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문화·예술·교육·사회 전반에 대한 아티스트의 생각을 들어보는 인터뷰 프로젝트 <젊은 예술, 생각을 디자인하다>. 작가의 태도, 가치관, 창의성, 소통, 감성이 반영되는 작업이나 작품활동 이야기, 작가 개인의 생각을 따라가 보며, 문화예술이 우리 삶과 인간에게 주는 긍정적인 효과와 강점을 알아보고,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아티스트와 함께 예술의 미래를 그려봅니다.


신기헌

크리에이터

 

개인의 형태로 아날로그와 디지털, 로우테크와 하이테크를 넘나들며 일부러 익숙한 것을 거부하고 새로움을 실험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크리에이터 신기헌,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자 하는 삶의 방식 자체가 아티스트적인 하나의 작업임을 보여주신 신기헌 씨와의 인터뷰 지금 시작합니다.


 

PART 1. 아티스트를 소개합니다

 

 

Q.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크리에이티브한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는 신기헌 이라고 합니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개인의 형태로 다양한 분야의 일을 연이어서 자유롭게 넘나들며 하고 있고요. 삶에서 다양한 실험들, 다시 말하면 세상에서 이렇게 해야한다. 이런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들을 의도적으로 깨트려보면서 다양하게 실험해보고 있는 창작자입니다.

 

Q. 신기헌씨의 학창시절이 궁금한데요.

 

대학교에서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맨날 모형에 본드 칠하면서 의자 다리 하나까지 만들고 항상 손이 본드에 찌들어있었죠. 학교 다닐 때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학교생활도 신나게 모든 걸 재밌게 하면서, 그 안에서 계속 새롭게 하고 싶은 일을 발견했어요. 지금 와서 보면 그게 ‘뉴미디어’ 혹은 ‘디지털 미디어’라고 불리는 장르인데. 그때 당시에는 그게 어떤 건지에 대한 단어나 용어의 정의조차 없을 때여서, 혼자서 정보를 스크랩해가면서 탐색 했고, 탐색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이런 거구나 스스로 그것들을 찾는 과정을 거쳤어요.

 

제가 뉴 미디어 영역을 새롭게 해보고자 했을 때. 국내나 전 세계적으로 대학도 전문적 교육이 준비되어있지 않은 상태였거든요. 그러다 보니 아주 파편적으로 책을 통해서, 어떤 분들을 쫓아다니면서 하나하나 흔적을 따라가다보니 자연스럽게 지금의 지식이 응집되었고요. 어떻게 보면 남들이 아직 해보지 않았던 일에 먼저 도전해 볼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아요.

 

Q. 크리에이터로서 지금의 일을 하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있으셨나요?

 

제 관심 자체가 특별한 계기일 수 있는데요. 학교 다닐 때 디지털아트에 관심이 있었는데 학교에서 설계 프로젝트로 디지털미디어 갤러리를 설계하게 되었었어요. 이런 계기부터 졸업작품을 만드는데, 제가 그리고 싶었던 컨셉이 ‘가상세계’ 였어요. 근데 그걸 보여줄수 있는 매체가 제한적인거죠. 3D를 도면으로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어서, 계속 새로운 매체를 배워서 가상현실을 구현해 제가 실제로 설계한 공간을 보여주는 경험을 했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기술로 제 생각을 표현하는데 재미를 붙였죠.

 

처음엔 단순히 구현하는게 재미있었다면 조금 지나서는 매체 하나하나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하게 되고, 미디어와 도구가 개인적 차원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어떤 맥락을 갖고 어떻게 활용되고 관계성과 의미가 있는지 계속 발견하는거 자체가 저한테는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던 밑바탕이었던 것 같습니다.

 

Q.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에 두려움이나 거부감이 없으신 것 같아요.

 

그 전에도 사실 디지털 툴 전반에 관심이 많았어요. 예를 들어 새로운 컴퓨터 프로그램을 발견하면 데모 버전을 깔아서 막 써봐요. 저는 거의 매뉴얼을 본 적이 없어요. 모든 버튼 다 눌러보고 쓰고쓰고 쓰다 보면서 익히거든요. 어떤 경우에는 하나의 결과물을 만드는데 이 프로그램 들어가서 기능하나 쓰고 나오고, 다른 프로그램에 접속해서 기능하나 쓰고 나오고 해요. 누군가는 자신에게 익숙한 툴 하나에서 전체를 끝내는 성향이 있다면, 저는 여러 매체, 여러 툴을 넘나들면서 사용했어요.

 

지금도 아날로그부터 디지털까지, 로우테크부터 하이테크까지를 그런식으로 넘나들면서 연결하며 작업해요. 고등학교 때 배운 상식적인 지식부터 어떤 경우에는 국가 최고기관에 있는 박사님들 찾아가서 물어봐 가면서,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기술인데 ‘이것 좀 알려주십시오’, ‘만들어주십시오’ 하면서 그것들을 자유롭게 연결해나갔던게 저한테 맞는 창작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뉴미디어, 디지털미디어 하면 속도 경쟁이 치열하거든요. 계속 새로운 트렌드의 끝에 있으려 하고, 그걸 누구보다 빨리 해보려고 하는 모습이 있는데. 저는 그런거에 있어 자유로운 편이에요. 물론 미디어 쪽도 계속 탐색하면서 습득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꼭 그쪽 방향은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정반대의 무언가일 수도 있다? 그런 열린 마음으로 제가 쓸수있는 툴 혹은 언어의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가져가는데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어요.


PART 2. 아티스트의 작품을 살펴보다

 

 

Q. 가장 기억에 남거나 소개해주고 싶은 작업,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요즘엔 프로젝트가 공개가 안 되어있어서 많이 못 보셨을 텐데요. 그나마 최근에 공개된게 2012, 13년에 이마트랑 했던 작업으로 그나마 대중에 알려진 작업이에요. 하나의 브랜드를 양극단의 이야기로 표현하고 제작했던 사례인데요. 하나는 <써니세일>이라는 작업으로. 우리가 너무 흔해서 주목하지 않는 QR코드 매체를 사용했어요. QR코드는 세상에 너무 많지만, 제가 만들었던 QR코드는 세상에 하나뿐인 그리고 특정장소 특정시간에만 생겨나는 QR코드였어요.

 

Q.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QR코드라 어떤 방식인가요?

 

원리는 아날로그적인 조형물이 특정 위치에 설치 되면, 태양 그림자에 의해 낮 12시에 QR코드가 생기고요. 이거는 디지털 방식으로 카피 될 수 없죠. 그 시간 그 자리에 있는 특정한 사람들만 스캔할 수 있고, 또 하나의 제약이 있다면 맑은 날에만 햇빛을 받은 선명한 QR코드가 생겨요. 실제 모바일로 스캔이 되는데, 원리는 어렵지 않죠. 이 프로젝트가 고등학교 수준의 지식, 상식으로 가능한 작업이었어요.

이마트 <이마트 'Sunny Sale'>

Q. QR코드와 양극단에 있는 작업은 무엇이었나요?

 

또 하나의 작업은 <세일 내비게이션>이라고 정확하게 일 년 후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기술인 가시광 통신을 이용했어요. 최근엔 라이파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는데. 와이파이보다 10배 이상 속도가 빠르고요. 빛이 조명처럼 깜빡이면서 0, 1, 0, 1디지털 신호를 보내요. 센서가 이 신호를 받아서 통신을 하는 거에요.

 

가시광 통신이 다른 통신방식하고 큰 차이가 있다면, 빛의 속성을 갖고 있어서 제가 손으로 가리면 데이터 통신이 막혀요. 혹은 어떤 물리적인 공간 안에 있으면, 그 공간 형태로만 데이터가 존재해요, 벽 너머로는 데이터가 완벽히 차단되는 거죠. 이 기술을 활용해서 다양한 아이디어와 결합해 작품을 만들어보는 실험을 했었어요.

<이마트, 'Sale navigation'>

Q. 잘 알려지지 않은 기술을 새롭게 터득하고 활용하는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개인적으로 의미 있었던 게 이런 프로젝트를 하면서 공학베이스 연구자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흥미로운건 그분들은 본인들이 세상에서 굉장히 앞서있는, 놀라운 일을 하고 계시는데 이걸 대중이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는다는 거예요. 저는 기술을 구현할 능력이 없고 그분들은 기술의 가치를 부각하는 부분이 부족했다면, 기술자와 창작자가 만나 훨씬 더 재밌게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시너지를 발휘하는 거죠.

 

Q.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시나요?

 

브랜드를 이야기할 때 크리에이터의 역할은 문제 해결을 위해 ‘내가 익숙한 것으로 뭔가를 만들어내겠다’ 가 아니라. 이걸 해결하기 위해 어느방법이 좋은지 그때그때 빠르게 판단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대신 제가 뭔가 만들어낼 수 있는 사고의 흐름은 넓게 펼쳐 놓는 거죠. 때에 따라서는 주변 네트워크를 통해서, 다양한 분야 전문가 분들과 평소에 커뮤니케이션하며 생각을 공유하고, 제가 발견은 했는데 손댈 수 없는 것들을 전문가분들에게 갖다 드려요. ‘이걸로 재밌는거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협업을 해가고 있습니다.

 

Q. 기술을 표현하는 방식은 어떻게 찾으시나요?

 

기술을 쉽게 설명하는건 제 역할은 아닌 것 같고요. 프로젝트에 기술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이건 새로운 기술이야 되게 신기하지?’ 하고 직접 표현할 때도 있어요. 그건 프로젝트나 아트웍의 목표에 따라서 선택하는거고요. 대신 초점이 맞지 않을 때 유치한 표현이 되죠, 남이 봤을 때 너무 평범한 기술이거나, 놀라움을 줘야 하는 시점에서 평이한 표현방식을 사용한다거나 혹은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가져와서 껍데기만 갈아 끼우는 경우가 있죠. 아니면, 이거 첨단기술이야 멋있지 하면서 아무도 공감 못 하는데 혼자서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고, 이것들을 잘 피해서 균형 있게 방향을 잡고 있어요.

 

Q. 넓은 분야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계시는데요. 중간자 또는 매개자로서 필요한 덕목은 무엇인가요.

 

일단 제가 만나는 사람들이 층이 다양해요. 협업을 하는 경우에 전문가가 있고, 그 전문가만 하더라도 아티스트부터 디자이너, 기획자,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등 굉장히 다양하거든요. 이 안에만 해도 언어가 너무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요. 그러다 보니 제가 한 분야 한 분야 직접 일정 만큼의 경험을 쌓아보고 그분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고 어떤 언어로 소통하는 지 그 세계에 들어가서 최소한이라도 제가 집적 습득해보려고 해요.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항상 중간에서 이 팀을 조화롭게 이끌어나가는 역할이 주어지는 데, 우리가 만든 결과물을 접하는 대중은 우리한테 시간과 관심, 기회를 많이 주지 않기 때문에, 그 사람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하는 위치에 있어요. 그래서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여보고자 기술을 직접 보여주는게 아니라 은유를 활용해서 ‘어 이건 뭐지?’호기심을 갖게 하는 그런 요소가 있을 수 있고, 때로는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 감동 코드일 수도 있고, 위트있는 표현일 수도 있고요.


PART 3. 예술 경험을 통해 교육을 바라보다

 

 

Q. 신기헌 씨는 작품활동 외에도 다양한 강의, 세미나, 워크숍도 지속해서 하고 있으세요. 예술을 매개로 교육을 진행해 본 경험이 있으신지요?

 

제가 전문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특정 학문을 깊게 파서, 그 쪽에서 검증을 받고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의 사람들은 확실히 따로 존재한다고 생각하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흩어져 있는 여러 파편을 모아서 실제 몸으로 경험하고, 체험하고 내 안에서 개인적인 생각으로 발전시켜서 ‘이렇게도 생각해볼수 있지 않아?’ 질문을 던지는 관점제시 그 정도 역할이지요.

 

일로써 2년 동안 교육 분야에 깊게 들어가 봤던 경험이 있어요. 초, 중, 고, 대학교, 기업연수프로그램까지 하나씩 개발에 참여해보고 실제 어떻게 작동하는 지 현장에서 학생, 부모, 교사들과 같이 다양한 과정을 거쳤던 경험이 있는데. 일단 슬펐어요. ‘공교육이다’, ‘사교육이다’ 이런 차원을 떠나서. 저는 학창시절 모든 순간이 너무나 즐겁고 만족스럽고 감사했거든요. 하고 싶은것도 너무 많았고, 그것들을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랐을 정도? 그래서 너무 감사하게도 하고 싶은 걸 빨리 찾았고, 실제로 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 좀 더 나아가서는 내가 이걸 하면 누군가가 좋아하고 고마워하는 보상도 받는 선순환에 빨리 들어갈 기회를 가졌어요.

 

학생들이 교육이라는 시스템 혹은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가 아니라 내면에서 학습에 대한 동기를 찾고, 좋은 기회에 이런 것들이 세상에 있구나, 이런 걸 해봐야지 다짐하게 되는데. 이 확률을 높이려면 스스로 많이 찾아보고 경험 해봐야 하잖아요. 그런 기회가 모두에게 주어질 순 없겠지만 조금 더 많은 사람이 평등하게 누려야 하지 않을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사회 전반적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요.

 

권위자가 지식이나 시스템을 독점하고 혼자만 혜택을 보는게 아니라 모두에게 적극적으로 분배하고 기회를 준다면 좋겠고요. 창의 교육이나 영재교육 경험 하면서 그 정보 자체도 특정 사람들에게만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봤어요. 균등하게 열려 있을 때에도 선택되는 사람들은 다른데서 훈련받고 경제적으로 혜택을 본 아이들이 결국은 그 자리에 있더라고요. 그런 것부터 아직은 우리가 사회적으로 헤쳐나가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세상에 너무 많은 게 오픈되어있어요. 무료로 공부할 기회도 많고 전 세계 자체가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개방되어 있는데, 우리가 기회가 너무 많아서 그 안에서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는 혼란스러운 상황도 연출된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대학교 강좌는 마음먹으면 들을 수 있잖아요. 오히려 너무 많아서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그 지점에서 굉장히 상실감을 느껴요. ‘내가 다 할 수 없는 바에는 지금처럼 살야야겠다.’

 

여기서 조금만 생각을 바꿔서 세상이 빨리 흘러가고 지식이 넘쳐나지만, 이것들을 내가 다 가져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관심 있는 것들을 조금씩 하다 보면 그 안에서 분명히 추진력 있게 하고 싶은 분야를 발견하게 될거고, 거기서 인정받게 되고, 옛날처럼 어떤 대학교 졸업장만이 아니라 ‘내 작은 경험들 하나하나가 인정받을 수 있는 하나의 장치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2008년부터 작은 경험들을 모두 다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내가 읽은 책 하나, 문구 하나도 나에게 너무 큰 영향을 미쳤고 혹은 어느 곳에서 작은 강의를 듣고, 대학교 청강도 가서 무조건 해보고, 찾아가서 얘기도 듣고, 이런것이 옛날 사회시스템에선 인증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거든요. 근데 제가 작은 것들을 엮어서 하나의 그림을 그려나가고 사람들이 인정해줄 수 있는 형태로 그 그림을 채색해나가다 보면 어느 시대에는 졸업장 몇 개가 아니라 ‘얘는 이런 모습으로 살았네’ 하나의 아름다운 그림의 모습이 으로 인정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어요. 획일화된 교육이나 강압적인 것들이나 편중된 기회들 이런건 현시점에서 계속 보완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요.

 

Q. 최근 우리 교육이 국·영·수 위주의 주입식 교육에서 변화하기 위해, 자유학기제 도입, 예술교육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누구나 메이커가 된다. 누구나 예술가가 된다. 이런 부분엔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요. ‘모두가’라는 말은 ‘누구도’라는 표현과 비슷하거든요. 분명히 사회는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를 주고 싶어 하지만, 그게 획일적인 평등이나 획일적인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라고 아니라고 봐요. 모두가 예술가라는 이야기는 세상에는 예술가가 없다는 인식으로 받아들여요.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각각 하나가 되어야지 학교에서 획일적으로 모두가 아이들에게 ‘메이커 교육을 한다’, ‘예술프로그램 교육을 한다’ 그것조차도 조금은 편협한 접근이지 않나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아티스트로서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혹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실제 교육하시는 분들 중에 존경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을 보면 제가 감히 제시하기 어렵지만, 공통적인 모습이 끊임없이 배움의 자리로 나아간다는 점입니다. 제가 예술가, 활동가들하고, 현장에서 활발하게 워크숍을 기획해서 여기저기 도시 속 여러 공간에서 쉴 새 없이 워크숍을 진행했던 경험이 있는데요. 재밌는게 제가 어떤 워크숍을가서 사람들하고 배움을 나누고 경험을 쌓고 왔는데, 다음에 제가 워크숍을 열면 그 워크숍을 주최하셨던 분이 와서 듣고 계세요. 그중에는 교수님들도 계시고, 나이, 성별, 분야 관계없이 겸손한 마음으로 배움의 자리로 나오는 거죠.

 

예전에는 ‘여기까지 하면 나는 다 배웠어’ 그런 자만감이 있는 권위적인 분들이 계셨다면. 제 주변에 실제 살아있는 교육을 전달하시는 분들은 지금도 새로 배우고, 저같이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 뭔가를 나눠주는 자리에도 와서도 굉장히 감사해 하면서 가져가세요. 그것이 대단한 게 아닐지라도. 저는 그런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큰 자극이 되고 이 분들의 손길이 닿는 현장에서 배움을 가져가는 친구들이 ‘이 가치를 알까?’ ‘과연 제대로 알고 또 그런 노력을 실제로 고맙게 여기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거기까지는 우리의 역할이 아닐 수도 있고요.

 


PART 4. 나만의 정체성을 찾다

 

 

Q.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일을 하는데 소속 없이 혼자 일하고 있어요.

 

혼자 일하는 방식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도 많고, 대학에서 어린 친구들과 이 얘기를 할 때가 많은데요. 일단 제 주변에 이런분들이 많으세요. 그래서 저 스스로는 생소하지 않고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회 전반으로 보면 소수에 해당하는 부류일 것 같아요.

 

근데 저 같은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다이나믹하게 일시적으로 팀을 이루고 해체하고, 또 각자 흩어진 곳에서 새로운 것을 습득해서 공유하고 교류하기도 하고요. 이런 부분이 제가 조직 생활 했을때 한계로 느꼈던 것을 극복하는 실험이자, 지금은 굉장히 혜택? 특권? 느낌으로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Q. 지금의 형태가 대중적으로 익숙하지 않아서 선입견도 있었을 것 같은데.

 

처음에 사람들 인식 속 시선으로는 좀 힘든 부분이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지금은 자유로워졌어요. 반대로 저는 힘들더라도 ‘세상을 향해서 어떤 메시지가 될 수 있겠다’ 하는 것들은 어렵더라도 의도적으로 선택하거든요. 예를 들어 왼손을 트레이닝하기 위해 오른손을 안쓰는 노력? 익숙한 것을 버리고 완전히 생소한 것으로부터 일해보거나, 더 과감하게는 좋은 결과물을 내면 자연스럽게 기회가 이어지기 마련인데 다시 바닥부터 모르는 분야에 가서 새로 시작하는 것을 반복하기도 하고요.

 

이건 ‘개인 성향이어서 이런 방법이 좋다’의 차원은 전혀 아니고. 제가 똑같은 방식의 일을 오랫동안 못하는 성향이기도 하고, 내가 즐거워지고 싶으니까 계속 새로운 자극이 있어야지만 내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 저한테 큰 이점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자연스럽게 했던 것 같아요.

한 치 앞도 모르지만, 개인이기 때문에 과감할 수 있다  

Q. 다양한 분야에서 찾아주고 협업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가 새로운 분야에 여러 경험을 쌓고 있을 때 사실 신입사원, 새내기, 초짜에 가깝죠. 실력도 갖추지 못하고 검증도 되지 않은 사람인데. 제가 이전에 다른 분야에서 경험한 것을 토대로 새로운 분야의 의뢰가 들어올 때가 있어요. 제가 ‘저 이쪽에 아무 경험 없는데 괜찮으시겠냐’ 라고 물어보면 ‘괜찮아요’하고 과감하게 요청하세요. 물론 어느 정도 리스크 관리는 하시겠지만.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느낀 거는 어떤 조직에서 한 가지 분야에 오랫동안 경험을 쌓은 분들하고 제가 경쟁해야 될 이유도 없고, 경쟁할 수 있는 구도도 아니에요. 그쪽 분야는 그분들이 워낙 잘하세요. 그분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뭔가를 저한테 기대하는데요. 그게 대부분 여러 분야의 중간에 있는 연결점 요즘에 말하는 융합적인 지점들에 있는 생각, 경험을 필요로 하시는 것 같아요.

 

Q. 개인의 형태라 좋은 점은?

 

개인이라는 가벼운 형태를 가져서 좋은 점은 경쟁 구도에 들어갔을 때 비교되고 시기하고 다투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야 할 이유가 없어요. 수평으로 가면서 협력할 수 있는 지점만 존재해요. 만약, 제가 에이전시라는 형태로 조직을 크게 가지고 4~5명의 팀을 가지고 있을 때, 이 큰 규모의 조직은 프로젝트에 요만큼의 역할이 남아있는데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없어요. 저는 개인이기 때문에 아주 작은 위치에 들어갈 수 있고 짧은 기간 들어갈 수 있고 들어가고 나가고를 아주 유연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게 클라이언트가 저한테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겠죠.

 

경험을 통해서 깨닫게 된 건데. 세상에 작은 틈새들이 존재하더라 이게 틈새 시장이라고 할 수 있고 타이밍 적인 부분일 수도 있고, 시기적으로 잘 맞았던 것도 있었죠. 너무 빨랐으면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이고 너무 늦으면 앞으로 모두가 이런 형태로 일하게 될 거라는 말도 하잖아요 저는 많은 혜택을 누렸던 사람인 것 같아요.

 

Q. 개인으로, 남들이 하지 않았던 방식을 실험하고 실행하는데 두렵진 않으신가요?

 

저한테 과거에 인상적이었던 말이 하나 있는데 ‘앞세대의 옷자락을 잡고 따라갈꺼냐 뒷세대를 끌고 나아갈꺼냐’에요. 사실 내앞에 아무도 없으면 내가 비교할 것도 없고 경쟁할 것도 없잖아요. 누군가 따라오든 말든 뭐든 할 수 있는 대신, 두려울 수 있죠 길이 안 보이고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모르니까, 안개같이 뿌연 곳에 디딜 수 있는 발 밑이 보이지 않는데 발을 던질 수 있느냐 그건 거에요. 이런 것들을 상쇄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 제가 매우 가벼운 개인이라는 거에요.

 

제가 고정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면 잘못 한 발을 내디뎠을 때 감수해야 하는 손해가 너무 크잖아요. 사실 저는 가만히 있으면 아무런 비용이 들지 않는 너무나도 효율적인 사람이에요 일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손해를 보지는 않는.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다른 사람들보다는 과감하게 선택할 수 있는 것 같구요. 제가 딸린 식구들이 많다면 그런 선택을 못 하죠.

 

Q. 신기헌씨와 같은 분들을 딱 어떤 사람이다 표현하기 어렵지만 최근 가장 비슷한 용어로는 프리에이전트인 것 같아요.

 

프리에이전트라는 표현 자체가 해외에서는 꽤 많이 활성화된 걸로 알고 있고요. 국내는 스타트업 형태가 조금 지날 수도 있지만, 붐을 이뤘고 혹은 다른 분야에서는 사회적기업이라는 형태도 있었고 새로운 형태가 계속 등장하잖아요. 사실 그런 용어가 나오기 전부터 그런 일을 하고 있었던 사람들이 분명 있어요. 누군가가 그걸 정의하고 정책으로 만들고 공모, 공고를 만들어내기 이전부터 우리는 원래부터 하던 일인데 세상에서 우리를 이렇게 부르기 시작했어요.

 

저는 프리에이전트라는 말이 나오면서 그러면 그 다음 단계의 형태는 무엇일까? 그 고민을 곧바로 하기 시작했어요. ‘세상에 보여주어야겠다’, ‘살아남아야겠다’는 이런 측면이 전혀 아니라 개인적인 호기심인 거에요. 그동안 했던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누군가가 ‘이런건 필요하지’, ‘이런건 최소한 있어야지’, ‘너무 중요한 거야’ 하는 것들에 ‘진짜 그래?’라는 질문을 혼자 던지면서 하나씩 지워봤어요. 이 중 실제로 없으면 큰일 나는 게 있었고, 되게 중요하다고 했는데 없어도 괜찮은 것들도 꽤 있더라고요. 이런걸 다 덜어내고보니 제가 일하는 형태가 되었고요.

 

곧, 프리에이전트라는 표현이 정형화 되서 퍼지거나 과감하게는 학교에서 이런 형태를 가르칠 수도 있고, 기관에서 매뉴얼로 배포할 수도 있기 때문에, 굉장히 획일화된 표현, 정의라고 보고요. 그 안에서도 아주 세분화하여 개개인에 맞는 삶의 방식이 분명히 존재할 거에요 그것을 미세하게 표현하기 어려우므로 모두가 사용하는 언어를 더불어 사용할 뿐이지, 스타트업도 사회적기업도 협동조합도 마찬가지고 프리에이전트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개개인이 각자의 아이덴티티를 계속 만들어가면 좋겠죠.

 

Q. 신기헌씨만의 아이덴티티는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없었던 것 중의 하나가 명함이거든요. 제가 그동안 거쳐 왔던 분야를 봤을 때, 저도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소개하는 타이틀이 달라요. 어느 순간부터 제가 저를 소개하기 보단,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 눈치를 살펴요. 되게 흥미로운 순간이 있는데, 제가 각각 알고 있는 분들이 있는데 어쩌다 다 같이 같이 만나게 되면 두 사람이 알고있는 제 모습이 다른 사람인 거에요. 다른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는 거예요. 그런 순간을 굉장히 즐기면서 그 자체가 하나로 정의될 수 없고 사람마다 다르게 읽힐 수 있는 ‘사람’ 이라는 자체가 하나의 아이덴티티가 될 수 있도록?

 

건너건너 알다 보면 2차적으로 발견하게 되는 아이덴티티가 제가 실제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싶은 아이덴티티인 거죠. 개념이 복잡할 수 있는데 하나만 알 때는 모르다가 여러 개를 알면서 ‘이 사람이 이렇게 다양하게 살아온 사람이구나’라는 그런 것을 보여줄 수 있죠. 제가 저를 설명하기 구차하고 어떨 때는 내가 왜 이렇게 번거롭게 사나 할 때도 있고, 세상은 효율적으로 명함을 주고받고 누군지 정의가 되면 쉬운데 힘들죠. 근데 그 자체가 흥미롭고 그걸로 인해 잃어버리는게 없다고 생각하니까 과감히 선택했어요.

 

Q. 어떻게 보면 항상 미래를 준비하면서 살고 계신 것 같아요. 예술활동을 하시면서 최근의 고민과 생각은 무엇인가요?

 

누군가는 저를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는데 반대로 저는 모든 결정의 순간에 즉흥적이어야 행복한 사람이에요. 저는 일단 한 치 앞을 예상하지 않고 살고요. 이렇게 돼야겠다는 모습을 갖고 있지 않아요. 걱정되지 않냐 두렵지 않냐 하는데 거기서 방법은 있죠. 사회가 나에게 기대하는 모습과 내 본성이 너무나도 다른데 그 안에서 행복할 방법은 정리되어있는 선택지 여러 개를 준비하고 마지막 순간에 그중에 하나를 선택한다. 그 방법을 스스로 찾은 거예요.

 

누군가는 잘 짜인 하나의 길, 선택 순간까지 하나의 길을 가져가는데 저는 그걸 여러 개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거죠. 하지만 그 순간에 내가 아무거나 고를 수 있는 즉흥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그 순간이 저한테는 너무 중요하거든요. 이런 마음을 모두가 공감하지 않을 텐데. 그 불안함 흐릿함 속에서 무작위적인 선택, 그리고 어떻게 되나 보자 그런 기대감 그게 저한테는 큰 원동력이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계속해서 하게 되고 그 방법을 계속 찾고 있어요.


PART 5. 공식질문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아티스트가 감당해야 하는 역할은?”

 

 

저는 개인이기 때문에 기업의 사회적인 역할, 고용을 못 하잖아요. 대신 사회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게 몇 가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중 하나가 안 된다는 것에 계속 질문을 던지고 그 방법을 풀어나가면서 일하는 방식이나 커뮤니케이션하고 협업하는 방식에 대한 선례를 남기는 것이에요. 선례를 남기면 자연스럽게 다음 사람들이 그걸 사례로 제시하면서 접근할 수 있으니까요.

 

대기업하고 일할 때 에이전시를 추천하거나 함께 선별하고 선택할 때가 있어요. 또 다른 프로젝트 경우에는 선택했던 에이전시가 저에게 작업단의 요청을 줘서 개인적으로 작업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게 겹치는 타이밍이 있어요. 가장 아랫단에서 개인으로 작은 작업을 할 때와 에이전시를 선택하는 입장에서 그 에이전시를 끌어올려서 프로젝트를 발생시키는 거를 동시에 하는 이런 모습도 낯설 수 있거든요. 근데 양쪽에 걸치다 보면 저 스스로가 되게 많은 고민을 하고, 거기서 여러 주체들이 함께 발전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게 되요. 내가 한쪽에서만 있으면 수동적이거나 관리 하려고만 하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면, 양쪽을 넘나 들다보면 함께 잘 될 방법을 찾아네요. 그래서 그런 경험을 통해 설득력을 더 발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요.

 

오히려 크리에이티브한 부분에서 선례를 남기는 건 제한적인 것 같아요. 그런 성공사례는 부분에 불과하고 아이디어나 크리에이티브한 것에서 선례로 남길 수 있는건 선행 연구프로젝트 일이 많거든요. 근데 이런 프로젝트의 전제 자체가 ‘실패해도 괜찮다’인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실패하면 세상에 아예 보이지 않아요. 항상 아쉽죠.

 

국내에서 교육이라는 하나의 흐름 과정을 거쳐서 미술관, 개인으로 이렇게 작업하고 계신 훌륭한 아티스트들이 많아요. 개인적으로 늘 한 분 한 분 응원을 하는 마음인데. 내 돈으로 내 작업 하면서 인정받지 못하고, 그 기간이 길어지고, 힘든 분들을 많이 봤어요. 미술관에서는 화려하게 개인전을 하고 인터뷰도 하시는 데도 실제 그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이 자연스럽게 갖춰지지 않는 경우? 계속 공모하고 후원받아야 하는 그런 것 때문에 작업에 열중을 못 하는 경우? 그런게 너무 많아요.

 

저도 초반에 미술관 작업, 전시도 많이 해보고, 공연 쪽으로 작업 결과물을 내보기도 했는데요. 어느 순간 다른 방식으로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아티스트적인 생각으로 창작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궁금했어요. 제가 미술계에 반발하는건 아니고요. 그냥 ‘이렇게 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방송 쪽이나 여러 산업 분야에서 아티스트적인 생각으로 결과물을 내기도 하고, 혹은 클라이언트 작업인데 클라이언트 요구가 90이면 10은 내 작업으로서 의미를 숨겨놓고 결과물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이런 식으로 해보니까.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교육과 예술이 보였던 공간, 방식, 흐름이 한정될 필요는 없지 않나? 많은 사람이 자신의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다양하게 선택, 폭이 생각보다 넓게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지금은 계속 다른 산업 분야로 제 아티스트적인 생각들을 발산하고 있고, 앞으로는 게임 쪽을 다음 시대의 예술이라고 생각해서 게임 분야를 계속 경험 하면서, 이쪽으로 예술작업을 해보고자 해요. 테마파크라는 물리적인 공간도 예술적인 접근을 해볼 수 있는 하나의 놀이터 같은 공간이고요. 계속 그런 사고와 결정의 과정을 거쳤던 것 같아요.

 

최근 몇 년 전부터 개인이 융합하는 새로운 관점, 방법도 전문성으로 인식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저는 타이밍이 잘 맞아서 시너지가 난 경우인데, 그렇지 않았다면 옛날 말로 인생이 망한 거죠. 누군가는 지식과 경험을 쌓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 노력, 기회비용을 지불해서 힘겹게 얻었다면, 저는 시대가 주는 인프라로 적은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그분들의 지식을 얻고, 협력할 수 있고, 그래서 가끔 내가 그럴 자격이 있나 싶을 때가 많은데. 앞에서도 말했듯 시대적 타이밍이 잘 맞아서 그런 분들과 소통하고 함께 일하는 좋은 기회를 많이 얻게 된 것 같아요.

 

저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아티스트의 모습은 아니에요. 어쩌면 삶의 방식 자체가 아티스트적인 모습일 수도 있다, 그렇게 존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미술계에서는 액티비즘을 설명되는 그런장르 일 수도 있는데. 실제로 손으로 만들고 그리는 행동 뿐만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가 누군가에게 메시지가 될 수 있는 거죠. 물론 결과물은 다양한 방식으로 낼 수 있어요.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 장인정신이 담긴 세밀한 작업일 수도 있고, 미디어아트는 첨단기술을 빠르게 수용하고 메시지를 던지는 것일 수도 있고요.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제가 생각하는 방식을 표현하는 삶 그 자체가 아티스트의 역할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삶에서 선택하는 방식 자체가 하나의 아트적인 행위가 될 수 있을까?’ 그게 제가 이어나가고자 하는 창작의 원동력이고요.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이에요. 그것으로 저는 제도권 예술, 아트분야에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 보단, 그냥 개인적인 실천과 실험, 사회적인 책임감을 스스로 계속 이어갈 수 있음 좋겠어요.

 

아주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갖고 있는 생각이 하나 있는데요. 저는 제 안의 긍정에너지가 너무 많았고, 이 긍정에너지가 많은 혜택으로 다가왔지만, 누군가에게는 박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는 걸 늘 인식하고 살려고 해요. 왜냐면 저는 공부하고 싶을 때 공부하고, 놀고 싶을 때 놀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혹은 새로운 경험을 하고싶을때 할 수 있었는데, 세상에 훨씬 많은 사람은 그럴 수 없다는 걸 인지하고 있어요. 저 스스로 부담을 갖고 하나의 순간에도 더 열심히 살고자 하는, 내가 얻은 것들은 모두에게 흘려 보내려고 하고 그게 모두가 똑같이 살아가는 삶 속에서 조금 다르게 살아가고자 하는 저만의 삶의 방식이죠. 그런 것이 더 예술적인 표현으로 이어지면 그 자체가 하나의 작업, 삶의 작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