료로
각종 인사가 등장하는 강연을 전 세계인이 무료로 볼 수 있는 TED 구조의 배경은 오프라인 강연회의 유료화다. TED가 제대로 된 강연회의 모양을 갖출 90년도 당시, 나흘간의 강연회 참석에 필요한 비용은 475$였다. 지금은 약 열 배인 5000달러가 필요하다. 그조차도 TED에 처음 참석하는 젊은 사회 초년생이 ‘Vanguard’라는 자격으로 낼 수 있는 비용이다.
일반 티켓인 ‘Standard’는 10000달러, ‘Donor’ 티켓은 25,000달러, 5년 멤버십을 비롯한 기타 혜택을 얻는 ‘Patron’은 250,000달러를 내야 한다. 물론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강의 내용이 다르진 않지만, 오프라인에서만 얻을 수 있는 세계 명사들의 인프라와 현장 경험은 전석 매진이란 결과를 가져왔다.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TED를 자유롭게 소비한다
TED 강연은 방대한 수와 풍부한 내용을 자랑한다. 자연히 콘텐츠를 더욱 효과적으로 흡수하려는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2차 가공이 나타났다. ‘직장인을 위한 명강연 top 7’, ‘독자들이 선정한 최고의 강연 5편’, ‘새해 결심을 돕는 6가지 강연’ 등 특정 타깃이나 테마로 만든 콘텐츠 리스트는 이미 여러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강연자들 특유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세계 각지의 서점에는 TED에서 발견할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 전술에 관한 책이 매대에 즐비하다. TED는 ‘어떤’ 내용을 전달하는 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어떤’ 내용을 ‘어떻게’ 전달하는지 탐구하는 기회를 던져준다. 질과 양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콘텐츠는 모든 사람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TED로 인해 변화한 사람들의 움직임은 세상을 바꾼다
TED를 찾는 사람들은 대개 비슷한 공통점을 갖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타인의 의견에 열려있고, 늘 새로운 것을 알고 싶은 욕구에 들끓고, 옳은 생각과 혁신적인 발상에 열광하는 사람들. 세상의 변화를 관찰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변화에 직접 동참하고 싶은 사람들 말이다. 자기 자신과 세상의 변화를 원하는 전 세계의 사람이 달마다 3억 회 이상 강연을 보고, 열성적인 TED 팬을 가리키는 테드스터(TEDster)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TED를 보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극적으로 넓어졌으며, 인생이 바뀌었다고들 말한다. 사람의 변화는 곧 세상의 변화로 이어진다. 이것만으로도 TED는 이미 성공의 단계를 지난 것 아닐까.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모두에게 열린 TED의 생각.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인 콘텐츠
TED 큐레이터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은 “웹 비디오는 구술 문화의 재발명”이라고 말했다. 웹 비디오 콘텐츠 중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마스터 클래스는 세계 최고의 전문 지식을 내세운 프리미엄 교육을, 즈후는 빠른 해결책과 전문 지식을 공유하는 웹 라이브를 제시했다. 이들 콘텐츠는 인간의 학술적 문화라는 거대한 그림 한편에 보태진 작은 조각이지만, TED는 이를 뛰어넘어 다양한 그림과 작품을 가진 ‘박물관’이라는 세상을 변화시키려 한다.
TED는 두뇌에 지식을 삽입하는 강연이 아니다. 똑똑해지거나 대가가 될 수 있는 비밀스러운 방법이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할 수 있는지를 모두에게 알려주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특별한 생각을 감동적인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효과적인 플랫폼으로 전달하여 사람들의 영감과 탐구욕을 끌어내고, 이를 두터운 지지층이 각국 언어로 스스로 번역해 TED를 자발적으로 퍼뜨린다. 이미 TED는 스스로 성장 가능한 건강한 동력을 갖췄다. 가능한 많은 사람이 들을수록 세상이 이로워지는 TED를 대체할 수 있는 콘텐츠는 아직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TED만이 말할 수 있는 새로운 생각들이 TED가 원했던 ‘세상의 변화’를 조금씩 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