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OPEN ROOM 2nd: Creative Juice
After-article | Session 3

 

롸카두들 손세윤

원의 독백 임승원

 


 

해가 저물자 오픈룸이 열리고 있는 홍대의 거리가 북적였다. 사람들은 일과를 마치고 지하철로, 버스로 향하느라 분주했다. 그중 몇몇은 오픈룸의 문을 열었다. 그들은 끼니도 거른 채 롸카두들 손세윤 대표와 원의독백 임승원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찾아왔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한 문장으로 묶어 본다면, ‘오로지 나만의 것을 만들며 빛을 내는’ 사람들이다. 치킨버거 전문점 롸카두들은 맛과 공간을 통해 나의 취향을 전하고, 유튜브 채널 원의 독백은 일상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전한다. 그들은 오픈룸에 찾아온 이들에게 무겁지만 재밌는 과제를 던졌다. 바깥을 살피기보단 내 안으로 파고들어가 어떤 사람인지를 탐구해야 한다고.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라는 봉준호 감독의 말은 그 자신만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개인에게 해당하는 말이었다.

롸카두들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합소

1503호에서는 힙한 공간과 맛있는 음식으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롸카두들의 손세윤 대표와의 대화가 열렸다. 마케팅 하나 없이 오로지 입소문을 통해 알려졌고, 브랜드 충성도가 높기로 유명한 롸카두들은 그의 말대로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합소’다. 손세윤 대표 역시 롸카두들의 성공은 바로 이 ‘취향’에 있다고 말한다.

 

롸카두들의 타깃은 뉴욕과 스트릿 문화를 좋아하고, 올드스쿨 힙합 취향을 가진 23-33세다. 단순히 맛있는 치킨 버거를 파는 곳이 아닌, 특정한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롸카두들이 외식업계에서 새로운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만큼, 관련 업계에 종사자들의 세션 참여율이 높았다. 최근 음식점의 오픈을 앞두고 브랜딩을 고민하고 있는 참여자, 스토리텔링이 있는 외식업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참여자, 공간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참여자, 취향이 분명한 사람들을 겨냥한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참여자 등 롸카두들의 브랜드를 좋아하는 취향의 공동체가 만들어졌다.

참여자들이 꼽은 롸카두들의 가장 큰 장점은 공간이 주는 매력적인 분위기다. 이태원, 압구정, 성수에 있는 매장의 분위기는 조금씩 다 다르다. 1호점인 이태원 점은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의 감성을 가진,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미국 대학생 친구들이 어울려서 함께 시간을 보낼 것 같은 장소를 구상했다. 2호점인 압구정 점은 1990년대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들을 위한, 농구와 힙합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이때부터 롸카두들만의 독특한 컨셉과 간판이 본격적으로 입소문을 타며 ‘외관 맛집’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롸카두들 같은 컨셉을 보여준 브랜드들이 없어 큰 이목을 끌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비슷한 컨셉을 가진 브랜드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새로운 걸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졌다. 그렇게 3호점인 성수 점은 뉴욕 스트릿 분위기를 살려 브루클린에 있는 사무실 같은 공간을 만들었다. 그렇게 총 3개의 지점으로 성장한 롸카두들은 소품부터 공간의 배치까지 디테일이 살아있는, 톤앤매너가 명확한 공간으로 탄생했다. 손세윤 대표는 각 지점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컨셉을 유지하면서도 독립된 매장의 느낌을 주길 원했다. 효율적인 운영과 명확한 브랜드 이미지에는 통일성과 일관성이 중요하겠지만, 유연하게 움직이는 브랜드 이미지를 더 선호했기 때문이었다. 손세윤 대표는 스스로 컨셉을 끊임없이 재해석하며 조금씩 공간을 채워갔다.

 

매장의 공간에는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손세윤 대표는 공간을 구상할 때 단순한 식당 인테리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방에 사람들을 초대한다는 생각으로 취향이 가득 담긴 ‘나의 방’을 꾸몄다. 롸카두들의 공간은 손세윤 대표의 말에 따르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과정이자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다. 어린 시절부터 동경해오던 것들이 모이고 쌓여서 만들어진 취향의 공간이기에, 유행을 좇지도, 억지로 트렌디한 기획을 가져오지도 않는다. 매번 공간 배치도 바꾸고 사진과 소품도 교체하면서 롸카두들의 색을 고민한다. 손세윤 대표는 나의 안정감이 손님에게는 지루함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루하지 않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손세윤 대표는 아카이빙과 디깅(digging)에 엄청난 시간을 쏟는다. 텀블러와 핀터레스트를 이용해서 이미지 레퍼런스를 채우고, 다양한 주제의 책을 끊임없이 읽는다. 외적으로 다양한 요소를 의식적으로 채우면서 인사이트를 얻고, 시간을 충분히 두고 걸러내고 걸러내 정수만 남긴다. 그 과정에서는 인튜이션(직감)을 사용한다. 이렇게 인사이트와 인튜이션이 균형을 맞춰야 영감이 찾아온다. 롸카두들은 그런 영감을 펼쳐놓고 경험하게 만드는 장소다.

 

손세윤 대표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고객들에게 취향을 파는 게 아니라 전해야 한다고 한다. 브랜드를 통해 제안하고자 하는 취향에 꼭 전문적인 필요도 없고, 한번 컨셉을 잡았다고 해서 그것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브랜드를 운영하고자 한다면 우선 본인이 그것을 진심으로 좋아해야 하고, 방향성도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 취향을 반영하되,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대중성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롸카두들이 오랫동안 고객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공간의 매력도 있지만, 맛있고 가성비가 뛰어난 내쉬빌 핫치킨 버거를 완성도 높은 서비스와 함께 선보인다는데 있다. 하지만 외식 분야에 집중해 맛집으로 이름을 날리느냐, 아니면 문화 분야에 집중해 하나의 브랜드가 되느냐 했을 때 롸카두들은 당연히 후자에 속한다. 음식으로 매출을 올리지만, 롸카두들이 지향하는 문화를 확산하는 것이 실제 목표다.

 

롸카두들의 다음 스텝은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우리나라에 알리는 것이다. 스케이트보더들의 문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브랜드답게 스케이트보드 팀을 꾸릴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굿즈를 제작하고 타 브랜드와의 협업을 준비하는 등 ‘버거 이상의 경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롸카두들은 이렇듯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합소에서 취향을 만들고 알리는 스타트 포인트로 성장해 나가는 중이다. 맛있는 버거와 스트릿 문화, 힙합이 흐르는 공간 그 이상의 경험이 롸카두들에서 만들어진다.

원의 독백
평범한데 비범하고 싶어

이걸 알면, 어른이 되었다 하는 몇 가지가 있다. 술의 맛, 그리고 ‘평범한 게 제일 어렵다’는 사실. 평범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 발버둥 치던 어린 시절을 거쳐 어른이 되면 평범함은 꿈이 된다. 하지만 옛날이나 지금이나, 하늘에는 무수히 많은 별이 있다. 별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탁해진 하늘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해가 저물고 저녁이 되자 1504호에는 자신만의 빛을 내는 사람과 다소 희미하지만 빛을 잃지 않은 사람들이 모였다.

 

원의 독백은 ‘임승원’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을 주제로 3분 정도의 짧은 영상을 만드는 유튜브 채널이다. 자신의 일상을 혼잣말하듯 담담하게 풀어내는 브이로그지만, 감각적인 연출 덕분에 짧은 영화를 본 느낌을 준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원의 독백은 우연히 태어나지 않았다. 철저한 브랜딩의 결과물이었다.

임승원은 4만여 명의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지만, 스스로를 아주 평범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 자랐고, 경영학이라는 고리타분한 분야에 진학해서 평범하게 대학교를 나왔어요. 유학 한 번 안 해 보고요.” 언뜻 보면 그의 말처럼 특별할 것 없는 삶이었지만, 그는 바운더리 안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저는 평범하지만 관종기가 조금 있었어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해서, 학교 축제에서는 사회를 보기도 했거든요. 평범한데 평범하고 싶지는 않았던 거죠. 근데 저처럼 평범한 사람이 가수나, 연기자를 할 수는 없으니 유튜브밖에 없더라고요. 근데 유튜브에도 재기 발랄하고 멋있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중에서 내가 어떻게 눈에 띌 수 있을까 계속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는 눈에 띄기 위해 우선, 자신이 평범하다는 사실부터 받아들였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남기 위한 브랜딩을 시작한 끝에, 모방에서 답을 찾았다.

브랜딩 레퍼런스를 애플이라는 회사에서 찾았어요. 다들 아시다시피 애플은 성공한 브랜딩으로 유명한 회사잖아요. 그래서인지 저는 애플을 어릴 때부터 좋아했고 지금도 추앙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애플은 간결하고, 보편적이면서도 독보적이거든요. 그래서 소비자가 사랑하고 오래 남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 요소들을 제 걸로 만들고 싶었어요.

우선 ‘간결하다’는 속성을 어떻게 유튜브에 담을지 고민했다. 그러기엔 하고 싶은 말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튜브에는 그런 콘텐츠는 이미 무수했다. 많은 말은 군더더기였다. 그래서 하고자 하는 말을 간결하게 표현하고, 썸네일에선 불필요한 걸 모두 없앴다. 그랬더니 역설적이게 화려한 썸네일 사이에서 텅 빈 듯한 썸네일이 더 눈에 띄었다. 그리고 간결한 방식으로,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기술과 디자인, 메시지를 담은 애플이 그러하듯이.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이야기가 재미없을 수도 있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평범한 얘기라는 건 공감이 되는 얘기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보편적인 얘기를 하려면 공감 가는 내용을 담아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리고 거기에 자기만의 색을 입혔다.

애플의 세 번째 특징은 독보적이라는 건데요. 성능이 뛰어나서라기보단, ‘자기만의 길’을 가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실 성능 좋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은 애플 외에도 많잖아요. 그럼에도 사람들이 애플을 선택하는 건 애플만의 길을 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유튜브에 적용해 보면, 유튜브는 방송국의 완성도 높은 콘텐츠에 비해 개인이 하는 날것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졌고요. 그래서 오히려 날 것이 아니라 넷플릭스 느낌이 나는 멋있는 영상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유튜브에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영화 느낌의 비디오 에세이를 해보기로 했죠.

 

원의 독백은 유행하는 것들을 건드려 바이럴 시키는 유튜브의 생존 법칙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마치 제품 디자인을 하듯 영상을 기획하고 만든다.

제품 디자인은 소비자가 한번 구매하면 비교적 오랜 시간 동안 소비자 곁에 남잖아요. 핸드폰만 해도 한 번 사면 2년은 쓰니까요. 원의독백도 그런 콘텐츠가 되기를 원했어요. 한 번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곱씹게, 공유하게 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요. 2~3년이 지났을 때도 문득 생각나는 그런 콘텐츠였으면 좋겠어요.

 

그는 이야기를 마치며 말했다.

제가 구독자분들을 보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게 있어요. 다들 회사 일을 하고 계시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분명하게 있는, 퍼스널 브랜딩에 관심 있는 분인 것 같아요. 독립해서 뭔가 내 일, 내 걸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는 사람들일수록 계속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체성을 탐구해야 해요. 무거우면서도 재밌는 과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진8

이어진 네트워킹 시간에는 자리를 옮겼다. 그 자리에서 롸카두들 세션의 참가자들은, 인사이트 토크 덕분에 내일을 더 기대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브랜드 운영을 할 때 어떤 컨셉을 잡아야 하는지 고민이 컸어요. 유행을 따라가면서도 차별화를 해야 할 것 같은데 그 방법을 명확히 찾기가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오늘 그에 대한 답을 ‘나의 취향’이라는 것에서 찾은 것 같아요. 무작정 트렌드를 쫓기보다는, 공유하고 싶은 나의 취향을 가득 담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브랜드 컨셉을 잡을 때 전문적이지 않아도 되고, 굳이 통일성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서 큰 힘을 얻었어요. 브랜드의 컨셉에 대해 완벽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과 한번 컨셉을 잡으면 방향성을 바꿀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이 컸는데, 그 부분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어서 훨씬 가벼워졌어요.

 

원의 독백 세션의 참가자들은 결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인지 자리만 옮겨서 하던 이야기를 그대로 이어갔다. 서로가 하는 일에 대해, 그리고 서로의 마음에 품은 일에 대해. 조회수가 나오지 않을까봐, 반응이 없을까봐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임승원은 말했다.

저는 애초에 구독자가 늘 거라는 기대가 하나도 없었어요. 그냥 저만의 작업물을 만든다는 자체만으로 너무 흥분되고 즐거웠어요. 그래서 영상 하나 만들어 놓고 제가 20~30번씩 돌려봤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구독자 수가 막상 늘어났을 때도 기쁘긴 했지만 담담했어요. 애초에 제 채널 메인 시청자는 저였으니까요.

 

오픈룸의 문이 닫힐 때까지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고, 그 이후에도 이어졌다.

원의 독백을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구독자분들을 최근에 많이 만났는데, 다들 어딘가에 소속돼서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하고 있지만 개인으로서의 빛은 잃지 않았다고 느꼈거든요. 그렇게 창작 욕구가 있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줄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분들을 모아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싶어요.

 

사람들을 모으고 싶다던 그는, 헤어지기 전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만들었다. 채팅방의 이름은 ‘롸카두들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