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Thomas Frey) 다빈치연구소 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할 사회 변화 중 하나를 다음과 같이 전망했다.
대체육 수요가 5년 안에 급증할 것이며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의 모든 규칙이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육은 식품 산업계의 대안 중 하나로 꼽힌다. 코로나 때문에 대형 육가공 공장이 잇따라 문을 닫으며 신선육이 공급되기 힘든 상황에서 대체육에 대한 수요는 급증할 것이며, 육류 중심의 식문화가 기후 위기에 일조했다는 성찰 속에서 점차 많은 소비자들이 비거니즘(Veganism, 동물을 착취해 생산되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지양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동물권을 지지하며 종 차별에 반대하는 철학)을 추구하며 대체육이 진짜 고기를 밥상에서 점차 밀어낼 것이란 전망이다.
클래시 페이크(Classy Fake)는 고급이라는 뜻의 클래시(Classy)와 가짜라는 의미의 페이크(Fake)가 합쳐진 신조어로, 진짜보다 더 나은 가짜 제품을 의미한다. 동물권 존중에 공감하며 인조 모피를 소비하는 것과 앞서 언급한 대체육 등이 클래시 페이크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렇다면 대체육은 진짜 우리의 식탁을 바꿀 수 있을까? 아니면 아직은 실현되기 어려운 공상과학에 불과할까?
육식 중심주의가 인류에게 남긴 것
어디서나 PC(Post Corona), 포스트 코로나에 대해 논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를 제대로 논하기 위해서는 인류에게 왜 이 치명적인 질병이 발생했는지 근본적인 이유부터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WHO 발표에 따르면 최근 30년간 발생한 신종 감염병의 75%가 동물로부터 유래했다고 한다. 그린피스 이상윤 연구원은 이러한 인수공통감염병 증가 원인에는 야생 동물의 서식지 파괴가 있음을 지적했다. 인구증가, 도시화, 여행 및 교역의 증가, 전쟁, 경제 발달과 토지 개발 등이 야생동물을 서식지로부터 밀어냈다. 야생동물과 인간이 접촉하는 일이 늘어났으며 이로 인해 철새들의 이동 경로가 변화했다. 결과적으로 동물들에게만 있던 바이러스들이 사람에게도 옮겨 갈 가능성이 커졌다. 인류는 이런 신종 감염병에 대한 면역을 지니지 않았기에 감염병 앞에서 더욱 취약하다. 파괴된 자연은 자연스레 고기 생산지로 전락했다.
미국 예일대 삼림환경연구소에 따르면 그동안 파괴된 아마존 열대우림의 80% 이상이 고기 생산을 위한 소 방목장(Cattle Ranching)으로 전환되었다. 세계자연기금이 격년마다 발간하는 지구생명보고서(The Living Planet Report)에 따르면 1970년대부터 지구 동물 중 무려 60% 이상이 멸종되었다. 이렇게 된 제1 원인은 소, 돼지, 닭 등의 축산 동물을 사육하고 이들에게 줄 사료를 생산하기 위해 자연 서식지를 개간한 데 있다. 마구잡이로 뒤엎은 결과 지구 전체 농지 중 77%가 축산업을 위한 땅이 되었다. 축산업의 지배는 자연스레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 확률을 높였고 결과적으로 우리는 인수공동감염병에 더욱 취약해졌다.
세계적인 환경연구단체 월드워치(World Watch) 보고서에 의하면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온실가스의 51%에 달한다. 전 세계 교통수단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13%인 점에 비하면 3배 이상의 수치다. 이처럼 기후 위기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온실가스와 육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만일 인류가 육식 아닌 비건을 지향한다면 얼마만큼의 온실가스가 줄어들게 될까? 옥스퍼드대 조지프 푸어(Joseph Poore) 박사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살펴보자.
사이언스지(Science) 360호에 실린 글에 따르면 모든 인류가 비건으로 생활습관을 형성해 육류와 낙농품을 소비하지 않을 경우 지구 전체 경작지의 75%를 자연으로 되돌릴 수 있으며, 그곳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50%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조지프 푸어 연구팀은 해당 농지의 크기가 미국, 중국, 유럽연합, 호주를 합한 면적에 달하며, 비행기를 적게 타거나 전기차를 이용하는 것보다도 더 큰 효과를 가져올 거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119개국 4만여 농장, 인류가 먹는 것의 90%를 차지하는 40가지 식품을 분석한 결과로, 식량 생산의 환경성을 가장 포괄적으로 다뤘다는 평을 받았다.
온실가스뿐만이 아니다. 물도 더 효과적으로 절약된다. 햄버거 1개의 물 발자국(Water Footprint)은 2,500ℓ이다. 물 발자국은 제품의 원료 제작에서부터 사용자의 손에서 폐기되기까지 제조, 유통, 사용 전 과정에서 소모되는 물의 총량을 뜻한다. 콩이 39ℓ, 과일과 시리얼이 각각 115ℓ, 197ℓ임을 감안해 보면 동물성 식품을 생산할 때 식물성 식품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양의 물이 더 사용됨을 알 수 있다.
건강을 위해서도 비건은 필수적이다. 2015년 WHO에서는 가공육을 담배, 석면과 함께 1급 발암물질로, 소고기와 같은 적색육류를 2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더 게임 체인저스(The Game Changers)>에서는 최정상급 운동선수들이 등장해 채식으로의 전환이 자신의 운동 능력을 어떻게 향상시켰는지를 증명한다. 이들은 근육을 키우고 건강해지기 위해선 고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환상을 정면으로 부순다.
대체육 시대의 도래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환경을 위해 비건을 지향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MZ세대는 생활상의 변화 및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 가치 소비를 중시하며 동물권 존중에 대한 깊은 공감과 감수성을 바탕으로 비건을 생활 속 신념이자 문화로 수용하는 추세다. 2018년 경제지 포브스(Forbes)는 현존하는 인류 중 70%가 고기 섭취를 줄이고자 하거나 아예 고기를 식단에서 없애고자 노력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MZ세대는 전체 채식 인구의 12%나 차지하며 비건 보편화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다.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이러한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Z세대는 X세대보다 550% 정도 더 많이 식물성 우유를 소비하며 57% 정도 더 많은 두부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이들이 성장해 사회의 주된 소비층을 형성할 즈음엔 식물성 및 대체육 시장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해 볼 수 있다.
배양육과 식물육
대체육(Alternative Meat)은 진짜 고기처럼 만든 인공 고기로, 크게 동물 세포를 배양한 고기와 식물 성분을 사용한 고기로 나뉜다. 동물 세포를 배양해 만든 대체육은 배양육(Cultured Meat, Synthetic Meat)으로 불린다. 배양육은 살아 있는 동물의 세포를 배양하되 축산농가 없이 세포공학 기술로 생산하는 살코기이다. 그렇기에 집단 사육 시 가축에 다량 투여하는 항생제나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는 박테리아에 대한 걱정이 덜하다.
현재 미국과 네덜란드, 이스라엘, 일본 등에서 몇몇 업체들이 대체육을 연구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배양육 개발업체로는 미국의 멤피스미트(Memphis Meats)가 있다. 멤피스미트는 캘리포니아 푸드테크 스타트업으로 빌 게이츠(Bill Gates), 킴발 머스크(Kimbal Musk, 일론 머스크의 동생) 등 유명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았으며 최근 자금 조달 라운드에서 1억 6,100만 달러(한화로 약 1,900억 원)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고기를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고기가 될 특정 동물의 세포를 선택해 이 세포에 먹이를 주고 발효 탱크와 같은 인큐베이터 안에 넣어 영양분을 제공한다. 이때 세포는 자라 조직을 형성한다. 마치 양조장에서 맥주를 만들기 위해 효모를 재배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멤피스는 앞으로 2년 안에 파일럿 생산 시설을 완공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오리, 소고기, 닭고기 등을 생산할 수 있다. 첫 시제품은 1개에 2,500달러(한화 약 300만원)였지만 현재는 250달러(약 30만원)로 낮아졌다. 맛은 어떨까? 2017년 멤피스는 맛 감별사들을 초청해 배양육 치킨 시식회를 했다. 시식에 참여한 이들은 실제 치킨과 맛이 유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제는 가격이다. 생산 단가가 10%로 낮아지긴 했지만, 공장식 축산업을 통해 유통되는 가공육에 비교하면 턱없이 비싸다. 배양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린다. 배양육 치킨 너겟 한 조각이 만들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2주이고 스테이크는 2~3주나 걸린다. 마지막으로 또 다른 문제는 유전공학 기술이 안겨 주는 불안감이다. 미 인터넷 언론 비즈니스인사이더(Business Insider Inc)는 멤피스의 2019년 특허 문서에 실린 유전자편집기술을 분석했다. 몇몇 유전공학 기술에 대한 의혹에 멤피스는 명쾌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우리는 여러 가지 혁신 기술을 탐구하고 있으며 2021년으로 예정한 첫 시판 제품에 유전자편집기술이 적용될지 아닐지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애매하게 답했을 뿐이다.
식물성 재료로 만든 식물육은 앞서 언급한 유전자 조작에 대한 불안을 잠재워 줄 수 있는 대체재로 주목된다. 역사도 배양육보다 오래됐다. 대표적인 업체 비욘드미트(Beyond Meat)는 2009년 설립 초기 당시에는 냉동 닭 대체 식품에 주력했다. 그러나 이후 2015년에 첫 버거 패티를 출시했고, 몇 년 사이 전 세계 3만5천여 매장에 대체육을 공급하는 업체로 급성장했다. 매출은 2016년 1,620만 달러에서 2019년 8,790만 달러로 급증했으며, 2019년 5월 나스닥에 상장된 주가는 하루 사이에 2.6배나 뛰었다. 이후 시가총액 38억 달러(4조5000억 원)로 불어나면서 초대형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국내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2019년 3월 비욘드버거는 동원몰, 지마켓 등 일부 온라인 쇼핑몰과 비건 레스토랑 4곳에 입점했다. 가격도 배양육에 비교해 저렴한 편이다. 패티 2장, 227g의 판매가는 1만 2900원이다. 동원F&B 관계자는 초기 시장 반응이 좋다. 대형마트 입점을 준비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진출 시 판매량이 더 늘 것으로 전망하며, 지난해 3월~11월 누적 판매량이 2만5000팩에 달한다고 밝혔다.
현재 비욘드미트는 중국 시장에서 더욱 강세를 보이고 있다. 얌차이나와 손을 잡아 얌차이나가 운영하는 KFC, 피자헛, 타코벨에 진출했으며, 알리바바와 손잡고 중국 식료품 소매 매장에 진출해 채식 버거를 판매하기도 했다. 비욘드미트의 2019년 실적은 2억 9,790만 달러로, 2018년 8,790만 달러보다 239% 증가했으며 분기가 지날수록 더욱 확대되는 추세를 보인다. 비욘드미트 창업자 이선 브라운(Ethan Brown)은 회사의 철학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우리의 미션은 식품 재료로 맛있는 소시지와 고기를 만들어 미래 단백질을 창조하는 일에 있다. 동물 고기에서 식물 고기로 바꾸면 인간의 건강과 기후 변화, 천연자원 절약과 동물 복지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영리 기업과 사회적 기업의 경계를 허무는 비욘드미트의 상상력은 점차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다음의 통계는 앞서 소개한 멤피스미트와 비욘드미트 이외에도 성장하고 있는 푸드테크와 대체 단백질 시장의 2025년 전망을 예견한다.
국내 업체들은 대체육 시장에서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태이다. 롯데푸드는 2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통밀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고기와 유사한 근섬유로 만들어 너겟과 가스, 두 종류로 출시한 적이 있다. 올해 초 롯데리아는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식물성 패티가 들어간 미라클버거를 출시했으며 콩과 밀 단백질을 혼합해 고기의 식감을 재현했다. 빵은 우유 성분이 식물성 재료로 만들었다. 다만 소스에는 여전히 불고기가 들어가 온전히 비건을 위한 식품을 내놓지는 못했다.
CJ제일제당은 2021년 즈음 대체육 시장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예측하며 식물성 고기 등 미래 식량 사업을 위한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풀무원그룹 또한 2018년 7대 로하스 전략을 내세우며 육류 대체 식품을 미래 전략 사업으로 키울 것을 공표했다. 편의점 CU는 작년 12월 100% 순 식물성 원재료로 만드는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를 출시한 바 있다. 통밀과 콩에서 추출된 단백질로 고기를 만들었으며 판매가를 2,500원~3,300원 선으로 책정해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
윈스턴 처칠은 1931년 월간지 스트랜드 매거진(Strand Magazine) 12월호에 기고한 에세이 <50년 후(Fifty Years Hence)>에서 대체육이 도래하게 될 미래에 대해 예견한 바 있다.
(50년 후) 우리는 가슴살이나 날개를 먹기 위해 닭을 통째로 기르는 모순에서 벗어나 적절한 매개물로 이 부위들을 각각 기르게 될 것이다. 닭가슴살, 날개 등 원하는 부위만 골라 키울 것이다. 물론 합성 식품도 이용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식품은 자연 생산물과 실질적으로 구별될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상상력은 배양육에 머물러 있었지만, 50년이 지난 후 인류는 대체육 시대의 초입 단계를 바라보고 있다. 세계 최초 배양육은 2013년 8월 네덜란드 마르크 포스트(Mark Post) 교수가 개발한 햄버거 패티였다. 당시 이 햄버거에는 33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체육은 처칠이 예견한 미래와는 동떨어진, 여전히 먼 미래의 이야기로만 느껴졌다. 그러나 기술의 진보와 인류의 성찰은 미래를 현실로 앞당겼다. 그로부터 8년 뒤, 인류는 대체육 버거 패티 한 장에 10달러까지 떨어질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대체육은 미래가 아닌 현실이다. 그 현실은 자연에 대한 착취를 멈추고 공존의 상상력을 모색할 하나의 방법으로서 제시되었다.
이 글은 그 당위성을 설득하기 위해 대체육이 지닌 경제적 가치와 시장성을 근거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한계와 구체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더불어 대체육이 누군가에게는 귀족 고기라 불리며 현실적이지 않다는 주장에도 공감한다. 그러니 우리는 대체육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공상으로만 떠올릴 법한 무지갯빛 이상이 아닌 지금까지 지속되어 온 현실을 대체할 하나의 대체재로서 말이다. 그렇기에 대체육을 단순히 진짜를 대체하는 가짜가 아닌, 진짜보다 더 가치 있는 가짜로 대체함으로써 우리의 미래가 과거보다 더 나아지는 데 일조하는 느린 변화의 시작이라고 명명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