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출퇴근 시간, 꽉 막힌 올림픽대로에 있을 때면 “오늘도 지각이구나” 싶다. 순간 막히지 않은 땅 밑의 지하철을 떠올린다. 그러나 지옥철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출퇴근 시간대의 지하철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꽉 막힌 도로와 발 디딜 틈 없는 출퇴근 길 지하철. 도심의 대안이 될 만한 탈것은 없는 걸까? 문득 뻥 뚫린 하늘로 이동하는 상상 속의 탈것이 떠오른다.

 

지금과 같은 출산율 저하 현상이 지속된다면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인구 과밀화 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UN은 전 세계 도시화율(도시 거주 인구 비중)이 2018년 55%에서 2035년 62%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심으로 몰려드는 인구 과밀 현상은 결과적으로 교통 체증을 더욱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에겐 무엇이 남았을까? 하늘을 공략한 새로운 탈 것, 그 시작을 알리는 UAM에 대해서 알아보자.

UAM이 무엇일까?

Urban Air Mobility, 도심항공교통 UAM은 지상과 항공을 연결하는 3차원 도심항공교통 체계로, 도심 상공에서 사람이나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차세대 교통 체계를 의미한다. 해외에서는 UAM 대신 eVTOL(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이란 단어를 주로 쓴다. 에어버스, 우버, 토요타, 보잉 등이 현재 드론 택시 사업을 상용화하기 위해 투자와 개발을 진행 중이고,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자동차와 한화시스템이 2025년 UAM 서비스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시험 비행 단계의 eVTOL 개발에는 전문 스타트업이 다수 참여 중이다. Volocopter(독일), Ehang(중국), Joby Aviation(미국) 등이 시험 비행에 성공했으며, 향후 국가 인증 절차를 추진하여 2025년 전후로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인드론은 헬리콥터에 비해 소음이 적고 안전성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 많은 회사들이 발표 중인 유인드론은 고정날개와 더불어 수직 이착륙을 가능하게 하는 프로펠러를 장착하고 있다. 고정날개가 양력을 발생시켜 헬리콥터에 비해 소음이 적고, 한 개의 프로펠러가 고장이 나도 나머지 프로펠러와 고정날개로 글라이딩 할 수 있어 안전성을 높였다. 이처럼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운행이 가능해진 유인드론은 규모의 경제 덕에 비용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또 eVTOL 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전기로 움직이기에 친환경적이다. 최근 전기차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리튬이온배터리 성능이 좋아지고 있는데, 이 부분 역시 유인드론 성능 개선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64572c10-72da-41e0-84a1-92a27cd77a03 © 한화그룹

UAM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

UAM은 헬리콥터에 비해 소음, 안전성 그리고 비용에서 큰 우위를 보인다. UAM은 여러 개의 프로펠러가 병렬로 연결되어 한 개의 프로펠러가 고장이 나더라도 양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소음과 안전성은 상용화를 위해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 비행하는 항로 상에서의 소음은 도심 소음과 비슷하지만, 이착륙장에서의 소음은 주변 상권과 거주 지역에 피해를 입히지 않도록 더 줄어들어야 한다. UAM 소음 완화를 위한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이유다.

 

또한 대형 항공기는 구름 위를 날아다니지만 UAM은 대기경계층 내에 위치하고 있어 도심 난류(ex. 빌딩풍)와 비나 눈 같은 기상 현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UAM이 도시의 보편화된 탈것이 되기 위해서는 안전이 최우선 과제이기에, 저고도 기상 현상에 관한 연구와 인프라 역시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K-UAM: 도심항공교통, 한국형 그랜드챌린지 추진

한국의 도시 거주 인구 비중은 2019년, 91%에 달해 이미 포화 수준을 넘었다. 2020년, 서울은 거주 인구가 991만 명에 달해 세계 도시 거주 인구율 중 34위를 차지했다. 인구 과밀화 현상에 따른 교통 체증을 친환경적으로 완화하기 위해 국내에서도 UAM이 친환경 미래 교통수단으로 부상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국토교통부는 2020년 6월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로드맵을 발표했다. K-UAM 로드맵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UAM 비행 실증을 완료하고, 2025년부터 상용화를 시작해 2030년 10개 노선으로 본격적인 상용화 시대를 열어, 2035년까지 100개 노선과 호출형 서비스로 확대해서 명실상부한 UAM 선도 국가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도심 항공 교통 보편화를 위한 이 플랜에는 국방부, 기상청 등 중앙부처와 한화시스템, 현대자동차 등 민간사업자 그리고 서울대, KAIST, 항공대 등 학계 기관이 동참했다. 또한 2021년 11월 K-UAM 국제 콘퍼런스와 김포공항에서 멀티콥터 비행(운항거리 약 3km, 고도 50m 이하)을 실증하며 2025년 UAM 최초 상용 서비스가 도입될 공항 환경을 검증하기도 했다.

 

UAM 전용 하늘길은 2025년 경 완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하늘길인 회랑을 안전하게 정하기 위해서 정부와 개발업체들이 협력 중이다. 아마도 초기 항로는 기존에 헬기가 다녔던 길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청량리와 코엑스에 UAM 이착륙장이라고 불리는 버티포트(Vertiport)가 구축될 예정이다. 기술 발전에 따라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버티포트가 구축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버티포트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또한 이착륙장으로는 지상 바닥의 안전한 장소나 대형 건물 옥상에 마련된 헬기장이 사용될 수도 있다. UAM 연구진들이 작성한 논문에 따르면 한강 둔치에 이착륙장을 설치하여 이착륙 기능뿐 아니라, 편의시설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처음 자동차가 생기고 철도가 놓일 땐 관련 사건, 사고가 많았다. 기술, 법, 그리고 제도가 안정화되지 않았기에 책임 소재가 불분명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되고 법과 제도가 안정되자 자동차와 기차 등은 인류에게 새로운 시대를 열어 준, 없어선 안 될 이동 수단이 되었다. 자동차와 기차 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드물다. 같은 맥락에서 UAM 또한 같은 흐름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예상된다. 어릴 적, 우주소년 아톰에서 봤던 날아다니는 자동차처럼 UAM이 상용화되고 우리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는 필수템이 됐다. 마스크 때문일까? 가끔씩 일상 자체가 마스크를 쓴 것처럼 답답할 때가 있다. 이럴 때 기분 전환을 위해 가까운 한강을 찾는다. 문득 한강에 가 힐링하고 싶을 때, 하늘을 통해 빠르고 안전하게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이 든다.

 

4월이다. 벚꽃 시즌이 가까워지고 있다. 여의도, 양재 숲 등 유명한 벚꽃 명소들이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계절이 다시 찾아왔다. 코로나를 피해 하늘에서 프라이빗하게 벚꽃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족과 연인처럼, 소중한 누군가와 고요히 서울의 야경을 공유하는 상상은 UAM 상용화를 더욱 고대하게 만든다.